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모로코 15일 - 쉐프샤우엔 Chefchaouen, Morocco (6/24)
Brett2020. 12. 2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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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유적지 볼루빌리스에서 출발해서 이른 점심을 간단히 먹고 재빨리 '파란마을' 셰프샤우엔으로 향한다. 모로코는 가는 곳 마다 워낙 특색이 강하고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딱 하나의 이미지로 떠올리기 쉬운 이 파란마을은 짧은 모로코 일정이라도 잘 빠지지 않는 곳이다. (모로코 여행 브랜딩할 때 되도록 안 빠트리는 곳이 마라케시, 쉐프샤우엔, 페즈, 사하라사막, 탕헤르/에사우이라 - 영어로 된 투어기준)
고도가 꽤 높아진 듯. 잠시 휴게소 들렀다가 뒤로 보이는 언덕, 바로 쉐프샤우엔Chefchaouen이다. 쉐프샤우엔은 스페인어로 그냥 샤우엔Chaouen이라고 하는데, 모로코 북서부 탕헤르와 테투안에서 조금 들어간 부분의 리프Rif산맥에 위치한 도시이다. 베르베르어로는 Accawn 이라 표기하고 아랍어로는 الشاون 이라 쓴다. 샤우엔chaouen은 스페인어로 '황소의 뿔'인데, 산맥에 U-자 모양으로 자리잡은 생김새가 비슷해서 명명되었고, chef+chaouen은 직역하면 '황소의 뿔을 보아라'이다.
사진을 주루룩 보여주기 전에 잠시 이 도시의 슬픈 역사와 푸른색이 된 유래를 알려드리고 싶다.
이 산악 도시는 중세시대의 레콩키스타 Reconquista 당시 유대인, 무어인, 무슬림들이 집단으로 피신한 곳 중 하나로 유명하다. 레콘키스타는 스페인어로 '재점령'reconquest 이란 뜻인데, 이베리아 반도에서 기독교 왕국들이 이슬람세력 및 이교도의 축출을 위해 벌인 항쟁이다. 그리하여 이 곳은 1471년에 건설되었는데 당시 지어진 요새(카스바Kasbah)가 지금도 존재한다. 이 요새는 스페인에서 건너 온 사람들이 모로코 북부를 침범한 포르투갈군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참고로 스페인은 예나 지금이나 독실한 카톨릭 국가인데, 비밀리에 스페인 영토에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모리스코Morisco, 유대인은 마라노Marrano라고 불렀다. 특히 마라노는 돼지라는 뜻으로 카톨릭을 믿지않는 사람들을 향한 경멸의 단어이므로 외국에서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흑인을 니거nigger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차별의 단어이다.) 도시를 방문하면 각자의 희노애락 역사가 있는데 이 마을은 격렬했던 종교전이 낳은 다소 슬픈 역사를 간직한 것처럼 느껴졌다. 피카소의 청색시대blue period처럼 저 푸른색은 아름다움만큼의 슬픔이 있다. 그리고 중세시대부터 원래 저런 파란색이 아니었다. 왜 파란색일까? 여기에는 크게 3가지 가설이 있다; 1. 유대인을 의미하는 푸른빛; 2. 모기를 쫒기 위한 색; 3. 자체 브랜딩.
첫 번째 이유가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역사적인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때는 1920년대 스페인군이 당시 스페인령 모로코의 일부였던 이 도시를 공격하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부터 다양한 이유로 유럽에서, 특히 이베리아 반도에서 탈출했던 유대인들이 정말 많이 살고 있었고 이스라엘 국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하늘색/푸른 빛으로 도시를 칠하였다. 물론 모기를 쫒고 시원한 도시환경을 만들려고 한 것이 가미되어 있을 수 있다. 이곳에 오래 머무른 베르베르인이나 무슬림 주민에게 물어보면 원래는 유대인 구역만 파랗게 칠해졌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시가 전체가 처음부터 이렇게 파랗지는 않았어도, 첫째 이유인 유대인의 색이 그 시작이었음은 알 수 있다. 어쨋든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며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emigrate를 하였고, 결국 남아있던 주민들이 빈 공간을 흡수하며 도시가 점점 더 파랗게 되었다.
여기서 2번째 이유도 그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 푸른빛은 모기를 쫒고 뜨거운 낮의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하니 주민들은 푸른색을 유대인들의 색이 아니라 그 기능성때문에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마을 전체가 푸른색이기 전에는 유대인 구역만 유달리 모기가 적었다고 하니 그 기능이 입증된다. 그러나 굳이 도시 전체, 즉 길바닥, 벽, 천장, 문, 창호, 심지어 거리의 가구들까지 다 칠할 필요가 있었을까? 여기서 3번째 이유가 등장한다. 즉 도시를 자체 브랜딩하여 여행객을 모으는 것이다. 이슬람에서도 푸른색은 기쁨과 번영을 상징하는 색이니 현재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 영토에서 논쟁거리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여행객도 증가한다니 푸른색을 1930년대부터 계속 더 칠하여 지금에 이르는 것이다. 어쨋든 환상적인 공간이 온 도시를 덮었고 전 세계에서 사진찍으러 사람들이 몰려드니 브랜딩을 정말 생각하고 한 것이면 사업으로는 대박이 난 것이다. 그래도 역사를 돌아보면 3가지 이유가 각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중첩되며 작용한 듯하다. 머리속에 있던 것을 죽 적고나니 조금 길어진 듯... 이제 호텔로 들어가서 짐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