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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류. 번뇌로부터 멀어지기.

Brett 2022. 1.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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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이 표현하는 것에는 (문학, 음악, 미술, 및 육체적 표현 등)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대중문화평론가들도 말하길 노래 가사에서 '사랑'을 지우면 남는 곡이 거의 없을 정도라 한다. 사람 사이의 두근거림부터 사랑, 욕정, 집착, 배신, 원망 등... 그 모든 과정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하지 않기에 인생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여러 종류의 범죄도 자세히 보면 집착이던 복수던 묻지마든지 상관없이 결국 도착의 대상에게 행하게 된다. 이 현상에는 피할 수 없는 권력관계 (회사, 학교, 군대 등 집단생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악의 (질투, 왕따, 복수, 금전적 집착 등) , 무지/어리석음에 의한 가해 (나르시시스트, 착한이증후군), 및 각종 정신질환(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이 포함된다. 이런 광범위한 주제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이런 주제자체를 회피하고 본인이 가해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때문에 복장터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간은 모두 잠재적 가해자라서 성교육이나 사회과학, 정신학 등 한 두가지로 끝날 문제도 아닌 듯하다. 사건이 명확한 범죄라면 법적대응과 처벌이 가능하지만 우리 삶 깊숙히 들어온, 피할 수 없는 가스라이팅 gaslighting, 미묘한공격microaggression, 괴롭힘 bully/harassment, 성희롱(대부분 간접적) sexual harassment 등은 딱히 처벌할 방법이 없어 피해자는 트라우마와 함께 실성하는 경우도 많이 보있다. 어느정도는 반강제적 교육을 해야하나 싶다. 잠재적 가해자들이 조금 불편한 것이 평생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런데 탄생과 죽음 사이에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이 집착과 욕망을 불러내는 또 자재시키는 기전은 도대체 무엇일까? 인간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끌림, 동성/이성간의 로맨틱한 관계, 혹 부모자식 간의 사랑... 이런 것 외에 더 있는데... 다양하게 풀이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사랑(다솜)이란 키워드 안에서 찾아본다. 여러 버전이 있긴하지만 8개로 축약한 고대 그리스철학에서의 사랑을 잠시 알아본다. 

 

 

 

1. 에로스 Eros, Romantic Love, Body

에로스는 그리스의 사랑과 다산의 신에서 유래한다.  연인사이에 형용하기 힘든 끌림과 끝없는 갈망,  낭만과 열정이 불타는 육체적 사랑이다. 에로스는 신체에 대한 욕구이기 때문에 호르몬이 관여한다. 몸에 불을 지른듯이 달구어 욕망하는 상대와 로맨틱한 행동으로 만족을 성취하는 원시적primal 사랑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에로스의 감정을 두려워했다. 인간은 자식을 갖는, 즉 번식의 본능이 있기때문에 에로스에 빠지면 이성적 판단, 통제력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다. 특히 에로스는 불처럼 빠르게 타오르고 그만큼 또 빠르게 꺼져버리는 사랑이라 범죄로 연결되기 가장 쉬운 사랑의 종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이것이 섹스와 직결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의 불꽃이 일어나며 흔히 말하는 "사랑에 빠지고" 항상 같이 있고싶은 연인이 되는 것이다. 사랑노래에 나오는 '사랑'은 거의 대부분이 이 에로스적 사랑이다. 주요 요소는 상대에게 느끼는 infatuation (열병)과 physical pleasure (육체적 희열)이 있다.

 

 

 

2. 프라그마 Pragma, Enduring Love, Subconsciousness

Pragmatic의 뜻이 '실용적인'인 만큼 이 사랑은 뭔가 싶을 것이다. 고대문서에는 이것을 'businesslike' 비지니스적인 타입의 사랑이라 한다. 즉 불타오르면 섹스하고 식으면 죽네마네하는 원시성에서 벗어나 오래 견디는enduring 사랑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프라그마를 열정과 강도때문에 순간적인 에로스와 반대되는 개념인 오랜 시간 성숙되는 지속적인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사랑을 하는 과정속에서도 무엇이 이성적이고 현실적인지 판단하는데, 그렇다고 차가운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이 사랑은 육체적 관계나 로맨스, 사회적 관계도 유지되며 성숙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형태의 사랑을 죽을 때까지 함께할 수 있는 배우자/소울메이트를 가진다는 것은 하늘에 감사해야할 행운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 끝까지 위하며 함께하고픈 마음이 우러나는 것... 주요 키워드로는 '자신과 맞는 상대/타입' matching type과 서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육신, 감정, 관심사 등을 위하는 마음 reciprocal feelings이 있다.

 

 

 

3. 루두스 Ludus, Playful Love, Emotional

'유희'의 사랑.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라는 <호모 루덴스 Homo Ludens>에서도 언급된다.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관점에서 파악하는 인류학적 저서인데,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창조가 가능케하며 인간의 인식체계를 넓혀주는 것이다. 루두스적 사랑은 또한 소위 ''타는 관계, 두근대는 관계에서 (Flirting and beginning stage of intimate love)찾을 수 있는데, 그 시기에 느끼는 강력한 감정들이 드라마적 요소를 가지는 것을 가르킨다. 꼭 로맨스 속에서의 루두스 외에도 동경하는 수많은 것 - 지식, 지혜, 아름다움, 선, 정의, 도덕성.. - 에 무서워하지 않고 추구하고 도전하는 자세. 어찌보면 즐겁게 '무한도전'하는 것이다. 지혜와 지식을 갖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생산과 노동에 능한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설명에선 휴머니즘이 다소 소외되었는데 호모 루덴스에서는 삶을 유희할 줄 아는 여가윤리와 이러한 놀이들을 통한 자기목적화/자기실현을 내세운다.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적당히 위트있는 농담도 할 줄 알고 즐거운 에너지를 뿜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것. 웃는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행위가 아니다

 

 

 

4. 매니아 Mania, Obsessive Love, Survival

집착하는 사랑. 매니아는 강박적obsessive 이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유형의 사랑은 아니다. 인간을 광기madness, 질투envy, 분노rage, 범죄로 몰고가는 위험한 사랑이지만 또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말처럼 원하는 꿈을 쟁취하기 위해 집중하는 힘을 주는 양면성을 가진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히키코모리같은 사회문제도 양산하는 반면 못 보던 스토리를 창조하고 세계에 널리퍼뜨린 힘의 원천이 되었다. 이런 유형의 사랑에 갇혀버린 사람은 대개 자존감이 낮고 그 갈망의 대상을 상실할까봐 초조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랑의 근본을 생존survival로 보기도 한다. 즉 그 강박의 대상을 쟁취하고 유지해야 삶의 의미를 얻는 생존방식이다. 그렇기에 생존을 위해서라면 생물체가 필사적으로 싸우듯이 매니아적 사랑을 하는 사람은 타들어간다. 연인, 친구, 직장상사, 선생, 멘토, 연예인 등 개인이 연관하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집착은 궁극적으로 자기증명을 위한 싸움. 도덕과 법적으로 잘못된 큰 사건이 아닌 이상 사소한 것으로 싸우지 말기를... 인간은 결국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는 라캉의 말이 여기에 어울리는 것 같다. 

 

 

5. 필리아 Phila, Affectionate Love, Mind

한국어로는 '우정'으로 표현한다. 필리아적 사랑은 타인의 육체적인 끌림을 제외한 사람 사이의 순수한 사랑이다. 종종 그래서 플라토닉 사랑Platonic Love 으로도 해석을 하는 것이 바로 이 필리아이다. 대표적으로 계약결혼을 통해 서로의 영혼/이성만을 사랑했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의 관계가 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허락하고 어떤 것도 서로 숨기지 않는 관계를 죽을 때 까지 지켜오며 새로운 결혼과 사랑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뒤에 나오는 다른 사랑과도 겹치지만 아무래도 필리아의 개념과 가장 잘 맞는 사랑이다. 현재 진행되는 필리아적 사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관계이다. 그들은 만날 때마다 서로를 세상 어느누구보다 위하고 사랑하지만 절대 에로스적 관계로 넘어가지 않으며 서로의 영혼만을 사랑 중이라 한다.

육체적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고 생각하는 대중문화에 어느새 세뇌된 우리에게 이것은 너무 숭고한 사랑일까. 자신의 약점이나 힘든 일을 쉽게 털어놓을 친구. 또 그것을 듣고 진정으로 도와주는 친구. 결코 비밀을 퍼뜨리지 않는 친구. 그런 친구가 몇이나 될까. 이 사랑은 진정한 애정과 신뢰가 바탕에 있어야한다. affectionate love and trustworthiness. 

 

 

 

6. 스토르게, Storge, Familiar Love, Memories

 

스토르게는 필리아와 유사하지만 차이점은 혈육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 자식간의 사랑. 부모의 내리사랑을 아가페(조건없는 사랑)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물론 부모는 대부분 자식에게는 (대부분) 아가페적이다. 하지만 아가페는 그것을 초월하는 사랑이므로 이 단락은  '가족의 사랑' 개념에서 스토르게를 알아본다. 필리아가 서로의 마음mind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우애라면 스토르게는 기억memories과 유대감bond에 기반한 가족애/혈육애다. 개인에서 사회로 나아갈 때 가장 최소단위인 가정. 탄생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 가장 길다. 핵가족화되며 조금씩 가정의 개념도 바뀌어 가지만 아무래도 혈육에 대한 사랑은 본능적이고 희생적이다. 도덕적 결핍이 없다면 팔은 언제나 안으로 굽는다.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나와 가장 비슷한 사람들.필로티아는 자기애. Self Love이다.

 

7. 필로티아 Philautia, Self Love, Soul

필로티아는 자기애. Self Love이다.  자신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서하는 사랑. 종종 나르시시즘과 혼동하는데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나르시시즘은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고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리비도libido가 오롯이 자신만을 향한 집착적 사랑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아예 나르시시즘은 인격장애로 보는데, 최근들어 정신의학자들은 나르시시스트가 타인에게 가스라이팅과 미묘한공격microaggression 저지른 후 자기애적 방어 및 진심으로 본인이 피해자라 분노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4차 산업이 가속화되며 인간의 정신이 더욱 혼미해지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으며 더 많은 나르시시스트가 나타난다. 평소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편이라면 타인을 충분히 이해하는 나머지 종류의 사랑을 진심으로 이해한 후 자기애를 정립해야겠다. 

자기애는 분명 필요하다. 인생에는 힘든 일이 많다.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자기애가 없다면 자아가 존재 할수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종종 자해나 자살로 이어지는 이유다. 그래서 좋은 정신상담의 기본은 조언과 처방이 아니라 상담받는 자의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나르시시즘과 다른 '존중'에 기반한 자기실현이다. 너무 세상일에 힘빼지 말고 자신의 영혼soul에 사랑을 주어야한다. 미국 대학 체육협회 NCAA의 풋볼 코치 Lou Holtz가 Franciscan 대학 2015년도 졸업식에서 연설한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Don't tell people about your problems... 90% of people won't care and the other 10% of them will be glad that you got them."  웃음을 자아낸 이 말에는 결국 즐겁게 살면서 너무 고민하지 말하는 것이다. 

 

 

 

8. 아가페 Agape, Selfless Love, Spritual 

마지막으로 아가페적 사랑이 있다. 이타적이고 조건없는 사랑. 어떠한 욕망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영속적인 사랑. 주로 종교적 사랑이라고 하는데 예수의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남에게 조건없이 희생을 하는 의인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사랑은 용서하고 악의를 품지않는 사랑이다. 살아있음때문에 공포에 떨고 타자에 의해 붕괴될 때 기댈 수 있는 은신처. 이런 종류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정신과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하고 강인한 사람이다.

아가페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 도덕, 윤리, 진실 등을 품은 사랑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사회를 살면서 정의를 구현하기란 무척 힘든 것이다. 대부분 인간은 위선자로 살고있다. 우리는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을 미디어에서 항상 바라본다. 납치되어 끌려가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구출되는 것도 본다. 자연이 파괴되는 것도 본다. 범죄로 인해 죽어버린 누군가에 대한 뉴스도 본다. 그런데 그냥 뉴스이다. 감정의 기복도 없는 경우가 흔하다. 누가 힘들다고 했을 때 진짜 끝까지 도울 사람은 없다. 법, 권력, 재물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정의는 이미 다른 세상이야기다. 그런데 성인 (聖人)은 그 모든 자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다. 1 인칭 나. 2 인칭 너. 3인칭 그들. 이 셋이 결코 구분되지 않는다. 너가 아파도, 세상의 어떤 것이 아파도 아픈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의미의 정의justice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끝으로 사랑에 관한 어록 몇 줄 던져본다.

겁쟁이는 사랑을 드러낼 능력이 없다. 사랑은 용기있는 자의 특권이다. - 마하트마 간디

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사랑을 느끼는 척 하지마라 - 앨런 왓츠

사랑으로 행해진 일은 언제나 선악을 초월한다 - 프레드리히 니체

 

여러 사랑에 대한 명언을 알고 계신다면 댓글로 선물해주세요~

 

 

** 본문은 평소 고민해오던 정의에 대해 최근 정신과 의사와 종교인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갑자기 저의 생각을 끄적인 것입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가져가시면 출처써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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