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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오페라하우스, 뭉크미술관 & 아스트룹피언리 현대미술관 (5/6)

Brett D.H. Lee 2022. 1. 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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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홀멘콜렌 스키점프대 & 비겔란 조각공원 (4/6)

 

다음 날 아침. 밤새 눈처럼 하얗던 하늘. 일어나서 바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로 운동삼아 뛰어간다. 가는 길에 오슬로 항구를 따라 개발되는 신시가지의 건물도 구경할 겸.

 

지름길인 철로 위 육교로 뛰어가기.

 

(위에 사진 두 장 나란히 있는것임.. 지금보니 포토샵한 줄 ㅎㅎㅎ)

재미난 파사드를 살펴보며 뛰는 직업병.

저기 튀어나온 것은 전망대? Cube영화에서 본 듯한

 

다시 찾은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Operahuset. 2008년에 완공된 이 곳은 노르웨이의 자연환경을 적극 반영한다. 정부는 이 새로운 랜드마크를 위해 국제설계공모전을 개최했고 내로라하는 유명 설계사들의 약 350개 출품작 중 노르웨이 오슬로에 베이스를 둔 세계적인 건축, 조경, 디자인 스튜디오인 스노헤타 Snøhetta가 당선되었다. (꼭 한번 일해보고 싶은 스튜디오... multi-disciplinary디자인 스튜디오라서 딱히 건축이다, 조경이다, 한 단어로 규정은 지을 수 없는 곳.)

 

 디자인 컨셉은 육지와 바다의 자연스런 연결. 피요르드에서 흘러온 거대한 빙산의 일부. 실제 겉과 위에는 눈이 덮여있지만 빙산, 빙하의 단면도 저렇게 푸르스름한 것이 억지스럽지 않고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경사진 외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흰 화강암과 이탈리아의 대리석 La Facciata으로 처리하었고 자연스럽게 물 속으로 사라지는 느낌을 준다. 오슬로 도시가 눈에 덮여있을 때 실눈을 뜨고 바라보면 정말 빙하에서 깎여나온 얼음조각이 바다로 진입하는 느낌이 들 정도.

 

 이제 이 '빙산'위로 산책해볼까. 아침 8시라 사람들도 없으니 오롯이 건물에 집중이 가능하네.

 

미국에선 ADA나 각종 규제때문에 불가능할 디자인... ㅠㅠ

건축물 위로 맘대로 올라가는데다 심지어 경사로도 landing없이 끝까지 올라간다. 이런 점에선 가끔은 유럽에서 일할때가 그립다.

하늘로 올라가는 중? 옆에 얼음덩어리 (유리파사드)는 자칫 미끄러질 듯이 보일 정도이다.

 

올라와서 오슬로 구경.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 있다.

 

아직 공사가 한창 중인 신시가지도 한눈에 보이고. 2021년 지금은 저 오른편에 기초닦는 부분에 5~10층 높이의 복합주거단지가 자리잡았다.

 

오페라하우스 위에서 지나가던 사람들과 인생샷 건져보겠다고 번갈아가며 점프 점프!!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 지금도 잘 사용하는 중. 세상은 재밌게 놀다가는 산책길이다.라는 느낌이 잘 표현된 사진.

 

내부는 3개의 공연장과 카페, 레스토랑, 교육시설 등이 자리한다. 특히 입구에 들어서면 차가운 외관과 대조적으로 따뜻한 느낌이다. 황금빛이 나는 참나무로 만든 이 '파도 벽'은 공연장 층마다 폭이 달라지며 유기적으로 틈새를 만들고, 목재계단이 스르륵~ 흘러나오 듯이 연결된다. 목재 패턴은 큰 매싱에 작고 다양한 패턴을 주어 심심하지 않게하고 방음의 역할도 한다. 

내부는 15m 높이로 삼면을 둘러싼 창유리를 덕에 내부가 전체적으로 빛나고 있다. 경사진 지붕을 지탱하긴해야하고,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부유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외부에서 보았을 때 푸르른 유리만 보이게 하고픈데 구조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기둥과 강철 프레임을 최소화하며 두꺼운 유리때문에 색이 탁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껍지만 철분 함량이 적은 강화유리를 사용했는데 공사비가 이로 인해 곱절로 뛰었다는... 그리고 300 평방미터인 남향 창 표면에는 투명 태양광 패널도 부착되어있어 연간 약 20,618kW의 전기를 생산하여 친환경적,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우수한 건물이다.

 

메인 공연장 자체는 고전적인 형태. 1370석

오크로 제작되고 내/외부 형태도 항아리 느낌이라 술담궈야할것 같은 비주얼? ㅎㅎ

타원형 샹들리에는 천창에서 내리쬐는 자연광처럼 보이는데, 이는 내부에 수작업 깎은 크리스탈 5800개가 빛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라한다. 이 공연장은 1.9초의 잔향이 있는데 극장 측면의 발코니는 청중에게 소리를 반사시키고 후면의 것은 여러 방향으로 소리를 분산시키도록 디자인되어있다. (커브진 형태와 오크의 재질을 통해). 그리고 오크재료가 고주파 진동을 저지하기도 한다. 건축에서의 acoustics는 따로 분리된 학문이 있을 정도인데 필자는 그쪽 전문가는 아니므로 설명은 여기까지;;;

 

야간에 바라본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낮에는 시원한 빙산의 모습이라면 밤에는 내부의 목재가 드러나며 따뜻한 '집'의 느낌을 준다.

 

오페라하우스를 보고 항구를 따라 걷다가 이제 뭉크미술관으로 향한다. 걷기에는 거리가 있어 지하철 타기로. 

오슬로 중앙역/시청광장/칼 요한거리에 위치한 Jernbanetorget역에서 Tøyen 역으로 (3정거장).

 

일러둘 것은 2020년에 뭉크미술관은 오페라하우스 바로 옆 pier으로 이전하였다. 코로나 이전 여름에 방문했던 고요한 주택가의 작은 뭉크미술관이 뭉크의 이미지와 더 맞는 것 같은데... 현재 뭉크미술관은 너무 크고 화려해서 나에겐 살짝 이질적이고 아쉽다. 예전 뭉크미술관에서의 마지막 전시는 2021년 5월~10월까지였다. (불과 2달 전)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Tøyen지역의 뭉크미술관, 하지만 건물은 그대로 두고 archive로서 사용된다.

 

Tøyen역에서 내리면 주택가이고 덩굴도 많고 간판도 소소하게 붙어있다. 

 

공원인듯 공원아닌 공원같은 곳에서 북쪽으로 5~6분 걷다보면 Munch-Museet 사인이 나온다.

 

 

고용한 동네에 고요하고 작은 미술관. 대부분 층고 높은 1층이고 오피스부분은 저렇게 mezzanine형식으로 걸쳐져있다.

 

Image Source: Munchmuseet.no

1963년 오슬로 중심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Tøyen지역에 설립된 뭉크미술관은 올해 2021년 10월 1일을 마지막으로 폐관하고 모든 작품들은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옆 거대하게 지어진 신관으로 이전하였다. (사진은 아래에) 

 

Image Source: Munchmuseet.no

예전 뭉크미술관 전경 (필자가 코로나 이전 방문 당시 여기 방문. 신관은 오픈한지 2달 밖에 안됨;;;)

 

1944년 1월 23일, 뭉크가 사망하기 4년 전 그는 그의 모든 작품을 오슬로 시에 기증한다는 유서를 남긴다. 미술관은 1963년에 뭉크가 당시 생존했다면 100번째 생일인 날을 기념하여 시에서 추진한 것이다. 덕분에 빠른 속도로 건축비가 마련되었고 노르웨이 건축가 군나르 포그너 Gunnar Fougner와 에이나 미클버스트 Einar Myklebust가 설계공모에서 당선됬다. 결국 그들의 디자인대로 실시설계되고 완공되어 지금에 이르지만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칠 뭉크의 네임밸류에 비해 너무 밋밋한 디자인이라 불만을 가졌다. 1950년대 당시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국제양식 International Style에 기반한 깔끔한 디자인인데 뭐... 각진 정방향의 콘크리트와 유리. 심심할 수는 있겠다 싶음. 미술관 컬렉션으로는 회화 1,200여점, 판화 18,000점, 조각 6점,  도서 2,240권 및 기타 다른 소품까지 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뭉크는 노르웨이에선 영웅이자 혼이다. 1000크로네에 그의 초상이 있고 오슬로 국제공항 명칭도 에드바르드 뭉크. **

Image Source: Munchmuseet.no

새로 오픈한 뭉크미술관 전경

뭉크가 작가로서의 입지는 노르웨이는 물론 세계적이다. 물론 그를 축복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예술세계를 알리는 것은 좋지만 건물이 커서라기 보다는 뭉크의 삶이나 작품과 많이 다른 느낌을 주어서 그럴까, 개인적으론 이질적이라 생각한다. LA에 있는 Morphosis가 설계한 LA Police Department같기도 하고... 느낌은. 조금 더 서정적인 디자인 어휘가 들어갔으면 좋았을 걸 한다. 아니면 오페라 하우스처럼 노르웨이의 상징성이 있다던지...  

이 신관은 2021년 10월 22일에 정식 오픈하였다.

오슬로 패스 소지자는 무료. 아니면 성인 160 크로네 (약 21,000원), 25세 이하 100크로네 (13000원)

개장시간:  토~화 10~18시 / 수~금 10~21시

 

티켓오피스. 그리고 저 뒤로는 공항 못지않은 security체크 포인트. 정말 공항처럼 똑같이 소지품 스캔한 후, 카메라는 코트체크에 넣던지 가방에서 절대 빼지 말라고 당부한다. 뭉크미술관은 특히 2004년 <절규>와 <마돈나> 무장강도 절도사건 이후 더욱 보안이 철저해졌다. 당시 강도들이 숨어들어 온 것도 아니고 정중앙으로 처들어와서 보안요원들을 위협하고 갈취한 것이라 더욱 이슈가 되었다.

찍지 못해서 아쉽지만... 카메라로 내부 찍는 것은 기존에도 안되는 것이었단다. 그래서 아쉽지만 전시장 내부는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것으로만 사용하며 설명하겠다. (Exhibition Space Image Source: Munchmuseet) 카페나 샵은 촬영 가능.. 의미는 크게 없지만 ㅎ

 

카페. 간단한 음식 정도. 여름인데 아침부터 항구에서 뛰었더니 춥고 배고파서 파니니와 커피를 '복용'하고 전시장으로..

 

미술관 카페 Stockfleths.

 

The Scream, 1910. Tempera and oil paint on vancas

뭉크의 절규 4점 중 2점이 이 곳에 있다.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있는 가장 잘 알려진 템페라로 된 1893년 버전 / 가장 덜 알려진 1893년 파스텔화, 뭉크미술관 소장 / 2012년 경매최고가를 올린 1895년 파스텔화, 개인 소장 / 2004년 도난되었다 2006에 되찾는 1910년 템페라+유채화, 뭉크미술관 소장) 표현한 것이 조금씩 다 다른데 아래 이미지 중 1번이 국립미술관에 있는 것, 2번이 뭉크미술관에 있다. 이 둘이 가장 많이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었고 비교가 자주 된다. 필자는 캔버스에 칠도 덜 되고  눈동자 자체가 없어 유령처럼 보이는 2번째, 뭉크미술관의 것에서 그의 영혼의 절규가 느껴지는 느낌을 받는다.  

원재는 Skrik인데 이는 영어로 Scream이 번역되었고 한국어로 '절규'가 되었다. 원래 단어의 뜻은 '아주 날카로운 비명같은 외침'인데 절규가 딱 맞는 번역은 아니라고 한다. 절규는 그저 소리지르는 뭉툭한 느낌의 단어인데 뭉크가 나타내고자 한 것은 선홍색 핏빛으로 물든 하늘과 칼이 폐부를 찌르는 듯한 외침, 더 동물적이고 날카로운 외침이라 한다. 그래서 종종 비명이냐 절규냐, 아니면 다른 표현을 써야하냐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뭐가 됬든 죽는게 나을 수도 있을듯한 공포와 고통은 인간의 언어로 규정될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나는 두 친구와 함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우울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변했다.

나는 멈춰서서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극도로 피곤해져서

불타는 구름이 피와 칼과 같은 형태로

짙은 푸른색의 피요르드와 도시 위에 

걸려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친구들은 계속 걸었다.

나는 그대로 서있었다. 불안으로 몸을 떨며

그 순간 거대한 , 무한한 비명이

자열을 꿰뚫는 것을 느꼈다.

 

- 뭉크의 1892 일기에서 -

 

Madonna, Oil on canvas, 1895-1897

'마돈나'는 유럽의 역사에서 '성모 마리아'로 통한다. 이 작품은 뭉크가 사랑했던 여인이자 노르웨이 문학가인 다그니 유엘Dagny Juel을 그린 것인데 그녀는 뭉크를 거절하고 그의 친구와 결혼했다.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에 남성편력이 심했어서 그는 또 다른 애인에게 살해되었다. 뭉크는 마돈나라는 종교적 아이콘과 로맨틱한 사랑과 욕정의 사이에서 그녀를 표현하는데, 그의 수많은 마돈나 습작과 스케치들는 태아와 정자, 오르가즘/황홀경에 빠진 여성, 본능적 사랑romance과 생식reproduction, 그리고 죽음과 부활 등에 관한 묘사를 하며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여성을 신성화하면서도 남성을 파멸시키는 팜므파탈의 존재로 보여준다. 수 많은 화가들의 뮤즈가 되어온 마돈나, 팜므파탈의 여인 등이 있는데, 특히 뭉크의 <마돈나>는 마돈나와 메두사를 합성시킨 것이다. 

 

질병과 정신 착란, 그리고 죽음은 

요람 위에서 나를 굽어보는 검은 천사들이었다.

- 뭉크의 일기에서 - 

Vampire. Oil on canvas, 1893.

이 작품은 <흡혈귀>. 드라큘라는 역사에 남성으로 나오지만 뭉크는 여인으로 표현하였다.

 상징주의자들의 여성 뮤즈는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 사이에 존재하며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치명적인 유혹으로 사랑을 얻기위해 오히려 연인의 목을 치거나 생명을 흡수한다. 이를 남성성의 '거세'로 신화나 역사서에 표현되어왔다.

19세기말에서부터 2차세계대전까지는 전 세계가 전쟁과 정치, 사회, 기술적 혁명이 끝없이 진행되며 혼란에 빠져있었고 특히 정신학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들도 많이 나타났다. 뭉크는 그의 주제는 주로 죽음, 병, 광란, 성도착 등 매우 힘겨운 삶을 필터없이 대변하는데, 이는 당시 보수적인 사회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나치독일은 퇴폐예술degenerate art라는 이유로 작품들을 몰수하기도 했다. 

내 몸은 썩어가지만 그 시체 위에서 꽃이 핀다.

난 그 꽃 속에서 사는 셈이다.

이것이 영원이라는 것이다.

- 뭉크의 일기에서-

  

 

그리고 뭉크 전시를 여러번 관람했지만, 뭉크미술관에서 가장 특이했던 전시는 단연 <반고흐 x 뭉크>전.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를 각각 대표하는 두 작가.

암스테르담 고흐미술관과 오슬로 뭉크미술관에서 2015~16년에 걸쳐 전시되었었다. 아래는 홍보영상.

 

고흐와 뭉크. 서로 알지도 못하는 두 작가지만 비슷한 인생과 작품세계 때문에 활발히 그 둘을 비교하는 전시와 글이 많아지고 있다. 순탄치 않았던 가정사, 사랑의 실패, 각종 정신질환, 죽음에 대한 고찰, 여성/성에 대한 신성화 및 내재된 분노, 살아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거나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점 등이 비슷하다.  활동시기도 1880년대를 기점으로 20세기 초반까지 겹치며 주변 환경과 사람을 그들만의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

 

All museum interior images by Munchmuseet.

뭉크미술관 반고흐+뭉크 전시 입구. 

 

고흐와 뭉크의 초상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전시장 내부. 고흐와 뭉크가 풍경화에서 자주 사용한 하늘색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이 둘의 작품을 이 포스팅에서는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죽음, 욕정, 고통을 표현하는 굉장히 어둡고 소름끼치는 것도 있지만 아름다움, 삶의 의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것도 참 많다. (고흐는 필자의 블로그 네덜란드 편 - 크뢸러 밀러 미술관과  고흐미술관 참조. 뭉크의 부가 설명은 노르웨이 1편 - 국립미술관 참조) 이들은 너무 순수하게 세상을 살면서 보이는 것 그대로 표현해와서 오히려 고통스러웠을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세상은 순수하게 어린아이처럼 살다보면 수 많은 실패, 배신, 절망을 경험할 빈도는 높아질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이해관계에 따라 계산하고 스스로 보호하는 방패를 만들다보니 어느 순간 위선자가 되고 더 이상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르는 "세속에 찌든 평범함"을 갖추게 되었다.

평범하게 평균적으로 안전하고 행복하게 그러나 어쨋든 성공은 하라는 세상. 가끔 고흐와 뭉크를 비롯해 괴롭게 살다 간 작가나 주변 지인들을 보면 알게모르게 용기도 생기고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게 되더라. 그래서 또 세상에 덤비고 얻어터지기 일쑤인데... 20년동안 수십번을 맞았는데도 아직도 멀었다 ㅠㅠ

 

두려움과 질병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뭉크의 일기에서 -

 

내가 만난 사람과 사건이 나를 구성한다. 한 사람의 고집과 생각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결론이다.

시대가 그 사람의 삶 속에 가장 많이 들어온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 신영복의 <담론> -

 

뭉크 미술관 전경

 

새로 완공된 뭉크 미술관 (좌). 뒤로 신시가지의 2021년 현재 모습이 보인다.

 

Toyen지역에 있는 뭉크 미술관에서 나와 다시 항구쪽으로 향한다. 그 다음 미술관은 오슬로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Astrup Fearnley Museum이다.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이는 항구. 이 길의 끝에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이 있다.  여긴 시청과 노벨평화센터가 있는 부분. 미술관까지는 도보 약 10분.

 

남쪽끝은 운하처럼 갈라져있어 작은 보행자 다리 2개를 건넌다. 여기 콘도는 얼마나 하려나..

다운타운 한복판 항구를 끼고 저런 발코니가 있으니 비싸겠지?

 

선박의 곡면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 Renzo Piano의 작품이다.

 

미술관은 동서로 나뉘는데 각각 매싱의 중앙에 관람객들이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사진에서 좌측이 동쪽이고 메인 로비, 어드미션, 카페/레스토랑, 뮤지엄 샵 그리고 2개층의 기획전시관이 있다. (항구따라 남쪽으로 걷다보면 남쪽 끝에 위치한 미술관). 서쪽의 건물은 살짝 반지하로 내려간 1개 층에서 이 곳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위쪽으로는 교육시설, 오피스, 아카이브 등이 있다. 많이 넓지는 않으니 체력적으로 무리없는 미술관.

 

Image Source: Dezeen

둑을 쌓고 지반을 높여 강화된 섬. 주변에는 주상복합이 들어서고 미술관은 운하와 도보길을 따라 양 옆으로 구획되어있다.  

Image Source: Dezeen

단면도. 서쪽에 두층으로 되어있는 전시실, 동쪽에 상설전시관 및 위쪽으로는 Atrium을 통해 양 옆으로 개방감을 주는 오피스. 지붕은 선박의 곡면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술관 입구.

작은 3개의 kiosk가 어드미션. 티켓 성인 130크로네 (17000원), 학생 90크로네 (12000원), 18세이하/오슬로패스 소지자 무료. 2021년 현재 기준으로 화, 수, 목 3일만 운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월요일에만 휴관했는데 ㅠㅠ)

어드미션 뒤쪽으로 뮤지업 샵이 있고 사진찍는 이 위치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기획전시실 전경. 현대미술관답게 현재 노르웨이와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신진작가들의 최신작을 볼 수 있다.

 

지붕 구조가 선박의 선이랑 같아서 배 뒤집어 놓은것 같다. 렌조 특유의 "비싼" 디테일이 돋보이는 지붕의 커스텀 곡면유리, 최소화한 스틸구조slender steel structure/columns, 스틸 케이블 리깅steel cable rigging, 직사광선을 피하도록 적절히 덮은 피형강판 corrugated metal까지. 

 

2층에는 배 갑판처럼 건물 전체를 따라 길게 테라스가 있는데, 북쪽으로는 이렇게 오슬로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오슬로 시.

 

뮤지엄 샵. 건축도서와 엽서 몇 장 구매.

 

이제 건너편 상설전시관으로 가본다. 남쪽으론 시원하게 트인 북해.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들이 쟁쟁하다. 매튜 바니, 데미안 허스트, 줄리 메레투, 안젤름 키퍼, 신디 셔먼, 제프 쿤스, 트리샤 도넬리, 리차드 프린스, 알렉스 이스라엘 등 현재 날라다니는 작가들이 가득하다. 

 

살짝 반지하인데 (12계단 정도 내려가있음)

시작부터 강렬하게 데미안 허스트의 대표작들로 시작.+_+

* 아래 허스트 작품 이미지는 몇몇 분께는 조금 거북 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1990년대 영국 현대 예술 조류의 YBA 출신인 데미안 허스트는 현재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현대 예술가이고 (미국에서는 제프 쿤스) 죽음과 부패, 미술과 과학/대중문화 등 민감하고 파격적일 수 있는 주제를 더욱 파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워낙에 유명하다. 그래서 '미술 몰라요' 하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보았을 작가 겸 다신 안 보고 싶어하는 작품들로도 이름 날리는 중...

 

그 첫 시작은 1991년 직접 구매한 죽은 뱀상어 시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궈 유리진열장처럼 보여준 것.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이란 작품인데 이미지는 찾아보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ㅎㅎ

파격적인 것이 너무 많지만 굵직한 몇 개만 말하자면 2007년 실제 인간의 두개골 표면에 백금을 입히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For the love of God 이 영국 옥션에서 735억에 팔리며 더욱 화제가 되었다.

우리가 먹는 약의 색깔을 이쁘장한 "땡땡이"로 표현한 spot painting,  실제 약을 유리진열장에 촘촘히 나열해놓은 '약장'시리즈. 수천마리 나비로 만트라 같은 패턴을 만든 시리즈... 등.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죽음 자체를 직면하게 만드는 작품.

그 시작은 Vanitas. 바로 중세부터 이어져온 '인생무상'의 주제이다. 실제로 많은 정물에선 과일과 각종 도구는 물론 죽은 동물이 등장하는데 캔버스에 '정물화'로서 등장해서 그 vanitas를 직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실제 시체를 부패방지하는 용액에 담궈 영원히 보게 만든다면 죽음을 어떻게 직면해야할까? 제목 그대로이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나는 개인적으로  '산자의 공포'가 느껴진다.

살아있기때문에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죽음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고통에서 탈피시켜주는 해탈의 경지로 보인다.

 

 

천 년 Thousand Years, 1990.

소의 시체에서 절단한 머리와 전기충격기가 한 켠에, 구더기가 가득한 박스가 담긴 유리관이 다른 한 켠에 있다. 구더기에서 날파리가 탄생하고 소의 시체로 향한다. 그리고 소 머리 근처를 맴돌다가 전기충격기에 감전되어 죽어 그 옆으로 쌓여간다. 구더기는 끝없이 생겨나고 날파리도 끝없이 태어난다. 소의 머리가 없어질 때까지 영원히 이 탄생과 죽음의 과정이 반복된다. 인생무상. 그저 우린 살고 죽는 것인가. 인류를 바깥에서 보는 '초월자'의 관점에서는 인류조차도 이렇게 보일 것인가. 소의 머리는 우리가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어떤 욕망의 상징인가.  

 

 

 

여러 알약 시리즈 중 하나. Day by Day부터 Six Pills, Medicine Cabinets 등 여러 제목이 있는데 흔히 우리가 살 수 있고 사용하는 약 상자나 알약을 이용한 작품이다. 복용하면 무조건 질병이 나아진다는 사람들의 인식, 치료에 대한 희망과 맹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을 반증하는 것. 그는 무균실처럼 깨끗한 흰 배경의 약국에 진열된 제약제품들이 죽음과 부패와는 거리가 과연 먼 것일까, 사람들은 질병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위해 이러한 외형을 갖춘 알약과 제약회사에 끌리고 그들의 '좋은 점'만 바라보는 것일까. 라는 의심에서 시작한다. 먹는 동시에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희망. 그 안에 실제 들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체... 이런 인식 자체를 흔들고 미니멀한 외형을 이미 갖춘 약품을 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미술에서도 역시 알약의 효능이 발현될까 시도한 것이다.  

 

Medicine Cabinets, 2012

각종 약에서 뽑아낸 색상으로 시작한 점 시리즈. spot paintings. 약이 실은 색상과 모양만 보자면 참 귀엽고 깜찍한데... 

이 작품을 보고있으면 우린 결국 포장된 것. 디자인. 화려하고 끌리는 외형에 복종하고 맹신하는 것을 깨닫는다. 거부할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위선. 

 

 

신의 사랑을 위하여 For the love of God, 2007

 실제 인간의 두개골 표면에 백금을 입히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

이후 실제로 그가 아동의 해골로도 제작하려한지 모르겠으나, 항간에는 그런 소문때문에 더욱 이슈가 되고 그는 많은 공격을 받았다. 교단에서는 1991년부터 그를 사탄이라고 규정하며 욕을 퍼부었는데 특히 이 작품은 더욱 더 그 증오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그는 성경, 코란, 토라, 불경 등 어느 종교에 대한 공격이나 언급은 하지 않는다. 그저 삶과 죽음 자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인생의 모순을 역설한다.

 

실제 나비를 이용하여 만든 나비 시리즈 중 하나.

멀리서는 언뜻 교회의 stained glass같기도해서 아름답지만 가까이가면 당혹감이 든다.

 

 

허스트가 인테리어를 한 라스베가스의 팜스 카지노 리조트 Palms Casino Resort의 바.

그리고 그가 직접 모든 것을 꾸민 이 곳의 스카이 빌라, 스위트 룸은 2021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 룸이다. (외부에 공개꺼리는 private hotel제외) 2박이 미니멈 스테이인데 숙박비는 약 20만 달러+ 부가세 (한화 2억6~8천만원) 24시간 집사butler서비스부터 리무진, VVIP 카지노대접까지 해주는데 팁주고 뭐하다보면 이틀에 3억넘게 금방 소진할 수 있다^^. 아니... 이틀 머무는데 집 한채 가격이 나간다니;;;

그도 그럴 것이 이 스위트 룸은 허스트의 작품 전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름알데히드 용엑에 담긴 상어 2마리부터 알약시리즈, 나비시리즈, 각종 회화 작품 및 그의 작품과 콜라보한 초고가 브랜드 가구와 비품들이 꽉 차있다. 내부의 대리석과 수영장 타일, 유리벽, 천장 장식, 당구대, 라운지 바 카운터까지 모두 작품과 보석들이 빽빽! 이런데는 누가 가나.

팜스 리조트의 스위트룸의 거실.  

 

 

미술 작가로서 전무후무한 길을 개척하는 허스트때문에 잠시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_-;;;

다시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의 상설전시관으로...

‘Mother and Child (Divided), 1993, Glass, painted steel, silicone, acrylic, monofilament, stainless steel, cow, calf, and formaldehyde solution

 

허스트의 작품은 여러 번 보았는데 이 작품은 처음보았다. 여기에 있을 줄이야...

엄마 소와 아기 소가 반으로 갈려서 나란히있다. (이미 죽은 소를 자른 것임. 그가 포유동물을 용액에 담글 때는 이미 죽은 것을 구매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공격들어올 때 그의 해명은 항상 이것이다.)

 

"신체는 반으로 가르면 누구나 같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이는 현재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이다. 피부가 검다고, 외모가 형편없다고, 혹 다른 동물은 하등하다고... 각종 선입견과 차별을 만드는게 우리다. 그러나 그 내부는 다 똑같다. 우린 같은 생명체이다. 모두 생명체로서 행복히 살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차별로 인해 우린 각종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고 그 끝에는 죽음이란 궁극의 공포가 있다. 이런 스토리를 듣고 작품을 본다면 오히려 개개인들은 저질렀던 각종 죄를 생각하고 반성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비위가 좋지 않는 필자도 생각보다는 반으로 갈린 이 시체앞에서 무덤덤했다. 20년 간 해외 돌아다니며 더 한 것도 많이 보았고, 특히 이 징그럽다고 느낄 수 있는 생명체의 단면보다 인간들이 사회에서 저지르는 죄가 더 징그럽다.고 느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죽음'이란 단어가 공포의 대상은 아니다. '삶'이란 단어가 더 무섭다. 왜냐면 살아야하니까...

 

뒤로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있고 왼쪽켠에는 YBA의 일원이었던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작품도 함께 있다.

남은 컬렉션의 스토리와 아름다운 바깥풍경과 오슬로 요새fortress, 건축박물관 등은 이번 노르웨이 주말여행 마지막 편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주말 힐링여행 마지막 날(6/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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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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