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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 -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1/3)

Brett D.H. Lee 2021. 11. 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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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면서 거의 매주 유럽 각지로 헤쳐모여를 하던 즐거웠던 나날. 그 중 한 주말은 암스테르담과 함께 아마 네덜란드하면 떠오르는 3대 도시 중 하나인 로테르담을 다녀왔다. (Amsterdam, Rotterdam, The Hague) 참고로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로 로테르담 발음하는거 어렵다고 한다. 

발음을 아예 '롸데르담'이라고 하면 거의 다 알아듣는다. ㅋㅋㅋ 암스테르담도 '아암쉬데르담'이라 말하면 바로 알아듣는다. ^^

 

로테르담은 대항해시대부터 현재까지 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항구도시이며 여기서 라인강을 따라 유럽대륙 각지로 많은 물자가 오간다. 특이하게 프랑스, 이베리아반도 서부연안에는 큰 무역항구가 발달이 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예전부터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현재 벨기에 영토인 안트베르펜Antwerp이 무역 요충지로 있어왔다. 

로테르담에서 만난 건축물 몇 가지 (위에서 순서대로. De Rotterdam 타워, 에라스무스 다리, 로테르담 중앙역,  Pauluskerk 성 베드로 교회, 큐브하우스 마켓홀 Markethal 내부, 쿤스탈 Kunsthal 내부, 마켓홀 외부, 보이만스 반 뵈닝겐 신축 수장고 내부, 외부, 그리고 흔한? 주거지의 입면 패턴)

 

로테르담은 건축가에겐 아무래도 렘쿨하스가 이끄는 OMA의 본사가 있고 모더니즘을 거치며 워낙 Dutch의 실험적이며 완성도있는 건축때문에 특별한 곳이자 볼거리가 풍부한 도시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베네룩스 3국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파괴되어 (실은 도시가 아예 없어졌다고 해야 맞는 말) 대다수의 건물이 50년대 이후 신축된 것이다. 마치 시카고가 화재로 도시가 사라졌다가 새로 싹 만들어서 아직도 미국도시치고는 깔끔(?)한 편인데 로테르담에서도 그 느낌을 받았다. 암스테르담은 역사가 깊고 워낙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고도제한도 많은 반면에 로테르담은 유럽도시인가? 싶을 정도로 고층건물과 휘황찬란한 형태와 색을 지닌 건물이 많다. 현재 로테르담은 도시자체가 현대건축의 박람회장이라 할 정도로 도시에서 주최하는 건축투어가 가장 인기있다고 한다. (이점은 신기하게도 시카고와 비슷. 물론 다른 도시들도 건축투어가 있지만, 다른 볼거리에 비해 유난히 20세기 이후의 건축을 집중해서 지원하는 곳도 흔치는 않지...)

 

서론이 잠시 따분해졌는데 어쨋든 오늘은 건축보단 로테르담의 얼굴마담 미술관인 보이만스 반 뵈닝겐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을 즐기러 출발~!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역시 빨래를 뒷마당에 널어두고 모닝 커피 한잔을 땡긴 후. 슬슬 집 앞에 있는 Amstel역으로 향한다. 로테르담까지는 30분이면 도착. 현재 미국 LA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유럽의 훌륭한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너무 이른 일요일 아침인가... 아무도 없는 기차 내부. 보통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 이 기차는 왜 빨간색이지?? 특실인가 ㅎㅎ

 

멍때리면서 운하쳐다보니 금세 30분은 지났고. 로테르담 중앙역 메인 홀로 걸어나온다. 와... 희한하게도 지었다더니.. 천장 마감부터 외부로 연결되는거 보소....  천장에 lighting이 좀 부족한 듯한데... 생각보다 훨씬 어두웠다. 동굴처럼 보이고 싶었나?  실제로 저 전면유리로 처리된 곳에서 들이치는 햇빛이 더욱 지하 grotto에서 지상으로 가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지금 서있는 곳에서 저 입구까지 오르막 경사로... 아주 미세하지만 워낙 넓어서 그 단차가 잘 느껴진다. 역시 유럽이라, 혹 로테르담이라 많은 건축적 실험이 허용되나보다. 진짜 부러움... 한국이나 미국이나 온갖 법규에 막혀서 생각했던 것이 자꾸 무너질 때가 많은데... (참고로 이런 바닥 전체에 경사를 주는 것은 미국에선 ADA때문에 상상도 못할 일)

 

입구에서 뒤를 돌아본 모습. 천장의 lighting이 마치 색종이 도려낸 듯 무심하게 턱턱 놓여있다. 

 

중앙역 외관. 매우 도전적. 스테인리스 접합 캐노피가 각진 모습으로 에너지를 뿜어낸다. 건축은 네덜란드의 Benthem Crouwel Architects이고 조경은 West 8. 각자의 분야에서 탑을 달리는 강자들... 실은 여기서 조경디자인이 어떻게 성공적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너무 다 hard scape로만 뒤덮인 플라자여서;;;) 어쨋든 중앙역의 이미지는 가히 도시의 로고로 쓰여도 손색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임팩트있다.

 

슬슬 걸어나오다가 뒤를 돌아본 순간. 차갑고 기계적인 미래도시의 인상을 주는 로테르담.

네덜란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운하 옆 앙증맞게 줄지은 좁고 높은 주택의 모습, 투박한 길거리와 자전거와는 완전하게 대비되는 새로운 도시.

 

역 앞으로 계속 이렇게 줄지어서 주욱~ 미술관까지 도시가 이어진다. 건물 하나하나 모두 특이점이 있어서 뚫어져라 쳐다보게된다. 그냥 걸을 수가 없네;;;

 

서울역 앞 광장처럼 각종 공연도 이루어지고 시위도 하고, 이렇게 주말엔 물이 땅에서 뿅뿅 솟아나며 플라자가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잔디위로 달리는 트램 길. 독일도 그렇고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위스 등에선 트램이 지나는 곳에도 녹지가 있다. 생각해보면 굳이 아스팔트나 자갈위로 달릴 이유는 없지... 트램은 스윽 지나면 다시 양지일텐데 잔디가 못 자라는 것도 아닌데. 도시에 최대한 녹지를 조성하기 위한 좋은 방법인듯.

 

중앙역에서 미술관까지는 약 25분 정도 걸었는데 실은 이것저것 구경하고 생각하다보니 더 오래걸린 것. 보통 15분이면 도착한다.

 

로테르담 곳곳에 자리한 이정표. 매우 친절히 왠만한 랜드마크는 다 안내하기에 여행객들도 스스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미술관 도착. 이 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뒤로 보이는 첨탑(?)아래에 입구가 있다. 이 유리로 된 부분은 증축된 곳으로 주로 사무실과 교육시설이 자리한다.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은 1841년 로테르담의 법률가 프란스 야코프 보이만스Frans Jacob Otto Boijmans가 그의 컬렉션을 시에 기증한 것에서 시작이 되었다. 이 컬렉션은 역사적인 건물 실란트호이스에 수장하였지만 1864년 화재로 많은 양이 아쉽게도 소실되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개인들의 기증이 미술관에 계속되었는데 약 1,700여명의 기증이 있었다고 한다! 0.0! 1935년 방대해진 미술관 컬렉션은 건축가 반 데르 스토이어가 지은 현재의 미술관 건물로 옮겨졌다. 그리고 1958년 기업가 다니엘 게오르그 반 뵈닝겐Daniel George van Beuningen이 또 한번 방대한 양의 컬렉션을 기증한 덕분에 더욱 로테르담의 대표 미술관으로서 자리매김에 박차를 가했고 1955년 그가 세상을 떠난 이때부터 미술관의 공식 명칭이 현재의 보이만스 반 뵈닝겐이 되었다. 중세에서 근현대미술까지 총망라하는 이 미술관은 반 아이크, 브뤼겔, 루벤스, 히에로니무스 보스, 렘브란트, 반고흐, 칸딘스키, 달리, 워홀, 요셉보이스, 리히터 등 워낙 거장들의 작품이 풍부해서 네덜란드에서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현재 소장품 15만 점...

 

미술관 내부를 통해 다 구경하고 나와서 뜰에서 찍은 전체적인 모습. 이 벽돌로 된 부분이1935년부터 주욱 있었던 미술관 본관. 앞서 보여준 유리건물은 이 뷰에선 우측에 있고 좌측 끝에서 시작되는 플라자에는 미술관 수장고가 미술관 본관을 넘어서는 랜드마크로 신축되었다.

 

 

 

계속된 증축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가장 최근의 증축으로는 로테르담은 물론 세계적인 스타건축 스튜디오 MVRDV의 미술관 수장고이다. Depot Boimans Van Beuningen. 마치 유리로 만든 거대한 밥통이 넓은 플라자에 착륙한 형태. 처음에 보고 이상한거 같은데...하면서도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 참고로 로테르담의 Markethal 도 MVRDV의 작품이다. 나에겐 한 번은 일해보고 싶은 회사... 

런던이나 파리의 라데팡스, 독일의 CBD등을 제외하면 이렇게 고층 및 신식 건물로 가득한 도시가 유럽에는 흔치 않다. 워낙 희한한 건물이 집결한 로테르담이지만, 이 미술관의 수장고는 처음에 보았을 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걸 시에서 인허가를 내주었구나. 대단하다... 건축가의 설득력과 건축주의 결단력, 공무원의 협조가 버무려져야 이렇게 되는구나 싶다. 역시 진보적인 네덜란드... 

 

다소 공격적인(?) 자태의 미술관 수장고. 알다시피 네덜란드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기때문에 범람의 위험이 많다. 때문에 미술관측은 수장고를 기존 건물 지하에서 꺼내 지상 5개 층에 배치하며 소장고 자체도 전시의 대상으로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밀폐된 창고의 개념이 컸던 작품 수장고는 이제 전시 운영의 이면을 보여주고, 보존, 복원작업 진행의 투명화, 시민에게 대여가능한 작품 뷰잉 등을 통해 미술을 더욱 생활 깊숙히 자리잡게 한다.  

 

시공 당시의 모습. 처음에는 그냥 형태만 저런가보다... 했는데 거울같은 유리로 전부 감싸리라고는 생각 못했음.

 

야경을 머금은 수장고의 입면. 1664개의 거울같은 글래스 외장 패널들은 마치 시카고의 The Bean처럼 셀카를 찍는 성지(?)가 되며, 바로 옆에 위치한 미술관 본관과 정원, 길거리를 비추며 이 플라자를 reflection의 공간, 융합의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각종 아트 인스톨레이션, 공공미술이 보이만스 반 뵈닝겐의 플라자에 자리하면 이렇게 재미난 signage, 빌보드처럼 되기도 한다.  바닥에 늘어놓은 글자가 묘하게 반사된 모습.

 

 

어쨋든 잠시 미술관의 배경과 간단한 건축역사를 살펴보았고 이제 그 내부로 들어가보자.

길을 조금 더 걷다보면 이렇게 뻥 뚫린 옆구리?가 보인다. 미술관 입구는 저 중정, courtyard에 있다.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휴식공간 및 레스토랑과 카페의 테이블, 종종 바뀌는 설치미술품이 자리한다. 사진에서 우측이 입구.

들어오면 바로 티켓과 인포데스크. 두 동그라미 형태의 부스가 8자 모양으로 결합되어 있다. 티켓은 성인 20유로, 80세 이하와 학생증 소지자는 무료. 뮤지엄카드 Museum Kaart소지자도 무료. 네덜란드에서 미술관 서너번 이상 갈거면 뮤지엄 카드 사는 것이 현명하다. 뮤지엄 들어갈때마다 20유로 이상하는데 뮤지엄카드는 2021년 기준 64.9유로이다. 필자는 네덜란드 살면서 네덜란드 도시별로 미술관, 박물관을 약 200회 들락날락했다. 정말 주말마다 4~5곳을 다녔고 평일에도 퇴근 후에 late night 이벤트가 있으면 왠만해서는 들렀기 때문. 정말 뽕을 뽑는다라는 표현이 여기에 적절한 듯.

 

처음에는 좀 놀라웠던 셀프 코트체크. 저기 줄에 키와 번호가 있는 것을 잡아 당기면 옷걸이가 내려온다 ㅋㅋ 그러면 옷을 걸고 다시 당기면 올라간다. 그리고 본인 번호표를 줄에서 때서 가지고 있다가 나갈 때 똑같이 반복하면 옷 찾아서 입고 나가면 된다. 지금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위트있는 디자인.

 

미술관 들어가기도 전에 이것저것 밖에서 구경하다가 2시간을 보내버림. ㅎㅎ 오늘은 이 미술관에서 하루종일 있을 계획이라 편안하게 관람하기로.

 

자 어디서 시작?

콧구멍부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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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 -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2/3) 에서 계속됩니다.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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