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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 상파울루 건축 산책 1 Architecture in São Paulo, Brazil

Brett D.H. Lee 2021. 9. 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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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 페루 - 리마 PREVI에서 위험천만했던 건축투어]

페루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후비행+야간비행+아침비행 총 9시간을 날라서 상파울루 São Paulo에 착륙한다.

남미나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도시를 비행기에서 이렇게 내려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희미하게 깔린 스모그 뿐 아니라 사진에서 보다시피 가난한 동네와 부유하거나/중산층 동네사이의 확연히 다른 색과 볼륨이다. 앞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있는 곳은 리오의 파벨라Favela, 카이로의 만시야나세르 Masheya Nasir, 혹 다카의 사다갓 Sadarghat주변부처럼 빈곤한 지역이다. 뒤로 상파울루의 '테헤란로'인 파울리스타 대로 Avenida Paulista 주변에 즐비한 고층건물, 그러나 회색빛의 도시. 그 너머로는 뿌옇게 되어 보이진 않지만 도심에서 동쪽에 더 위험하다는 동네가 있다. 여행인데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했나? 어쨋든 여기도 멋진 삶이 있는 곳이다.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버스정류장인지 공항인지 잘 모르겠는 상파울루 공항 앞. 우리는 공항버스를 타고 상파울루 중심부로 향하기로 정했다. 1시간정도 걸린다는데.. 야간이동을 해서 피곤했다. 버스에서 1시간 눈 붙이기로...

 

그래도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상파울루 외곽 구경. 형형색색 집들이 보인다. 일명 판자촌. 달동네. 파벨라이다. 치안이 정말 좋지 않다는데... 괜찮으려나

 

공항은 오른쪽 맨위. 상파울루 중앙역, Se 광장 등이 있는 도심까지 1시간 20분 정도.. 택시로 가도 어차피 비슷하덴다.

 

 

잠시 상파울루 시내를 줌인해보면...

대략 이렇게 지하철 노선파악과 함께 볼거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항상 지도에 이렇게 표시하고 프린트해서 다니는데 필요에 따라 골목까지 다 보이도록 더 줌인해서 표시하고 외우고 여행을 떠나는 편. 직업병인지.. 공간에 대해서는 일단 통째로 외워야 직성이 풀린다. 21세기에도 GPS를 쓰지 않는 똥고집이 생겨버림...-_-ㅎㅎㅎ 

 

아무튼 보다시피 상파울루에서 묶을 호스텔은 위치가 매우 편리하고 저렴하다. ParaisoAna Rosa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각각 2분, 6분거리에 있는 Olah Hostel Vila Mariana이다. 숙박비는 $15~20달러 정도이고 조식은 보통 호스텔의 간단 아침식사 정도로 나온다. 과일 서너가지, 빵, 오렌지/사과주스, 우유, 시리얼, 요거트, 햄/소시지 등... 호스텔이 마침  파울리스타 대로 (Avenida Paulista) 의 동쪽 끝에 위치해서 꽤 맘에 들었다. 파울리스타 대로는 상파울루를 대표하는 경제중심지이며 서울의 테헤란로+도산대로를 합쳐놓은 느낌이다. 상파울루의 모든 고층빌딩이 밀집되어 있고 상파울루 미술관 (MASP: Museu de Arte de São Paulo)은 물론 하이엔드 쇼핑가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덕분에 이 근처는 생각보다 안전(?)하다.

 

실은 상파울루에서 나에게 제일 중요한 볼거리는 이비라뿌에라 공원 (Parque Ibirapuera) 에 있는 오스카 니마에어(니에예메르)가 설계한 각종 건축물이다. 공원은 호스텔에서 도보로 25분 정도에 있는데 아침 일찍 걸으면 장터가 꽤 많아서 구경하며 걷기 좋다. 호스텔에서 공원까지 2.2km. 상파울루 미술관 (MASP) 이 있는 파울리스타 대로 Avenida Paulista도 Paraiso역부터 시작하니 그냥 죽죽 걸어다녔다 (MASP 미술관까지도 2km 정도)

공원에 워낙 많은 것이 있는데 그 중 꼭 봐야하는 것으로는 - 비행접시가 내려앉은 듯한 문화공간/전시관 OCA, 혓바닥을 낼름대는 듯한 강당 Auditorio Ibirapuera,  상파울루 현대미술관 (MAM: Museu de Arte Moderna de São Paulo), 그리고 비엔날레가 열리는 Fundação Bienal de São Paulo 건물이다. * 참고로 195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 휘트니 비엔날레 (미국)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유명하다.  원래 2020년에 계획이었던 제 34회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뤄지며 올해 (2021년) 9월 4일부터 12월 5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 포스팅을 쓰며 보니까 개최해서 열심히 진행 중이다~ (http://34.bienal.org.b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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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볼거리로는 지도에도 몇 개는 표시했지만 다시 나열해본다.

리베르다지 Liberdade 일본인 마을 - 일본 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본인이 사는 곳이 바로 이곳 브라질의 상파울루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브라질에 사는 일본인은 약 150만명을 육박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리베르다지는 그야말로 일본 밖의 일본. 그 규모가 왠만한 차이나타운을 능가(?)한다.  

 

Praça da Sé (Plaza Sé, 세 광장) 상파울루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São Paulo) 위치. 성당 정면에 보이는 첨탑의 높이가 65m에 이르는 대규모의 성당이다.

 

라틴아메리카 메모리얼 Memorial da América Latina Paulo여기도 건축물 봐야해서 필자는 꼭 들러야했던 곳이다. 덕분에 늦게 세Se 광장을 가게 되었고 저녁시간쯤... 흑 ㅠㅠ 안좋은 일을 당했다. 치안이 문제... 아무튼 이 이야기는 아래에 다시 해보겠다.

 

Museo Padre Anchieta Pátio do Colégio에 위치한 역사박물관(Museo Padre Anchieta). 상파울루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Praça da República (Plaza Republica, 레뿌블리까/헤뿌블리까 광장) Metro ‘Republica’역. 매주 토, 일요일 노천시장 열림.

 

 

다소 길어진 명소 나열에 '사진을 보여달라!' 라는 외침이 느껴지는 느낌... ㅎㅎ

이제 곧 버스에서 내릴 시간. 지도보고 각종 노트를 훓으면서 곧 마주할 니마이어의 건축물을 생각해본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그런데 여긴 역시 더운나라라 그런지 지하까지 아주 뻥뻥 잘도 뚫어놨따. 둥그렇게 뻥뻥 뚫린 lightwell로 자연채광 굿. 지하철이 원circle 안으로 살짝 걸쳐서 여기저기 각기 다른 각도로 돌아다니는데 낡은 건물에서 느껴지는 미래적인 느낌은 뭐지? 언뜻 아키그램의 한 화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60~80년대 SF영화의 건축물같다. 브라질은 물론 남미 건축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뭔지 궁금해서 여행 온 것인데 실제로 그 공간에 서있으니 과감한 기하학적인 요소 사용에서 오는 쾌감이 있다.

 

상파울루 지하철 단면도. 고가도로 아래로 높고 넓은 지상+지하 공간이 그 경계를 허물며 천창을 통해 아래로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드리운다.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짐 떨구고 잠시 씻은 후 다시 출발~

호스텔 창문에 갑자기 왠 얼굴이 ㅎㅎ

왁자지껄한 Se광장이나 파울리스타 대로와는 다르게 도심 북서부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메모리얼 방문하러 지하철타고 고고. 

막상 도착하니 조금 황량함. 고요하구먼... 

브라질에서의 모더니즘 혼을 건축했다고 과언이 아닌 오스카 니마이어 Oscar Niemeyer의 건축물을 보러 온 것이 상파울루 온 이유니까 여행자들이 잘 안오는 이 곳, 라틴아메리카 메모리얼을 먼저 방문하였다. 실제로 여행객이 여기 건물들에 입장은 거의 불가하다. 특별히 공연이 있거나 책을 빌리려거나 행정업무를 보거나... 이 와중에도 상파울루에는 훨씬 거대하고 유명한 미술관과 공연장은 따로 다 있는데다 여기는 접근성이 그닥 좋지는 못하다. 어쨋든 당시엔 마스터플랜에 따라 모든 건물이 우후죽순 완공되었다. 

 

굉장히 넓고 다소 황량해서 실은 어디서부터 봐야하는지 잘 몰랐다. 한참을 해메다가 광장 중앙에 있는 이 약도를 발견.

 

(source: Wikipedia)

이해를 돕기위한 하늘에서 내려다 본 메모리얼 광장의 모습.

좌측 아래 원형건물부터 시계방향으로 - Gallery, Administration, Creative Pavilion, Auditorium, Parliament, Hall of Events, Library

총 7개의 건물로 구성되어있다. (중앙 맨 아래에 있는 작은 원형건물은 공공 화장실로 7개 포함되지 않음) 

 

1989년에 완공된 라틴아메리카 메모리얼은 대로가 관통하는 84,482 제곱미터 부지에 위에 열거한 7개의 시설이 자리하며 이 또한 모두 오스카 니마이어가 기획부터 설계를 하였다.  (내일 둘러볼 이비라뿌에라 마스터플랜도 역시 니마이어가 했는데, 살짝 건축독재(?)같기도 하다. 브라질 모더니즘을 다 해드심.) 여기서 정치이야기를 굳이 길게 해설하진 않겠지만 1980년대 당시 브라질은 경제 침체기를 겪으며 국민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이뤄진 정권 교체를 기점으로하여 남미의 재부흥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세우려 한 것이고, 시의회와 니마이어가 선정한 7개의 프로그램이 그것을 대변한다. 공공을 위한 각종 예술의 장, 학술시설, 그것을 지원할 행정건물과 정부기관의 일부를 한 마스터플랜에 넣어 보다 윤택한 운영을 바랬다. 아무래도 사립미술관, 공연장 등 기존 공룡들이 있기에 지금은 다소 외면받고 있지만 실은 이런 공공시설이 잘 되야하는데 말이다...

 

두 광장을 연결해주는 육교. 니마이어는 물론 당시 남미 모더니즘에 강하게 나타난 커브가 인상적이다. 간혹 Latin Cross에서 파생된 것 아니냐는 설이 있는데 아마 브라질리아 마스터플랜에서 사용된 굽어진 십자가 (이걸 Latin Cross라고 함) 형태에서 계속 전해진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육교는 중간에 있는 저 갈고리 형태 구조물이 전체를 붙잡고 있다. 보통 우리가 아는 기둥은 하중을 버티기 위해 아래에 있는데, 얘는 위로 올라갔다가 마치 포크로 소시지 찍어올리듯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쿡~ 찌르고 있다.  

 

육교 건너는데 정말 중간쯤에 아스팔트를 푸욱~ 

 

너무 넓은 콘크리트 광장. 19~20세기를 거치며 뭐든 크고 웅장하게 만드는 경쟁때문인지... (나치와 파시즘부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까지) 이 설명은 짧게 언급했다간 욕 먹을까봐 추후에 정리되면 길게~ 따로 올리겠다. 공산주의를 지지했다는 정치적인 이유때문에 니마이어의 건축에 정치색을 따지기 전에, 필자는 건축인/학도로서 일단 그의 과감한 건축적 실험과 유럽의 학구적이고 역사에 목메인 형식에서의 탈피 및 지역적 요소에 중점 을 둔 것에 대해 감탄한다. 그의 행적은 유럽의 모더니즘과 지역적 언어의 융합을 이끌어내며 현대까지 이어지는 비판적 지역주의 Critical Regionalism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브라질 특유의 건축언어를 탄생시키고  2012년 104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전까지 교육과 실무에 매진할 정도로 어쨋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거장이다.

 

위 사진은 도서관. 왼쪽에는 비슷한 외관인 Hall of Events (다목적 전시관)이 있다.

다목적 전시관.

 

공연장 입구에 drop off. 이렇게 과감한 캐노피는 첨본다. 비율보소...

차에서 내리다가 깜짝 놀랄 것 같다.

 

니마이어의 대표적 특징이 잘 나타나는 공연장 Auditorium 건물.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곡선 흐름과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 강조시킨 돌출부/차양 overhang / canopy /shading

 

아래로 가면서 폭이 좁아지는 효과를 내며 마치 이 거대한 콘크리트 곡면이 가볍이 공중부양하는 느낌을 준다. 니마이어 건축의 특징 중 하나이다. 마치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듯, 라틴크로스가 상승한다. (니마이어 건축 포스팅 더 보기)

반대편은 더 날카롭게 푸욱~ 지상에 내리꽂는 접점. (마치 주차된 저 차를 새가 콕콕 부리로 쪼는 것 같다 ㅎㅎ)  

 

그리고 극장의 내부. 극장 안까지는 못가지만 이렇게 pre-function공간은 구경 가능하다. 계단도 아까 본 육교처럼 뒤틀리며 기둥하나없이 상승하는 중.  

 

마치 꼬치구이처럼 매달려있는 관공서 건물 The Administration.이다.

2층 건물인데 1층은 그늘진 주차공간으로 뜨거운 태양으로 부터 차를 보호하는 열대지방의 흔한 풍경. 그런데 기둥이 또 하나도 없다 ㅎㅎ 뒤집어진 U자의 구조물이 건물을 데드리프트(?)하듯 끌어올린다.  

지금이야 워낙에 희한한 건물이 많지만, 이 건물은 당시 20세기의 최첨단 건축 기술이 한데모인 정수이다. 처음에 이정도로 과감한 형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시민이 많다고 한다. 

(내일 만나게 될 MASP 상파울루 미술관과 매우 흡사한 형태이다.)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튀어나올 것 같은 구조.

 

저기 밥솥처럼 보이는 건물은 행정건물인데 위의 상업적 업무지원을 하는 Administration과는 달릴 여기는 (The Parliament) 정부업무와 각종 공공성 증진을 위한 시설이 있다. 예를 들면 장애인 복지를 위한 연구시설도 여기 내부에 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Cuckoo 밥솥같네. 새까만 유리를 쓴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비밀요원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리고 신기하게도 입구가 저 길다란 경사로를 따라 3층까지 가면 있다... 물론 1층에도 있지만 메인 로비가 3층에 위치. 빙글빙글 건축적 '산책'을 코르뷔제도 그렇고 니마이어도 그렇고... 참 좋아한다. 필자의 니마이어 건축 소개 포스팅도 보면 알 수있다. (이를 architectural promenade라고 한다)

보다시피 그냥 건물에 입장하지 않는다. ㅎㅎ 들어가도 계속되는 커브 "산책로"의 향연. 

 

크흡 여기는 업무시설이라 입장은 안되서 그냥 주변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Auditorium건물위로 올라가시는 형님;;; 곧바로 나도 똑같이 따라했다는.

실제로 여기서 너무 많은 스케이트 보더들이 출몰해서 관리인이 쫒아내느라 애먹었다고 한다 ㅎㅎ 아니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애들은 다 뛰어 올라가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겠지.

 

 

"Work, blood, and poorness marked Latin America’s history, so disconnected and oppressed. Now it’s time to reframe it in one untouchable block, capable of making it independently and happy."

- 오스카 니마이어

 

그리고 광장 한 가운데 놓인 예수의 손을 암시하는 듯한 조형. 그동안 짓눌려온 남미의 역사와 앞으로의 희망을 꿈꾸는 상징이다. 오랜 식민지 시절 이후 힘겨워 하다가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부국으로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하던 곳이었다. 다시 쇠퇴기를 맞이하며 현재까지 방황 중인 남미. 이 광장은 현재 고적하기 짝이 없지만 니마이어와 당시 사람들의 꿈을 그려내려 한 곳. 오히려 너무 썰렁하고 날은 뜨겁고... 이 텅빈 아스팔트 벌판에서 저 손을 바라보니 괜시리 침울해진다. (*손바닥 부분의 모양은 중남미지도이고, 손목부터 아래로는 피가 흐르는 것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중심가, Se 광장으로 향한다.

 

역에서 나오니 곧바로 마주친 Se광장의 상파울루 대성당 Catedral Metropolitana de São Paulo

1913년에 착공하여 1954년에 완공된 이 곳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고딕 복고양식 Gothic Revival 성당으로 광장의 중심이 되어주고 있다. 두 첨탑의 높이는 92미터. 참고로 뒤쪽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돔Dome이 있긴해서 이게 고딕양식으로 분류가 되어야하나는 논란이 있긴하지만 저 돔을 빼면 완전히 고딕양식이고 신고딕양식은 다소 eclectic 절충적인 면이 있기에 현재까진 신고딕양식으로 분류 중이다.

 

성당 앞 계단에 잠시 앉아서 쉬고 있으니 가로등에 불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초록초록한 야자수와 반딧불처럼 빛나는 등이 꽤 아름답다.

 

그리고 상파울루 오기전에 한 유투브채널에서 보았던 Se 광장의 구두닦이 아저씨. 아니! 왠 아는 얼굴이 여기 있나. 나름 반가워서 슬쩍 말을 걸어보았다. 유투브에선 굉장히 자상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는데 방송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안좋은 일이 있으신건지. 퉁명스럽게 말을 잘라버려서 조금 민망했음 ㅠㅜ

 

그리고....

여기서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 유투브와 여행 블로그에서 보았던 상파울루의 오물뿌리는 강도단을 만났다.

 

Se 광장에서 한참 사진찍던 형과 내 등뒤로 뭔가 차갑고 더러운게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등과 엉덩이에 오물이 잔뜩 뭍어있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일이지? 누가 오물을 뿌린거야! 화내면서 휴지를 찾는 그 때 어디선가 한 남자가 "저기 맥도날드가면 공공화장실처럼 쓸수 있어. 저기서 닦아."라고 말을 건네주고 지나간다. 그래서 급한데로 우리는 맥도날드 화장실로 향했다. 매장에 손님들도 많아서 별 의심이 없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칸칸이 숨어있는 패거리들을 보게됬다. 그들은 닦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가방을 달라하고 팔을 잡기 시작한다. 순간 나는 미리 읽었던 "상파울루에서 조심해야할 사항"에 이렇게 오물뿌리고 화장실로 유인 후 강도질하는 집단이 있음을 떠올렸고, 형에게 "하나, 둘, 셋 하면 팔 휘저으며 소리지르고 밖으로 뛰는거야"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고함을 지르며 화장실 밖으로 뛰어나갔고 당연히 매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보게 됬으니 강도들도 놀래서 가만히 있더라. 나는 바로 Se 광장에 보이는 경찰에게 달려갔고 상황 전달 후 호스텔로 급히 돌아갔다.

 

** 조심하세요 여러분. 남미가 치안이 좋지 않지만 세계 돌아다니다보면 어딜가든 여행객 노리는 온갖 사기꾼, 강도, 성범죄자들 많습니다. 21년을 떠돌며 온갖 범죄자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참신한(?) 방법 쓰는 애들도 흔치 않네요. 집시들이 제일 교묘하다고 생각했는데 얘네들도 만만찮습니다. **

 

일본 마을, 리베르다지Liberdade가 근처라 저녁에 가서 맛있게 먹을까 했는데 힘이 딸려서 그냥 요상하게 생긴 퓨전 스시롤 집에가서 마끼만 여러개 먹고... (리베르다지 소개는 다음 포스팅에)

아쉬운대로 칠레 와인 사서 여행 같이한 형이랑 벌컥벌컥.

호스텔 주인도 옆에 앉아있었는데 우리 이야기를 듣고 "아니 상파울루는 그래도 리오보단 훨 나은데!?" 라며 놀라워했다. 그런 수법은 처음 들었다며. 그리고 현지인은 역시 관광객이 꼭 가려는곳은 잘 안간다더라 ㅎㅎ 그게 바로 Se 광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2010년 이후의 명동거리 정도? 서울 사람들 쇼핑하고 누구 만나서 놀때 강남, 청담, 북촌, 서촌, 이태원 등 다른데 더 많이 가지 않을까? 여기도 현지인은 파울리스타 대로 근처나 이비라뿌에라 공원 서쪽 동네들에 더 많이 몰린다고 한다.

 

와인 2병 비우고 쿨쿨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 오늘은 어제 주인이 말한 "안전하고 현지인이 많은" 곳인 ㅋㅋ 이비라뿌에라 공원에 갔다가 가장 희한한 모양의 호텔 탑10에 항상 들어가는 '호텔유니크'에서 커피타임을 가진 후 늦은 오후와 저녁은 파울리스타에서 좋은 식당에 가기로 한다. 

 

역시 호스텔을 기점으로 서쪽과 남쪽이 좀 좋은데라고 하더니 길거리도 깨끗하고 아침마다 이렇게 장이 열린다고 한다. 주부들이 오전에 장을 다 미리 본다니. 보통 장보는건 저녁 전에 하던데, 여긴 아침이 바쁘다.^^

바나나 향기가 엄청 좋았던 바나나길.. 5개 부스가 계속 바나나였다.

 

여긴 생선코너. 이비라뿌에라 공원까지 2km인데 절반정도가 장터였다. 물론 1km를 연달아 장이 있는 건 아니고 띄엄띄엄 여기저기 꽤 많다.

이렇게 길이 활성화되있으면 치안이 좋아지는 건 물론 캐주얼한 교류의 질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은 달콤한 향. 뭔가 했더니 코코넛과 타피오카로 소위 "호떡" 비슷한 것을 만들고 계신 아저씨.

하얀 코코넛과 타피오카 반죽을 꾸욱꾸욱 누르며 구워낸다.

마지막엔 연유를 살짝 뿌려주시는데, 저게 끝~ 초간단 아침식사. 식감은 정말 떡처럼 쫄깃한데 코코넛이 그 와중에 계속 씹히며 풍미과 텍스쳐를 가미한다. 뭔가 커피랑 잘 어울리는 빵 아닌 떡(?)이다.

 

으음 걷다가 어디쯤 왔나싶어 보이는 육교로 올라갔다. 이비라뿌에라 공원의 오벨리스크까지는 아직 500미터는 더 가야하는군..

(가로등 갯수 세어보면 알 수 있다)

 

코코넛 빵떡을 씹고 커피 홀짝이며 걷다보니 금세 공원 도착! 상파울루의 센트럴파크. 왜냐하면 뉴욕처럼 이 거대한 공원을 둘러싼 동네들은 꽤 잘살거나 분위기 좋은 곳이거든.

 

라틴아메리카에서 좀 힘들게 보았던 니마이어의 건축을 여기선 여유롭고 상큼한 분위기에서 만날 수 있다. 아침 산책 및 조깅을 하는 사람들 구경하며 두리번대다보니 바로 이비라뿌에라 대강당이 나타났다. 

혓바닥 날름거리는 듯한 강당 입구 ㅎㅎ 니마이어. 사랑할 수 밖에 없어...

 

그 바로 옆으로는 비행접시도 저렇게 안착해있다. 이비라뿌에라 전시관 

니마이어가 1951년부터 상파울루시 400주년 기념 박람회의 종합계획과 건축을 담당하며 이비라푸에라 공원 내 모든 건축물을 설계하고 총괄하게 되는데 그 디테일은 다음 포스팅에 계속... 

 

"novo homem, Brasileiro e moderno" "새로운 인간, 브라질인, 그리고 현대성"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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