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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하를렘 Haarlem의 미술관과 박물관 - 3화 테일러 박물관, 아드리안 풍차 (3/4)

Brett D.H. Lee 2021. 4. 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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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하를렘네덜란드 - 하를렘 Haarlem의 미술관과 박물관 - 2화 ABC 건축센터와 드 할렌 (2/4)서 이어지는 주말여행기.

 

- 하를렘의 미술관과 박물관 중 이번에 소개하는 곳 -

프란스 할스 미술관 Frans Hals Museum

ABC 건축센터 ABC Architectuurcentrum Haarlem

드할렌 박물관 De Hallen Haarlem

테일러 박물관 Teylers Museum

아드리안 풍차 Windmill de Adriaan

돌하우스 정신의학박물관 Het Dolhuys (The Crazy House)

 

 

지난 주말에 암스테르담에서 멀지 않은 곳의 위성 도시, 하를렘Haarlem에 다녀왔다. 하지만 중간에 회사일 때문에 급히 돌아갔어야해서 다시 한 주만에 하를렘 재방문!  그러나... 비가 하루종일 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비 맞으며 운치있게(?) 운하를 거닐고 풍차보고 다소 으시시한 박물관 2곳을 센티멘탈하게 잘 보고 왔다. 네덜란드에 살면 비가 와도 ... 우산쓰는 일은 거의 없다. 모든 국민이 자전거타고 다녀서 그냥 비를 온몸으로 다 받아낸다. 앞면만 ㅎㅎㅎ 비오는 날 출근해서 보면 직원들 옷이 앞에만 유독 젖어있다. 걷는 속도와 자전거 속도는 현저히 차이가 나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시간과 공간의 관계는 이렇게 일상의 작은 부분, 우리 몸의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일요일이지만 8시부터 한주간 밀린 집청소 다 하고 집 앞 암스텔 Amstel역에서 모닝커피 홀짝이며  인터시티 기차 기다리는 중. 아침인지 저녁인지... 날이 넘 흐리고 일단 춥다... 캐나다처럼 완전 추운 것도 아니고 항상 으슬으슬한 기운을 내는 암스테르담의 기묘한 날씨.

 

 

짠!! 금세 도착한 하를렘 기차역. 지난 주 밝은 모습과 또 사뭇 다른 얼굴이다. 아침 10시인데 어두워서 저녁시간처럼 외벽의 uplight 조명 점등. 영화에 나오는 유령나오는 성같기도 하다. 유럽 건물은 어두울 때 조명 한두개만 비춰주면 영화세트장으로 변신. 이 기차역도 무려 1839년에 지어졌다. 기차라는게 일반화된지 얼마 안되서 바로 네덜란드에 현재까지도 잘 이용하는 나름 '신식' 기차역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다. 그리고 기차역 파사드 사진만 모아놓고 봐도 각 도시/지방의 특색이 드러난다.

 

그 옆으로는 비로인해 반짝반짝대는 버스 정류장 바닥과 너머로 보이는 가게들. 하늘은 거의 흰색에 가까운데  지상은 저녁같으니 살짝 공포영화같기도...

 

1화에서 소개했던 Captain Wigbolt Ripperda (1535-1573)와 Kenau Simonsdochter Hasselaer (1526-1588) 동상. 1572년, 스페인의 하를렘 포위공습 당시 이 도시를 지켜낸 영웅들. 이 동상에게 인사를 건넨 후에야 그 뒤로 이어지는 하를렘 시내로 들어간다. 

 

데자뷰인가. ㅎㅎ 같은 위치. 다른 느낌의 사진 (1화 참고)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오든말든 주민들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 질주 중. 

 

지나가는데 유독 눈에 띄는 한 가게에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홀린 것처럼 이름없는 한 작가의 삽화, 그림들을 왕창 샀다. 아직도 전부 다 가지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17세기의 것들. 알고보니 나 보물 산거 아님? ㅎㅎ 그랬으면 좋겠다.

 

가게는 장난감부터 온갖 골동품, 과학실험용 기계들, 공예품 등으로 가득하다.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가격도 높아지고 한눈에도 비싸고 좋아보이는 것이 많아짐. 유럽에서 재밌었던건 이렇게 랜덤하게 아무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뒤져보면 뭔가 가치 있는 것이 꼭 한두개 나온다는 것. 일례로 가장 유명한 곳이 헝가리의 골동품 시장이 있다. 

 

빗방울이 미스트처럼 얼굴을 적셔주는 운하길을 산책 중. 그냥 이 곳의 평범한 공간이 궁금했다.

 

걷다보니 건물 틈으로 아드리안 풍차가 보여서 원래 먼저 가려던 박물관을 제치고 저쪽으로 총총걸음.

 

마치 Exquisite Corpse같다는 생각을 바로했다. (초현실주의의 '아름다운 시체'라는 드로잉 기법이다. 한국어로는 뭔가 이상한데... 그냥 연관되지 않은 것들이 한 사물, 존재로 엮여져 그려진 것이다. 구글해보시면 쉽게 알듯. 어릴때 다들 한 번씩 해본 그림).

아래쪽에는 벽돌집이 있고 그 뒤쪽으로 풍차를 얹은 팔각형 기둥이 솟아오르는 모양이다.저 두 매싱의 접합은 어찌 만들었을꼬. 이 형태가 나오게 된 이유는 내부에 전시된 사진에서 알게 된다. 

 

아드리안 풍차 Molen de Adriaan의 자세한 이력은 조금 더 아래에 역사적 사진과 함께 설명하겠다.

 

아무도 없는 레스토랑의 파티오 겸 풍차 입구 앞.

 

안으로 들어오니 노부부 2쌍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알고보니 한 할머니가 오늘 근무하는 직원. 이 곳 시민들이 이 풍차를 워낙 사랑하여 봉사로도 한다지만, 그래도 소일거리처럼 돈을 준다고 했다. 다들 번갈아가며 이렇게 작은 박물관의 직접적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유럽에선 참 흔한 일이다. 노인들도 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렇게 문화공간에서 자기실현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미술관, 박물관은 어떤 특정 계층의 고급문화가 아니다. 그냥 아무나 와서 놀면 그만. 

 

나는 티켓사서 올라가서 뭐 보려는데 아무도 안 도와줌;;; 할머니께서 "너 학생아냐? 그냥 올라가서 봐"라고 해서 올라갔음 ㅎㅎ

나는 당시에 대학원 휴학하고 일하던 인턴이었다.^^ 뭐 어쨋든 학생은 맞음. 

 

풍차의 외관에서 알 수 있듯이 2층방 요게 다. 그 위로는 풍차를 돌리는 톱니들이 돌아가는 방이 있다. 가운데 아드리안 풍차의 구조를 설명하는 모형. 풍차의 나무골조가 아래에 붉은 벽돌집의 buttress하는 부분에 얹혀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풍차 날개 설명하는 모형. 아주 간단함. 바람에 버틸 수 있는 뼈대 + 바람막이 천. 

 

아드리안 풍차는 1779년에 건설되었고 당시 하를렘의 스카이라인을 대성당과 몇 길드건축물과 함께 담당하였다. 아드리안 풍차는 1932년 4월 23일 따뜻한 봄날 아직도 원인을 밝히지 못한 갑자기 번진 불로 전소하였다. 풍차는 완전하게 소멸되었지만 아래의 벽돌로 된 집 부분은 그래도 버텨주었으니 불행 중 다행인가... 하를렘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못했고 너무 많은 이들이 시의 상징인 이 풍차가 사라져 슬픔에 잠겼다. 그래서 곧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여 모은 금액으로 1938년에 재건축을 시작하나했지만, 2차대전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이후 힘들어 했듯이 네덜란드도 국가를 재건하는 것에 힘을 우선 쏟았다. 한참이 지난 1985년이 되서야 현지 건축가 Braaksma and Roos가 설계안을 공개했고 또 한참이 지난 1999년 4월 21일, 역사에서 사라진지 67년이 지나서야 재건축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2002년 4월 23일 정확히 70년이 지나서 정식 오픈하였다. 현재는 시에서 만든 재단, Stichting Model De Adriaan이 소유하고 관리 중이다. 원래 풍차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현재도 가지고 있다 - 한국의 물레방앗간처럼 곡식을 빻는다. 물론 이는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으로 주로 주말에 방앗간을 열심히 돌린다. 하필 한 주전에 하를렘에 왔을 때는 날이 놓아서 했다는데, 이번 주말엔 비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안했다 ㅠㅠ 직접 보고싶었는데... 화창한 주말에 꼭 가보길~

 

1932년 봄. 완전히 사라져버린 아드리안 풍차의 모습. 많은 시민들이 낙심하고 울기까지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9-2002년에 재건축이 한창일 때,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당시의 소녀와 소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끔 이렇게 작은 풍차하나가 소실되었다고 뭐가 대수냐, 세계적 유산이나 더 커다란 재난에 비교하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각자의 보물이 있다. 사람에 관한 것을 숫자(통계)나 대서사에만 비교해대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따지면 당신도 이 세상에서 중요하진 않은데요.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라져도 그 말이 나올까요'라고 해주고 싶다. 이 사진을 보고 내려와서 살펴보니 로비에 앉아계신 노부부들이 바로 이 풍차를 한 번 잃어버렸던 그 때의 어린이들이었음을 알게됬다. 네덜란드에서 화려한 풍차란 풍차를 다 방문했었지만 여기서는 왠지 숙연해졌고 덕분에 할머니에게 이 풍차모양을 한 배지를 선물받았다. 내 보물상자에 고이 간직하고 있음. 

 

 

다시 밖으로 나와서 올려다보니 왕관같기도;;; (가시관)

 

풍차 반대편으로 와서 한 컷... 흑. 너무 어둡당. 오전 11시 맞음?

 

이제 테일러 박물관으로 향한다. 이 넓은 운하길 따라 10분정도 걸으면 된다. W자로 두번 정도 굽어간다.

여전히 비는 흩날려서 카메라 렌즈에 착착 붙어댄다. 아흑

 

이제 점점 건물이 다시 높아지고 재미나진다. 나름 zoning 규제가 완화된 구역인가?왼편의 것은 제데로 adaptive reuse가 되었네... 지붕틀 그대로 두고, 아래 벽돌 살릴 것만 살리고 싹 전면 유리로 교체. 자세히 보니 주거용도였다. 저렇게 리모델링된 옛 건물에 살고 싶다. 완전 새것 말고.. 

그 와중에 나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신 자전거 타다말고 꽤 오래 전화붙잡고 계신 분. 장바구니에 음식이 담겨있는 것을 보니 점심준비하나보다.

 

그리고 그 바로 옆으로는 이런 도개교가 멋지게 자리한다. 테일러 박물관 바로 앞이다.

 

자전거가 하도 아무데나 다니니까 왠만한 작은 다리에는 이렇게 가로로 통제막 설치. 자전거 타더라도 이 구간에선 내려서 끌고 가도록.

 

잠시 다리에 올라가서 오른편으로 보이는 테일러 박물관(청동 조각이 위에 달린 건물)과 그 앞에 왠 돗단배(?)를 감상.저 멀리 굽어지는 운하를 보니 살짝 베니스의 다리위에 있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물론 날씨가 완전 다르지만.

 

테일러 박물관  Teylers Museum 전경. 이곳은 1778년에 "컨템포러리 미술관, 자연사/과학박물관"으로서 개관하였다. 당연히 당시 사람들에겐 가장 업데이트된 동시대의 것을 보여주었으니 명칭이 그랬을 것이다. contemporary란 말은 시간에 민감하다. 일시적이다. 지금은 이 곳의 것은 역사적인 것 historical 이지만 매 순간 contemporary를 달려와 그 시간의 켜가 쌓인 것일 뿐이다.

 

어쨋든 이 파사드 반대편, 골목 쪽에는 Fundatiehuis,직역하자면 재단하우스가 있는데, 원래 이 곳을 설립한 Pieter Teyler van der Huist (1702-1778)의 집이다. 이 집은 1715년에 지어졌고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The OVAL ROOM이 있었는데, 그의 저택 내의 전시장 및 과학 실험하는 다목적홀로 사용되었다. 1740년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유언에 따라 이곳에 테일러 재단이 설립되고 곧바로 신학, 문학, 역사, 미술, 고고학, 천문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에 관련한 많은 양의 컬렉션을 공공에게 오픈하였다. 당시의 계몽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집에서 이 앞쪽길까지 다 연결해서 현재 박물관의 공간이 갖춰지게 된다. (아래 박물관 맵에서 6번이 the OVAL ROOM이고 그 주변 3~9번까지가 그의 저택의 일부였고 특이 2-3번 방이 연결되며 운하쪽으로 위치한 현재의 입구가 생겨났다. 대부분의 공간은 층고가 2~3층 높이라서 몇 곳은 mezzanine 복층구조로 되어있다.

 

현재 이곳은 네덜란드 문화유산 100곳에 선정되어있고, 2011년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서 등재를 시도하였다. 아직 등록은 안되었지만 다시 시도하려나... 

 

박물관 지도. 아주 간단함. 엄청 큰 것도 아니라서 넉넉잡아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해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아니 입구부터 너무 멋지자나! 어느 귀족의 성에 초대받은 듯한 vestibule. 저 천장, 그 위로 보이는 특유의 복층구조가 매우매우 마음에 든다. 17~19세기귀족 중에서도 의학, 과학연구를 한 집안을 워낙 좋아하는데 역시 모든 디테일이 나의 취향을 제데로 저격했다. 일단 저 난간의 디테일부터 두근대게 만듬. (건축가 직업병 도졌음)

 

입장료는 성인 18유로. 뮤지엄카드 소지자 중 성인은 3.5유로, 학생/어린이/렘브란트카드/하를렘카드소지자는 무료. 나는 뮤지엄카드가 있었고 당시 학생으로 분류되어있었기에 무료였다. *참고로 뮤지엄카드는 50~60유로 정도하는데 이거 1장으로 1년간 네덜란드 미술관, 박물관의 대부분을 무료입장이 되니 며칠만 여행하더라도 그냥 사는 것이 이득이다.*

 

돔 중에서도 이렇게 철골로 되어 기본 뼈대 외에는 천창을 끼워넣어 마치 천문대나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질 것 같은 근대 유럽의 건물에 온 것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유는 아마 딱 그 시기와 이 건축형태가 겹치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가 아는 돔은 보통 피렌체나 밀라노의 두오모처럼 솔리드이다. 산업혁명 이후 wrought iron 연철이 벽돌이나 나무 대신 건축구조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데 밀라노 두오모 바로 옆 쇼핑가로 유명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나 예전에 존재했던 파리의 유리궁전 Glass Palace가 대표적이다. 건물의 부피도 커지면서 곳곳에 빛이 가득 채워지도록 해주는 이것 덕분에 우리가 현재도 알고 있는 유럽의 천체망원경이 있는 돔이나 위 사진처럼 생긴 돔이 병원, 도서관, 박물관 등에도 애용되었다. 그래서인지 프랑켄슈타인이 튀어나오는 삽화의 실험실 건물도 이런 모습을 하고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전시실로 입장. 문이 양옆으로 좌악~ 자동으로 열린다. 유령이 열어주는 줄;;;

들어서자마자 온갖 뼈가 보인다. 아래에 돌처럼 생긴 저것은 공룡뼈 (골반으로 기억함)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전시전경샷. 앞에 사람의 해골도 전시되어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사피엔스 그리고 현대인류의 머리뼈 비교. 이 곳은 17~19세기의 전시상태를 그대로 두어서 참 좋다. 요즘 전시는 미술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박물관도 전시품을 벽에 이쁘게 걸어놓던지 저렇게 선반에 해도 띄엄띄엄 위치를 두는데 여긴 그야말로 창고속에서 막 뒤져야하는 느낌. 저 서랍들 다 열어야 안에 내용을 볼 수있다. 부지런히 열었는데 가끔 너무 징그러운게 들어있으면 깜짝놀라서 나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ㅎㅎㅎㅎ 직원이 괜찮아? 하고 물어봤음. 아 민망했다. 왜냐하면 나는 곤충을 무서워 하는데 하필 한 서랍을 확 열었더니 온갖 벌레가 너무 많이 있었다 ㅠㅠ 서랍 닫지도 못하고 바로 튀어나왔음.

진정 "cabinet of curiosity" 컨셉을 가진 전시이다. 서랍 열 때마다 조마조마함. 

 

그리고 이건 과학실험하는 도구들. 전기발생장치부터 원심력 테스트기 등. 예전 과학기기는 정말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현대 디지털기계와 다르게 각 기계의 원리를 그대로 보여주며 물성이 현전한다. 하나하나 꼼꼼히 관찰할 어떤 궁금증과 시간이 할애된다. 디지털 기계는 일은 그냥 칩안에서 다 이뤄지니까 어찌보면 너무 가상의 세계라 시지각이 감지할 수가 없는데 반해 이렇게 직접적인 터치의 감각을 통해 배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연히 그 고유의 기능에 따른 형태가 세상의 법칙에 따라 나타나니 아름다움이 느껴질 수밖에.

 

그리고 이런 광물 섹션도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 광물을 가지고 건축적 실험을 한 적이 있어서인지 나도 잘 모르는 광물 쳐다보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더 신기한 것은 여기선 옆에 버튼을 누르면 갑자기 어떤 빛을 쏘는지 광물의 입자구조가 보인다. 어디에 접합이 되어있는지, 군집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등 설명도 오디오로 나온다. 매우 유용함.

 

그리고 지나가는데 전기 지지지지직.... 가까이 가기엔 좀 무서운 작은 밀실. 들어가면 전기통구이 될 것 같다.

이 곳을 지나면 드디어 직접 꼭 보고싶었던 the OVAL ROOM이 나타난다!

 

와~ 드디어 왔다. 각종 과학 실험이 진행되었던 바로 그 곳. 정말이지 프랑켄슈타인 만들려고 실험을 실제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방도 역시 각종 수납장, 벽의 선반창에 물건이 가득있다. 위층은 햇빛이 더 강하니까 초록색 블라인드를 설치해두었다. 올려서 안에 내용 볼 수 있음.

 

이 아름다운 the OVAL ROOM은 1779년 디자이너 Leendert Vierant에 의해 개조가 되었었는데 컨셉은 art and book이었다고 한다. 마치 부유한 유럽의 한 미친 과학자의 공간을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이 곳에서 각종 과학 실험이 진행되었다고 하니 당시 과학자들과 조수들의 모습이 잠시 나의 시지각에서 중첩된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한눈에 전시품이 잘 보인다. 위에서 꽤 오랫동안 내려다 보았다.

 

이 그림은 1800년에 박물관 미술 섹션의 큐레이터였던 Wybrand Hendriks가 그린 Oval Room의 모습이다. 중간에 놓인 저 커다란 물체는 정전기 발전기계electrostatic generator이다. 전기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무한한 궁금증을 대변한다.

 

유리찬장에는 이렇게 물건이 가득있다. 이건 풍차에 관련한 장인가 보다. 위에는 각종 도르래, 물레방아, 시소같은 기기가 있다. 

 

 

그리고 미술 부서 쪽으로 넘어왔다. OVAL ROOM의 옆방이다. 여긴 초록초록하니 차분하다. 그림은 당시 각종 지역 화가들의 작품. 렘브란트, 베르메르, 프란스할스처럼 유명하진 않아도 역시 좋다. 그래도 이 안에 정물화가로 유명한 Jan Davidsz. de Heem과 Pieter Claesz도 있다. 

 

벽에 못을 밖지 않아도 되는 저 hanging 시스템이 맘에 든다. 건물이 곧 문화유산인 유럽에서는 왠만한 미술관은 이 방식을 쓴다. 

 

그리고 그 다음 방은 빨간방. 참고로 가운데 저 화분의 꽃 생화이다. 실내지만 햇빛이 천창의 두꺼운 유리층 안에서 난반사되어 마치 LED 패널처럼 은은하게 빛나서 작품도 돋보이게하고 꽃도 나름 자연광을 받고 있다. 전시취지가 식물, 자연, 풍경에 관한 것인데 적절한 전시 공간이다. 이 곳은 미술관은 아니라서 전시에 따라 여기가 앞서 본 공간처럼 꽉 채운 자연사 혹 과학박물관이 될 수도 있고 이렇게 여느 유럽 미술관 공간처럼 될 수도 있다. 재밌군...

 

Nature Printing - Real Images

여기에 전시된 식물도감 및 작품들은 16세기 판화부터 그 당시 기법을 그대로 지금 사용하여 현재 다시 만들어낸 이미지를 전시한다. 진짜 식물의 세세한 패턴, 선하나 털오라기 하나도 다 표현해낸 그야말로 초정밀, 하이퍼리얼 판화이다. 도감으로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 전시는 테일러 박물관에 소속된 식물학자 Leo den Dulk가 박물관에 소장된 자료를 선별하여 큐레이팅하였다.

 

 

다시 빨간방에 돌아와서 저 식물도감에 나왔던 잎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카페타임~ 어린아이들의 작품이 벽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아 귀엽다. 각자 생각한 지구의 모습이라는데 이렇게나 형형색색 다양할 수가. 그리고 크기도 다 다르다 ㅎㅎ

커피는 딱히 맛이 있어보이진 않아서 이따가 오후에 돌후이스 정신의학 박물관에서 마시기로 하고 그냥 주스만 한잔 마셨다. 비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음... 직원도 안보였고;;;

 

그리고 카페 옆에 한 작은방에는 온갖 동전이 전시되어 있다. 또 서랍을 열면 더 많은 동전을 볼 수 있다 ㅎㅎ

 

그리고 역시 contemporary art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방 1개는 이렇게 현대 작가의 전시도 종종 열고 있다. 필립 에커만. 1954년생인 그는 약간은 프란시스 베이컨과 비슷한 컨셉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인간의 형상은 정해진 것이 없으므로 정확한 재현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신체의 모습을 표현한다. 어제의 나의 몸과 오늘의 몸, 내일의 몸은 당연히 같을 수가 없다. 실재하는 육신도 다르지만 그 정신적인 것은 더욱 많이 변하고 몸을 인지하는 방식, 존재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 작가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꽤 재밌게 보았던 형상 일그러 뜨리기

 

이것도 일그러뜨리기. ㅎ

 

전시를 다 보고 나가는 길은 이렇게 길게 뮤지엄 샵으로 구성되어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저 왼쪽 앞에 놓여있는 꽃무늬 휴지를 샀다 ㅎㅎㅎ 그대로 어머니 선물로 드림. (물론 휴지'만' 드린 것은 아님... 1년 내내 미술관 박물관에서 산 것 모아뒀다가 박스채로. 산타꾸러미) 

 

출구쪽으로 죽 나오면 가운데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카운터와 커다란 식탁, 그리고 빨간 라운지 소파가 놓여있다. 커피 한잔 하면서 잠시 소파에 앉아있기로 한다.

 

카페에서 커피 안마시길 잘했네... 이렇게 그냥 주는데. 일리커피로 룰루. 잠시 창밖을 보며 생각을 정리 후 그 다음 박물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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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를렘에서의 이야기 마지막 4화는 위에 보다시피 살짝 무서웠던 정신의학 박물관 Het Dolhuys에서 이어간다. 

관람중에 2번정도는 소름이 마구 돋아서 다른 관객이랑 같이 가려고 기다릴 정도였다는...

 

 

네덜란드 - 하를렘 Haarlem의 미술관과 박물관 - 4화 돌후이스 정신의학 박물관 + 델프트에서의 저녁 (4/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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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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