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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주말 힐링여행 마지막 날(6/6)

Brett D.H. Lee 2022. 1. 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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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오페라하우스, 뭉크미술관 & 아스트룹피언리 현대미술관 (5/6)

지난 포스팅의 내용을 잠시 상기한다면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 컬렉션으로는 매튜 바니, 데미안 허스트, 줄리 메레투, 안젤름 키퍼, 신디 셔먼, 제프 쿤스, 트리샤 도넬리, 리차드 프린스, 알렉스 이스라엘 등 쟁쟁한 현대 작가들이 가득하다. 

그 중 죽음, 인생무상 VANITAS을 직면하게 만드는 데미안 허스트의  1990-2000년대 대작들이 많아서 꽤 오래 미술관에서 머무르며 생각하기 좋았다.

허스트 작품세계 설명은 이전 포스팅에서...

 

(좌) God Alone Knows, 2007

(우) 지금 아무리 생각하려해도 기억이 안난다... 키키 스미스Kiki Smith인것 같은데 현재 미술관 컬렉션 이미지들이 웹사이트 업데이트때문에 올해 여름까진 볼 수없다.. 아 알고싶다... 어쨋든 이 전시관을 관통하는 주제는"신체는 반으로 가르면 누구나 같다."이다. 데미안 허스트, 키키 스미스, 트레이시 에민, 루이즈 부르주아가 있었는데 고통과 죽음을 직면하고 '산자의 공포'를 느끼는 것. 어찌보면 2022년 새해를 시작하며 끄적였던 사고팔고(四苦八苦)를 극복하게 해주는 작품이라 보인다. 다소 그로테스크하지만 인생보단 덜 그로테스크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앞서 본 작품들과 상반되는 알렉스 이스라엘의 젊고 밝은 에어브러쉬 페인팅이 있다. 그는 글도 쓰고 안경/선글라스 디자인도 하고 연극무대세팅도 할 줄 아는 다재다능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LA에서 활동하는 요새 잘나가는 힙한 작가이다. 

예일대에서 미술학부, 서던캘리포니아USC 미술대학원에서 MFA 졸업. 예일대를 다닐 동안 개념미술의  대가,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의 인턴이었고 이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LA에서 작가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를 섭렵하고 국제적 명성을 갖게되었다. 팝적요소도 강하고 LA에서 활동하는 만큼 유명 연예인과 합작 또는 그들은 오마주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2021~22년 현재는 틱톡TikTok으로도 각종 엔터테인먼트용 게임과 영상을 만든다는데... 욕망을 자극하는 예쁜 이미지들이 더 있어야할까 싶다.

 

고버의 작품도 구석에 잘 있고...

 

제프 쿤스의 Michael Jackson and Bubbles, 1988~

흔히 제프 쿤스는 곧 키치kitsch 정수라고 말한다. 키치는 독일어 '싸게 만들다verkichen'에서 파생된 용어인데, 쿤스는 현대사회에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쓸데없는 상품들, 그것을 끝없이 원하는 욕망의 천박함, 허세와 과시, 저속함 등을  더욱 드러나도록 '천박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미술 몰라도 한 번은 봤을 귀엽고 반짝이는 Puppy시리즈는 한병철을 포함한 많은 철학자들이 '매끈함', '포르노', '욕망'등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구원을 말한다. 대상에 대한 관조적 거리가 불가능하며 소비에만 집중된 지금 문화에서 도데체 어떻게 진정한 의미의 '미'를 향유할 수 있는가. 심지어 요즘은 '추함'도 매끄러워진다. 그 부정성을 상실하고 아무리 끔찍하고 악마적인 것도 포장이 되어 소비와 향유된다. 미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한병철에 따르면 진정한 예술작품은 '관찰자를 타격하여 쓰러뜨리는 것'이며 ' 나를 뒤흔들고 파헤치고, 나에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의 삶을 바꿔가는 것'이라 한다. 아름다움을 자기만족과 포르노적 향유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오는 '사고팔고'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주체는 타자의 타자성을 인식하고 자신을 개방한다. 즉 아름다움의 구원은 타자의 구원이다.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의 컬렉션

 

건물의 끝에 위치한 전시관. 지붕이 선박의 형태를 머금고 있다. 바깥으론 북해가 보이고...

 

오 여기에 정말 좋아하는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의 작품이 있다.+_+ 신학적 문제, 홀로코스트같은 역사, 정치적 문제 등 민감한 사항들을 주제로 논란과 담론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독일 출신 작가이다.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그는 특히 과격하고 투박한 대형작품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나 장소가 작품 어딘가에 새겨져있는 것이 또 특징이다. 과거를 형상화, 인식화하는 이런 작업은 신표현주의, 신상징주의라고 불리는 사조와 연결된다.  

나는 이런 민감한 것을 건드리는 것부터 더 나아가 whistleblowing 내부고발하는 것이 매우 좋다. 어떻게 보면 어떤 의미로든 (스스로의/타인의/집단의/국가의/등등) 내부고발은 고통과 위험이 뒤따르지만 정말 아름답고 숭고하다. 정의가 거의 구현되지 않는 요즘. 법 legal system으로 처벌이 불가능 한것이 지천에 깔려있는데 적어도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실수로라도 잘못한 자는 도덕성이라도 회복 후 살아가길 바란다...

가끔은 갱, 마피아들의 명예 honor system가 법치와 정의 운운하며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것들보다 더 진리와 도덕에 가까울 수도.

 

미술관 중앙을 가르는 운하. 하늘이 조각되어있다.

 

간식이라도 할까... 앉아서 먹기엔 너무 복닥대서 커피와 쿠키를 들고 바깥으로 나선다.

 

갑자기 날이 확 개이고 뭉게구름이 두리둥실 떠오른다.

 

2~3편에 소개했던 각종 선박같은데? 이 배는 현재 작은 박물관, 카페, 기념품 샵으로 사용 중.

 

오전 내내 하늘을 가렸던 커다란 구름덩이가 저 위로 사라져간다.

 

얼음땡이랑 비슷한 게임을 하고있는 노르웨이 아이들. 방긋 웃으며 뛰어다니는데...

역시 젊음이 좋구나. 절대 어떻게해도 이길 수 없는 하루라도 젊다는 것. ㅎㅎ

 

슬슬 다시 시청쪽으로 걸어가서 이번에는 오슬로 요새/올드타운쪽으로 가본다.

 

Akershus Fortress

중세시대부터 자리했던 오슬로의 성채 및 요새.

 

그냥 산책하는 것처럼 힘빼고 들어가본다. 너무 빡시게(?) 미술관에서 정신노동을 했더니...

그저 나른함을 즐기는 중.

 

중세시대부터 있던 길거리... 건물들은 각기 나이가 다 다르다. 어떤 것은 500살. 요거는 200살. 어떤 아이는 100살 ㅎㅎ

 

이 곳은 관광지 이전에 정치인들이 회담도 하고 이 성채 곳곳에 군사시설도 있는 실사용중인 요새이다. 그래서 군인들이 참 많았다. 사진을 찍다보니 어쩌다 눈이 마주친 한 분에게 '길거리 사진은 괜찮죠?'라고 물으니 금세 웃으며 오케이 사인을 보내주었다. 군인들 몸에 부착된 것과 이름이 너무 잘 보이게 접사만 하지 말라고한다. 근데 멀리서 이렇게 찍어도 다 보이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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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뷰. 이 건물은 메인 성채인데 내부에는 노르웨이 왕족들의 묘가 있다. Royal Mausoleum. 

그리고 2011년 노르웨이 테러 이후 총리실이 이 성채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건은 2011년 7월 22일, 총리 집무실이 행정부 및 각종 국가기관이 자리한 우퇴위아섬에 있었는데 이 건물에 노르웨이 노동당 정부를 대상으로 발생한 테러이다. 

 

그리고 슬금슬금 걷다보니 어느새 요새를 나와서 바로 근처에 있던 건축박물관에 도착했다. 실은 여기를 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 걷다보니 어떨결에...

 

그래도 건축가니까 건축박물관에 뭐가 있는지 가봐야지. 앞에는 건축학도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열심히 어딘가에 전화 중. 다들 '나는 건축가다'를 티내고 싶은지 귀에는 제도용 연필이 꽂혀있고 스케치북이 옆에 놓여있더라. 갑자기 생각나는 영화 '건축학개론'. 근데 실제 건축가의 일상은 그렇게 멋지진...않은데 ;;;;

 

마침 세계 곳곳의 엑스포, 그리고 그 꽃인 각종 파빌리온 건축에 대해 설명하는 전시가 한다.

아무래도 각종 규제가 있는 건물보단 이렇게 이벤트성 건물은 형태든 재료든 뭐든 더 재밌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파빌리온이나 문화시설을 꼭 해보고 싶은데... 그 역량과 유명세가 되야... ㅠㅠ

 

 

어딜가든 찍어보는 비상구 도면. 실제로 거의 모든 건물의 도면을 무료로 빠르게 얻는 것은 이렇게 법적으로 걸어야하는 'exit plan'을 찍어두는 것이다. 어느세월에 공무원이나 건물주, 기존의 건축가/시공사에게 부탁해서 받누... 

 

오슬로 랜드마크에 대한 영상도 틀어주고... 마침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도 나온다.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오슬로의 건축 이모저모를 알게해주는 작고 이쁜 박물관.

 

푸. 풍선? 기압차이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공압 구조pneumatic structure이다. 근대 이후부터 더 많은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이 구조는 특히 곧 도래할 우주시대에 적합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나 일론 머스크가 이것저것 설명할 때 뒤로 이런 공압구조물이 보인 영상이 꽤 있었는데...  나도 일반적인 건축말고 이런거 할까 ㅎ

 

아무도 없는 건축박물관 레스토랑. ㅎㅎㅎㅎㅎㅎㅎ 미술관 레스토랑은 미어터지던데.

 

아무도 없는 건축박물관 서점. ㅠ 이상하네. 유럽이라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주말 늦은 오후인데도 왜 한명도 없지

 

또 걷다보니 얼떨결에 도달한 오슬로 컨템포러리 미술관 Museet for Samtidskuns (Museum of Contemporary Art)

귀족의 대저택같은 느낌. 역시나 Roskilde Mansion이라 불리는 역사적인 곳이다. 1736년 바로크 시대에 지어진 이곳은 왕 크리스티앙 6세에 의해 설계되었고 Roskilde 주교bishop의 거주지로도 사용되였고, 노르웨이와 덴마크 사이의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사건들을 품은 랜드마크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계속 안으로 더 들어간다. 

 

주욱 들어가니 한쪽 켠에 뮤지엄 샵. 그리고 입장은 무료.

주교와 귀족들의 대저택으로의 임무가 끝나고 1980년대 노르웨이에 (메인스트림에 비해 조금 늦게) 성행했던 플럭서스Fluxus운동의 일부였던 Festival of Fantastics를 기점으로 재단이 설립되며, 1991년 컨템포러리 미술관이 이 건물에 자리하게 된다. 이후 30여 년간 현대작가를 선보이는 미술관으로 성장하다가 2021년, 아예 미술관 자체 컬렉션은 없는 itinerant museum으로 선로를 바꾸었다. 실제로 미술관이지만 자체 컬렉션없이 항상 기획전, 순회전만 하는 곳이 유럽에는 꽤 많아지고 있다.

 

역시 오자마자 또 찍는 비상대피로를 통한 도면보기. 바로크시대 건축물 답구나.

 

뻥 뚫린 중정위를 유리 천창으로 막아 내부와 외부의 중간단계 공간 완성. 

처음보는 신진 작가들이라 실은 꼼꼼히 보려다가 지쳐서 그냥 뭔지는 모르겠는 작품 구경 중.

 

그리고 기획전 중 하나였던 Art Povera 전. 

아트 포베라는 말 그대로 '가난한, 빈약한' 미술이란 의미이며 이탈리아 비평가 게르마노 첼란트 Germano Celant가 1967년에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대개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로 삼차원적 미술을 구현한 것을 말한다. 콘크리트, 나뭇가지, 건축폐기물, 산업폐기물, 톱니, 쇠사슬, 흙 등을 최소한 손질하고 배치/구성하는데 자연과학, 형이상학, 언어, 역사, 정치 등에 관한 작가의 성찰을 은유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말 그대로이다. 이들은 빈곤한 재료와 투박한 수법을 통해 메인스트림 문화로부터 소외된 제3세계를 대변하는 측면도 있으며 상업성을 배재한다. 엉성하지만 어떤 메세지와 이미지는 완성한 작품들. 강요되는 미의 표준, 정치력 강한 문화가 가지는 세뇌작용 등이 붕괴되는 것을 원한다. 어찌보면 앞서 언급한 키치와 아름다움의 구원, 현대인의 관음증적 인생, 실종된 정의와 도덕성 등이 여기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분명 인간은 했던 말 또 하고, 잘못한 역사 또 되풀이하고, 또 그것 가지고 누가 잘못했냐고 따지고... 변함이 없다. 탄생이래로. 

그 번뇌와 그것에서 따라오는 산자의 고통은 이렇게 "빈약한 미술 Art Povera"에서도 발현한다.

사진은 마리오 메르츠 Mario Merz의 이글루Igloo, do we go around houses or do houses go around us? 와 링고토Lingotto

  

 

메르츠는 전통적 미술형식과 도상icon의 사용을 거부했고 미술이 상업화 되는 것을 격렬히 반대한 작가이다. '작가'라는 단어도 싫어했을 정도. 그저 사소한 폐품, 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재료로 삼고 '참여하는' 미술을 지향한다. 곧 이는 자연의 순환법칙으로 연결되며 그의 작품은 우주로 뻗어나가는 나선형 구조나 이글루 돔 형태를 발전의 과정으로 보고 어제, 오늘, 내일의 모습이 연계되는 유기적 관계로 풀이한다.  

 

계속해서 운동하는 사포. 캔버스가 닳아 없어지는 날까지?

 

읭 갑자기 튀어나온 루이즈 브루주아.

 

Fee Couturier (Fairy Dressmaker)

 

더 자세한 미술관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또...

 

이제 공항으로 가야한다. 조금은 빠르게 중앙역으로 가는 길.

 

중앙역 가려하니 다시 만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언제나 봐도 신기하고 영롱하다. 정말 빙하 한 조각...

 

여행의 끝이라 생각하지만 일상으로 잠시 돌아가 5일 일하고 또 다른 나라로 떠난다.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

 

오슬로 중앙역에서 Flytoget타고 공항까지 약 20~22분만에 express로 간다. 2022년 기준 성인 204 크로네 (편도).

약 27,000원. 엇.. 지금 생각해보니 비싸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제일 맛있다고 가게주인이 추천해서 사서 들고 뛰어옴. 안에 마쉬멜로와 커스타드 중간형태의 기묘한 크림이 들어있는 초코펑.

 

그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지 departure 전광판보다가 즉흥적으로 정해버릴 때도 많다.

실제로 이 다음 주는 밀라노, 그리고 매 주말 순서대로 스위스 바젤, 네덜란드 아른헴, 폴란드....

홍철형님 말대로 하고th싶은거 하thㅔ요!

 

집으로 돌아갈 시간. 비행기만 보면 계속 설렘.

 

 

에필로그(?)

아니... 뭘 이리 많이 샀냐... -_-

돌아다닐 때마다 늘어가는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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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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