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를 출발하여 이프란Ifrane을 지나 추운 고산지대를 계속 달렸다. 오전이 금세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어딘가에 정차. 그리고 떠돌며 사는 베르베르인 가족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가이드는 그들이 위험하거나 뭘 원하지 않는다고, 그냥 이야기해도 된단다.
다행히 차에서 내릴 즈음 구름이 갑자기 걷히며 파랗고 청량감있는 하늘이 반겨주었다. 숨을 들이쉬니 공기가 깨끗하다못해 시리고 칼같다는 말이 어울린다. 차가운 공기가 허파 깊숙히 폐포까지 들어가서 마치 치아 스케일링하듯 묵은 찌꺼기를 다 빼내줄 것 같았다. 가슴이 시원하다.
부끄러워서 계속 멀리서 쳐다보다가 슬금슬금오는 베르베르인 가족. 그냥 오시지... 너무 눈치를 보며 뱅뱅도니까 점심차리면서도 내 신경이 온통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나중에 차에 다시 타서 가이드에게 들었는데 이 사람들은 여행자들의 차가 지나가는 것은 매일 보지만, 이렇게 갑자기 내려서 자기들 일하는 곳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조금 놀라긴 하겠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아틀라스 산등성이에서 샌드위치 먹겠다고 잠시 내리는 사람이 없긴 하겠다. 대부분 페스에서 사하라사막이나 마라케시같은 유명여행지를 가지 우리처럼 이틀정도를 산에서 작은 마을들을 구경하진 않지...
우리는 아침에 장봐온 것을 이렇게 늘어놓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당연히 먹고 봉지에 꽁꽁싸서 도로 차에 다 집어 넣었다. 쓰레기관리 철저!)
그나저나 이렇게 추운데서 떨면서 점심먹는 사진보니까 친구 한명한명이 다 생각나네. 언제 또 이 친구들과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까.
식탁(?) 한쪽 끝에 딱 붙어서 계속 나를 쳐다보았던 아이. 웃음기 없이 삶의 역경을 다 맞은 듯한 표정으로 있는 어린아이의 눈은 생각보다 깊고 초롱초롱해서 왠지 미안해서 마음이 아프다. 울 것 같은 얼굴인 듯 화난 듯, 무언가를 원하는 듯. 오묘한 표정.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주니까 받아들고 쪼르륵 부모님께 가버렸다. 너무 순식간이였고 나도 눈을 떼지 못하여서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이 없었다. 그냥 눈으로 본 기억으로만...
계속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는 어른들. 친구들 중 몇몇은 가서 이야기를 시도해봤지만 일단 언어가 다르니 대화는 불가했고, 저 아이만 계속 왔다갔다 뛰어다닌다. 신기하게 이분들은 아직도 베르베르어와 현재 아틀라스 일대의 소수언어Tamazight (Ait Ayache)를 구사한다. 아랍어 국가인데 국가언어를 모르면 어떻게 살아가지? 바로 근처인 미델트와 High Atlas일대에는 베르베르인이 꽤 많이 거주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문제없이 생활한다.
그렇게 짧은 점심식사가 끝나고 다시 차를 타고 미델트로 향한다. 이 곳은 워낙 낙후되었는데 우리의 차를 운전해준 운전수의 가족이 이곳에 있다고 했다. (삼촌인지, 사촌지간의 누구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현지인 집에 가는 것과 이렇게 여러 정치적, 사회적, 인종적 이슈로 인해서 개발이 안된 곳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무척 흥분했다. 실은 멋드러지게 잘 차려진 유럽이나 북미의 여행지에서 읽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이런 곳에서 직접 듣는 other history가 더 재밌긴 하다.
계속해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간다. 물론 더 높은 곳은 완전 하얗게 만년설이 가득하다. 우리는 그나마 낮은 지대로 넘어가서 적당히 춥고 적당히 눈도 있다. 차에 있는 고도표시가 해발 1800에서 2100미터를 계속 왔다갔다 했다. 낮은 지대를 골라서 가면서 미델트로 가는데 그래도 꽤 높다.. 2천미터 넘을때는 이전 포스팅에서 본 것처럼 눈 앞에 수묵화가 펼쳐졌다.
이렇게 흙과 볏집으로 대략 주택의 형태를 만들고 살아가는 베르베르인의 마을. 그 안으로 깊숙히 이제 들어간다.
[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1/2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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