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아인들부터 고대로마, 중세 이슬람제국, 근대 모로코까지의 역사를 훓으며 현재 모로코의 수도인 라바트에서 유적을 돌아보고, 이번엔 메크네스로 향한다. 모로코를 짧게 여행하는 사람들은 잘 방문하지도 않고 모로코 여행 대표도시에서 종종 빠져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바로 옆에 페즈Fes도 있고 그 곳을 방문하기 전에 꼭 들르는 로마유적지 볼루빌리스Volubilis만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크네스는 페즈, 마라케시, 라바트와 함께 모로코 4대 imperial cities 중 하나인 중요한 도시이다. 이 여행팀이 꾸려진 것은 메크네스를 하루 꽉차게 볼 수 있는거라 참가해서 꼭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타이어 펑크가 나는 바람에 약 3시간을 산 중턱에서 남은 오후를 보내버렸다. 그냥 표지판 하나 찍어보고, 주변에 경치나 구경하며 노닥댔다. 여행하면 원래 이런거지...
산 중턱 어딘가. 실은 굉장히 추웠다. 고도가 해발 2천미터에 달했기 때문이다.
메크네스는 메크나사라는 부족이름에서 파생된 도시명칭이며 711년에 건설된 꽤나 역사가 깊은 도시이다. 종교적 지도력과 정치력이 망각했던 물리에 이스마일 국왕Moulay Ismail (1672-1727)이 메크네스를 수도로 정하며 철권통치를 하였다. 그는 부를 축적하여 도시의 번영을 위해 40킬로미터가 넘는 성벽을 쌓고 많은 모스크와 메드레사를 지어 현재 메크네스는 '100개의 미나레트의 도시'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이다. 1996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되었다. 이러니 도시경관이 어떤지 나는 더더욱 궁금 했는데 이렇게 산 중턱에서 놀고있다니.. 시간이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심심해서 양치기소년에게도 가보고...
산에도 오르락내리락하고...
하염없이 긴급출동한 밴을 기다리며...
우여곡절 끝에 노을이 지는 시간에 메크네스 도착. 여기도 이런 성벽을 지나면 시내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는 호텔로 가지않고 대신 짐 넣어달라고 하고 메크네스 시내에 바로 내렸다.
성벽을 바라보고 있는 어느 노인. 전통의상인 젤라바 Djellaba를 입고있다. 긴 원피스에 후드티처럼 세모모자가 있어서 입으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디멘터같은데, 이 옷은 북/서아프리카에 퍼져사는 베르베르인의 전통의상에서 비롯된다. 남성용과 여성용이 있는데, 다른 중동국가에서 입는 히잡이나 부르카, 니캅 등과는 완전 다른 개념이다. 옷의 색에 따라서 결혼여부, 신분등을 나타내는 일종의 사회적 복식이다. 또한 낮밤의 기온차가 큰 산맥과 사막에서 살았던 베르베르인이 체온유지나 신체보호를 위해서도 입는 생활복식이기도 하다.
남녀차이가 딱히 있진 않다. 무늬나 장식도 천차만별이다. 내가 구입한 것은 아이보리와 검정 스트라이프stripe인데 토드라협곡에서 머물때 새해여서 입고 사진을 찍었었다.
'시샤' sisha하시는 어르신들. 물담배이다. 아랍권 국가에서는 이 물담배가 마치 간식하듯 남녀노소가 다 한다. 아줌마끼리도 모여서 하는 곳이 따로 있고, 보통 길에서는 저렇게 나이가 좀 있는 남성들이 하고 있다. 영어로 물담배를 의미하는 후카hookah는 아랍어 huqqa에서 파생되었는데, 여기서는 그냥 '시샤'하자고 하면 다 알아 듣는다. 당시 암스테르담에 체류하던 나는 네덜란드에서도 모로코와 북아프리카 여행에서도 계속 물담배를 해보았는데, 뭐 내 타입은 아니다. 그저 각종 과일이나 허브 맛만 느껴지는 종류로만 해서인지 하고나면 입안에서 단내가 나서...
마라케시와 페즈의 성벽이나 주택건물들은 디테일이 많고 섬세한 반면, 메크네스는 보다시피 밋밋한 면이 넓고 성곽도 단순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역사에서도 현대매체에서도 메크네스를 '남성적'인 도시라고 표현한 글들이 참 많다. 그나저나 차가 정말 많다. 카사블랑카랑 라바트에선 차가 정말 띄엄띄엄 있었는데, 여기는 마치 서울이나 뉴욕 한복판에서 꽉 막힌 교통체증을 보는 것 같다.
메크네스의 엘 헤딤 광장. El Hedim Square.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 음식파는 스탠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넓은 광장에 그야말로 사람만 빽빽하게 서있다. 광장 여기저기 길거리 공연들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만큼의 관중이 생길 수 있다니!
밥 만수르Bob Mansour 성문. 광장의 북쪽에 위치한다. 물레이 이스마일 국왕이 신경을 써서 1732년에 완공한 이문은 북아프리카 전체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성문이라고 하는데 아라베스크 문양의 디테일이 촘촘하기로 유명하다.
광장의 서쪽엔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 피라미드형태의 지붕을 가진 파빌리온이 줄지어 있다. 저 벽위로는 레스토랑이 몇개 있는데, 곧 친구들을 만나서 저기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다.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나름 루프탑.
광장에서 시작되는 골목으로는 이렇게 시장이 펼쳐진다.
너무 많아서 정말 부딫혀가며 전진해야만 했다. 이정도로 역동적인 도시였나? 메크네스는 이번 여행에서 마라케시 다음으로 가장 사람이 많았던 도시로 기억된다.
금세 해가지고 야시장으로 분위기가 바뀌는데 뭔가 생명이 꿈틀대는 느낌이 아름답기도하고 정신없기도 하다.
물건인지 고물인지... 너무 많아서 보다가 고를 엄두가 안났다. 가격대가 어느 정도까지 흥정을 해야할지 아직 감이 확실히 오진 않았는데, 가이드에게 듣기로는 마라케시나 페즈같이 여행객이 훨씬 많은 곳에서보다는 메크니스나 다른 작은 마을에 갔을 때 흥정해서 사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잠시 쉬게하고 흥정 시작!
타진을 늘어놓고 판다. 나도 작은 것을 2개 구입해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물론 너무 작아서 버터나 잼 담아서 내놓은 종지로 쓴다. ㅎㅎ
루프탑에서 나의 동지들과 합류
음 뭔지모르겠는 타진음식. 몇 가지들 내 접시에 덜어서 먹는 중. 비쥬얼은 이것저것 막 섞어서 별로같지만 맛은 그냥 한국의 비빔밥과 된장국을 같이 먹는 느낌이랄까. 맛은 기본적으로 한국인 입맛에는 괜찮을 듯
메크네스는 뭔가 어이없게 하루가 흘렀고, 정신없이 혼자 돌아댕기며 시장사람들과 흥정하고 물건사느라 사진도 별로 건진 것이 없다. 호텔에 와서 거의 기절하다시피 바로 잠이 들었다. 거쳐간 모든 호텔방이 다 핑크핑크하다. 외벽도 그렇고 여기가 원래 핑크빛을 좋아하는건가 싶었다. 여행이 끝날 때쯤 내방이 원래 핑크였어야하나 싶을 정도로 핑크에 익숙해졌다. ㅎㅎ
참고로 5성급이고 메크네스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인 Hotel de Riad Monceau에 머물러 보시길... 중정에 레스토랑과 수영장같지만 그냥 수경공간이다. 모로코는 물론 마그레브식 전통적 건축형태인 호텔에는 한번은 꼭 묵으시길! (물가가 저렴해서 한화로도 15만원정도. 5성급치고는 별로 안 비싸다)
곧바로 아침이 되었고 페즈와 메크네스 사이의 볼루빌리스Volubilis 로마유적지로 향한다.
[Travel] 모로코 15일 - 볼루빌리스 Volubilis, Morocco (5/2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