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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Architecture/노트 Note

[Architecture] 에콰도르 도시주택의 생존방식을 탐구하다: Natura Futura Arquitectura

Brett D.H. Lee 2020. 11. 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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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ne the response of a minimum residence, through different strategies such as the application of principles of sustainable design, use of local low energy materials incorporated, and the participation of the local workforce. Continue in the process by searching for ways that challenge possibilities for having a city solution closer to the reality that optimizes your resources. (Archdaily)

최근 관심있게 영문으로 읽었던 Natura Futura Arquitectura 관련한 글이 공간지에 마침 나와서 인용글로 옮긴다:

 

바바호요는 급격한 도시개발을 맞이하고 있는 에콰도르 소도시다. 도심에 불어닥친 개발 열기로 주거 공간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가 해체되고, 도시 거주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나투라 푸투라 아르키텍투라는 소도시 특유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주거 환경과 공동체의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작지만 울림이 있는 실천을 통해 도시에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바바호요, 도시의 현장

에콰도르는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대륙 북쪽 적도에 위치한 나라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과야킬은 오랫동안 에콰도르 경제를 이끌었던 상공업 중심의 대도시이다. 내륙에 위치한 수도 키토보다 더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과야킬 주변으로 여러 위성도시들이 생겨났는데 바바호요도 그런 도시들 가운데 하나다. 

나투라 푸투라 아르키텍투라(이하 나투라)는 인구 15만 명 규모의 작은 바바호요에 2014년 사무실을 열었다. 바바효요에서 성장하여 과야킬대학교에서 건축을 배운 호세 페르난도 고메즈 대표는 이 선택에 대해 “바바호요와 같은 소도시는 에콰도르 도시의 현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말하며, “이곳에서 도시의 현실을 바꿔나가는 구체적인 실천을 지속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바바호요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최근 바바호요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심과 외곽 모두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주된 이유는 두 가지로. 하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대가로 도시 외곽의 땅을 무분별하게 제공했고, 다른 하나는 시 외곽에 정착하는 농촌 이주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 결과 바바호요 시 영역은 수평적으로 급팽창했고, 상대적으로 기존 도심의 고밀도 블록은 고립된 채 낙후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전통 커뮤니티도 약화되었는데, 나투라는 이 무기력해진 도시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주요한 과제로 생각했다

(위) 거주하는 집 주변의 바바호요 도시 조직. 불규칙한 세장형 필지를 보여준다.

바바호요의 도시 조직을 보면 네모반듯한 대형 블록을 개별 필지들이 불규칙하게 나누는 특징을 갖고 있다. 나투라는 그 이유를 “도시 정책이 세워지기 전에 주민들이 집을 지어 들쭉날쭉한 세장형 필지로 땅을 구획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은 용적을 넓히기 위해 대지경계선까지 건물을 지었고, 도시는 인접한 건물과 붙어있는 빽뺵한 환경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도시 구조는 채광과 환기에 악영향을 미쳤고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한편, 급격한 도시화 속에는 도심의 주택은 단순한 주거 기능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주택이 점차 복합용도로 다각화되는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기능을 한데 묶는 시도는 도시에서 항상 존재했다”고 설명하면서 “다만 각각의 기능들이 단절된 채 질서 없이 나열되어 있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그리고 “여러 기능을 한 곳에 압축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도심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 관심사라고 밝혔다. 실제로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들은 임대, 상업 등 부수입 창출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따라서 나투라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공존하는 주택이 수익창출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교호할 가능성을 찾는 데 방점을 두었다. 

나투라는 최근 바바호요와 몬타블로에 각각 ‘거주하는 집’과 ‘공급자의 집’을 완성했다. 도로와 면한 입면과 저층부의 처리가 도시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1층 아케이드, 층고, 재료 등 주변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공급자의 집’에서는 시장과 면한 대지의 특성상 기존 상업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저층부의 건축선을 뒤로 후퇴시켰다. 이렇게 생긴 앞마당은 건물 1~2층에 위치한 철물점과 와이너리 상점을 시장길과 자연스레 연결하여 접근성과 공공성을 강화했다. 

거주하는 집의 대로변 입면

투과하는 벽에 전통과 지역성을 담다
아케이드, 발코니, 테라스, 중정은 에콰도르 건축의 전통 요소로 기후에 적웅한 형태다. 전통주거에서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막고, 바람이 통하도록 이런 완충 공간에 나무로 만든 개폐식 창이나 차양, 가림막 등을 설치했다. 나투라는 이러한 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도시주택에 덧붙였다. ‘거주’하는 집’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건축주가 사무실과 임대용 주거를 요구하여 설계한 도시주택이다. 대부분의 기능 공간이 2층에 위치하는데, 교육 공간과 임대 주거 공간을 긴 벽 하나로 구분했다. 나투라는 건물의 외곽을 따라 테라스를 배치하여 채광과 환기를 해결하면서, 이 공간을 사람들과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었다. 나투라는 ”만남과 교류가 빈번한 전통적인 사교 문화는 에콰도르에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활동이자 문화“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람들을 초대하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이런 사회적 교류를 위해 주택 안에 테라스와 식당, 거실 등의 공유 공간을 마련했다. 6층 규모의 건물 안에 상업, 주거, 여가, 임대 공간을 조성한 ‘공급자의 집’에서는 나투라의 작업 성향이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건물 중앙에 위치한 3층 높이의 중정은 나투라의 표현에 따르면 “건물의 허파”로서 채광과 환기를 해결하는 요소다. 전통적인 중정(patio)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공간은 교류의 장으로 커뮤니티 형성의 중심이 된다.

나투라는 ‘공급하는 집’ 전면에 테라스를 배치하면서 이 공간을 감싸는 벽을 지역 장인들과 협업하여 독특한 타공 벽돌 입면으로 완성했다. ‘거주하는 집’에서는 목수들과 함께 2층 입면에 개폐가 가능한 목재 슬라이딩도어를 설치했는데, 이는 전통주택에 설치된 목재 가림막과 창을 재해석한 형태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과하는 벽’은 채광과 환기를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지역성에 뿌리내린 이들의 작업 성향을 드러낸다.

2층 로비. 목재 슬라이딩도어를 열면 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주하는 집 2층 방과후학교의 교실. 천창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2층의 야외 테라스

도시 공동체의 회복과 사회적 실천

나투라는 집짓기의 과정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지역의 물적, 인적 자원을 끌어모았다. “에콰도르 중소도시에는 여전히 벽돌, 블록, 나무 등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로 집을 짓던 장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물론 조립식 건축물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지만, 지역 장인들이 건설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 그들이 가진 재료와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장인들과 협력하여 “프라이버시나 보안, 환기, 일사량을 제어하는 기능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료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고 발전시키려 한다”고 하면서 지역 공동체와 도시건축의 문제들을 풀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거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공공성을 띤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유지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집’(2016)은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집 짓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물이다. 지역 민간재단과 협력하여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저소득층 주민의 작업공간을 개조한 ‘라 코뮤나’(2020)를 통해 도시 가로환경을 정비하고 재활용 쓰레기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바호요에 길고양이를 위한 임시 보호소를 짓는 공공 시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도시문제 해결에 개입하기도 했다. 

나투라 푸투라 아르키텍투라는 우리말로 ‘자연 미래 건축’을 뜻한다. 전통과 자연을 존중하는 도시 환경 속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건축가들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질문에 “도시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점차 고밀화되는 도시에서 주택의 생존 방식을 탐구하는 이들의 도전은 시작단계에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지역 공동체에 더 깊숙이 뿌리내린 깊은 울림으로 발전하기 기대해본다.​​ 

방유경 기자 (글, 진행)

공급자의 집 외관 ⓒ JAG Studio ​

건물 4층에 있는 중정(공용 거실) ⓒJAG Studio

​​테라스에 만든 공용 공간, 식당과 휴게실 ⓒJAG Studio​​

 

Natura Futura Arquitectura (naturafuturarq.com)

 

호세 페르난도 고메즈 Jose Fernando Gomez

호세 페르난도 고메즈는 나투라 푸투라 아르키텍투라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다. 에콰도르 바바호요에서 태어나 과야킬대학교 건축도시학부를 졸업하고 멕시코 치와와에서 고급 건축설계 석사학위를 받았다. 키토 범미 비엔날레에서 수상하였으며 인도네시아 발리와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열린 건축 페스티벌 전시회를 개최했다. 도시 디코더 및 위성도시 정체성에 대한 연구와 제안을 병행하고 있다.

 

호나탄 안드레 안드라드 디아즈 Jonathan Andre Andrad Diaz

호나탄 안드레 안드라드 디아즈는 나투라 푸투라 아르키텍투라의 팀 건축가이다.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태어나 스웨덴 LTH 룬드 대학교에서 수학하였고 2018년 산티아고 데 과야킬대학교(UCSG) 건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현재 UCSG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에서 출판된 사회주택의 역사적 발전에 관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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