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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스테델릭) Stedelijk Museum Amsterdam

Brett D.H. Lee 2021. 3. 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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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제 글과 사진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양질의 포스팅으로 보답드리고, 언젠가 꼭 오프라인으로도 여러 테마로 투어를 해드리면 참 좋겠네요 (오지여행, 미술여행, 건축/도시역사여행, 등). 오늘은 다들 '스테델릭 미술관'이라고 부르는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Stedelijk Museum Amsterdam을 산책해 보겠습니다.

뮤지엄플라인Museumplein의 미술관 3곳. 시립미술관 (시립=스테델릭Stedelijk), 반고흐 미술관 그리고 국립미술관 (국립=라익스Rijks)

 

네덜란드 - 반 고흐 미술관 Van Gogh Museum (해외일상)

지난 포스팅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이어 그 바로 남서측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 Van Gogh Museum을 오늘 거닐어 본다. 낮에 이곳을 방문한 기억은 엄마와 함께했던 2008년이다. 그 이후에 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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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Rijksmuseum Amsterdam (해외생활)

암스테르담의 전반적인 지도. 시내 곳곳에 볼거리가 넓지 않은 거리에 다 있어서 실은 산책하면서 하루만에 그 앞은 다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 다각형으로 각이 지는 저 도심의 운하 한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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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반고흐와 국립미술관 다시보기*

이미 보셨다면 아래 본문으로 바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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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약간 흐린 일요일 아침이다. 눈을 뜨고 아침먹을 준비를 하다가 빵이 없어서 잠시 집 건너편 LIDL (코스트코처럼 큰 마켓, 그러나 작은 소매점으로도 있다)로 몇 가지 먹거리를 사러 나선다. 비가 살짝 오지만 네덜란드에선 워낙 비맞고 다니는게 일상이 되다보니 그냥 걷는다.  마침 우산쓰고 자전거타는 사람이 씽씽 지나간다. 한국이나 북미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일게다. 네덜란드랑 덴마크에선 유독 비 올때 한손에 우산쓰고 짐이 가득한 자전거를 타고가는 사람이 많더라. 우산도 이 생활방식에 맞춰서 우산대가 앞쪽으로 치우쳐서 마치 로케트처럼 생긴 것이 많다. 나도 시도는 해보았지만 자동차처럼 자전거를 빨리타고 다녀야하는 여기서 우산까지 신경쓰긴 힘들었다 ㅠ

 

매일 볼때마다 서커스 하는 것 같은 네덜란드 사람들. 자전거 앞 바구니나 뒷좌석에 아이를 달고 달리기도 하고, 손에 우산쓰고 뒤에 리어카 같은 것을 달아서 아이와 장본것을 다 실어나르기도 한다. 그래서 다들 키가 큰가? 맨날 자전거타고 성장판을 자극해서...

 

집앞에 있는 LiDL. 알버트하인 Albert Heijn 보다 더 저렴한데다 아침마다 구운 빵을 내놓는 것이 좋아서 이 곳을 애용했다. 아마 다른 LiDL에 비해 여긴 마을 주민을 위해서 약간 변형이 된듯. (원래는 Costco, ALDI's, Trader Joe's처럼 대형 마켓이다)

 

장보고 들어오는길. 이 집은 나의 암스테르담 집 #1이다. 항상 집 앞에 저 자동차 같지도 않은 차가 주차되어 있어서 윗집 청년한테 차 빼라고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마치 만화 플린스톤에서 나온 발로 달려야하는 '수제 자동차'같다. 모든 것이 다 앙증맞은 네덜란드.

 

이전 포스팅에서처럼 요리하기 싫은 나의 아침 상: 네덜란드 생활 내내 중독되다시피 먹어제꼈던(?) Apfelstrudel (애플파이/빵), 올리브빵, 계란, 시리얼, 그리고 모카포트 Moka Pot으로 올린 커피 (증기로 커피를 아래에서 위로 뽑아내는 것). 이 조합은 대충먹어도 진리.

 

오늘도 어김없이 빨래를 널어놓고...

 

매일같이 지나다녔던 뮤지엄플라인. 가을비가 내리고 난 후라 젖은 대지의 향기가 취하도록 좋다. 오늘 갑자기 이 앞에 나타는 지구본들은 뭐지? 가끔 아티스트 마켓이 뮤지엄플라인에서 열리는데 (공예, 각종 제품, 로컬 아트) 이 지구본들이 약 2달정도 계속 있더라.

 

뮤지엄플라인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반고흐 미술관과 왕립극장을 이어주는 길. 그리고 옆에 왠 욕조같은 것이 떠있다. 이 건물이 스테델릭,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이다.

 

많은 시민들도 'bathtub' 욕조라고 별명을 부른다.  이 건물은 전체가 하얗에 되어 부유하는데 건축 필드에서도 신소재이자 생소했던 composite plastic 복합 섬유 플라스틱으로 외관이 만들어졌다. 이 소재는 우리가 흔히 보는 레이싱카 타이어, 소방복, 방수복, 방탄복 등에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 aramid fiber로 만들어졌는데 가볍고 탄탄하며 방수도 자연스럽게 되고 화재에도 강하다. 그야말로 건물이 비행기처럼 단단하고 날아갈 것 같다.

 

스테델릭을 처음 방문했던 2008년에는 구관은 전체 리모델링, 그리고 뒤로는 신관이 한창 지어질 준비 중이었다. 그냥 공사판. 그래서 전시는 당시에 암스테르담 중앙역 근처의 도서관 건물과 그 주변POST CS에 작은 규모로 있어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아예 근처에 살면서 수시로 들락거릴 수 있다. 인생은 어찌될지 모르는거다. 

 

어쨋든 이해를 돕기위해 아키데일리archidaily에서 이 광각샷은 빌려왔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1895년  Adrian Willem Weissman이 네덜란드 신르네상스 양식 Dutch Neo-Renaissance으로 설계한 본관건물. 이제 이 건물의 원래 입구는 후문으로 이용되지만 건물 자체가 주는 위풍당당함, 도시에 자연스레 들어가는 역사성이 있다. 이제 그 옆으로 21세기형 실험적 건축물이 메인 입구이자 신관으로 자리한다. 네덜란드 건축가  Benthem Crouwel Architects에 의해 설계되었다. 이렇게 파격적인 병치 juxtaposition는 건축적 실험이 매우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네덜란드답다는 생각이 든다. 비건축가 시민들과 대화를 해도 꽤나 많은 것을 알고있고 많이 앞서나간 아방가르드적 예술행위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는데,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부분 어떤 이질적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일단 부정을 한 후에 그 내용을 볼까말까한데, 여기서는 일단 다 보긴 보고 그 다음에 허심탄회하게 크리틱을 해준다, 그 사람이 전문가던 비전문가던 상관없이 평등하게.

 

이 미술관은 건축물에서도 느껴지다시피 뮤지엄플라인에서 모던아트, 현대미술의 보고이다. Modern and Contemporary에 주력하여 이 곳 3개의 미술관이 각각의 특성을 뽐낸다. 알고보니 1895년에 근현대미술만을 위한 미술관을 설립했다는 것은 다른 '근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에 비해 꽤 이른 편인데 암스테르담 시의회가 깨어있음을 알려준다.  대표적 컬렉션은 20세기 초반부터 21세기까지 근현대 미술과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 고흐, 칸딘스키, 키르히너, 샤갈, 마티스, 폴록, 아펠, 워홀, 드 쿠닝,  마를렌 뒤마, 폰타나, 길버트 & 조지 등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유럽의 근현대 미술사를 한눈에 읽어낼 수 있는 주옥같은 컬렉션은 약 10만여점인데 이 중 6만 점은 아직 한 번도 전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것을 계속 꺼내들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왜 뉴욕의 모마나 런던의 테이트처럼 유명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1980년경부터 이어져 온 부실재정과 컬렉션의 부실관리로 꼽는다. 1994년부터 관장을 맡아온 루디 푹스 Rudi Fuchs가 미술품 과잉구매 세금 스캔들로 2003년 미술관을 떠난 사건이 그 끝을 알렸다. 그 이후 2004년 부터 이 미술관의 '부활'을 위해 시 의회는 재정과 컬렉션 정리 문제부터 건물자체를 다 뜯어고치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2008년 내가 갔을 때 본관 내부가 다 보일정도로 모든 창호를 제거 후 내부 수리가 한창이었나보다. 컬렉션도 딱히 그때는 볼것도 없었고.. 어쨋든 지금의 이 미술관이 그래서인지 마치 멀리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무척 반갑다.

 

수평과 수직의 랑데부. 리차드 세라의 작품이 새로 단장한 이 입구쪽에 있다.  이 앞에서 종종 점심이나 저녁 피크닉을 가졌었는데... 잊지못할 추억거리가 된 장소이다.

 

입구는 '욕조' 바닥부분에 이렇게 자리한다. 이제 내부로 고고!

 

입구를 들어서면 이렇게 확 트인 내부인지 외부인지 헷갈리는 공간이 나타난다. 신관의 '욕조'부분이 정말 옛날 유럽식 욕조처럼 전체가  4개의 '다리'로 우뚝서서1층을 비워내고, 이 빈 공간은 유리 스토어프론트로 휘감았다. 내외부가 혼합된 느낌의 공간. 뒤로는 옛 건물의 외벽이 그대로 보여지며 자연스레 전시를 본관에서 시작하도록 한다. 입구의 프론트데스크 뒤로는 뮤지엄 샵이 있고 반대편 (이 사진찍은 위치의 뒷편)에는 레스토랑/카페가 자리한다.

 

뮤지엄 샵으로 잠시 가서 먼저 반대편쪽으로 찍어보았다. 저 뒤로 노란색 통이 올라가는데, 지하에서 3층까지 한번에 연결하는 아주 긴 에스컬레이터이다. 그 뒤로 가면 레스토랑이 있는데, 일단 전시를 보고 내려와서 가는걸로~

 

욕조는 오브제처럼 이렇게 옛 건물 '서있다'. 방문객들을 로비를 지나 바로 본관으로 입장하여 전시를 보게되고 윗층에서 저기 보이는 구관과 신관을 잇는 다리로 통과해서 전시를 계속 관람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던 에스컬레이터로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

 

전시 다 보고나면 이렇게 내려와서 다시 1층 올라가면 레스토랑. 지하에도 전시실이 있어서 그런지 에스컬레이터가 여기로 온다. 힘든 사람은 여기서 그냥 엘리베이터로 1층 직행가능. 전시 관람 순서는 역순으로도 가능하지만, 보통 본관에서 역사순으로 또 대표작-> 신관의 기획전 순으로 관람한다. 

 

본관 전시실로 들어선다. 먼저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카렐 아펠 Karel Appel의 벽화가 반겨준다. 1948년 파리에서 코브라CoBrA라는 무브먼트를 주도한 그는 보다시피 강렬한 색채, 원시적primitive 한 형상을 그려왔다. 참고로 코브라는 코펜하겐의 Co, 브뤼셀의 Br, 그리고 이곳 암스테르담의 A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약자이다. 이 무브먼트에 주를 이룬 작가들의 출신이 이 북구의 세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성의 너머에 있는 본성을 믿으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길 원했다. 아펠은 특히 이성이나 특정 디자인적 요소보다는 즉흥적 에너지, 생명적인 것의 기본적 운동에 대한 이미지를 남기길 원했다. 그래서일까. 보면 볼 수록 어린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마구 그려낸 즉흥적인 그림같기도 하다. 그러나 저 그림은 확실히 강렬한 생명 에너지를 보여주며 이번 스테델릭 미술관에서의 산책을 즐겁게 시작하게 해주었다.

 

아펠의 또 다른 작품. (좌) Portrait of Rudi Fuchs, oil and neon on canvas, 2005. (우) Oerbeest, oil on canvas, 1951.

 

이제 역사 순으로 둘러보는 시간. 꽤 양이 많아서 몇 가지 대표적인 것만 올려본다. 아무래도 미술관 특성상 19세기 말의 인상파부터 시작이 된다.

 

그리고 정말 내가 사랑하는 키르히너. 심연을 꿰뚫어 영혼을 그린 것 같은 그의 그림들. 

 

마티스Matisse에서 키르히너Kirchner, 칸딘스키Kandinsky,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 클레Klee, 마케Maacke 등이 포진되어있는 1층의 전시실 전경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 컬렉션인 고흐의 자장가, 마담 오귀스틴 룰랭 La Berceuse Augustin Roulin, 92.7 x 73.7cm, oil on canvas, 1889. 뉴욕 메트로폴리탄에도 있는 이 작품을 여기서 또 보다니! 실은 크뢸러 뮐러에서도 보았다. 알고보니 총 5점이 존재하는데 1888년에 가장 먼저그린 것이 크뢸러 뮐러에 있고, 이후 순서대로 보스턴 미술관, 스테델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드 그리고 마지막 5번째 것이 뉴욕에 소장되어 있다. 룰랭 부부는 그야말로 고흐에겐 부모님같은 존재로 있어왔는데 그래서 많은 초상화 중 뒷 배경에 꽃무늬는 이 부부의 초상에만 있다. 

 

그 다음 전시실에는 상징주의로 넘어간다.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장식디자인을 했던 얀 투롭의 작품들.

 

그리고 상징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르동 Redon, 앙소르 Ensor등으로 연결 (이 부분은 크뢸러 뮐러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다시 본관의 메인 홀에 잠시 왔다.  복도에는 지난 전시 및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포스터들이 한가득 걸려있다. 총총 걸어서 원래 예전 입구로 가보려고 한다.

 

그런데 계단 아래에 이런 재미난 공간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이들 놀이터처럼 레고로 벽에 이런저런 형상을 만들어 볼 수 있고, 인터랙티브 영상물로 미술관에 대해 알아 볼 수 있다.

 

복도를 따라 나오면 원래 입구였던 로비. 현재는 도로쪽에서 들어오는 후문이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이제 본격적인 모더니즘안으로 쑤욱~ 누가봐도 알 수 있는 리히텐슈타인과 뒤로 보이는 올덴버그의 '톱'

 

제프쿤스의 Ushering in Banality 진부함의 도래. 나무에 채색, 1988

쉽고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장식물로 자주 볼법한 조각상의 형태이다 그러나 규모가 다르다. 쿤스는 크기를 늘리고 이 특별한 제목을 붙임으로써 미술과 상품 그리고 미술과 키치 사이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이 작품이 아이러니하게 의도된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Koons는 '이런 종류의 인형에 예술적 감각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보고 작품의 감상성에 대응한다. 어떠한 복잠함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Banality를 도입하는 것은 뒤상에서부터 이어져온 레디메이드와 관련한다.

 

다시 이 방을 건너가며 앤디 워홀의 이쁜 꽃을 한번 더 보고...

 

드 쿠닝의 작품도 여기 있네!?

 

이제 기회전시로 크게 하고 있던 마를렌 뒤마 Marlene Dumas의 전시 전경. 

1953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출생한 뒤마는 현재 네덜란드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는 여성작가이다. (암스테르담 대학을 다녔다). 현재 2021년에도 가장 '핫'한 작가로 계속 떠오르는 뒤마는 지난 2020년 코로나로 뉴욕이 셧다운 되기 전에 모마에서도 꽤 많은 작품을 컬렉션의 일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초상화를 그리는데, 그 특징이 매우 뚜렷하다. 단순한 구도와 흐릿하지만 역동적인 붓터치, 그리고 형상이 어그러져 뒤틀린듯한 육신은 어찌보면 잔혹해 보일 수도 있다.  뒤마는 모델을 캔버스 앞에 세우고 그리는 것이 아닌 그날그날 신문이나 사진, 잡지, 온라인 이미지들을 보면서 인물들의 순간적 인상을 화면에 빠른속도로 풀어헤쳐나간다. 대상들은 보통 이미 죽었거나 곧 죽을 운명을 가진 사람들로, 사회정치면에 기록된 사건사고의 인물들이다. 예를 들어 체포된자, 포로, 테러리스트, 인질, 난민, 인신매매나 종교탄압의 희생자등이 그려진다. 그녀는 그들의 삶과 죽음을 구상과 추상사이에서 표현을 한다. 특히 배경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어떤 공간에 내던져진듯한 형상들, 얼굴들은 존재와 장소, 시간성을 삭제해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절망만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인간애의 리얼리티를 직면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초상이라 부르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녀의 그림은 '상황'화이다. 인간이 처한 심리나 입지를 그린 것. 그래서 그림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그 앞에 서있는 관객의 개입이 각 그림의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가 곧 이 그림들의 의미를 파헤칠 수 있는 열쇠를 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어떤 상황에서 보는 것인가? 

살짝 무서울 수도 있지만 그 감정도 사치이고 이기적인 것이다. 

 

점점 많아지는 얼굴들. 존재들. 그 앞에 마주한 우리는 무엇을 받아들이는가?

 

다른 것은 실은 감상하면서 생각을 했는데, 이 아기 시리즈는 너무 무서웠다. 실은 무섭다기보다 가장 잔혹했고 인간성이 어딨는지... 내 몸의 하나하나를 둘러보게 만들었다. 손가락 한 개만 1시간 넘게 바라본 적이있는가? 그렇다면 아마 손가락이 내몸이 아닌듯, 또 엄청 무거웠다가 가벼웠다가 오만가지 신체적, 정신적 여정이 펼쳐진다.

 

본관의 2층. 댄 플래빈 Dan Flavin의 설치작품이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다. 

 

1층에 있는 레스토랑과 달리 원래 있던 레스토랑은 이제 주문하고 받아가는 카페로 변신해 있다. 실은 빵이나 커피는 이상하게 1층보단 여기 2층이 훨씬 맛있다. 아무래도 여긴 바리스타가 상주하고 아랫층은 식당으로서 운영이 되기 때문일듯.

사람 가득! 뒤로는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텍스트 작업이 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벽 어디하나 비어 두지 않고 작품도 디자인적 요소로 꽉꽉채우되 부담은 되지 않게 잘 스며들도록 해놓았다.

 

2층에서 이제 신관쪽으로 넘어왔다. 여기는 주로 196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의 작품, 또 가끔 아예 비우고 기획전을 연다. 

조지 & 길버트 작품이 있는 방.

 

뒤로 롱고Longo의 작품이 보인다.

 

 

 

마를렌 뒤마를 보고 난 이후에 또 왔을 때는 그 자리에 마티스의 회고전이 있었다. 그래서 몇개 보너스 사진 더 올려본다.

마티스 전시 전경.

 

마티스의 각종 스케치부터 여러 매체를 이용한 습작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텅 빈 전시실에 남녀 한쌍이 이러고 앉아있다. 처음엔 하이퍼리얼리즘 hyper realism의 듀앤 한슨 Duane Hanson인줄... 그런데 실제 사람이었다. 가만히 있다가 조금씩 꿈틀꿈틀.. 무슨 한시적 퍼포먼스라는데 너무 피곤해서 지나쳐버림.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갑자기 대강당이 보이는데, 왠지 썰렁한 이 기분. 너무 공간이 높고 커서... '욕조'의 가장 윗부분이다. 이제 아래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갈 시간.

 

살짝 무서운? 에스컬레이터. 러시아 갔을때 3~4개 층고 정도 내려가는 지하철 입구같다. 너무 길어서 내려다보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의 일루젼때문인지 살짝 울렁울렁대서 어지럽다. 이 터널의 벽지는 수시로 바꾼다. 오늘은 왜인지 어두컴컴한 기계적 형상들이 있다.

 

본관에 있는 카페와는 달리 여기는 풀서비스 레스토랑. 맛은 괜찮은 편. 오늘은 식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 번에 엄마가 유럽에 잠시 나를 만나러 왔을 때, 한번 먹었는데 맛은 뭐 비싼만큼 그냥그냥. 깔끔한 맛.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제 다시 나왔다. 쌀쌀한 탓인지 바깥에는 많은 사람이 앉아 있진 않네. 반질반질한 미술관 건물에 비치는 바닥의 모습과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처럼 생긴 레스토랑 좌석이 눈에 선하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짓고, 다음은... 로테르담이나 헤이그로 잠시 점프를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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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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