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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15일 - 사하라 사막 Sahara Desert, Morocco (12/24)

Brett 2021. 1. 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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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깊이 남은 미델트에서의 일정을 뒤로 하고 이렇게 또 넓은 대지를 달리고 있다.

에라시디아 근처 어딘가

오늘은 드디어 사하라 사막에 가는 날. 실은 사하라는 이집트에서도 경험했고 이 여정에서도 애매하게 모로코-알제리 국경선을 밟으며 사하라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봤으니 이 사막을 어느 정도 경험했다 할 수 있겠다. 실은 횡단을 하고픈 꿈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죽을 것 같고 원래 전문 여행가도 아니기에(나는 그저 어쩌다 여행 많이 한 건축과 미술하는 사람...)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한다. 독자 중 정말 여행을 더 격하게(?) 하고 싶다면 알제리를 통해 튀니지, 리비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가는 것을 추천하지만, 그것은 모로코와 알제리의 분쟁이 끝날 때 가능하겠다. 물론 동쪽에선 리비아 내전 이후의 여파가 복잡해서 육로로 이집트 가기도 힘들다. 어쨋든 알제리는 입국도 까다롭고, 비행기를 타고 수도인 알제Algiers나 제 2의 도시 오랑Oran으로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블로그에 올려 본다고 급히 포샵해 만든 북아프리카 지도^^

나는 절대 핸드폰으로 지도보며 여행하지 않는다. 항상 손으로 세계지도부터 가는 지역의 지도/약도를 다 그리고 외운 후에야 여정을 떠난다. 건축과 도시, 그리기, 지도보기, 모형만들기 등을 좋아하기에 유치원때 부터 생긴 버릇인 것 같다. 어릴때는 이런 습관을 쓸데없는 것으로 생각해서 누구에게 말조차도 안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보니 굉장한 셀프 트레이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메디나에서 가끔 길을 잃는다. 그건 도저히 못 외워...) 손으로 그린 것들은 차후 책에 싣기로 하고, 블로그에는 포토샵으로 찍찍그어 만든 북아프리카 다이어그램을 올려본다 ^^ 

 

빨간 점들은 북아프리카 여정에서 다녀간 곳이다. 이집트에도 오래있긴 했는데 한 장소에 장기간 있었고, 모로코는 정말 계속 돌아댕겼다. 노란 부분이 사하라 사막. 현재도 계속 팽창 중이라 조금 더 크게 표시했다. (전지구적 사막화는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하다!) 이 당시 나의 거주지 주소는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푸른 점)에 있었다. 특히 암스테르담과 빈의 공항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다른 도시에 비해 뛰어나고 규모가 커서 비행편이 많아 여행하기 매우 편리하다. (시내 한 중간에 있는 근무처나 집에서 공항까지 자전거로도 갈 수 있고, 기차로는 15~20분만에 간다)

 

아무튼 이제 사막으로 출발!

 

에라시디아 Errachidia 시내를 잠시 관통한다. 10만명이 조금 안되지만 사하라에 인접한 도시 중에서는 가장 큰 편에 속한다. 그리고 사하라 전진기지로 통하는 메르주가 Merzouga와 에라시디아 사이에 있는 에르푸드 Erfoud와 리사니 Rissani 또한 사하라 서쪽 끝인

모로코에서 사막여행을 하기 위한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Errachidia에서 그냥... 특이한 점은 없었다. 사하라로 어서 가려고 악셀을 세게 밟아 질주 중이다.

 

마침 표지판에 Arfoud - Rissani와 Merzouga가 보인다.

영어로는 Erfoud이지만, 프랑스/스페인어가 더 익숙한 모로코는 Arfoud라고 표기한다.

 

라시니 Rassini에 도착. 학교에서 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되어 집으로 간다. 프랑스나 스페인에서도 많이 보았는데 모로코도 점심을 집에 가서 장시간 먹고 다시 등교하더라. 여유롭고 좋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집에서 못 나가고 밥해야하는 어머니들 생각이 먼저 든다. 커리어우먼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인가... 근데 중동나라에서 그 정도로 개방적인 집이면 보통 꽤 잘 살고, 가사도우미를 두기는 한다. 아무튼 점심을 알리는 '점심식사 하교길'을 보니 나도 밥을 먹을 시간이 됬구나 느낀다.

 

카스바 Kasbah (성채/요새)단어를 엄청 좋아하는 모로코 사람들. 식당이름도 카스바 에카스라Kasbah Ekkasra이다.

어제 호텔도 카스바 아스마Kasbah Asmaa였는데. 

 

입구로 들어서면 또 응접실 공간이 나온다. 뒤로 정원도 있고 옆으로는 '밭'도 있다고 한다.

식당이 미로처럼 방이 참 많다. 옆으로 나열된 문지방 넘어 들어가면 각기 다른 식사 공간이 나온다.

 

이게 밭? 여긴 그냥 정원이랜다. 숲이 무성하게 건물 중정 부분을 가득이다.

사이사이로 숨바꼭질하기엔 안성맞춤인 정원 ㅎㅎ

 

우리가 식사할 식당의 한 부분. '성채'답게 워낙 방이 많아서 그냥 아무데나 앉았다.

 

역시나 타진요리가 나온다. 삼삼한 타진만 계속 먹었기 때문에 가이드에게 좀 센 맛으로 달라고 했더니, 매운양념이 된 걸로 주문했다. 노르스름해서 카레같기는 한데 뭐냐고 물으니 사프란Saffron이란다. 비싼거 아닌가? 모로코에서 많은 양이 생산되니까 수입하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엄청'비싸지는 않다고 한다.

 

고기파이. 크러스트는 역시 빵 잘만드는 모로코 답게 식감도 좋고 맛있었다. 고기가 살짝 퍽퍽한 느낌이 있긴했지만 나는 3개를 뚝딱 해치웠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워낙 많이 뛰어댕기는 여행이라 그랬나... 친구들이 잘 먹는다며 복들어 오겠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잘 먹으면 복들어 온다는 소리는 동서양 어디에나 똑같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도 사랑하는 커스타드 푸딩. 너무 달지 않게만 만든다면 훌륭한 디저트이다. 모로코의 민트티는 물론 대부분 디저트류는 너무 설탕에 쩔어있어서 나는 저 국물처럼 생긴 설탕+꿀물은 덜어내고 부드러운 커스타드만 먹었다. 그냥 먹으면 달다못해 쓴맛이 느껴질 정도다. 팁으로 혹시나 중동지방에서 식사하게되면 미리 각종 음료나 후식에 설탕을 빼달라고 하자. 그럼 아예 단맛을 없앤 것으로 주는데, 차라리 그렇게 받고 난 후 식탁에 놓인 설탕이나 꿀을 조금만 첨가해 먹는 것이 건강에는 좋겠다.

 

터키와 이집트를 포함한 지중해 동쪽지역의 바클라바 baklava나 모로코를 포함한 서쪽지역의 체바키아 chebakia 등 많은 중동과자는 이미 설탕에 절여서 나오는 것이 많은데, 요즘엔 이 지역도 웰빙well being바람이 불며 당도를 낮춘 것을 따로 생산한다. 그렇게 낮춘 것의 당도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하얀 한과정도라서 무리가 없다.

** 체바키아는 모로코 여정 초반인 라바트 편 (3/24)에 잠시 소개했다.

약간 '엿'같다고 표현하면서^^ 욕 아님. 먹는 '엿'을 의미**

 

식당 뒤쪽으로는 왠 야자수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앞쪽에는 황량한 사막처럼 붉었는데 뒤는 완전하게 다른 생태계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그 답은 바로 이곳이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하는 야외 촬영 스튜디오다. 모로코에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보면 모로코지역은 변두리라서 역사 속 수많은 대규모 전쟁에서 피해를 입지 않아 로마제국의 터가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된 곳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일명 '자리세'를 적게 책정하기에 1970~2000년대에 헐리우드에서 많이 찾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페르시아의 왕자'가 있고 더 최근영화로는 '미션임파서블:더 로그'와 '인셉션'이 있다. 한편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며 점점 가격경쟁이 붙기도 하고 터키의 카파도키아가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같은 대작의 배경이 되며 모로코에 소재한 스튜디오들이 경영난과 마케팅 실패로 현재는 문 닫은 곳이 많다. 그러나 완전 닫은 것은 아니고 또 영화 찍을 일이 있으면 온다고는 한다.

미델트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광물과 화석이 풍부하게 나오는 곳이다. 저 공룡은 물론 가짜 뼈대이지만 이 곳이 화석발견이 잦은 곳이라는 것을 명시해준다. 재밌게도 보이는 국기들은 다 서유럽과 미국 성조기다. 이 부근에 뭔가 숨은 자본의 냄새가 느껴진다. 킁킁.

 

이제 라시니를 떠나며... 계속 보이는 화석과 광물샵들

 

점점 밖으로

약 30분을 더 달리니까 저 멀리 사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워낙 거대하기에 이제 다 온건가 싶지만 실은 여기서부터 1시간반을 더 달려야했다. 넓은 지구의 느낌이 이런 것이다. 도시에서 사람이 만든 인공물 속에서 살다보니 자연의 스케일 감을 상실하게 된다. 역시 보이는 것을 다 믿으면 안된다. 적어도 자연 속에서 삻을 영위하며 그 다른 스케일을 납득하기 전까지는...

 

(그나저나 저 모래는 가까이서 보면 밝은 주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멀리서는 마치 다크초콜렛 퐁듀가 끓는 듯 하네)

그런데 왠 호수가 보인다. 이 뜨겁다 못해 따가워 죽겠는 햇빛과 메마른 대기 속에서 이게 무슨 일. 바로 신기루현상이다. 움직이면 계속 그 윤곽과 사이즈가 바뀌며 착시현상을 보고 있구나. 라는것 느끼게 된다. 이것은 직접 봐야만 한다. 영상으로도 잡히지 않은 신기루의 신비함.

 

이제 점점 베이스캠프 건물에 가까워진다. 호수처럼 보이는 저 신기루는 계속 이리저리 움직인다. 왼쪽이었다가 오른쪽에 있다가 작아졌다가 갑자기 커지기도 한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계속 시야 속 전경foreground에서는 사라지고 자꾸 저 멀리 배경background로 사라져간다. 이래서 사막에서 길 잃으면 탈수전에 이미 미쳐서 죽는다고 하는 것인가. 

 

이번엔 사라진 물. 신기해서 캠프로 가지 않고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막시작 전부터 신기루에 신기해했다. 실은 미국이랑 남미에 사막에서는 왠지 모르겠는데 신기루를 보진 못했다. 덜 뜨거웠나. 아니면 사막이지만 대기와 태양의 합작이 실패한 것이 었을까. (물론 미국과 남미의 사막에서는 또 다른 경험이 있다. 그건 차후에 그 쪽 나라 이야기하며 풀어나가겠다.)

 

이제 물체가 보일 정도로 정말 가까워지면 흙의 색도 황무지같은 고동색이 아니라 이런 밝고 붉으스름한 색으로 변한다. 이 색이 바로 우리가 사하라 사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감이다. 푸른 하늘과 붉은 흙이 만드는 지평선 그리고 각 색면에서 보드랍게 나타나는 그라데이션gradation. 사막 깊숙히 들어가면 정말 window창에서 보던 그 화면이 나타난다.

그건 그 다음 포스팅에^^

공해를 모르는 하늘에서 대낮인데도 달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게 원래 정상이다. 해와 달은 원래 하나가 나타나면 하나가 완전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다. 서서히 나타나고 서서히 사라진다. 그래서 사막 사진을 보면 푸른 대낮하늘인데 저렇게 하얀색 달이 보이며 우주의 존재를 더 믿게 만드는 것 같다. 달의 움직임이 하나하나 다 관찰되며 지평선 위에 포물선을 그리며 꼭지점에 다다랐을 때 가장 빛나는 주연이 되었다가 다시 태양이 반대편 지평선에 떠오르면 서서히 내려오며 조연으로 바뀐다.

사하라의 베이스 캠프, 사구가 보인 후 1시간 더 걸려 온 사이에는 이 건물 한개만 있다. 나는 여기서 그냥 쉬기만 했는데, 그냥 사막을 간단하게만 체험할 여행자들은 여기서 잠을 자고 낮에만 사막 변두리를 걷는다. 내 일정은 더 깊숙히 들어가서 이틀을 보내는 것이라 현지에 사는 베르베르인을 따라서 사막 어딘가에 있는 텐트가 있는 곳으로 간다. 참고로 여기는 메르주가에서 조금 더 사하라 깊숙히 자리한 Taouz와 Sidi Ali 사이에 위치한다. 실은 메르주가는 큰 마을이라 여기서만 투어했다면 제데로 본 것이 아니다. 간혹 메르주가 숙소에서 출발한 사하라 투어 포스팅을 보았는데, 그러지말고 조금만 더 멀리가서 (20~40km) 거기를 베이스 삼아 출발하는 투어를 하면 좋겠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서 더 아무도 없는 사막으로 진격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물결치는 대지. 미국 사막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모래가 물결치진 않았는데. 아마 마른 식종과 바위, 자갈 등이 애매하게 섞인 중서부의 여행지만 가서 그럴 수 있다. 사구가 확실히 높고 모래양이 많은 사막의 깊숙한 곳을 와야 이 결을 본다. 사진으로도 느낌은 전달 되지 않는다. 계속 바람이 불면서 붉은 수면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은 유투브로 보지 말고 언젠가 직접 가서 보길 바란다. 사진은 정지된 시공간의 일부로 보임에 따라 독자 각자의 상상을 야기시키는 반면 영상물은 너무 직접적으로 뇌관에 밖히기 때문에 나중에 그 장소에 가더라도 그 감흥의 강도가 떨어진다.

 

보통 사막의 모래는 우리가 아는 것과 매우 다르다. 입자가 너무 고와서 먼지같다고 하는게 더 적합한 것 같다. 또 카메라 빈틈없이 마개를 장착하고 출발해야 한다. 안 막으면 카메라 쉽게 망가지는데, 열어보면 안에 뿌옇게 먼지같은 모래입자 가득 들어있게 된다. 물론 고성능 방수에 기타 기능이 첨가된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니라 나는 그냥 일반적인 DSRL이라 그럴 수 있는데, 대부분 여행자들은 요새는 핸드폰과 미러리스 정도로 간소하게 다니지 않나? 고프로를 사야하나...

 

그리고 이틀 간 나의 교통수단이 되어줄 낙타(님). 가이드랑 워낙 친해졌기에 다른 여행팀과는 다르게 더 오랜시간 보내면서 아예 낙타 길들이기를 배웠다. 덕분에 나는 현지인이 낙타줄 잡아주지 않고 스스로 혼자 사막 위를 거닐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사하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사막과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다시 출발.

 

[Travel] 모로코 15일 - 사하라 사막 Sahara Desert, Morocco (13/24)에서 계속

 

 

**출처가 따로 있는 사진 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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