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이다. 해외 생활도 벌써 22년 차. 미성년자로 혼자 타지에 나와 살면서 별의별 산전수전을 겪어가며 지내왔다. 성인이 된 현재, 최근 1년간 힘든 상황에 부딪혀 삶을 포기하려는 상태까지 갔었고 서서히 회복하는 와중에 미국 영주권이 기적처럼 빠르게 '획득'되었다. 정말 신은 인간에게 딱 견딜 만큼만의 고난을 준다는 말이 맞나보다. 몸도 정신도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일상/직장생활도 겨우 이어가는 와중에 블로그에 즐거운 여행과 미술, 건축이야기를 쓰는 것이 불가했다. 그래도 하나씩 복구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영주권 취득 후기와 신분이란 문제에 대해 적어 본다.
5일 전, 미국의 '영주권자'가 되면서 갑자기 신분상승(?)이라면 상승인 느낌을 받았다. 이유인 즉, 각종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는 와중에 갑자기 찾아온 이 상승이란 나에게 진정한 신변보호적 차원의 사회, 정치, 경제적 상승이다. 워낙 다양한 신분으로 많은 '거주지 주소'를 가졌던 노마드적 삶을 통해 거쳐 간 모든 대륙의 나라/도시들에서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부여한 영주권 '승인'이란 단어에 부지불식간에 '자유'와 '신분상승'이 생성되었고 힘겹게 하던 '그것'들의 즉각적 소멸을 보았다. 영주권 획득의 기쁨보다는 그러한 권력관계와 간사함에 있어 역겨움이 먼저 쏟아져 나오는 기묘한 현상을 체험했다. 그 역겨움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안될 것 같아 여기까지 쓰겠다.
어찌됬던 '신분'이란 것이 참 우습기도 하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여하는 신분. 태어나며 가지는 신분. 스스로 획득하는 신분 등. 우린 너무나 많은 신분을 겹겹히 쌓아가며 살아간다. 인간을 규정하려는 신분, 신원, 정체성, 자아 등 여러 단어들이 있는데 분류해보자면 일시적인 신분status과 조금 더 지속성을 가지는 신원/정체성identity, 그리고 왠만해선 불변하는 자아self등이 있다.
신분은 status이다. stare, to stand/legal standing의 어원으로 시작하여 자기 본연의 뜻이나 의지보단 주로 주체의 외부에서 부여된다. 신원identity은 신분이 포함되지만 그 너머 인간의 참모습, ('원'래 모습)을 지칭한다는데, 라틴어 어원 idem은 'same같다'에서 출발하여 '자아self와 같은 어떠한 것 quality of being identical'을 말한다. 신원조회 identification check (background check)는 결국 당신의 참모습을 보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신원을 조회하지 신분을 조회한다고 하진 않는다.
'나'는 계속 나다. 그런데 갑자기 '영주권자'라는 신분이 부여되자 주변의 언행이 달라지고 나는 그에 따른 '법적, 사회적, 정치적, 인본적 지위 상승'을 체험한다. 그래서인지 영주권을 승인받고 기쁘기 보다는 씁쓸했다. 마치 가면무도회 masquerade처럼 우린 모두 일종의 연극에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생존을 위해서라면 상대적 강자의 얼굴들을 상대적 약자의 얼굴 위로 덮어가며 산다. 굳이 외국인이란 타이틀을 덮는 것만이 아니다. 많은 비주류의 얼굴 위로 함부로 대하면 안될 것 같은(이라 쓰고 주류/상류사회라 읽는) 얼굴을 씌운다. 여기까지가 영주권 획득 하는 순간의 느낌이다. 나는 가면을 쓴다.
* 주변에 여러 케이스들을 관찰하고 종합한 개인적인 생각이며 아래 타임라인 및 정보는 저의 케이스 진행과정과 이민국 웹사이트 정보를 옮겨적은 것입니다. 직접적인 정보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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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영주권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사람들을 위한 타임라인.
취업영주권 2순위 EB2 Advanced Degree / Exceptional Ability로 진행.
2021년 2월 중 변호사와 계약
2021년 3월 초 PWD (적정임금책정)과 구인광고 동시진행
2021년 5월 중 광고 완료 및 1개월 보류기간 시작
2021년 6월 중 PWD책정완료
2021년 6월 말 LC 접수
2021년 11월 초 LC Audit (즉시 준비해서 11월 말 답변 접수)
2022년 3월 중 LC 승인
2022년 3월 말 i140, 485, 765, 131 동시 접수, i693 메디컬 기록 포함. i140은 프리미엄 진행
2022년 4월 초 i140 승인
2022년 5월 초 biometrics
2022년 6월 중 NBC로 이관 (이관은 아주 좋은 사인! for faster processing이라고 통지서 날아옴.)
2022년 6월 말 i485 승인 및 영주권 카드 발송
여기서 i140은 고용주가 이민청원을 넣는 서류 / i485가 신청자(고용인)의 신분조정, 즉 실제 영주권 승인을 위한 서류 / i765는 EAD라고 노동허가서, 만약 오랜 기간 승인이 나지 않을 시 미국 내에서 합법적 체류하며 일을 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 / i131은 여행허가서 Advanced Parole. 허가나면 영주권 진행 중에도 미국 밖으로 여행이 가능 / i693은 이민국에서 받아오라는 각종 신체검사 내용을 civil surgeon이란 지정된 의사가 봉인한 서류. 절대 개봉하면 안됨. 처음에 LC라는 노동청 승인 단계에서 13개월이나 걸려서 느리게 가나보다 했는데 뒤로 갈수록 매우 빨라졌다. 이민국에 접수 후 다른 케이스들을 살펴보았는데 종종 미 상원의원에게 편지를 쓰면 빨리 될 수 있다는 글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래서 나도 즉시 편지를 썼고 3개월만에 승인이 났다. 실제 영향이 있었는지는 확인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편지에 쓰는 내용은... 잘 써야한다. (따로 조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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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민 종류
미국으로 오는 방법에는 여러가지인데 난민이나 범죄피해자 등 특별케이스가 아닌 평범한 루트로는 1.가족초청(결혼포함)이민과 2. 취업(투자이민 포함)이민이 있다. 가족 초청은 말 안해도 다 아는 것이라 스킵.
취업이민 종류에는 EB-1에서 EB-5까지 크게 다섯까지이다.
EB-1 (1순위)는 3가지 갈래가 있다.
a. Aliens with extraordinary ability in the sciences, arts, education, business, or athletics;
b. Outstanding professors and researchers;
c. Certain multinational managers and executives.
즉, 각 분야에서 영향력있고 특출난 능력을 가진 고급인력이나 대기업 고위간부급이 해당된다. 그래서 대부분 3~6개월만에 승인이 나며 지원하는 사람의 수도 많지 않다. 대부분 즉시 납득할만한 증명서류가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금메달리스트나 권위있는 상 수상자, 권위있는 학회지 인용횟수 다량 보유한 자, 미국 명문대의 교수직 임명된 자, 대기업에 없어설 안될 간부라는 증명서 등...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모셔가는 쪽에서 다 준비해주더라.
EB-2 (2순위)는 2가지가 있는데 둘 다 우선 advanced degree holder or exceptional ability가 필요하다.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및 뛰어난 능력 소유자.
a. EB-2 NIW 는 고용주가 필요치 않고 스스로가 청원자가 되어 진행하는 방법인데 자신이 왜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증명해야해서 서류작업이 매우 복잡하다. 필자도 이것을 해볼까 고민했는데 그 서류 준비와 변호사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면에서 걱정되어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 증명과정이 일반 EB-2에서 필요한 노동청 단계보다 더 오래걸리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b. EB-2 는 고용주가 필요하다. 보통 EB-3와 함께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 석사 이상을 수료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했다면 가능하다. 다만 NIW와 다른 점은 노동청 Labor of Certificate (LC)과정을 거쳐야하는데 이는 고용주가 이 고용인을 어떤 '적정임금 prevailing wage'에 맞춰 고용할 것이며 그 재정적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한다. 또한 이 외국인을 미국인 대신 고용할 수 밖에 없음도 증명하는데 그래서 '구인광고'를 1달간 내는 것이다. 그 직함에 맞는 '미국인'이 채용되지 않아서 외국인을 고용한다는 것. 이 노동청을 거치는 과정은 빠르면 8개월 (PWD/광고 2개월 + LC 6개월)이고 감사audit에 걸리면 1년 이상 걸린다.
EB-3 (3순위) 또한 크게 2가지로 갈린다. 숙련과 비숙련. skilled workers/professionals, 이거나 unskilled/others이다.
학사 소지자 및 전문직 분야(노동청 코드 상)에서 일해왔으면 숙련. 아니면 비숙련이다. 예전에는 EB-3가 EB-2에 비해 느리다고 했는데 요즘은 들쭉날쭉 모든 것이 운이다. 2순위인데도 4년이상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3순위인데 1년만에 승인나는 사람도 있다. 3순위는 모두 위에 언급한 노동청 단계를 거쳐야한다.
EB-4 (4순위)는 종교이민으로 불린다. 선교자, 목사 등 종교인에 해당. 위에 언급된 노동청 단계를 거친다. 현재 4순위는 특수직이 아닌 이상은 받지 않고 있다.
EB-5 (5순위)는 순위가 진짜 5순위라기 보다 '투자이민'이다. 완전 다른 카테고리인데 왜 5순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음...
2021년 6월 이후 중단되었던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다시 가동되었는데 현재 고용촉진지역(TEA)에 최소 80만 달러 (이전에는 50만 달러), 비고용촉진지역 (NON-TEA)에는 105만 달러를 투자해야한다. 대부분 TEA라면 다소 낙후되거나 시골, 대도시와 먼 지역을 말한다.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이민하는 주 루트인 취업이민/투자이민에 대한 간단소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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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혈통주위 vs. 출생지주의
Jus sanguinis (혈통주의)에 따라 국적이 부여되는 대부분의 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아메리카 대륙의 나라들은 Jus soli (출생지주의)에 따라 국적이 부여된다. 즉 부모 중 한 사람이 한국인이면 그 자녀는 출생을 어디서 했던간에 한국인 국적을 가질 권리가 생긴다. 그러나 미국에서 평생을 살았던 백인 부모여도 어떤 사유로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낳았으면 그 아니는 미국 국적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부모가 자녀를 '초청'하여 미국시민이 금세 되지만, 원칙적으로는 여느 이민과 동일한 수순을 밟아야한다. (파란색이 절대적 출생지주의 국가, 옅은 파랑은 케바케인 곳들, 나머진 모두 혈통이 우선이다.) 미국에서 항상 논쟁되는 이슈인데 인종차별 사건 터지면 그 가해자에게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외국에서 온 사람들 차별하지 말라'며 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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