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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15일 - 사하라 사막 Sahara Desert (13/24)

Brett 2021. 1. 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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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Travel] 모로코 15일 - 사하라 사막 Sahara Desert (12/24)에 이어 이틀 간 사하라 사막 속에서 뒹굴었던(?) 나의 여행기를 이어간다.

사하라 사막에게 내가 왔음을 알리러 처음에 열심히 발자국 남기기 놀이를 하였다. 모래는 항상 물결치며 움직이므로 낙타 길들이고 간단하게 식사 후 나왔을 때는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이래서 사막에서 길 잃으면 답이 없다. 모든 것은 리셋되고 사방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지형이 달라지는 끝없는 미로이다.

 

나의 이틀을 책임져 준 낙타(님). 이름이 Youness였다. 무슨 뜻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ㅠ

전 포스팅에서 날렵한 옆모습을 올렸었다. 이번에는 귀여운 앞모습. 

 

낙타 길들이기를 마치고 이제 이 녀석 위로 올라탔다. 모래위에 서서 혼자 볼 때보다 시야가 훨씬 넓어지며 더 멀리 춤추는 사구(모래언덕)들이 보인다. 낙타는 생각보다 다리가 길어서 낙타 등까지가 2미터 정도이고 내가 그 위의 안장에 앉아있으니 내 두눈과 지상의 거리가 거의 3미터 가까이 벌어진다. 처음엔 너무 높아서 무서웠는데...  아니 1분만에 익숙해졌다. ^^

 

실은 떨여저도 바닥이 온통 푹신한 모래라서 그다지 아플 것 같지도 않았다. 낙마도 아니고 낙타에서 떨어지면  낙타인가? 낙낙?

한자어에는 무지해서 표현이 안된다. 아시는 분은 댓글로 써주시길.

 

햇빛에 불타고 있는 붉은 사막. 흔히 어떤 사막은 붉다, 희다, 노랗다, 검다 등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하라는 워낙 광대하여 각 지역마다 색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게 연출된다. 모로코에서의 사하라 사막은 다소 붉은 기운을 이틀 내내 보았다. 이에 반해 이집트의 사막은 노르스름한 색을 띄고, 튀지니는 마치 백사장에 온듯 좀 더 희고 눈부신 느낌이다. 물론 각 나라의 사막의 전체적인 색감을 말하는 것이며, 특정구역은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참고로 사하라 사막 넓이는 960만 제곱킬로미터, 미국의 크기, 혹 유럽 전체를 담을 수 있는 사이즈이고 '사하라 الصحراء الكبرى '는 아랍어로 '거대한 사막'이란 뜻이다. (이전 포스팅에 대략적 지도를 그려넣어두었다.)

 

역사적으로 모로코에서 이집트, 아라비아반도에 이어 페르시아(이란)까지 굉장히 긴 영역이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 흔히 '중동 Middle Eastern'을 연구하면 이 전체를 공부하게 된다. 사하라사막 때문에 그 남쪽의 아프리카는 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 5개국과는 완전하게 다른 문화이다. 흔히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사자가 얼룩말 잡으러 뛰는 초원이나, 기린, 코뿔소 등이 풀 뜯는 광경, 혹 정글에서 원숭이가 뛰노는 것이 아프리카하면 우리 머리속에 그려지는 풍경일 것이다. 이 또한 아프리카 전체에서는 그리 넓은 지역이 포함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무척 거대하다. 특히 지도에서는 평평하게 표현되어 작게 보일 수 있어도, 실제 지구는 둥그니까 중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은 평평한 지도에서 보다 훨씬 크다. 어쨋든 내 집도 아닌데 지구에서 가장 넓은 사막인 사하라를 또 거닐게 되다니. 

 

그룹 선두에서 신나서 그림자놀이 셀카. 낙타 롱다리보소. 사구 능선을 따라 걷는거라 그림자가 늘어진다.

룰루랄라. 사막 안쪽까지는 못 가겠다는 일행 2명은 베이스캠프에 남겨둔 채 1시간반 정도 사막 안으로 들어간다. 말이 한 시간반이지 2시간 넘게 차로 이미 들어온 사막에서 또 90분 조금 넘는 시간을 모래 외엔 아무것도 없는 허황 벌판을 걸으니 길 잃고 헤매면 끝장이겠구나 싶다. 나와 보름을 함께 한 가이드는 사막 위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는 커다란 바퀴를 가진 오토바이(?)를 가지고 따라왔다. 누가 없어지면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ㅎㅎ 가끔 없어져서 헤메는 사람이 있긴 하단다.

 

신나게 셀카 + 그림자 놀이 중

줌인이 된 것이 아니다. 실은 굉장히 넓은 대지를 찍은 것인데 이토록 아무것도 없이 단색의 평면적 환경에 놓이면 그 스케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이 것을 느끼려면 오로지 그 현장에 가야만 하는 것 뿐.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김환기, 박서보 등 동서양 근현대 미술 대가들의 그림 앞에서 느낀 전율과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미국 색면추상 Color field 및 한국의 단색화 Dansaekhwa가 유체이탈한 내 정신을 호로록 흡입한 것처럼.

 

멍하게 보게되는 하늘. 블루 그라데이션과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 달. 도시에서 누렇게 뜬 달을 보다가 이토록 하얗고 반투명한 달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원래 달은 저렇게 낮에도 하얗게 보여야 하고 밤에는 태양 못지 않게 빛나야 정상이다. 밤에 정말 어둡지만 왠만한 물체의 윤곽을 다 보인다, 마치 우주에 있는 것 처럼.

 

앞선 포스팅 댓글에서도 언급되었던 "윈도우" 배경화면같은 사막의 모습 ^^

하늘과 대지가 만나는 선이 정말 손을 베일 듯이 날렵하다. 어디하나 뭉그러진 선이 없다.

 

계속 전진 중. 아 따가운 햇살때문에 이전에 사두었던 스카프로 머리를 휘감았다. 자외선이 거의 직통으로 피부를 꿰뚫는 것 같다. 사막에서 이틀 후 나왔을 때 얼굴이 붉게 되었는데, 자외선 차단제와 긴 옷, 스카프 등으로 나의 피부를 감싸지 않았다면 통구이가 될 뻔했다. 그래서인지 현지 베르베르인들의 피부가 굉장히 검붉은 것인가. 어린 아이들은 마치 백인처럼 흰 피부인데 어른들은 도시에서 만난 아랍인들보다 훨씬 검고, "붉다". 

1시간 넘게 이렇게 행렬하며 뷰를 즐긴다. 목적지까지만 방황하지 않고 빨리 가기위해 줄 지어서 이동 중. 이틀간 머무를 캠프 주변은 시야가 멀리 확보기에 혼자 단독으로 캠프가 보일 정도 까지만 나가서 돌아다녀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모래가 계속 움직이니까 아무리 시야에 캠프가 들어와도 사구의 높낮이가 심한 곳으로는 가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결국 낮은 곳은 위험할거 같아서 이틀간 높은 산처럼 솟은 사구위를 기어올라가는데만 이틀을 보냈다. 발이 계속 모래속에 푹푹 빠져서 올라가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인간의 발은 낙타의 발처럼 모래에 빠지지 않는 구조가 아니므로... (그나저나 낙타는 정말 진화론을 그대로 따른 듯, 발모양부터 지방이 있는 등의 혹까지 사막에서의 생활에 최적화된 신체를 가졌다.)

언제까지가요...... 신기한 광경을 계속 보면서 전진. 담요가 펄럭이듯 모래표면은 꿈틀대는 중.

 

가이드는 신나게 바이크를 질주하며 나의 곁을 맴돌았다. 낙타 위에 앉아 있으니 명상하기엔 딱 좋긴한데 옆에서 저렇게 쌩쌩 다니니까  집중 불가.. 이런... 나는 아무 인간의 표식이 없는 (저 바이크의 바퀴자국은 왠지 싫었서) 사막의  생얼굴을 보고 싶다고요. 더 멀리가서 안보이게 따라오라고 그랬다. ^^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지루해져서 "나도 그거 탈래요!" 하고 물어보았고 결국 캠프에 도착하고 나중에 가이드 등에 들러붙어 모래를 실컷 입안에 넣어가며 달렸다.  컥....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바퀴자국. 바람에 모래결이 치면서 인공물의 자국과 자연의 패턴이 오묘하게 뒤섞인다.

 

푹 꺼진 사구사이의 '구멍'. 베르베르인 현지 가이드 2명이 이 깊이면 한 20미터 정도랬다. 낙타 위에 있는지라 가까이가면 모래에 밀려서 낙타가 떨어진다고 해서 좀 멀리서 찍었기에 밑바닥은 못봤지만 누군가 놀라운 점프실력을 보이며 내려간 흔적이 보인다. '보폭이 왜 저렇게 커요?' 묻자, 모래때문에 밀려가며 혹 떨어지며 내려가는 거라 내려가는 보폭은 저렇댄다. 반대로 올라가는 발자국은 오밀조밀해서 거의 기어올라갔구나.를 느끼게 된다.

 

도착한 베르베르인의 임시 거주처. 그리고 우리가 잘 곳. 뭐 있는게 없다. 모든 식재료와 생수통의 물을 그냥 통에 담아서 장작불로 익히면 되는 것이고 화장실은 들어가면 그냥 재래식, 요강같은 것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

잠은 그냥 모래위의 침낭 속으로 들어가서 한겨울같은 사막의 밤을 지내야한다. 이 날이 정확히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  사막이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0도에 가까워지고, 특히 겨울에는 영하로도 가끔 내려간다. 덕분에 턱관절 운동을 하면서 잠을 자게 되었다. 딱딱딱딱딱....

 

날 등에 업고 오느라 수고하셨소 낙타님. 나를 내려놓고 하품을 한다. 왠지 미안하게스리.

 

큰 배낭은 베이스에 두고 왔고, 2일간 지낼 옷만 작은 배낭에 넣고 비닐엔 먹을 것을 담아왔다. 이 텅빈 텐트를 어쩌다보니 혼자 쓰게되었는데, 차라리 여러명이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싶다. 다들 추워서 밤새 오들오들. 베르베르인들은 나무로 대략 틀을 만들고 천쪼가리를 덧대서 이렇게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 야생에 적응한, 나와는 다른 신체를 가진 사람들 같다.

 

조금 쉬다가 텐트에서 나오니 어느 덧 노을이 지며 사막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있는 것은 오로지 모래 뿐이라 정확하게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 그리고 태양이 움직이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

점점 그림자가 얼마 남지 않은 붉은 꼭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지평선 뒤로 넘어가자 오히려 살짝 밝아지며 푸른색에서 붉은색 사이에 있는 각종 빛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남색(인디고), 보라, 파랑, 분홍, 주황, 노랑, 등 사이에 존재하는 이름도 모르는 여러 색이 참 부드럽다.

 

그리고 10분 정도 더 기다렸을까. 점점 어두워지더니 어느 순간 마치 개기일식처럼 칼처럼 날렵한 사구의 선line 뒤로 하늘이 태양의 코로나 Corona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밝아서 대지에 놓은 물체를 전등 없이도 볼 수있다. "어두운데 밝은" 역설적 상황이며, 이는 여느 오지에 가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신비함이다. 물론 사막이니까 눈 앞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어서 우주가 만드는 빛의 공연을 더욱 잘 감상할 수 있다. 실은 해가 뜨고 지면서 서서히 직선적으로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고 하지는 않는다. 그림자 부분과 물체의 가장 어두운 면 사이에 반사광으로 인해 다소 밟은 부분이 있는 사실은 그림 그려보거나 사진를 해본 사람이면 금방 알 것이다. (밝은 부분은 명부, 어두운 부분은 암부라 부르며, 그리고 가장 밝은 highlight, 오묘한 반사광 reflected light, 그림자shadow가 있다.)

 

일몰을 이렇게 구경하고 이제 저녁 식사 중. 달빛이 밝아서 왠만한 물건은 그냥 다 보이는데 유독 가까이 있는 것이 오히려 잘 안보이고, 카메라엔 잘 안담긴다. 뭐 그럭저럭 사막에서의 식사 장면이다.

사막에서도 1일 1타진 요리는 계속되었다. 밖에 장작불을 지피고 그 위에 타진을 올려두고 그냥 두면 이렇게 푹 익은 찜닭이 되어 나타난다. 생각보다 한국의 찜닭과 비슷해서 더욱 놀라운 맛. 뒤로는 친구가 사막에서 자려면 독한 술이 있어야한다고 가져온 보드카. 술을 조금 마시고 몸을 데운 후, 천막 밖으로 나가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는 베르베르인들과 장작불 옆에 앉아 대화하며 밤을 보냈다.

 

오늘은 주로 사막 자체를 감상하다보니 사진도 사람이 배경으로 가끔 나오는 편이다. 다음날 일정은 현지 베르베르인과 '사막에서 살아보기 체험' 및 샌드보딩 그리고 또 각자 명상 (멍때리는) 시간이 있다.

 

[Travel] 모로코 15일 - 사하라 사막 Sahara Desert (14/24)에서 계속...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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