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의 테너리 (가죽염색공장)
아름다운 총천연색과 끈질긴 삶의 현장인 페스의 테너리는 그 지독한 각종 똥냄새마저 아무렇지 않게 만들었다. 뭄바이의 빨래터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었다. 미디어 속에서 볼때는 저들은 저렇게 사는 거구나... 하며 대부분 진정 공감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가더라도 그 치열한 삶이 그들에겐 고통인지 자부심인지 어떤지 실은 알 수가 없다. 말렘의 말에 따라 물감에 빠지듯 풍덩하고 들어가 통에서 허우적댄다. 그리고 가죽을 염색통안에 잘 풀어놓고 나온다. 한쪽에서는 비둘기 똥 속에서 가죽을 넣었다가 뺐다가, 패대기를 쳤다가 물을 짜고 다시 씼고, 널어서 말리고... 30분 정도 있었는데 그저 먹먹하게 바라보며 왠지 내 삶부터 자숙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쨋든 이제 호텔로 발걸음을 옮겨 몸에 배인 냄새를 빼내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식사한다고 어디 좁은 골목에 도착해 가게 문을 열고 잠깐 복도를 지나니 바로 이렇게 공연장같은 레스토랑이 나왔다. 물론 투어리스트를 타겟으로 장사하는 곳이겠지만 하루종일 메디나를 걸었으니 이렇게라도 편하게 저녁을 먹으며 그들의 전통음악과 춤을 보는 것은 좋다.
이쁘게 차려져있는 애피타이저들. 그리고 곧바로 와인과 민트티가 서빙된다.
역시 모로코 요리는 타진Tajine에 먹어야 제맛. 1일 1타진
이게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였는데, 모로코 전통 결혼식이다. 체험할 사람으로는 또 친구가 불려나갔다. 복장을 20분이 갖춰입고 무슨 쟁반같이 생긴 것에 들려나와서 신랑을 맞이하고 식이 내린다. 참고로 여성은 여성만 만질 수가 있어서, 예로부터 중동에서는 여성이 타는 가마는 여성이 들어야한다. 처음에 왜 아주머니들이 들고 아저씨들은 뒤에서 저렇게 보는 것만 하지?했다. 아무튼 이 날 모로코에 신랑생긴 호주인 친구 ㅎ
현지 가이드가 와서 설명해주었는데, 이 녀석이 대장이란다. 근엄하게 무리의 중간에 앉아있다.
이 무리에서 여왕같은 존재. 새초롬하게 앉아서 우두머리를 바라보고 있다. ㅎ
스키장 일대나 원숭이 공원도 다 밝게 사진이 나온 것 같은데, 실제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수묵화처럼 채도없이 명암으로만 세상이 보인다. 구름 위로는 그래도 밝아서 지상에 있는 것을 찍으면 대체로 밝게 나오는 특이한 현상. 가까이 있는 것은 채도도 있고 잘 나오는데, 멀리바라보면 다 이렇게 회색조grayscale이다.
계속 이런 경치가 1시간을 이어졌다.
정말이지 갑자기 너무 추운 고산지대로 들어서니 치아가 트월킹을 하느라 턱관절이 매우 단련이 되었다. 페스에서도 그렇게는 춥거나 덥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프리카라고 12월에도 얇은 셔츠로 잘 다니다가, 이제 또 아틀라스에서도 가장 높은 고원으로 들어선다. 그 다음 행선지는 미델트Midelt. 여행자들이 거의 안 가는 곳이라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미델트에서 현지인 집을 (정부에서도 버려두었다는 베르베르인의 마을) 방문하며 놀랍고 감사한 경험을 하게되었다.
[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0/24)에서 계속...
**출처가 따로 있는 사진 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이에요.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여행 Travel > 아프리카 Afri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1/24) (105) | 2021.01.10 |
---|---|
[Travel] 모로코 15일 - 미델트 Midelt, Morocco (10/24) (18) | 2021.01.06 |
[Travel] 모로코 15일 - 페스 Fes, Morocco (8/24) (4) | 2020.12.27 |
[Travel] 모로코 15일 - 쉐프샤우엔-2 Chefchaouen, Morocco (7/24) (2) | 2020.12.27 |
[Travel] 모로코 15일 - 쉐프샤우엔 Chefchaouen, Morocco (6/24) (5) | 202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