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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1/24)

Brett D.H. Lee 2021. 1. 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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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에서 방문 그 많았던 도시들 중 가장 깊숙히 마음에 밖힌 미델트 Midelt의 2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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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땅굴같은 마을길을 지나고 우리가 향하는 곳은 밴을 운전해주셨던 분의 친척 집이다. 여행하면서 가이드 가족이 사는 집까지 가서 이야기를 나눌 줄이야. 근데 왜 먹먹하지. 풍채가 좋아 옷맵시가 좋고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되게 수줍게 짧은 영어로 나에게 농담도 하며 분위기 띄워주시는 분이라 꽤 친해졌기 때문일까. 지금도 실제로 연락을 하고 있는 푸근한 아저씨... 세상에 누구나 힘든 일이 있고 그것을 이렇게 듣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다.
미로같았던 비탈길과 터널들을 지나니 언덕 위쪽에 이렇게 여러 집이 있는 일종의 '빌라'가 나온다. 황토빛 먼지에서 빛을 발하는 총천연색 빨래들이 한국의 1950~80년대를 떠올리게 하며 다소 정겹기는 하다. 
이런 마을에 꼭 필요한 노새들. 이런 노새들은 당연히 말이나 심지어 당나귀보다도 저렴하면서 튼튼하고 질병에도 강하여 가난한 곳에서 노동력을 갖춘 가축으로 쓰기에 적절하다. 참고로 말, 당나귀, 노새, 버새는 확연히 다른 종이다. 수컷 당나귀와 암말을 교배한 것이 노새, 그 반대는 버새가 된다. 하지만 특성이 너무나 달라져서 아예 신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4개 종에서 지구력과 근성은 노새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태어난 노새는 일찍 노화가 와서 늙어보이게 되는데 실제 수명이 줄어든 것은 아니고 외형이 늙어 보이는 것이다. 몸의 비율도 애매하게 '대두'라서 노새를 볼 때면 당나귀보다 더 측은하다. 미델트에서 만난 많은 노새들이 베르베르인의 삶과 뭐가 다른가 싶다.
점점 집으로 가까워진다. 해는 저물어가고...
도착한 집의 파사드facade에서 눈에 먼저들어 온 것이 이 창문과 벽이다. 다년간 흘러내린 물자국이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장식이라 하면 실례인 말일까. 그냥 세월가 자연이 만든 현상이라고 해두자. 건드리면 짙은색인 부분은 퍽퍽 떨어져나간다. 건드리지 말 것.
집으로 들어왔다. 이 사진의 방은 모로코 15일 시리즈 1편에서 언급했던 중동의 주택/호텔에서 응접실/사랑방/거실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손님을 '신'으로 모신다. 그래서 누구나 오면 환대를 하고 먹을 것을 주며 시간이 할애하는 한 오래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예전 한국에서도 기와집과 초가집이 주택의 대부분이던 시절 손님이 오면 집안의 어른과 함께 다과를 먹으며 소통을 했는데... 요새는 이웃집과 반목하지 않으면 다행이니 도시화가 가져온 삭막한 의식이 미울 때도 있다. 소통합시다~~ 차를 내어오는 집에서 가장 높으신 할머니
주전자를 높이 들어 거품이 맥주처럼 바글바글 일어나도록 차를 잔에 내려꽂는 가이드님. 차를 높이 들수록, 거품을 많이 낼수록 훌륭한 것이라한다. 마치 와인 디켄팅하는 느낌? 공기반 민트티반은 무슨 맛인지 알려면 터키부터 모로코까지의 나라들을 방문하면 된다. 그나저나 운전사 아저씨는 부끄러워서 사진에 나오는 것을 싫어하신다. 그냥 옆에 앉아계심. 
집안의 어르신이 오셔서 착석하시고, 할머니와 그 아들이 오른편에 앉아있다. 문앞으로는 어둡지 않느냐며 불을 켜주시는 며느리. 실은 여기서 해가 있는데도 불을 켜는 것은 사치인데, 손님이 왔다고 전기를 사용하셨다. 당연하게 실내조명을 누리는 "선진국"에 살며 블로그를 읽고 쓰는 우리 중 누군가에겐 놀라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 살던 집도 약간 이런 느낌이었는지 나도 밤에 촛불로 집에서 수도승처럼 살았는데, 마치 렘브란트 명화에 나오는 장면속을 매일 누리며 살아서 오히려 좋기도 했다. 아무튼 불을 켜준 것에도 기뻐하는 나는 무엇?
이제 아랍어와 베르베르어가 마구 섞인 대화를 이어간다. 아 장면은 내가 모로코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2시간 가량의 대화는 사적정보와 생각이 많으므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위에 노새의 사진에서 말했던 내용과 같다. 남의 나라 정치이야기라서 한국사람인 내가 함부로 건드릴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지역의 불균형적인 발전과 차별은 어차피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나라에나 있는 문제이니 이 것에 힘들어 한다는 것은 말할 수 있겠다. 노새가 어찌보면 욕심으로 만들어져 노동만 하나가 죽어버리는 운명인 것처럼 그러한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어릴때 이렇게 보고 느끼고 공감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한국여행사에서 미델트를 넣는 것은 보지 못했고, 외국 여행사도 미델트 시내에 좀 잘사는 베르베르인의 집을 투어하며 '베르베르인의 역사, 건축' 들을 교육해준다. 그리고 프랑스 식민시절 이 곳이 광업도시로 번영한 것을 꽤 강조하는 편이다. 음... 약간 비교한다면 무리일 수는 있겠지만, 일본이 군함도의 번영을 한국인의 희생없이 설명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다.
헬로~~ 손자아이가 계속 얼굴을 빼꼼 내밀면서 궁금해한다. 페스에서부터 가져온 각종 과자와 필기류를 몇개 주었더니 뛸뜻이 기뻐했던 귀여운 녀석...
거대한 화덕구이 빵을 뜯어 먹으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한 2시간 정도 온갖 이야기하며 오후를 재밌게 보냈다. 앗. 그런데 운전사 아저씨가 일어나서 이 사진에는 나와버렸네 ㅎㅎ 가끔 내가 메디나에서 길을 잃거나, 가게에서 흥정 중어려움을 겪을 때 어디선가 나타나서 도움을 주셨던 정말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영화 '아저씨' 중동편 찍어도 될 판)
집 앞에서 바라본 반대편 언덕. 저기도 어떻게 각자 집으로 가는지... 제데로 된 길이 안보인다. 마치 어릴 적 놀이터에서 흙가지고 집을 지어 놀았던 것 처럼 여기도 붉은 대지위에 그 흙을 직육면체 통으로 꼭꼭 눌러 올려놓은 듯하다. 
아랫집의 지붕인데, 어떻게 보면 이 윗집에서 담처럼 보인다.
이제 해가 완전 저물어서 보라빛 하늘이 검게 되기전에 호텔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계속 따라오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지만 '굿바이'를 뜻하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내가 초콜렛을 주었던 한 꼬마아이가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손을 계속 흔들어주는데 아우... 눈물이 너무 나서, 쪼르르 달려가 안아주고만 왔다.
그리고 계속 언덕을 내려오면서 아까 본듯한 노새와 다른 마을 아이
이제 마을 초입부분에 다시 돌아왔다.
잉... 아까 낮에 있었던 아이들이 다 나와있다. 특히 뒤에 푸른 스카프를 한 여자아이는 계속 눈에 띈다. 왜냐하면....
아까 낮에는 남동생을 업고 있더니, 저녁에는 여동생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중에는 가장 어른인 역할을 한다고 버스에 오른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낮에도 그랬고 지금도 참 표정이 오묘하다.
호텔 들어오는 길에 잠시 광물 구경을 하고...
저녁시간에 맞추어 호텔로 돌아왔다. 낮에는 그냥 리셉션같았던 중정부분이 이렇게 식당으로 변신.
이쁘게 타진모양의 장식이 놓여있다. 그러고 보니 냅킨들도 다 타진모양이네... 이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식당 안쪽으로 트리에 붙일 법한 전구장식을 소극적이지만 해놓기는 했다. - 이슬람국가인데 이래도 됨? ㅎㅎㅎ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 중 가장 개방적인 편이다.)
모든 벽면은 역시 소파로 좌악 둘러져있다. 식탁을 치우면 이 넓은 방에 거의 60여명이 둘러 앉아서 담화를 할 수 있다. 역시 소통의 공간.
꼬르륵. 저녁밥은 기다린다.
시작으로 렌틸콩 수프가 나왔다. 앗.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렌틸콩이 보통 텁텁해서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매끄러움이 마치 연두부넘어가듯 했다.
그리고 나온 특식 무슨 생선구이. 오늘은 왠일로 타진요리가 아니네요? 라고 물었더니 주방에서 대형타진으로 만들어 접시로 옮긴 것 뿐이라고 했다. 역시 1일 1타진요리!!
촉촉하게 익은 생선. 아니 타진으로 요리하면 이렇게 바삭하고 촉촉할 수가 있나? 생선의 질감이 크림브륄레와 티라미수 떠먹는 느낌이었다. 바스락 한번 깨물고나면 안에서 촉촉하게 젖은 속살이 혀에 닿는다. 
그리고 마셨던 맥주. 마땅히 찍을데가 생각 안나서 그냥 눕혀서 찍음.
결국 어젯밤도 술과 함께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었다. 창문으로 기어나가서 이 루프탑아닌 루프탑을 거닐었다. 
그리고 이른 시간이라 (6시반쯤) 문을 열지 않은 호텔 앞 유일한 건물, 광물파는 가게
호텔 뒤쪽으로 가서 성채같은 호텔과 광물가게를 바라보고
뒤로 펼쳐지는 붉은 산과
더 멀리 보이는 미델트를 보면서 어제 일을 곱씹었다. 그나저나 왠지 이 붉은 대지가 생뚱맞게 북미의 원주민들이 살던 터를 떠올리게도 했다. 베르베르인이나 갇혀 사는 북미원주민이랑 뭐가 달라...  또한 북미의 붉은 원시 대지를 그려낸 캐나다의 그룹오브세븐Group of Seven의 작품들도 눈앞에 중첩되었다. 특히 저 멀리보이는 붉으면서도 살짝 초록빛, 금빛, 자주빛이 석인 산이 그들의 화면 채색과 매우 비슷하다. 미델트는 원시자연과 아무리 발전해도 그 근본에 영원히 있을 인간의 원시성primitivity을 느끼게 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오늘은 두 지즈Gorges du Ziz협곡과 에라시디아 사하라사막으로 향한다. 아침식사보다 저 탁자가 더 탐났다는... 윗판만 떼서 팔라고 할까
굿바이 호텔 카스바 & 미델트.
꽤나 어두웠던 좁은 협곡 길 (이게 두 지즈du Ziz협곡은 아니다. ㅎㅎ 그냥 산맥에 흔한 골짜기들). 계속 이렇게 꼬불꼬불한 길을 가야한다. 언젠가 넓은 사막이 보이겠지... 하면서. 당연히 기차로 사막은 갈 수 없으니, 차로 운전해서 이렇게 가야하므로 차에서 뭐라도 할 것을 가지고 탈 것!
산맥은 계속되고
물에 침식되어 옷감이 춤을 추는 듯한 표면이 완성된 두 지즈 협곡의 초입. 하늘이 굉장히 푸르다.
협곡의 중간지점. 4일뒤에 만나볼 토드라협곡과 다데스 협곡에 비하면 아주 대단한 해 보이진 않았지만 꽤 사이즈가 있다. 산이 아니라 물에 의해 침식한 협곡이란 점을 기억해야한다. 
마치 그랜드캐년에서 본듯한 지층이 만들어낸 자연적 조각물. 언뜻 아프리카와 남미의 primitive한 조각상들이 생각난다. 눈코입이 있는 어린이 비율의 뭔가 보이는 듯하기도.
아침에 출발해서 약 2시간 달리니 나타나는 넓은 지평선... 지평선 못 본지 꽤 되었다.
그 다음 왠 산이 또 나온다. 저거 넘으면 에라시디아Errachidia가 나오고, 그 이후로는 대략 직선으로 납작하게 뻗은 길이라 사막 초입인 메르주가 근처까지는 빨리 갈 수 있다.
질주본능 돋게 만드는 주욱 뻗은 길. 마치 달려가면 이 길 끝에서 점프해서 산을 날아서 넘어갈 것 같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저 산을 넘고 작은 도시 에라시디아를 지나서... 한 3시간 더. ㅎㅎ 늦은 점심은 사하라의 초입인 메르주가에서 먹기로 한다.

 

 

[Travel] 모로코 15일 - 사하라사막 Sahara Desert (12/2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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