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산책 중인 노마드

Art, Architecture, Travel & Life

여행 Travel/아프리카 Africa

[Travel] 모로코 15일 - 페스 Fes, Morocco (8/24)

Brett D.H. Lee 2020. 12. 27. 16:11
728x90

오늘은 천년의 고도, 페스의 메디나를 만나러 출발할 예정이다. 메디나medina는 아랍어로 '도시'인데, 지금은 이슬람도시의 구시가지를 의미한다. 페스는 1200년경에 건설된 중세도시로 사하라사막의 베르베르인과 무어인의 문화, 이슬람 문화가 융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특히 중세 도시의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세계적 문화유산이고, 많은 메디나 중에서도 페스의 메디나는 약 8,000에서 10,000개의 골목으로 이루어져 그 규모가 굉장하다. 중세시대부터 삶이 이어져온 건물과 골목, 그래서 이 곳은 많은 역사가 중첩되어 공존하는 살면서 꼭 봐야하는 장소이다.

피곤에 쩔어서 정신없이 잠들었다가 페스에서 묶었던 스플렌디드호텔Splendid Hotel에서 아침을 겨우겨우 맞이한다. 눈을 뜨니 이렇게 수영장이 보이는데 그래도 12월이고 아침저녁으론 굉장히 추워서 아무도 없다. 여행하는 친구들끼리 서로 가위바위보하면서 벌칙으로 누가 들어갈 것인가 하면서 농담을 했다.
아침이 이쁘게 우리를 위해 차려져 있다. 
간소하게 바게트, 초코빵, 오믈렛, 커피, 요거트. 오렌지주는 언제나 즉시 짜주는 생과일이다.
호텔을 나서서 길을 걷는다. 아침에 호텔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메디나 투어는 어땟냐고 물어보니 그냥 혼자 잘 돌아다니고 왔다고 했다. 잉? 나는 분명 작았던 다른 메디나에서도 조금 헷갈렸는데... 그들도 계속 길을 잃어가며 해맸지만 그게 메디나 여행의 묘미아니냐며 도전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자기들도 막상 볼 곳을 못봤다며 다시 오늘 투어를 한다 ㅋ 메디나안에는 정확한 질서가 없이 여러 수리작업, 간헐적으로 늘어나는 장터의 숫자 등으로 인해 현지인들도 완전히 그 길을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최신 지도를 들고 표시한데로 움직이면 숙련된 여행자라면 아무 문제없다고 한다. 나는 일주일 후, 마라케시와 에우사이라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그 자유를 느꼈다. 페스는 조금, 아니 매우 넓다.
아침을 먹고 이제 페스의 메디나(구시가지medina)로 들어가기 위해 Place Moulay Hassan광장으로 향한다.
Bab Dkaken 
페스 메디나 지도. 성곽을 따라서 이런 팻말과 각 성문, 주요 모스크 등 안내가 되어있다. 현재 나의 위치는 페스 왕궁 앞. 지도에서 가장 왼쪽, 녹색인 부분에 보라색 성문아이콘이 있는 곳에 서있다. 주욱 걸어서 가장 안쪽, 지도가 줌인 되어 있는 곳으로 간다 )핑크색 아이콘, 수크souk (시장)이다.
오늘의 가이드가 되어준 Yusouf. 페스의 메디나medina는 그 복잠함과 넓이가 다른 이슬람 도시에 비교하여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현지인들도 자기가 모르는 곳은 잘 안 들어간다고 하니, 얼마나 조심해야하는지 미리 알려주시는 가이드. 뭐 길을 잃어서 두세시간 빙글빙글 돌다가 나오기라도 하면 원래 여행은 이런거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호객꾼들이 특히 동양인 여행객에겐 더욱 추파를 던지니 정신이 다소 없을 것이다. 장기간 페스에 머물지 않을 것이면 되도록 가이드를 붙여서 정말 꼭 봐야하는 곳 콕콕찝어서 보시길. 간혹 가이드를 잘못 구해서 같은 돈을 냈는데도 매우 작은 규모의 가죽염색공장 (테너리 Tennerie) 으로 데려가서 페스에 실망을 하고 온 여행자도 있다. 다들 보고싶어하는 페스의 명물, 총천연색 팔레트의 테너리는 워낙 많은데, 보통 EBS나 Discovery같은 방송에 나오는 곳은 그 중에서 가장 큰 곳만 보여준다. (흥정할때 참고하세요~~)
페스 왕궁 앞

모로코의 옛 수도이자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던 페스는 9세기 초 이드리스Idriss왕조의 이드리스2세가 이 곳을 왕국의 수도로 삼았고, 메리니드Merinides왕조 시기인 13-14세기에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정치적 입지는 카사블랑카와 현 수도 라바트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모로코의 정신적 심장으로 그 위상은 오늘까지 이어진다. 중세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페스의 구시가지는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성곽을 따라서 여러가지 형태의 성문을 구경했다.
아라베스크 문양 Arabesque이 정말 빽빽하게 모든 문을 장식하고 있다
성벽을 빙빙 돌면서 문의 형식들만 구경해도 하루종일 볼것 같았다. 대표적으로 뽑아본 2개의 문. 참고로 이 두사진은 줌을 다르게 한 것이 아니라 실제 문이 저렇게 다양한 스케일로 존재한다. 어떤 문은 훨씬 낮고 어떤 문은 세로로 굉장히 길다. 문이 무척 무거워서 문지기가 열어주지 않으면 저기를 통과도 못할듯...
황금빛 성벽 앞을 젤라바 입은 한 청년이 지나간다. 
이제 메디나 안으로 걸어간다. 초입부터 많은 상점들이 아침일찍 문을 열고 손님맞이 청소 중이다. (이때 약 8시였다)
이렇게 높고 좁은 골목이 꼬불꼬불하게 만개가 있다니. 그리고 여기저기 벽면 수리를 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외적의 침입을 막을 목적으로 이렇게 복잡한 미로로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복잡하면 외적이 왔다가도 골목안에서 버둥대는 사이에 위에서 시민들이 공격하면 정말 속수무책이겠다 싶다. 참고로 이렇게 좁기때문에 서로의 대문과 반드시 엇갈리게, 창호도 최대한 서로 내부를 보지 않도록 배치하였다. 실제 거주민들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하며 뷰가 서로 겹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곧 가죽염색공장 (테너리tennerie) 방문에서 그 느낌을 알게 된다.
귀여운 꼬마아이들이 인사를 건낸다. 아무리 넓고 복잡한 메디나여도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몇개 나눠주며 나의 여행친구들과도 금세친해진다.
4~5층 정도의 건물위에서도 인사를 건넨다. 골목을 걷는 내내 실은 누가 계속 이렇게 쳐다보는 것 같은데, 정말 요새로서도 이 복잡한 미로의 메디나는 훌륭한 집단적 방어를 보여주는 것 같다. 20세기 초 CIAM과 르코르뷔지에 및 수많은 모더니즘 건축가들이 특히 이 메디나의 형성과정과 작동원리에 대해 감탄하고 배우러 북아프리카를 수차례 방문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프레임된 공간을 산책하는 '건축적 산책Architectural Promenade'과 '주체적이며 관음증적인 시선을 통해 오브제-유형objet-type을 꿰는 투명공간의 명료성'이 특히 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 건축에 뚜렷히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그들은 서구방식으로 실용주의에 한하여 적용한 듯하고 도시가 하나의 생명체로서 규칙을 탈피하고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룰에 어긋나는 것이라 여겨 소멸시킨 것 같다. 건축을 하면서 나는 중동은 물론 동양의 '골목'문화가 지금은 세계를 덮어버린 서구식 도시건축을 뚫고 재조명되야 한다고 이때 강렬하게 느꼈다.
잠시 걷다보니 또 다른 성문이 나타났다. 가이드가 테너리에 가기전에 잠시 페즈의 전체적 모습을 언덕에서 보여주고, 깊숙히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른 언덕. 황금빛 천년의 도시 페스가 내려다 보인다.
중간중간 높이 솟은 카라위인 모스크KairouyineMosque (9세기)와 세파리네 신학교 Medrasah Seffarine (1280)과 이니나아 신학교 Medrasah Bou Inania (1357)가 보인다. 자세히 보면 초록지붕이 미나레트(탑)과 함께 있는 곳이 있다. 마드라사medrasah는 모든 종류의 학교를 의미하는 아랍어 단어이다. 서구권에서는 이슬람 신학교라고만 특정지어 말하지만, 신학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현대식으로 재편된 과목도 모두 가르친다. 또한 비이슬람 국가 경우 마드라사에 다니는 학생이 꼭 무슬림일 필요는 없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도자기를 굽는 곳을 구경했다. 
물레 돌리기
채색하기
작은 타진 채색하기
그리고 굽기
여러 모자이크mosaic 타일 제품들. 실제로 가정집에서 사서 쓴다고 한다. 집에 왔을 때 저런 water fountain이 있으면 굉장히 이국적이고 멋스럽겠다.
열심히 타일의 조각을 세공 중
완성된 조각들은 이렇게 색깔별로 분류되어 담기고 이것을 하나하나 표면에 붙여나간다.
그렇게 이런 멋진 중동의 도자제품들이 완성된다.
다시 돌아온 페스의 구시가 입구 근처. 한 버스정류장.
길거리 과일장수들
골목에 들어가니 공놀이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오히려 잔디깔린 너무 세련된 축구연습장보다 이런 골목에서 공차고 놀던 나의 어린시절도 중첩되며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을까? 다들 어디 정해진 공간에서만 운동을 하는 다소 삭막한 의식이 생겨났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골목과 작은 광장이 필요하다.
이제는 반가운 꼬깔 모양으로 쌓인 향신료과 곡물들
어찌 저렇게 색이 총천연색일까
크흡... 고기가 가게 내부도 아니고 바깥에 저렇게 걸려있다. 덕분에 가까이에서 고기의 근육섬유질(?)을 자세히 구경했다.
닭을 파시는 아저씨들. 자기가 집에서 키운 닭을 역량껏 이렇게 가지고 나와서 판매한다. 서있는 아저씨는 오늘은 5마리만 들고 나왔다고 했다. (한마리는 이미 팔았나?)
이렇게 수크souk (중동의 상업지역을 말한다)를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가이드도 나름 천천히 몇 분후 이 골목 끝으로 오라. 라고 틀만 정해주고 20~30분씩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고, 혹시 길을 잃을 경우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고 올수 있게 글이 적힌 쪽지를 주었다. 아주 좋은 가이드였다.
신발 디스플레이만 봐도 여기는 중동이구나. 느껴진다.
헬로. 카메라를 보자마자 씨익 함박웃음을 지어주는 동네아이
처음엔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듯한 이 나무 지지대들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 수크는 언제끝나나요? 이미 점심시간도 지날 정도로 걸었다.. 언덕 갔다가 다시 메디나 들어와서 3시간째
마드라사에 madrasah에 도착. 나는 이슬람교인이 아니므로 내부 깊숙히는 갈 수 없다. 단지 이 입구에서 보이는 부분만 촬영가능하고 카페트는 밟을 수 없다.
조금 더 둘러보니 중정공간이 저 멀리 보인다.
이 곳은 들어갈 수 있는 모스크의 일부
모스크를 나오니 아까전부터 여기저기 메디나 길바닥에 보였던 이 '수로'에 푸른 물이 흐르고 있다.
바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렇게 염색을 진행중이었다. 염식을 하는 사람들도 계급이 있는데 최고 장인인 '말렘'은 테너리 안에서 제자들을 양육한다고 한다. 이 분은 그냥 흔한 염색하는 상인.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페즈는 물론 대부분 중동의 메디나 건물이 그렇듯, 좁은 골목에서 좁은 입구, 좁은 복도를 지나면 갑자기 이렇게 층고가 2~3개층은 되는 채광좋은 공간이 나온다. 겉모습만 보고 저렇게 좁고 답답한데 어떻게 살아.라는 말은 실제 그들의 삶을 다각화하여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디나는 공간의 위계가 서구와는 다르게 성장한 도시풍경일 뿐이다.
애피타이저들이 일단 나오고
계속 타진요리를 먹는다 ㅎㅎ 내것은 소고기와 푸룬prune이 잔뜩 들어간 타진
그리고 나와 반반씩 나누어 먹었던 치킨+올리브+레몬소스 타진
식사 후 테너리를 향했다. 입구부터 헉 소리나게 가죽냄새와 함께 빽빽히 쌓인 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색이 화려하고 많아서 눈이 피로할 지경이다.
그리고 곧바로 민트잎을 한 줄기 주신다. 왜냐하면 테너리 안으로 들어가면 새똥냄새가 심하기 때문이다. 짐승에게서 벗겨낸 생가죽을 흰색의 비둘기똥이 담긴 수조에 2주간 담가두면 똥의 강한 산이 생가죽에 붙어있는 살점과 기름을 분해하고 가죽은 부드럽게 만든다.
드디어 들어왔다. 악취가 처음엔 충격적으로 강해서 풍경은 둘째치고 코 막느라 카메라를 들지 못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1분만 지나니까 민트잎도 버리고 맘대로 구경을 했다 ㅎㅎ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팔레트 같은 수조. 빨강은 양귀비, 고동색은 우유와 포도즙, 노란색은 사프란, 검정은 금속의 녹, 흰색은 우유 등 순수 자연의 추출물로 만든 염료로 가죽에 색을 입힌다고 한다. 내려다보면서 저 통에 붓을 담궈 캔버스에 색을 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쪽에선 동물의 가죽이 건조와 살균과정을 거치고
그 아래에는 비둘기 똥이 담긴 수조에서 가죽 세척 작업
그리고 형형색색 팔레트의 수조에선 말렘(가죽염색장인)과 그의 팀원들이 열심히 작업 중이다. 말렘은 다년간 손으로 가죽을 벗기고 무두질과 염색까지 모두 중세시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마스터한 사람이다.
가죽공장까지 보고나니 6시쯤이 되었다. 오늘 저녁은 전통음악과 댄스공연과 함께하는 디너쇼에 간다고해서 일단 호텔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기로 한다. 물론 가죽공장에서 온몸에 배었던 비둘기 똥냄새부터 샤워를 박박해서 지워야겠다. 배낭 하나 속에 옷 3벌과 츄리닝1벌로로 시작한 짐은 자꾸 늘어간다. 젤라바에서부터 목도리에 양탄자에... 다행히 여분으로 가져온 작은 배낭이 하나 더 있어서 여기에 새로산 물품은 다 넣을 수 있다. 호텔에서 세탁기는 있길래 세탁 후 널어놓은 나의 호텔방 ㅋㅋ

 

모로코 15일 - 페스_2 Fes, Morocco (9/24)에서 계속

 

 

**출처가 따로 있는 사진 외에는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