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 미국은 Thanksgiving 주말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황금연휴 앞뒤로 휴가를 이어붙여 금요일부터 그 다음주 일요일까지 10일간 휴식을 취한다. 그래서 나도 서부여행 10일 일정을 위해 2달을 준비하고 각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꾸렸었다. 그러나 불미스런 일이 생겨서 팀원들만 출발하고 나는 LA에 남아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힘이 더 있어야 정의도 구현할 수 있다. 돈이든 정치력/인맥이든 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맨몸으로 부딪히면 인생만 힘들어진다. 똥은 더러워 피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어쨌든 뉴욕과 다코타에서 날라오는 여행팀원들을 LA에서 맞이한다니 한편으론 기대된다. 여행의 시작은 LA, 마지막은 Las Vegas로 수정되었다.
LA - Mojave Desert - Las Vegas - Hoover Dam - Grand Canyon (South and West Rims) - Zion - Bryce Canyon - Grand Staircase - Horseshoe Bend - Antelope Canyon - Monument Valley - back to Vegas
(아래쪽까지는 10일간 너무 무리라서 빨간 점선 루트로 움직였다. 끝에 LA까지 돌아오는 것도 무리라서 Las Vegas에서 팀원들은 뉴욕으로 돌아갔다.)
나는 어쩔수 없이 처음 LA 1.5일과 마지막 라스베가스 이틀만 같이 보내는 것으로 정리... 여행 중간 7일동안은 계속해서 팀원들과 영상통화하며 꿈꾸던 서부여행을 간접경험하고, 날씨가 다시 좋아지는 봄에 또 팀을 꾸려 도전해보기로 결심한다. (원래 6~8명이었는데 결국 4명으로...-_-)
일행 중 친한 형은 며칠 먼저와서 LA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토요일 오전 이래저래 온라인으로 같이 여행준비하며 친해진 것(?)같은 4명이 산타모니카에서 브런치. 나와 먼저 알고 지낸 형 2명은 나를 위로해준다고 같이 으쌰으쌰~! 해주었다. 덕분에 힘들었던 LA삶에서 희망을 잃지않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다들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에 나도 한번... 실제 얼굴을 올려보기.
직업 또한 변호사 겸 유투버/광고/음반 프로듀서, 건축가 겸 SNS 셀럽(?)이라.
고요하게 일기쓰듯 블로그만 하고 30대치곤 극한의 아날로그 인생을 사는 나에겐 대단해 보이는 분들;;;
식사 후 게티 센터를 찾았다. 나는 누가 놀러오면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데리고 간다. 나름 도슨트처럼 설명도 잘 해주는 편인데 이 날은 힘이 안되서 그냥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감. 블로그에도 그냥 슬렁슬렁 일상 사진만 올려본다.
게티센터에 주차하고 올라오면 티켓과 백신접종 완료증 검사 후 트램을 타고 미술관 건물로 이동한다.
걸어가면 20분 정도 오르막길.
LA답지 않게 유난히 안개/스모그가 심한 날.
도착. 트램에서 내리면 게티센터가 마치 엽서사진처럼 자태를 드러낸다.
미술관 설명은 따로 <게티센터> 포스팅으로 올려보고 오늘은 그냥 발길갔던대로 사진을 올려본다. 30분 정도 구경하고 테라스에 나오니 청량한 하늘이 막막했던 가슴을 열어준다.
오오. 좋다. 하면서 사진찍고 유투브 영상 촬영 중인 변호사님. ㅎㅎ
갑자기 난 저 교황 조각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싶어졌다. (본인 종교랑 관련없음)
고요한 테라스. 사람이 바글대는 아래층 가든과 courtyard보단 이렇게 황량한 느낌이 더 좋은 요즘.
뭉크의 습작과 게티센터에서 마주쳤다. 오슬로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 언덕에 홀로 앉아서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던 2014년 여름. 벌써 7년 전. 백야때문에 언제나 푸르딩딩했던 노르웨이의 여름하늘이 그립다.
그리고 그 옆에는 터너의 작품. Sublime이란 개념이 미학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많이 참고가 되었던 작품. 낯선 것, 황량함, 폐허, 그러나 익숙한 어떤 것. 그래서 그로테스크하고 숭고함 마저 느껴지는 거대한 것. 낡고 늙고 (보편적으로) 추한 것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찰칵.
게티센터는 정말 아크로폴리스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자본의 힘으로 LA 벨에어 산기슭에 신전이 들어섰다.
1.3billion. 1조 6천억원이 투입된 게티센터. 아름다운데 무섭다.
꽃으로 덮힌 차양아래에서 오후의 수다.
LA 놀러온 친구들이 좋아했던 베벌리 힐스의 쇼핑가. 서울의 청담동이나 뉴욕 5th Ave같은 느낌.
아직 땡스기빙인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한 베벌리힐스
많은 샵들이 appointment only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테일러샵의 경우는 원래부터 손님을 가려받기로 유명.
갑자기 또 찰칵.
최근 4개월 15kg이 급속히 빠지며 젓가락이 됨... 다시 근육을 붙여야지.
산타모니카 해변을 찾은 우리.
루트66가 끝나는 산타모니카. 그 시작은 시카고이다. 무려 3945km의 국도 (현재는 고속도로 아님).
1926년 최초의 대륙횡단 고속도로로 완공되었고 이 길을 따라 상권이 발전되며 미 동서부를 더욱 견고히 연결해주는 젓줄이 된다. 많은 영화와 팝송에 등장하는 Route 66는 어찌보면 경험하진 않았지만 향수병을 일으키는 상징이다. 이는 고전을 읽고 노스탤지어와 카타르시스를 마치 선험적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멍하게 태평양 쳐다보기.
슬슬 날이 저문다.
역시 일몰은 태평양을 품은 서부해변에서. (일출은 미동부, 대서양에서)
밤에는 LA 타운타운에 위치한 Little Tokyo에 왔다. 이것저것 군것질과 눈요기하고 LA 로컬 양조장으로 향한다.
리틀 도쿄에서 도보 5~10분에는 Art District가 있는데 뉴욕의 첼시/미트패킹 디스트릭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창고지대 및 우범지역이었는데 2010년 이후 갤러리, 작가 작업실, 음악 스튜디오 등이 자리하며 점점 상권이 발전하고 지금은 LA에서 가장 핫한 힙스터의 성지가 되었다. 사진은 그 초입에 있는, 마치 아트 디스트릭트의 현관문 겸하는 Angel City Brewery. LA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이며 주인이 저 커다란 건물을 통째로 쓴다. 원래는 야외 공연도 많았는데 현재는 pub처럼만 운영.
오크통이 여기저기 있고 중간중간 게임하는 곳, 로컬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미니 갤러리, 기념품 샵 등이 재미를 더해준다.
맥주 주문하는 곳.
그렇게 우린 술잔을 기울이며 LA에서의 짧은 하루를 보냈고. 친구들은 1주간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주를 종횡무진 달렸다. 7일의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아온 주말. 땡스기빙은 고요히 휴식. 토요일 아침 혼자 라스베가스로 향한다.
Las Vegas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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