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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0/24)

Brett D.H. Lee 2021. 1. 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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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Fes, 미델트Midelt, 에라시디아Errachidia, 에르푸드Erfoud를 거치며 아틀라스의 최고봉지대High Atlas를 넘는 이번 포스팅

페스를 출발하여 이프란Ifrane을 지나 추운 고산지대를 계속 달렸다. 오전이 금세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어딘가에 정차. 그리고 떠돌며 사는 베르베르인 가족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가이드는 그들이 위험하거나 뭘 원하지 않는다고, 그냥 이야기해도 된단다.

다행히 차에서 내릴 즈음 구름이 갑자기 걷히며 파랗고 청량감있는 하늘이 반겨주었다. 숨을 들이쉬니 공기가 깨끗하다못해 시리고 칼같다는 말이 어울린다. 차가운 공기가 허파 깊숙히 폐포까지 들어가서 마치 치아 스케일링하듯 묵은 찌꺼기를 다 빼내줄 것 같았다. 가슴이 시원하다.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나름 식탁처럼 쓸만한 바위(?)로 안내해주었던 양치기 개. 너무 야위워서 가엽다.
저 멀리 여기저기 양과 염소가 뒤섞여 풀밭도 아닌 곳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다. 풀이 있나?

부끄러워서 계속 멀리서 쳐다보다가 슬금슬금오는 베르베르인 가족. 그냥 오시지... 너무 눈치를 보며 뱅뱅도니까 점심차리면서도 내 신경이 온통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나중에 차에 다시 타서 가이드에게 들었는데 이 사람들은 여행자들의 차가 지나가는 것은 매일 보지만, 이렇게 갑자기 내려서 자기들 일하는 곳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조금  놀라긴 하겠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아틀라스 산등성이에서 샌드위치 먹겠다고 잠시 내리는 사람이 없긴 하겠다. 대부분 페스에서 사하라사막이나 마라케시같은 유명여행지를 가지 우리처럼 이틀정도를 산에서 작은 마을들을 구경하진 않지...

 

우리는 아침에 장봐온 것을 이렇게 늘어놓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당연히 먹고 봉지에 꽁꽁싸서 도로 차에 다 집어 넣었다. 쓰레기관리 철저!)

그나저나 이렇게  추운데서 떨면서 점심먹는 사진보니까 친구 한명한명이 다 생각나네. 언제 또 이 친구들과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까.

식탁(?) 한쪽 끝에 딱 붙어서 계속 나를 쳐다보았던 아이. 웃음기 없이 삶의 역경을 다 맞은 듯한 표정으로 있는 어린아이의 눈은 생각보다 깊고 초롱초롱해서 왠지 미안해서 마음이 아프다. 울 것 같은 얼굴인 듯 화난 듯, 무언가를 원하는 듯. 오묘한 표정.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주니까 받아들고 쪼르륵 부모님께 가버렸다. 너무 순식간이였고 나도 눈을 떼지 못하여서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이 없었다. 그냥 눈으로 본 기억으로만...

계속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는 어른들. 친구들 중 몇몇은 가서 이야기를 시도해봤지만 일단 언어가 다르니 대화는 불가했고, 저 아이만 계속 왔다갔다 뛰어다닌다. 신기하게 이분들은 아직도 베르베르어와 현재 아틀라스 일대의 소수언어Tamazight (Ait Ayache)를 구사한다. 아랍어 국가인데 국가언어를 모르면 어떻게 살아가지? 바로 근처인 미델트와 High Atlas일대에는 베르베르인이 꽤 많이 거주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문제없이 생활한다.

대신 이 가족의 강아지가 멍하게 앉아있는 내 앞으로와서 꽤나 오래 서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어찌알고 정확하게 정면으로 섰다.

그렇게 짧은 점심식사가 끝나고 다시 차를 타고 미델트로 향한다. 이 곳은 워낙 낙후되었는데 우리의 차를 운전해준 운전수의 가족이 이곳에 있다고 했다. (삼촌인지, 사촌지간의 누구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현지인 집에 가는 것과 이렇게 여러 정치적, 사회적, 인종적 이슈로 인해서 개발이 안된 곳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무척 흥분했다. 실은 멋드러지게 잘 차려진 유럽이나 북미의 여행지에서 읽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이런 곳에서 직접 듣는 other history가 더 재밌긴 하다.

계속해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간다. 물론 더 높은 곳은 완전 하얗게 만년설이 가득하다. 우리는 그나마 낮은 지대로 넘어가서 적당히 춥고 적당히 눈도 있다. 차에 있는 고도표시가 해발 1800에서 2100미터를 계속 왔다갔다 했다. 낮은 지대를 골라서 가면서 미델트로 가는데 그래도 꽤 높다.. 2천미터 넘을때는 이전 포스팅에서 본 것처럼 눈 앞에 수묵화가 펼쳐졌다.

아름다운 아틀라스 산맥의 풍경. 해발 2천미터에서 점점 내려오면서 1500에 가까워지자 초코+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나뉘어있다.
뒤로는 저렇게 넘어왔던 High Atlas가 멋스럽게 전체적 모습을 보여준다. 시원한 설산. 식사한 곳에서 미델트는 100km도 안되는 거리인데 길이 너무 꼬불꼬불해서 거의 2시간을 달려서 미델트에 도착했다.
미델트로 오니까 아틀라스 건너편 페스나 메크네스에서처럼 다시 적토와 뿌연 공기층이 나타났다. 보다시피 황무지가 정말 넓다. 인구도 약 5만여명. 이게 High Atlas에서는 규모가 큰 마을이라고 한다. 왠지 인종과 역사가 다른 지역임을 느끼게 된다. 실제 눈앞에 이게 미델트이다... 흙으로 된 건물이 전쟁파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물론 이곳에도 몇몇 유적과 큰 건물도 있긴 하다. 20세기에 프랑스가 이곳의 광물을 빼내가기 위해 개발해서 지금에 이르기에, 시내에는 당시 프랑스 관저가 남아있다. 금세라도 다 무너질 듯한 도시의 사진은 아래에 계속 나오겠지만, 프랑스 관저는 아예 가지도 않았다. 가이드가 빼기도 했지만, 나도 굳이 보고싶지는 않았다. 거기만 내가 머물렀던 호텔처럼 내부에만 깨끗한 정원이 있고 문밖으로만 나서면 지저분해진다...
그렇게 외곽지역에 있는 눈에 띄는 건물에 도착했다. 다소 크다고 생각해서 성인가? 뭐하는데지? 했는데 내가 묵을 호텔이다 ㅎㅎ 뭐지... 이 시뮬라크르의 세계는... 지평선이 가르는 곳에 건물 한두개만 덩그러니 보일까말까한 곳에 이렇게 거대한 것이 (미델트 일대가 워낙 1층짜리 작은 건물만 있는 동네라서 이정도면 초대형 건물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이렇게 성채같이 나타난 호텔 카스바Hotel Kasbah
정말 아무것도 없고, 지평선이라고는 멀리 보이는 산맥 뿐. 그 와중에 딱 한개의 건물이 호텔앞에 있다. 각종 광석물을 파는 가게이다. 참고로 미델트지역에서는 토양의 특성때문에 여러가지 광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나름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미델트에서 꽤 잘해놓고 산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거주자들 5만여명은 그저 삶을 광물채취나 그냥 밭일과 가축을 기르며 자급자족 한다.
호텔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만 낙원인가? 밖에는 푸른 풀 한포기도 없었다. 호텔 '성곽'안으로 들어오자 왠 녹지가 싱그럽게 있고 야자수가 잘 자라고 있다. 자본주의의 힘이란...
모로코 여정에서 가장 좋았던 호텔이 공교롭게도 이 곳 미델트의 호텔카스바Hotel Kasbah였다. 방크기도 물론 제일 컸고 (침대가 3개는 더 들어갈 만큼 공간이 있다. 혼자쓰는데...) 화장실도 욕조와 샤워, 변기가 다 따로 구분된 대형이다. 오렌지색 침대커버가 채도가 어찌 저리높은지 보정안했는데 자체발광, 빛을 뿜어내는 듯하다. 참고로 이곳 호텔은 식사가 꽤 괜찮았고 식당도 으리으리하다. 저녁과 내일 아침식사 사진을 다음 글에 올림..
황무지인 이 땅도 이렇게 잘 꾸민 정원과 호텔창문을 통하면 마치 지상낙원처럼 느껴진다.
아틀라스를 바라보며 창문 밖으로는 루프탑은 아니지만 창문으로 기어나가면 뛰놀 수 있는 루프탑. 실제로 다음날 아침에 여기로 나가서 더 멋진 뷰를 볼 수 있었다.
이제 호텔 밖으로 나왔다. 다시 너무 넓은 황무지. 어딜 찍어도 다 똑같았는데, 마침 젤라바를 입은 베르베르인이 노새를 타고 지나간다. 뒤로 보이는 붉은 건물이 밀집한 곳이 미델트 시내이다. 뭐.. 아주 작아서 읍, 면정도이다.
아틀라스 산맥, 고원지대, 아무것도 없음. 그런데 뭔가 꽉차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델트.
여기저기 주거지가 만들어지다만 듯한 곳에서 토끼들이 서식한다. 실은 너무 많아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재빨리 찍고 광물파는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하도 볼게 없어서 잠시 광물은 뭐가 있다 구경 중.
실은 미네랄 종류는 잘 몰라서 봐도 뭐가 좋은지 모른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좋은 품질의 보석을 찾아갔다는 소문이 트립어드바이져나 각종 해외블로그에 있었다. 광물 까막눈인 나는... 흑흑 시도도 못한다.
이제 다시 미델트 내부로 들어가러 출발! 이걸 걸어갈까 차를 탈까 했는데, 차를 탔다. ㅎㅎ 이 흙먼지를 뒤집어쓰긴 싫었다. 실은 모로코의 도시 중에 이렇게 비포장된 곳을 걷다보면 신발과 바지는 무조건 적토에 붉게 물든다. 사하라와 아틀라스등지의 적토는 모래 입자가 매우 고와서 카메라와 옷감 결에 들어가면 쉽게 빠지지 않기때문에 면바지보다는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옷이 나은 듯.. 카메라도 먼지마개, 플라스틱 비닐로 한 겹 싸는 것이 좋긴하다. (가이드가 꼭 해야한다고 뭔 비닐랩같은 것으로 내 것을 싸주었다.) 안하고 들고 다닌 카메라는 나중에 열어보면 내부 곳곳에 붉은 흙먼지 뿌옇게 끼어있다.
마을 초입. 잉? 이게 뭐지? 너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거주하는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반겨준다.
지나가시는 어르신도 손을 흔들흔들 해주셨다. 근데 저 노새는 짐을 끌고가는건가. 제데로 지고가는 것 처럼 보이진 않았다. 질질질... 대나무같은 것이 다 끌리면서 간다.
걷다보니 컬러풀한 빨래도 걸려있고,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이방인을 감시하듯 내려다 보셨던 한 아주머니. 뒷짐지고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셔서 찍다가 체하는 느낌적인 느낌.
어우. 이집트에 쓰레기마을로 불리는 만쉬야 나세르Mansheya Naser나 브라질의 파벨라favela, 코소보Kosovo 등 많은 낙후지역을 가보았지만 여기는 정말 어느것도 특이점이 없을 정도로 황량해서 당황했다. 와... 이정도로 황량할 수 있구나. 아예 사막이거나 전쟁지역, 혹 쓰레기마을처럼 도시가 재활용센터처럼 가동되는 그런 곳들은 무언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이 정확한데, 여기서는 곰곰히 생각을 해야했다. 나쁘고 좋고간에 이도저도 아닌 상태의 황량함은 참 뭘 캐치해서 꺼내기가 힘들다. 나중에 현지인들의 집에 초대되어 거기서 차마시며 대화를 한 후에야 왜 굳이 이곳에 왔는지 알게 되었다.
계속 걷기. 다들 한두명씩 떨어져서 구경하는 중이었다. 다들 좀 먹먹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까.
요런 디테일. 좋다. 레꼬르뷔제Le Corbusier가 북아프리카의 온갖 메디나와 마을의 형성에 대해 관심가지고 공부했다는데, 이 디테일도 따라한 것일까? 분명 이 사람들이 유럽의 모더니즘을 알고 이 drain을 넣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 당연히 유럽인이 배워간 것이겠지? 이렇게 맥락없이 혼자 중얼대면 아마 건축학도만 이해할 것같은데... 부연설명을 하자면 꼬르뷔제의 건물을 보면 이렇게 생긴 배수관이 특징처럼 자리한다. 롱샹성당을 검색해보면 어떤 것이지 금세 알 수 있다.
모로코에는 참 많은 노새가 있다. 저렇게 자기 몸보다 큰 사람과 짐을 가득 운반할 수 있다니... 다리뼈가 괜찮을까?
잘나가는 동네아이들인가? 다른애들에 비해 꽤 잘입고 말할 때 자신감도 있었다. 이내 축구공을 들고오더니 공놀이를 시작한다.
공차기 기술 시전중인 가이드님 ㅋㅋ아이고..
대부분 어린 10대 여자아이들이 집마다 많이 있는 더 어린 동생들을 엄마처럼 보살피고 있다. 물론 어린애들이 결혼하여 출산한 것은 아니고, 예전 농경사회처럼 집마다 아이가 워낙 많기때문에 나이차가 많은 누나와 형들이 동생들을 곁에서 보살피며 엄마아빠의 역할을 어느정도 한다. 그래도 같이 뛰어놀 여자아이들이 지금 시대에도 신나게 옆에서 공차며 노는 남자형제들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아까 그 남자애들이 달려와서 '카메라'를 연신 외치길래 찍어달라는 건가해서 한 컷
한편 내 친구가 선물한 선글라스와 스카프를 착용하고 신나서 우리를 따라 걷는 여자아이
동네길이 이렇다. 산속인가 마을인가...
정말 헉... 조금 놀랬다. 한국에 있는 달동네/판자촌도 걸어봤지만 여긴 조금 더 복잡하고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계단도 계단이 아니고, 땅을 파서 만든 '동굴'같은 통로와 좁은 '협곡'같이 삐뚤삐뚤하게 자리하는 주택사이로 걷게 된다. 지어진 곳이라기 보다는 산속에 그냥 흙을 쌓아놓고 자연 그대로 사는 느낌에 가깝다. 전쟁/분쟁지역이라고 하는 곳에 갈때는 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서 오히려 덤덤한데 멀쩡한 마을에 가는데 폭격맞은 듯이 다 바스러져있고 흙으로만들어진 모든 것이 다 기울어 있어 놀란듯하다.
이렇게 굴이 많다. 심지어 여기에 주택 출입구가 있기도 하다. 어떤 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땅굴이지만, 몇몇은 그냥 평평한데도 위로 뭔가 지나서 자연스레 터널이 된 곳도 많다.
예를 들면 이런 터널들... 주택이 마치 나무가 자라나오듯 흙이 불쑥 솟구친 형태이다. 호주의 개미집(타워)를 생각하게 만드는 집들. 또 집안으로 구석구석 이어져있다. 한 집에서 그 옆의 집으로 이어져있고 아무튼 꽤나 복잡하다.

이렇게 흙과 볏집으로 대략 주택의 형태를 만들고 살아가는 베르베르인의 마을. 그 안으로 깊숙히 이제 들어간다.

 

 

[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1/2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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