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채의 마술사. 건축과 조경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건축가.
멕시코 뿐 아니라 제 3세계의 현대 건축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조경이란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으며 ‘건축계의 시인'으로 불렸던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은 1902년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서 부유한 지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중 건축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1924년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유럽에서 '그랜드투어'를 하며 르 코르뷔제 이론 및 모더니즘 건축을 직접적으로 체험을 하게 된다. 그 중 1925년 파리에서 열렸던 아르데코Art Deco 전시회를 방문했고 지중해 연안을 여행하던 중 스페인 남부의 무어Moore 건축과 남유럽의 건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그는 평생동안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는데 이러한 경험으로 대학에서 건축을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체득했다고 할 정도였다.
1927년에 첫 번째 유럽투어를 마치고 귀국하여 건축가였던 친형의 사무실에서 잠시 실무를 배우고, 1931년 시카고여행을 하고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서 직접 코르뷔제를 만나고 프랑스 화가이며 정원사였던 페르디난드 바끄Ferdinand Bac 를 만나 조경landscape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바크는 정원을 마술적인 공간으로 인식한 화가였다. 흐르는 물을 공간에 삽입하는 방식은 모로코가 포함된 마그레브 지역의 건축양식에서 오는 것이며, 짙은 녹색과 알록달록한 건축물의 조화, 그것 또한 북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색채감, 인공물과 자연물의 화합이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조경과 건축물의 조화가 놀라운데,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수학하여 나오는 것이 아닌 여행과 만남을 통해 스스로 교육하고 구축한 그의 건축언어는 그 독특함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국제양식International Style의 영향을 볼 수 있다. 집안이 기울며 토지를 몰수당하고 멕시코 시티로 이사했던 1935년을 분기점으로 하여 바라간은 디자이너로서 뿐 아니라 사업가로도 수완이 좋음을 증명했다. 그는 신도시를 직접 개발하고 디자인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평생 세 개의 큰 신도시를 개발했으며 그 때마다 자신의 집을 짓고 들어가 살았고 팔리면 다른 집으로 이사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건축주에 메이기 싫다는 이유로 자기가 땅을 사서 건축물을 지어올리고 팔고했는데 스스로 건축주면서 건축가인 것은 거의 모든 건축인에겐 꿈같은 것이다.
바라간은 이후 화가 레예스 페레이라Reyes Fereira의 조언으로 표면에 강한 색을 입히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색채 건축'이 시작되었다. 채색된 매싱massing들이 조립된 것 같은 그의 건축에 정원은 반드시 있어야하는 것이었는데, 바라간은 스스로 '조경가'라고 불리길 원했다. 그의 작품을 방문하여 내외부를 거닐다보면 색채가 짙은 '덩어리'들이 만드는 공간, 그리고 확장된 시선 끝에는 항상 정원, 밖을 보는 창문 혹 틈gap, 다시 그 너머로 푸른 풀장이나 싱그러운 녹색정원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건축의 표면이 황홀한 빛의 캔버스가 되는 그의 공간은 지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머리속에 존재하는 어떤 곳으로 빨려들어 온 느낌이다. 토속적 향취가 있으면서도 현대 건축의 가치관이 버무려지며 바라간의 건축은 간결함, 최소한의 건축언어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 휴식, 어떤 면에서는 종교적 숭고미가 느껴진다.
"나의 집은 내 삶의 피난처다. 나는 차가운 기능적 편리함의 건축보다 따뜻한 감성의 건축을 믿는다. 현대 건축은 기술적 문제에 천착해 미의 메세지와 감성을 잃고 있다... 벽의 원래 역할은 공간의 기능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그의 집과 스튜디오는 멕시코 전통적 요소와 국제양식을 포함한 모더니즘의 합리성이 접목된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에서 건축학도들이 이 것을 느끼기 위해 멕시코를 찾는다. 이 집의 탁월함은 모더니즘 운동을 비판하고 개혁한 결과이며, 소위 1세계, 서구권이 아닌 다른 문화의 예술 형식을 통합한 새로운 언어에서 나온다. 언뜻보면 가건물, 혹 미술작품으로 설치된 파빌리온같이 벽체와 기둥, 슬라브가 교차하고 밀려있다. 동쪽 파사드의 창호는 집 내부와 도시의 직접적 접촉을 차단할 수 있게 설계되었고, 전체 외관은 바라간이 감명깊게 보았던 '점묘법'Pointilism이 거친 콘크리트 외벽에 표현이 되어있다. 이 집에서 1988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0년을 살았던 곳이다. 건축적 언어외에 그 내부도 1948년에 지어졌다고 믿기 힘들정도로 세련된 감각을 선보인다. 지금 당장 살아도 촌스러움이나 21세기에 생활에도 그다지 문제는 없어보인다. 이 집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방문은 평일에만 오전10시에서 오후 4시까지만 가능. 가격은 400페소 = 20달러, 학생은 200페소 = 10달러정도)
바라간은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늘 사진 작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는 사진이 가지는 위력을 일찍이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사진작가 아르만도 살라스 포르투갈Armando SalasPortugal은 평생 바라간의 프로젝트를 동반하여 수많은 사진을 찍어 작품을 기록해 두었다. 바라간은 또한 독일 출신의 조각가 마티아스 괴리츠Mathias Goeritz와 많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했는데 그중에서 수백미터 높이의 기념비적인 위성탑Satelite
Tower은 지금도 멕시코 시티의 랜드마크로 자리한다.
이렇듯 선배 건축가보다는 다른 예술가와 일반 사람들의 삶을 보며 영감을 얻고, 딱히 멕시코라는 타이틀 안에 갇혀서 생각하지도 않으려 했기에 그의 작품세계관이 더욱 독특하고 특별하게 건축역사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an. 1980년 프리츠커상 수상자.
그 다음은 제임스 스털링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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