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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 마추픽추 Machu Picchu 세계 7대 불가사의

Brett D.H. Lee 2021. 7.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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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남미 - 잉카의 흔적을 찾아서... 페루 쿠스코 Cusco, Peru]

오늘은 드디어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 New 7 Wonders of the World 에 속하는 마추픽추에 가는 날! 무려 200개가 넘는 유적을 추리고 추려서 최종후보 21곳을 가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하여 2007년에 새로 뽑인 일곱 장소를 말한다: 멕시코의 치첸이트사, 브라질 리오의 예수상, 로마의 콜로세움, 중국의 만리장성, 요르단의 페트라신전, 인도의 타지마할 그리고 여기 페루의 마추픽추. 참고로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에서는 이집트 피라미드 외에는 다 사라졌고, 중세 7대 불가사의는 선정된 7곳 외에 번외로 있는 4곳이 리스트에 들락날락한다. 어쨋든 이번 남미여행에서 마추픽추와 리오의 예수상을 한번에 들를 예정. 신기방기~

 

어제 SD카드의 사진을 급하게 컴퓨터에 옮기며 살려내느라 폭격맞은 듯한 호스텔/민박  (실제로 몇 장은 날려버림ㅠㅠ)

아침에 배가 고파서 비실비실 일어났다. Casa de Mama라는 아주 친절한 케추아어를 하시는 원주민 아주머니가 간식도 챙겨주던 정겨운 민박집. 자꾸 나보고 자기 동생을 닮았다고 좋아해주셨는데... 내가 전생에 잉카인이었나? 필자 얼굴 하얗고 말라서 유럽에선 네덜란드인 같다고하고 미국에선 머리길러 댕기니 라틴피가 섞였냐고 묻고 그랬는데;;; 전 세계 얼굴이 다 들어있나보다. -_-

 

지금은 장사가 잘 되어서 그런지 Casa de Mama 2도 존재한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리모델링 싹 했던데... 원래 내가 알던 구조와 Av. Infancia 548이란 주소가 적힌 대문팻말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이렇게 생긴 민박집 같은 호스텔이다. 내가 갔을 때는 아주머니께서 직접 민박처럼 운영해서 점심밥도 나왔고 주먹밥 같은 것도 챙겨주셨는데 지금은 정말 "호스텔"이 되어버려서 정겨운 맛은 사라졌다. 그래도 화장실과 간이주방이 있는 2인실을 지금도 약 $20~24불에 가능하니 얼마나 저렴한가. 쿠스코 시내 광장까지 걸어서 10분정도이고 버스정류장과 기타 투어의 집결지까지도 10분이내. 매우 편리하니 추천~ 일단 대문 안을 들어가면 야외로 연결된 복도와 테라스, 1층이던 2층이던 방에서 마치 자연을 품은듯이 있을 수 있는것이 장점.

 

중간중간 야외공간에 앉을 곳이 많은 집. 그러나 단 한번도 앉아보지 못했다. 계속 밖에 잉카 유적본다고 3일 내내 나가있었기에. 시간이 더 있었다면, 지금 다시 여행을 한다면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말고 이런데 앉아서 여유도 즐기고 대화하고 스케치도 더 하고... 그저 주어진 시간 자체를 만끽해 볼 수도 있겠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첫번째 왼쪽문 안으로는 이렇게 식당 겸 리셉션이 있는데  비수기였는지 장사가 잘 안되는 시기였는지 2~4인용 탁자는 한쪽켠에 포개어져 있었다. 덕분에 형이랑 나는 둘이 넓은 식당에서 3번이나 아침을 고용하게? 먹으며 주인 아주머니와 대화를 했다. 그래서인지 아주머니께서 매우 잘해주신 듯. 더 정감이 가고...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아직도 가끔 아주머니께 이메일을 보내기는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이렇게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 한명 한명이 오히려 더 생생하게 기억나고 어찌보면 더 자주 연락하고 어떻게든 지구 다른 어딘가에서 또 만나게 되더라.  남미에서 랜덤하게 지나간 인연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에 놀러왔을 때. 그렇게 타국, 타 대륙에서 재회하며 더 깊은 인연이 생성되어 인생이 풍부해지나 보다. 어디서 들었는데. 왕의 남자였나. 이 세상 한바탕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이라고 ㅎㅎㅎ 

 

아침에 출발 전 그냥 사진찍자고해서 ㅎㅎ 두 분의 초상권 사용 허락이 없기에 스마일리로 대체. ^^

 

미니밴(콜렉티보)를 타려고 집을 나와 시내쪽에 있는 작은 박물관 앞으로 향한다. 아주머니께서 아는 분이 우릴 오얀따이땀보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에 가려면 올 인클루시브 투어로 한번에 다 해결해도 되지만 쿠스코에서부터 모든 걸 다 커버해주는 댓가로 비싸지는데다 마추픽추는 혼자서 가기 힘든 다른 잉카유적보다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기에 자유로이 출발하려한다. 아래 끄적인 지도를 보면 성스러운 계곡 내에는 볼 곳이 흩어져 있는데다 투어없이 가기 힘들어서 내일 가는것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일단 쿠스코 Poroy역에서부터 마추픽추의 전초기지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Aguas Calientes까지 기차를 타면 무척 비싸다. 왕복 약 $140~190+, 한화로 1인 15~20만원 내외. 엄청 비싼것 같지 않게 느껴지는가? 그러나 여기 물가를 보면 이는 살인적인 가격.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가격이 무려 10배까지도 한다 (구간에 따라 그 차이가 조금씩 다름). 그래서 현지인/호스텔주인에게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나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까지 가는 미니밴(콜렉티보)를 불러달라고 하는 것이 가격을 내리는 방법 중 하나이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향하는 것도 추천! 하지만 나는 내일 하루종일 꽉 채워서 저길 보는 일정을 했어서 그냥 오늘은 마추픽추만 보러간다.

 

원래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아예 직행하려고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를 짧게라도 타서 계곡 구경하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약 $70불 (전체 기차의 반값)에 구매. 그리고 콜렉티보는 운좋게도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해결.^^ ** budget여행자라면 콜렉티보는 묶는 호스텔/호텔에 물어보고 직접 현지인 deal로 해달라하면 스스로 하는 것 보다는 저렴하게 될 것이다. **

 

 

호스텔에서 10분 정도 뚜벅뚜벅 걷기. 쿠스코 성벽이 보이기 시작하고..

 

여기 박물관 앞에서 픽업 봉고차 기다리기. (여기는 내일 다시 올 예정)

 

2시간 정도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뜨니 벌써 산 모양부터가 다른 고산지대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오얀따이땀보 기차역. PeruRail 티켓 오피스가 보인다. 언뜻 스위스에 온 기분도 살짝 드는데?

 

미리 티켓은 사서 가지고 있어서 바로 기차 플랫폼으로 갔다. 여기는 플랫폼 건너에도 기차가 이렇게 선다. 사람들이 저기서 내려서 선로를 하나 건너서 역으로 들어가는 시스템. 어찌보면 기차가 선로 바꾸지 않고 그냥 순서대로 들어오면 되니까 매니징은 쉽겠다 싶다... 그런데 1차 선로에 갑자기 기차 들어오면 어째? 

 

언제 기차를 타는거지? 물어보니 내가 탈 기차는 지금 오는 중이란다. 심심해져서 북적대는 플랫폼의 사람구경, 들려오는 스페인어와 케추아어를 알아들으려 안간힘을 써보았다. 언어는 신기하다. 쓰면 쓸수록 어느 순간 확 트여버리고, 또 얼마간 사용하지 않으면 잊게된다. 한참 공부할 때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는 동화책이나 뉴스의 쉬운 글 정도읽을 수 있는 정도였는데 매일 쓰는 영어와 한국어처럼 그 언어체계가 뇌 속에 팍! 밖히지가 않은 상태로 매번 중단하니 금세 잊어버린다. 아쉽게도 10년째 노력 중 ㅋㅋ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기차가 도착했다. 매끈한 고속 열차만 보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예전 디자인의 기차를 보니 정겹기도하고 그 둔탁한 모양새가 자연경관과 어울린다. 안데스의 골짜기에 신칸센이나 KTX, 유로스타같은 매끈한 표면의 열차를 억지로 욱여넣으면 불협화음을 만들 것 같다.

갑자기 토마스가 생각나네... (Thomas & Friends)

 

페루레일에는 3개 등급이 있다. 우린 2번째인 Vistadome. 천창이 환하게 있는 곳이다. 3등급은 천장이 안뚫려있다고 하는데 요즘엔 작게나마 다 뚫었고, 좌석이 2등급에 비해서는 좁다. 그런데 비스타돔을 $70불 정도로 구매했는데 그게 원래는 3등급 가격이랬다. 왜 저렴했지? 하고 궁금해했는데 저녁이 되서야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30%정도 깍는 무슨 쿠폰을 썼다고 들었다. +_+ 완전 감사할 따름!

 

 

그리고 대망의 일등석은 가격이 30~40만원이나하는데... 럭셔리 코스런치/디너가 함께 나오고 좌석 외에 무료 스낵+음료가 제공되는 라운지와 뷰잉룸이 따로 있다. 역시 돈은 많이 벌고 봐야해.. (아래 PeruRail에서 제공하는 사진 첨부.)

일등석 좌석은 거의 뭐 어디 집 거실같다. 의자가 바닥에 고정되어있긴 한건가? 벨보이복장을 한 사람이 짐도 다 정리해주고, 여러 승무원이 음식부터 각종 미디어 서비스까지 다 제공해준다.

 

라운지 공간. 여기서는 마음껏 음료(술 포함)와 스낵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한칸 더 뒤에는..

 

 이렇게 뷰잉룸이 있다. 마음껏 서서 사진도 찍고 뒤에 발코니에 서서 야외에 있을 수 있음. 일등석하면 아예 쿠스코에서 3시간짜리 해야할듯 (어차피 일등석은 그 구간만 있는 듯)

 

2등석도 기본 식음료는 제공된다. 미국 국내선 정도의 서비스 ㅋㅋ (살짝 디스?)

남미라 그런지 커피맛은 확실히 좋아서 커피와 차는 계속 달라고 했다. 졸려 -.-

 

산맥 풍경을 즐기며 달린다. 이걸 다 트래킹으로 걸으라면... 하긴 하겠는데 무척 힘들듯?

다행히 트래킹 코스는 정글처럼 그늘지고 지형이 재미난 곳으로 7일정도 간다고 한다. 언젠가 해보고 싶긴 한데...

대신 아마존에서 현대장비 하나없이 하는 서바이벌 7일 여행을 해보기로 한다. (2020년 예정이었는데 취소되고 현재는 계속 대기 중)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나타났다.

 

가끔 기차 옆으로 매우 가까이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현지 주민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인사를 계속 건네주더라. 참고로 기차가 선로와 마을이 가까울 때는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슬슬 산이 더 뾰족해지는 느낌이 들고 계곡의 물도 더 세차게 흐른다. 아마 상류지점으로 온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10분 후 도착한다는 말을 들었다.

 

꽤 높은 지대. 산 전체가 정글인 마냥 다 푸르다. 확실히 남미는 정글의 대륙인가. 모든 대지가 녹지인 이 곳.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건축을 포기하고 싶을 때 남미의 모습을 보면 계속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미는 내게 엄청난 뮤즈이다.

어쨋든 헛소리는 뒤로하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Aguas Calientes에 도착. 직역하면 "뜨거운 물"인데, 이곳에 온천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버스로 20분 정도 더 올라가야하는데 버스시간까지는 시간이 살짝 있어서 역 주변만 빙글빙글 걷는다. 그런데...

 

아니 이게 누군가!? <나는 가수다>를 처음 맡아서 하던 김영희 CP아닌가!? 처음에 나는 저분 아는 사람인데... 하면서 계속 우물쭈물 곁을 떠돌고 있었다. 형은 열심히 역 주변과 시장, 마추픽추 티켓 산 것을 확인 중이었고. 내가 계속 쳐다보자 김영희 CP가 "내가 누군지 궁금해?!"라며 먼저 손을 건넸다. 그래서 "김영희 CP님 아니세요?" 라고 묻자 "허허 나를 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네" 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지기 전에 사진 한 컷.  (당시 안경끼던 시절... 라섹을 하고 안경 벗은지 이제 꽤 오래되었다) 나중에 이메일 드린다고 해놓고 잊은지 오래;;;  이 분은 물론 옛 수첩에 적어놓았던 각 나라에서 스쳐간 인연들의 수 많은  연락처를 통해 다시 다 연결해볼까 싶다. 다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100개국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니 적어도 현재도 100개넘는 나라 어딘가에서 인생을 즐기고 있겠지? 

 

버스를 잠시타고 올라와서 내리니 가이드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마추픽추는 그냥 못 들어간다. 모든 기차에서부터 버스, 입장하는 그 순간까지 신분증 (여행객은 여권)을 검사하고 마추픽추 자체는 가이드가 함께한다. 물론 들어가서는 가이드가 설명해주고 자유시간을 준다.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가격도 살짝 다르고 체류시간도 다른데 나는 이날 하루종일 있으려고 제일 체류가 긴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결국 살짝 지겨워질 수도 있는 4시간을 계속 마추픽추에 있었다. 입장 시간에 뭐 제약이 있고 줄이 길고... 이런 글을 많이 봤는데... 그런일 많이 없다고 한다 -_-.. ?!? 잉? 한국분들은 성수기때 대부분 가셨나? 내가 갔을 때도 보다시피 길에 아무도 없었고 입장해서는 물론 사람이 꽤 있긴 했는데, 동양인은 거의 없었다. (필자 방문 시기 5월)

 

아. 우리의 가이드 이름은 페드로 Pedro이다. 케추아어를 더 잘한다는 원주민이다.

 

마추픽추 보는데까지 20분 정도 걷기.

타박타박... 요기 앞에 파란색 옷에 주황배낭을 한 여인은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저녁 때 쯤에 친구가 된 Chloe이다. 같이 하산해서 사진 한번 찍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내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잠시 살 동안 또 만났다 ㅎㅎㅎ 지구는 둥그니까.

 

오오아. 저 멀리 와이나픽추 Huayna Picchu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오. 그래 이거지. 다른 사진도 많지만 이 사진이 제일 좋은 이유는 도착했을 때 내눈에 처음 들어온 장면이기 때문이다. 딱 이 위치. 지금 생각해보니 왜 많은 블로그에서 와이나 픽추가 더 높다는지는 모르겠음. 마추픽추뒤로 있는 이쪽에서 더 올라가서 와이나 픽추를 한참 내려다보는데... 0.0!?!? 아마 마추픽추는 딱 저 도시부분만을 이야기하고 지금 서있는 도 높은 지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 마추픽추를 좀 거리를 두고 전체를 보고싶다면 와이나 픽추 입장하는 티켓을 따로 사서 다른 루트로 가야하는데. 여러 자료사진을 보고난 후 나는 그냥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실은 와이나 픽추 저 봉우리가 수려해서 마추픽추와 더 잘 어울리거든.

 

멍때리기. 명상하기. 안구정화 중. 

 

고대 잉카 언어로 '마추 Machu'는 옛날, '픽추 Picchu'는 코카 잎과 피라미드/봉우리이다. 오래된 봉우리.

15세기 남미의 최대 제국이었던 잉카 제국의 요새도시인 이곳은 해발 2,430m의 봉우리에 신기할 정도로 안착해있다. 1450년에 지어졌다고 추정되며 100년 정도 후, 스페인의 침략과 함께 버려진 곳이다. 무려 4세기 가까이 아무도 모르게 방치된 이곳은 1911년 미국의 탐험가 하이럼 빙엄 Hiram Bingham에 의해 발견되며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마추 픽추는 잉카의 마법으로 지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접착제나 모르타르 사용이 전혀없이 순수하게 돌을 쌓아서 모든 구조물이 완성되며 각 돌 사이는 공기와 물이 통하지 않을정도로 완벽한 맞물림을 지닌다. 현대 기술로도 힘든 두 석재의 완벽한 결합/봉합. 그것도 아무 접착제나 filler없이. 돌 표면을 깎고 쌓아서만 완성해야만 한다. 도데체 어떻게 이 절벽처럼 수직상승한 봉우리 끝에 도시를 건설했는지도 불가사의이며 삶이 계속 유지된 것도 미스터리이다. 현대 기술로도 산 꼭대기에 거대한 건물 하나를 만들기도 벅찬데, 상하수도 시스템을 갖춘 도시와 농경지를 만든 잉카인의 마법같은 기술은 무엇인지 전문가들도 알 수가 없다. 비전문가가 보아도 그냥 '신기하다' 수준인데 건축이나 MEP 설비, 구조 등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경악스런 마법일게다. 

 

정말 고대에 엑스맨 아포칼립스같은 초능력자가 있었나? 

생각보다 너무 가파르다. 고소공포증 있으면 여기서 돌아다닐 때 힘들 수 있겠다. 계단식 농경지 폭과 높이는 약 2~3미터 정도인데 수천개의 단을 45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에 건설했다. 단순히 모양만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물을 길어 나를 수 있는 바닥 홈도 있고 배출하는 하수도도 있다. +_+!!! 어떻게!!! 마법아냐!!? 유럽의 베르사유나 벨베데르도 이런 시스템 하나 없이 귀족들은 아무 평지에서 배설하고 똥 안 밟으려고 하이힐 만들고 악취 감추려고 향수만들던 시절에 여긴 지금도 최신식이라 할만큼의 시스템이 있었다니. 그것도 금속하나 없이 돌덩이만 가지고.

 

정말 가파르다. 여기는 와이나 픽추를 바라보는 방향인데, 이 반대편은 경사가 45도를 넘어 60에 가깝다. 그냥 절벽이다...

이 정도면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 붕괴, 토양 유실이 있을 법한데 도시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유지될 정도로 관리가 잘 되었다고 한다. 잉카인이 스페인의 침략에 의해 이 곳 말고도 많은 산 꼭대기, 능선에 이런 형식으로 마을/도시를 건설하고 숨어들어갔는데 대부분 발각되어 잔인하게 학살되었다. 마추픽추는 함락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8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은 끝내 마추픽추는 찾아내지 못했다. 가파른 봉우리라서 계곡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무리 위에 도시가 이토록 크게 번성해도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이다. 덕분에 이렇게 인류가 훌륭한 잉카의 유산을 보존하고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오마이. Pedro. no tienes miedo? es una pendiente empinada...
가파른데 계속 올라가서 설명하는 페드로. 보는 내가 무서워서 물어보았다.

이따가 뒤쪽가서 설명할 때는 아예 절벽에 매달려서 하던데. 끄아... 

 

노르웨이의 악마의 혀, 트롤퉁가처럼 돌 하나가 절벽위에 솟구쳐 있다. 여기가 포토존인지 다들 저 바위에 기어가서 위험천만한 자세를 취하더라. 나는 끝까지는 못가고 중간쯤에서 멈추었다. 저 4분... 아예 굴러떨어지려고 작정을 했나. 바위 아래는 아무것도 없는 절벽. 한 100미터는 추락해야 계곡 바닥에 부딪힐 것이다.

 

이렇게 높다. 저 바위에서 찍은 사진은 수직으로 계곡 바닥을 내려다 보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감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 ㅠ

 

여기 밭은 더더욱 가파르다. 밭일 하다가 발 헛디디면 ... 그냥 그만 사는거다;;

 

와이나 픽추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20분 정도를 등반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와도 되는 건지는 모른다. 아무도 없었지만 일단 길처럼 다듬어진 부분만을 더듬어 올라온 것 뿐. 고요하니 정말 좋아서 1시간 정도 이 꼭대기에서 혼자 잘만 놀았다. 

 

이 사진은 저 아래 계곡까지 훤히 보인다. 오히려 이 봉우리는 완만한 곳이 있어서 가장자리까지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다시 형이랑 만나서 이제 마추픽추의 '도시 구역'으로 걸어간다. 계단식 농경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거주했던 주거지, 신전, 중앙광장, 학교, 시장, 창고, 체육시설, 감시탑, 등 있을 것 다있는 도시임을 입증하는 구역이다.

 

도시 구역으로 걷는 중인데... 응? 진짜로 농사를 짓고 있는건가?

알고보니 관리인이 열심히 잔디를 까는 중이다. 마추픽추는 아직도 복원을 진행하는 중이다. 건물도 30%정도만 복원되었고 앞으로 주요 시설의 복원 필요성에 따라서 천천히 개시할 거라고 한다. 이 신비로운 도시의 원본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다 볼 수 있다면 꼭 다시 마추픽추에 오리라.

 

와이나 픽추를 본 떠 만든 지형물. 마추픽추 전반적인 지형을 3d 지도처럼 만들고 이 곳에서 군사회의도 했다니. 스페인의 침략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살았던 잉카인의 삶이 그려진다. 

 

 

주거지. 집의 지붕이 날아갔을 뿐이지 어떻게 살았는지. 눈 앞에 잉카인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유명한 상하수도 시스템. 지표면 말고도 모든 건물을 관통하는 이 시스템은 돌이 이어진 것으로만 도시 전체에 '물길'을 만들어 낸다. 폭우가 오면 물을 일시적으로 따로 저장하는 '저수지'도 있었다고 하는데 물리적으로는 이해되지만 이 것을 현실화 한것은 이해불가. 겹겹이 쌓인 농경지와 모든 가정집과 공공시설에 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물이 부족할 때는 육안으로 보아도 너무 아래에 있는 계곡의 물을 이 높은 곳까지 퍼올려 저장했다. 0.o!!

 

위쪽에서는 지표면에서 흐르던 물이 우물같은 곳으로 빨려들어가 저 안에서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집과 농경지로 물을 배달하고, 남은 물은 또 그 한 단계 아래로 계속 내려간다. 자연에 존재하는 지하수와 aquifer의 개념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건가?!

 

우물 근처에 뭔지 정확히는 모르는 도마뱀 한마리 출몰. 물 마시러 왔니?

 

누군가의 집이 었을 곳에서...

 

집 밖으로 풍경이 아주 훌륭하긴한데... 원래 영위하던 드넓고 비옥한 땅에서 도망쳐 올라와 스페인 정복자에게 붙잡혀 죽지 않길 바라며 숨어살아야 했던 잉카인의 척박한 삶이 있는 곳이라 풍경이 좋아도 쓰라린 것. 저~ 멀리 아래에 내려가고픈 잉카인의 마음이 이 창을 통해 계곡을 바라보니 느껴지며, 마치 일제강점기 시절 척박한 환경에서 숨어살며 싸워 온 우리 한국인의 모습과 교차된다.

 

도시 구역에서 바라본 와이나 픽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누워있는 대표적인 반려동물. 라마. 쿠스코에서는 알파카가 대부분이었는데 라마인줄 알고 계속 라마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알파카가 아닌 라마를 보았던 날이다.

이제 하산할 시간..

내려오는 동안은 꽤 힘들어서 그냥 타박타박 걸었다.

 

내려오자마자 쇼핑하시는 형 ㅋㅋㅋ 돈쓰니까 갑자기 신났셨옹?

 

짧은 것 같았지만 아침 8시부터 조금 이른 저녁식사하는 5시까지 마추픽추에 하루를 할애했다. 사진을 찍기보단 그냥 맨눈으로 감상을 더 오래하며 생각을 혼자서 할 수 있었던 시간. 특히 와이나픽추보다 더 높았던 이름모르는 마추픽추 뒷편의 봉우리에 혼자 앉아서 거의 분 단위로 급변하는 하늘과 영원히 시간이 멈춘 듯한 마추픽추를 오랜 시간 마주한 것은 깊숙히 체화되었다.

 

이제 허기를 채우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를 잠시 둘러본 후 다시 쿠스코로 향한다.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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