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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15일 - 페스 Fes, Morocco (9/24)

Brett 2021. 1. 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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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의 테너리 (가죽염색공장)

아름다운 총천연색과 끈질긴 삶의 현장인 페스의 테너리는 그 지독한 각종 똥냄새마저 아무렇지 않게 만들었다. 뭄바이의 빨래터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었다. 미디어 속에서 볼때는 저들은 저렇게 사는 거구나... 하며 대부분 진정 공감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가더라도 그 치열한 삶이 그들에겐 고통인지 자부심인지 어떤지 실은 알 수가 없다. 말렘의 말에 따라 물감에 빠지듯 풍덩하고 들어가 통에서 허우적댄다. 그리고 가죽을 염색통안에 잘 풀어놓고 나온다. 한쪽에서는 비둘기 똥 속에서 가죽을 넣었다가 뺐다가, 패대기를 쳤다가 물을 짜고 다시 씼고, 널어서 말리고... 30분 정도 있었는데 그저 먹먹하게 바라보며 왠지 내 삶부터 자숙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쨋든 이제 호텔로 발걸음을 옮겨 몸에 배인 냄새를 빼내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식사한다고 어디 좁은 골목에 도착해 가게 문을 열고 잠깐 복도를 지나니 바로 이렇게 공연장같은 레스토랑이 나왔다.  물론 투어리스트를 타겟으로 장사하는 곳이겠지만 하루종일 메디나를 걸었으니 이렇게라도 편하게 저녁을 먹으며 그들의 전통음악과 춤을 보는 것은 좋다.

이쁘게 차려져있는 애피타이저들. 그리고 곧바로 와인과 민트티가 서빙된다.

역시 모로코 요리는 타진Tajine에 먹어야 제맛. 1일 1타진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중 칼을 목구멍 깊숙히 넣어가며 춤을 추던 무희
중간중간 음식이 계속 나온다. 7가지 코스로 나왔는데 물론 그 중 네번째로 나왔던 타진이 메인이고 나머지는 전채요리, 올리브와 각종 채소, 수프, 해산물 몇가지, 타진, 디저트 등이 나왔다. 원래 블로그를 하려는 마음이 없었기에 지난 20년동안 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용'instagrammable'으로 찍지 않아서 미술관이나 특정 목적으로 찍은 것 외에는 막 찍었다. 요즘 슬슬 글을 적다보니 돌아다녔던 동선과 주변 디테일을 좀 더 찍었으면 좋았을걸 한다.ㅎㅎ 그런데 여행을 그렇게 다니면 사진속에 빠져산다는 생각때문에 쉽게 바뀌진 않을듯;;;
중간중간 관객도 불러내어 춤도 가르쳐주고
마술쇼도 해주고 (참고로 사진에 다 나의 친구들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우리테이블에서만 불러냈다 ㅎㅎ)
그리고 중동지역에선 꼭 나오는 벨리댄스 파트

이게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였는데, 모로코 전통 결혼식이다. 체험할 사람으로는 또 친구가 불려나갔다. 복장을 20분이 갖춰입고 무슨 쟁반같이 생긴 것에 들려나와서 신랑을 맞이하고 식이 내린다. 참고로 여성은 여성만 만질 수가 있어서, 예로부터 중동에서는 여성이 타는 가마는 여성이 들어야한다. 처음에 왜 아주머니들이 들고 아저씨들은 뒤에서 저렇게 보는 것만 하지?했다. 아무튼 이 날 모로코에 신랑생긴 호주인 친구 ㅎ

그렇게 밤을 보내고 금세 페스의 아침이 밝았다. 호텔 앞.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틀라스 고원지대를 통과하는 관문 미델트에서 하루 머문 뒤 이틀 후 사하라를 향해 다시 내려갈예정이다.
부랴부랴 체크아웃 중. 다들 늦게 일어나서 후다닥 로비에서 서서 먹다시피하고 출발.
점심을 고원지대에서 피크닉 형태로 먹는다기에 가이드가 살 것을 담으란다. 이런 커다란 쇼핑몰은 이제 세상 어딜가든 다 비슷비슷하다. 대기업이 운영하니 그 지역의 특색은 이 공간 내부의 내용물에서 조금이나마 확인이 가능하고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은 메디나 외에는 없는 듯. 어쨋든 우린 굉장히 이른시간에 직원빼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먹을 것을 담았다.
국도를 타고 아틀라스 산맥에 있는 이프란Ifran을 지나가는 길. 이제는 익숙한 모로코 국왕의 얼굴. 어느 건물이던 길이던 항상 그의 얼굴이 자리한다. 지난 포스팅과 앞으로의 포스팅을 보다보면 사진속에 그의 얼굴이 여기저기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유럽에서나 볼 법한 마을이 갑자기 나타난다. 이프란Ifrane이다. 이프란은 베르베르어로 동굴cave를 뜻하는데 산맥에 비탈에 동굴처럼 깎은 주거형태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도시명과는 다르게, 이곳은 1929년 프랑스 식민시절 유럽인들의 휴양시설로 개발되었다. 이프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명 휴양지 탕헤르Tangier에서 따뜻한 휴가를 지내다가 갑자기 스키를 타고 싶으면 '북아프리카의 알프스'라고 마케팅된 이 곳, 이프란에서 시원한 휴가를 즐겼다. 그래서일까, 이 곳은 당시 모더니즘 도시기획 운동 중 하나였던 Garden City을 기반으로 개발되서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유럽이나 미국 동남부 (특히 캐롤라이나, 버지니아)의 마을같은 느낌이 든다. 이 여행에서는 테마가 명확히 현지인들의 삶을 보는 것에 치중했기에 이프란 대신에 미델트를 가는 것이라, 이 곳은 겉핡기 식으로 휴게소 일대만 잠깐 보았다. 실은 역사적 이유때문인지 그렇게 흥미가 있진 않았다. 정확히 스키를 타러 온 것이 아니면 차라리 미델트Midelt, 메크네스Meknes, 에라시디아Errachidia를 가는 것이 더욱 '모로코인'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을의 초입부분만 잠시 걸었다.
스키장임을 명확히 알려주는 스키 보관대. 여기저기 스키장이 지천에 깔렸다고 한다.
바 테이블 너머로 레코드판에 붙어있는 멋스런 확성기가 눈에 띈다. 스위스를 연상케하는 이 분위기에서 샹송이 나오니 여기가 알프스인지 아틀라스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제 미델트는 약 2시간정도 남았다. 꼬불꼬불한 산맥따라 가니까 114키로미터가 2시간은 걸린다.
갑자기 차를 세운다. 여긴 무엇이 있길래? 이 높은 곳에 원숭이들의 서식지를 공원화한 곳이 있다고 한다. 이 원숭이들은 Barbary Macaque라고 하는 종인데 아틀라스 산맥에만 서식하는 체구가 작고 개체가 몇 안된다. 좁은 해협을 건너 스페인 남부에 있는 현재 영국의 위성영토, 지브롤터에도 서식한다.
슬그슬금 다가가보았다. 말, 양, 염소, 원숭이 등 동물들이 막 섞여 살아서 누가 와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가 와서 설명해주었는데, 이 녀석이 대장이란다. 근엄하게 무리의 중간에 앉아있다.

이 무리에서 여왕같은 존재. 새초롬하게 앉아서 우두머리를 바라보고 있다. ㅎ

스키장 일대나 원숭이 공원도 다 밝게 사진이 나온 것 같은데, 실제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수묵화처럼 채도없이 명암으로만 세상이 보인다. 구름 위로는 그래도 밝아서 지상에 있는 것을 찍으면 대체로 밝게 나오는 특이한 현상. 가까이 있는 것은 채도도 있고 잘 나오는데, 멀리바라보면 다 이렇게 회색조grayscale이다.

계속 이런 경치가 1시간을 이어졌다.

정말이지 갑자기 너무 추운 고산지대로 들어서니 치아가 트월킹을 하느라 턱관절이 매우 단련이 되었다. 페스에서도 그렇게는 춥거나 덥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프리카라고 12월에도 얇은 셔츠로 잘 다니다가, 이제 또 아틀라스에서도 가장 높은 고원으로 들어선다. 그 다음 행선지는 미델트Midelt. 여행자들이 거의 안 가는 곳이라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미델트에서 현지인 집을 (정부에서도 버려두었다는 베르베르인의 마을) 방문하며 놀랍고 감사한 경험을 하게되었다.

 

[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0/24)에서 계속...

 

**출처가 따로 있는 사진 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이에요.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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