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산책 중인 노마드

Art, Architecture, Travel & Life

여행 Travel/중남미 South & Central America

남미 - 페루 리마에서 걷기 Lima, Peru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Brett D.H. Lee 2021. 6. 21. 03:21
728x90

남미여행하면 떠오르는 곳이 과연 어디일까? 아마 대표적으로 아마존과 삼바의 브라질. 탱고와 파타고니아의 아르헨티나. 그리고 잉카제국과 마추픽추 Machu Picchu 의 페루가 아닐까 싶다. 물론 우유니 사막Uyuni Salt Flat이나 카르타헤냐 Cartagena, 갈라파고스Galapagos Islands  등 너무나 볼거리가 많지만 여행 검색어 순위나 관련 책자, 보통 여행객이 몰리는 정도에 따르면 아마 저 3곳이 단연 톱 3이다. 코로나 이전의 여름. 짧지만 15일간 어떻게 또 남미를 가볼까 생각하며 결국 페루브라질을 꼽았다.

 

이유는 그냥 간단했다. 매일 밤샘 건축작업을 하느라 찌들었는데 15일 스스로 선물한(?) 휴식기간동안 마추픽추와 리오의 예수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코파카바나 해변을 체험하고 싶었을 뿐. 그리고 생각해보니 등산해수욕을 동시에 해결해 줄 것 같았다. 그것도 안데스 산맥 고지대와 세계3대 미항이자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인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에서...

 

예수상까지는 생각보다 금방 올라간다.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다가 적당히 내려서 30분 정도 하이킹했다. 다음주 브라질 포스팅에 다시 언급할 예수상에서 내려다 본 리오 데 자네이로 Rio de Janeiro의 모습. (현지 포르투갈어 발음은 '히우 지 자네이루' 이다)  그런데 마추픽추의 산 모양이랑 리오의 팡지아수카르 Pão de Açúcar (일명 설탕빵 산)이 굉장히 비슷하네...

 

 

바로 작년 2020년 여름에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칠레, 아르헨티나 여정을 꾸려놓고 손꼽아 기다렸는데 무산되었다. 코로나 풀리면 가장 먼저 달려가야지 ㅠㅠ 현재 뉴욕에서 엘에이로 이주했더니 오히려 남미 가기엔 더욱 편리해졌다. 엘에이 공항 LAX에서 남미행 항공편이 매우 많고 그래서 뉴욕출발보다 훨씬 저렴! 그저 '여행'목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꼭 만나고 싶은 몇몇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고 현지 한인회, 독립투사들의 후손들 모임에 방문하고 기부하려는 목적이라 실은 지금 당장 떠나도 상관이 없긴하지만 사회 분위기란게 있으니 쉽게 떠나진 못하는 중이다.  (에휴) ** 참고로 중앙아시아에 고려인이 있다면 중남미에도 엄청난 수의 코레아노, 특히 독립투사들의 자손이 많다. 그들 중 멕시코나 캘리포니아까지 연이 닿아서 LA 소재한 대한인국민회에까지 직접적으로 소통한 흔적도 남아있다.

Image Source: USC Digital Library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어쨋든 세계여행/해외생활일지를 오늘 훓어보니 페루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그때는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출발해서 휴스턴을 경유하여 리마로 향했다. -  뉴욕/필라델피아/워싱턴 DC에서 휴스턴이나 마이애미 경유해서 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의 도시로 가는 항공편은 보통 $700불 내외한다. Spirit이라고 엄청 저렴하게 $350불 정도로 갈 수도 있는데, 그거 타면 아마 허리가 아작이 나거나 짐 하나도 못 부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저가항공보단 United, Delta, American이나 LAN항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United를 이용했고 정확히 $700으로 리마-필라델피아 왕복. 남미 내에서는 쿠스코-리마 편도 LAN 항공 $70, 리마-상파울루, 리오-리마 다구간 TAM항공 $500에 해결했다. 촘촘하게 다니는 보통 남미여행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그냥 볼 곳만 정하고 마구 건너뛰면서 돌아다녔다. 참고로 2010년부터 칠레항공인 LAN이 브라질항공 (남미 최대항공사) TAM에게 합병 체결이 되었고 2016년에서야 LATAM항공으로 정식출범하였다. 그리고 비행기 동체에 LATAM이라고 모두 바꾸는 것은 2018년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사태로 LATAM가 작년 5월에 파산을 했고 현재는 미국의 델타항공DELTA가 대주주로 있다. 남미 최대항공사 주인마저 미국이 될 기세다. ㅜㅠ

 

갑자기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렀는데... 휴스턴 경유하는 시간이 점심시간이었고 4시간 가량 layover였다. 리마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어 조금 무서워서(?) 같이 간 형과 함께 택시로 이동, 시내에서도 가장 해변에 위치한 부촌인 미라플로레스 Miraflores 동네에 있는 호스텔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되었다. 어쩌지.. 뭐 어쩌긴 어째. 그냥 빨리자야지. 하면서도 형이 딱 10분만 호스텔 앞에 산책이라도 해보자고 나갔음 그리고 말만 산책이지 어쩌다보니 술집에 결국 앉아서 맥주와 야식을 시켰다. ;;;;

 

미라플로레스 초입에 이런 로터리가 있고 호스텔은 오른편 맥도날드 안쪽의 골목으로 2번째 건물인가..에 있다. 앞에 대중교통 다 탈수 있어서 매우 편리했음. 머물렀던 호스텔 명칭은 Backpackers Lima 하루에 단돈 $12. = 1만5천원 정도한다. 남미의 호스텔은 10달러도 안하는 곳이 있는데 그래도 2스타처럼 아침나오고 방에 씼는데 있고, 2인실하니까 12불은 한다. 물가가 참 착하다.  (아 참고로 필자는 전부 미국에서 미리 예약해서 페루의 화폐 솔 Sol 이 아닌 달러로 온라인 결제했다)

 

근데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남미에 좀 잘사는 지역 명칭이 죄다 miraflores인 이유는 무엇일까... 직역하면 "꽃을 보라, look at the flowers"이다. 아마 부촌이라 길거리에 화단이 잘 가꾸어져일까? 정말 미라플로레스 지역은 다 쓰러져가는 다른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다르다. 부촌이란 티를 팍팍내며 녹지가 드리워진 부지에 깔끔한 주택과 타워가 자리한다. (아침에 다시 찍어보겠다 0.o)

 

궁금해서 페루 맥주인 쿠스께냐 Cusquena 를 시켰다. 맛은... 음 풍부하진 않지만 아주 시원한 청량감은 좋았다.

그리고나서 쏟아지는 졸음에 바로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기절~

 

 

그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호스텔 방은 뭐.. 좁은 방에 벙크베드 1개 놓여있는 것. 옥상에 가니까 파티오와 바가 있다. 나름 조망권을 갖춘 곳이다. (3.5층 건물)

 

아침 식사는 매우 간단하게 빵, 잼, 시리얼, 우유, 주스, 커피, 과일 몇 가지가 차려져있다. 딱히 식당이라 할 것없이 옥상 테라스나 여기 1층 로비에 벽에 조르륵 있는 바스툴에 앉아서 먹는다. 안쪽에 부엌같은 곳에 식탁이 있긴한데 그냥 가정집 같아서 밖으로 나옴 ㅋ

 

호스텔밖을 나오면 미라플로레스 초입이라 아직은 정신없는 곳이다. 리마는 3번이나 들르게 되는데 사진찍으면 정말 미라플로레스만 녹지와 파란색이 제데로 나오고 하늘조차도 시내에선 희끄무리하게 나온다... 같은 날, 같은 날씨인데 왜 다른 세상같은지... 아무튼 오늘은 오전부터 이른 오후는 리마의 중심인 마요르 광장 Plaza Mayor (또는 Plaza de Armas of Lima라고도 한다)과 페루 대통령궁, 각종 리마의 12개의 주요 성당 중 보이는데로 다녀보기로 한다. 저녁 전에 잠시 미라플로레스의 Lacormar 몰에서 좀 놀다가 쿠스코로 향하는 야간버스를 타러 중앙역에 간다. 쿠스코로 이동하며 잠을 자는데 버스지만 비행기 비지니스석처럼 넓고 '기내식'도 나온다. ~~ 체력이 된다면 이동하며 먹고 놀고 중간중간 관광하며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근데 페루와서 보통 마추픽추, 나스카, 이카, 쿠스코, 트루히요 정도만 보고 볼리비아든 아르헨티나든 넘어가는데, 리마는 특히 관광지로는 유명하거나 각곽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단순히 마추픽추 가기위해 잠시 머무는 느낌? 그런데 이 리마를 3번이나 들르게 된 나는 이왕이면 구석구석 잘 보자.라는 마음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호스텔 주변에 있는 주요 12성당은 아니지만 성당이 하나 보인다. 참고로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남미국가 중 페루는 특히나 성당과 신자들이 많다고 한다. 거리에는 당시 젊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쇼케이스를 진행 중이었다. 각자 주어진 직육면체에 나름의 표현을 해두었다.

 

현지인도 관광객도 다들 멀뚱멀뚱 이 박스들(?)의 향연속에... 

 

이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한다. 약 20분 소요... 처음 리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 매케한 매연이 눈과 코를 쓰라리게 찌르던 페루의 수도 리마. 처음엔 너무 깜짝놀랐는데 중동도 그렇고 소위 제 3세계로 분류되는 지역에 가면 이상하게도 그 탁한 공기의 냄새를 이제 덤덤히 들이킨다. 해로운 것 같은데 뭐 숨을 안쉴수도 없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 다시 그 매캐함이 심해진다. 미라플로레스는 해안가라서 (+부촌이라서) 공기가 도심과는 다르게 상쾌하다...

 

정말 옛날버스 ㅎㅎ 끼익끼익대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한국에도 60~70년대에 있었던 버스안내원이 있다. 터프한 아저씨께서 티켓확인도 하고 내릴사람 있으면 말하라고 한다. 물론 다 스페인어로... 남미여행만 하면 나의 숨어있던 스페인어가 조금씩은 발휘되곤 한다... 다행히;;;

 

교통체증은 어느나라나 있는듯.. 평일 아침이라 빵빵~~~ 대면서 출근길의 스트레스를 고한다. 나는 외지인의 시선으로 즐겁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고.

 

페루의 버스는 노선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버스의 규격이나 디자인의 통일성이 전혀 없기때문이다. 버스가 마치 개인의 소유처럼 다 각자 알아서 튜닝(?)하고 잘 다닌다. 타기전에 어디어디 들르냐고 물어보는 것도 필수이다! 가끔 막혀서 우측차선 못 끼어들면 그냥 그 다음 정류장에 내려주기때문에;;; 물론 주요 핵심 노선의 버스나 트램은 존재하지만 구석구석 다니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은 다 저렇게 난리부르스인데 그것이 너무 재미나다. 동일한 모양을 거부하는 리마의 버스.

 

적당히 왔을까. 그냥 폴짝. 하차해버렸다. 목적지에서 도보로 10분정도 떨어진 Plaza San Martin근처이다. 골목이 좁고 알록달록하고 볼거리도 있겠다 싶었다. 건축을 하기에 그런가... 저 리마의 발코니들을 보자마자 빨리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Balconies of Lima라고 찾아보면 꽤 많은 양의 자료가 나올 정도로 리마, 아니 페루의 저 발코니 형태는 유명하다. 

 

스페인 통치시절, 즉 '페루 부왕령 Viceroyalty of Peru' (17-18세기)때 성행했던 건축양식으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특히 이 도심에 저 건축양식 보존이 잘 되어있어서 덕분에 구도심지 통째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행운을 맞았다. 기원을 돌아보자면 유럽에서 건너온 르네상스와 바로크, 신고전주의와 바로크주의가 이곳에서 융합되며 독특한 스페인식 건축이 남미에 뿌리내리는데 특히 18세기 이후 프랑스 로코코양식도 첨가되며 골목길에 뜬금없이 아름다운 발코니가 자주 나타난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파사드에 매달리거나 툭 튀어나온 듯한 저 박스같은 발코니 공간 자체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무어리쉬 Moorish 건축의 마샤비아 Mashrabiya에 기원한다. 촘촘하게 마치 바구니짜듯이 만들어진 마샤비아의 입면은 햇빛을 들이되 그늘지게하고, 공기가 내부로 들어올 때 외부온도보다 많게는 섭씨 10도 이하로 시원하게 들이치게 만드는 상당히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에어컨같은 건물 외벽체이다. 중동, 북아프리카를 다녀보면서 마샤비아에 자주 앉아있었는데, 정말 그 안은 마치 흩날리는 나뭇잎에 부셔지는 햇빛그늘아래서 에어컨쐬는 느낌이다 ㅎㅎ

 

아. 마샤비아는 그리고 여성이 밖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외부를 볼수 있게하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 앉아서 뜨개질을 한다든가 아이를 돌보며 외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페인은 이슬람제국에 정복되어 지낸 기간이 꽤 있어서 자연스레 중동/북아프리카 건축이 이미 깊숙히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대서양을 건너서 유럽의 다양한 성당 양식과 함께 버무려져 독특한 혼종문화를 탄생시켰다.

 

프랑스의 바로크를 연상케하는 하늘색 외벽과 짙은색 나무의 마샤비아 발코니가 묘하게 어울리는 카사 데 오삼벨라 Casa de Osambela. 역시 부왕령 시절 1803-1805년에 지어졌으며 가장 큰 맨션으로 지금도 남아있는 유적이다. 현재는 미술 기획전시를 하고 문화원/연구실로서 기능한다.

 

이제 다시 마요르 광장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광장에 가까워지니 여기저기 경찰이 많다. 마치 광화문 앞에 항상 경찰이 있는 한국처럼. 자세히보면 이들도 다 어린 청년들이다.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로 키득키득대는 모습을 포착하니 경찰이지만 왠지 내가 먼저 친근감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골목 끝에 이제 탁트인 공간이 보인다. 마요르 광장이다~

 

여기가 마요르 광장!! 왼쪽부터 현재 사용되는 시청 (노란 건물), 대통령 궁, 카사델오이도(중간에 노란건물), 대주교의 궁, 리마 대성당이다. '

 

Cathedral of Lima 리마 대성당

바로크 양식 카톨릭 성당. 도심내에는 노랑,분홍, 연두, 하늘색 등 온갖 파스텔톤 색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이 성당도 어딘가 유럽은 확실히 아니고 스페인 식민지 시절 건축인게 티가 팍팍난다.

 

대성당 내부에 가장 앞쪽에 있는 alterpiece 여기만 사람이 못가서 천장부터 바닥까지 찍을 수가 있었다. 다른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조역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저 천장은 언제나 봐도 아름답다. 자연적 힘 자체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부분. 

 

리마 대주교의 궁 Archibishop's Palace of Lima이 리마대성당 바로 옆에 자리한다. 역시 위에서 언급한 마샤비아와 유럽의 각종 성당양식이 다 혼재되어 있다. 남미에서도 독실한 카톨릭국가로 알려진 페루라 그런지 대주교 궁이 다른 주변국에 비해 꽤 크고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대통령궁 대성당 사이에 똬악 ~

 

정면샷이 제데로 없어서 이 이미지는 위키피디아의 리마 대주교 궁 퍼옴. Image Source: Wikipedia

아무리봐도 마샤비아는 신의 한수인듯. 얼핏 유럽인가? 하다가도 페루구나...라는 것을 알게해준다. (스페인 본토에도 마샤비아나 이슬람 건축이 많지만 이렇게 몽땅 섞어버린 경우는 드물어서)  

 

그 옆으로는 현재 대통령궁이 있다. 대주교 궁과 대통령 궁은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음.

 

 

Basilica and Convent of Nuestra Señora de la Merced (한국어로 뭐죠??)

영어로 Our Lady of Mercy인데... 길에서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니 뭐 성모마리아 성당이라고 하면 된다고;;; 

여러 성당을 드나들었는데 대표적인 것 내외부 하나 올려본다.  아마 마요르 광장의 대성당보다 광장 가는 길에 가장 먼저보이는 성당이다. 워낙에 화려한 주변 건물색때문에 저 육중한 파사드의 매스감과 디테일, 거무튀튀한 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무려 지어진 년도가 1535년! 북미가 개발되기 이전 역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미 정착기는 한참 더 되었다. (자료 뒤지다보면 남미가 북미보다 전반적으로 역사에 기록된게 꽤 많고 오래된듯...)

 

여기는 핑크핑크하네... 아 나도 이렇게 맘대로 색을 건물에 좀 써봤으면 좋겠다. 남미의 파스텔톤 건물 도입 시급. 

 

 

마요르 광장에서 대각선으로 작은 '페루 광장'이 있는데 여기는 저 어마무시하게 노란 시청건물 4총사가 바라보고 있다 가운데에 눈처럼 밖힌 마샤비아에서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름. >.<

 

마요르 광장에서 시청 반대편 모서리로 진입하면 아까 위에서 언급한 카사델오이도 Casa del Oidor가 나타난다. (오른쪽 청동 마샤비아가 있는 노란건물). 17세기의 지어진 맨션으로 명칭을 직역하자면 '듣고 말하는 집'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집에 있으면 바로 옆에 위치한 대통령 궁 (식민시절 당시 부왕이 사용)과 대주교 궁에서 들리는 모든 소문을 다 들을 수 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ㅎㅎㅎ 역시 어딜가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또 다른 버전은 존재한다.

 

근데 저 청동 마샤비아 400년전에 지어졌는데 실은 굉장히 모던하다. 언뜻 20세기중후반 유럽의 건축이나 미술의 구성요소를 보는 듯...

 

 

그리고 이 길을 따라 주욱 걷는데 점점 더 건물 색이 화려해진다. 못사는 지역/위험한 지역이 대부분인 도심의 대부분과는 다르게 이 문화유산지정된 거리만큼은 식민시절 당시의 건물을 최대한 잘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그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집들이나 여기나 뭐가 다를까? 가끔은 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서 제 3국에 대해서는 폄하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는 보고싶다.

 

 

오호. 계속 길을 걸으니 갑자기 상점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벽에 그래피티가 가득 나오기 시작... 더 가고는 싶었는데 이 길의 끝으로 다시 흙바닥이 나오고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그냥 돌아서 광장쪽으로 걷는다 (이유는 5일 후 다시 리마에 왔을 때 괜히 저쪽에 갔다가 실제로 죽거나 다칠뻔한 상황이 있었다... 남미는 아직 위험하긴 하다. 조금이라도 주변이 안 좋다 싶으면 낮이여도 절대로 걸어가지 말것!!!)

 

ㅎㅎㅎ 그런데 이건 언제적 드라마에 가수인거지? 한류는 계속된다~

 

터벅터벅 광장쪽으로 걷다가 Dona Mabel이란 식당에 들어왔다. 호스텔 주인이 추천해준 몇 개의 식당 중 하나인데, 페루,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등 남미의 태평양 연안에 따라있는 나라의 전통음식이자 가장 유명하기도 한 '세비체' Ceviche를 먹으려고 들어왔다. 죽 둘러보니 역시 메뉴의 절반이 생선요리이다. 가격도 12~18 sol (=$3~4.5, 한화 5천원 이하). 가장 비싼거 시켜도 5천원이다. +_+ 그리하여 식당 주인이 하우스에 대표적 세비체라고 추천한 ceviche de pescado (18sol)과 일명 볶음밥인 arroz chaufa de mariscos (12sol)을 시켰다.

 

그리고 아침에 호스텔에서 다소 부실한 아침식사를 하고 나와서 커피도 부족했다. 커피는 뭐가 있냐고 물으니 단거줄까? 쓴거줄까? ㅋㅋㅋ 다소 웃긴 질문을 하길래 어이없어하며 단거 danger (아재개그 죄송;;;)로 달라고 했다. 뭔가 희끄무리한 커피가 나왔는데 멀뚱멀뚱 쳐다보기... 마셔보니 음... 아주 달콤한 다방커피 (맥심+설탕2배)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걸을건데 이정도야 뭐...

 

그리고 주문했던 음식이 아주 멋지게 나왔다. 왼편이  ceviche de pescado. 오른편 뒤쪽에 arroz chaufa de mariscos 

시큼하게 무친 회라고 설명을 들었어서 그저 초회같겠거니하고 아무생각없이 입에 넣었다. 아니... 이게 왠걸. 초회의 그 맛깔스런 식초와 장의 맛이 아니라 레몬과 라임즙을 한가득 머금은 아주 두꺼운 스테이크 같은 생선회였다. 처음엔 너무 놀래서 끄악! >.< 하고 볶음밥을 같이 쑤셔넣었다. 천천히 꼭꼭 씹으며 그 시큼한 맛에 익숙해지려 했는데 이날은 실패... 생선이 아니라 레몬을 씹는듯한 극도의 시큼함에 생양파까지 곁들여지니 죽을맛;;; 대신 해물볶음밥은 매우 맛있었다... (2주후 다행히 페루를 떠나기 전 다시 시도한 세비체는 맛나게 먹었다. 사람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커피나 술이 처음엔 쓴것처럼) 

 

꽤 늦은 점심을 먹고 2시쯤에 다시 버스를 타고 미라플로레스로 향한다. 호스텔 들러서 짐들고 쿠스코로 향해야하거덩... 리마는 5일후 다시 올거고, 브라질 갔다가 13일후에 또 올거다. 리마는 어차피 대표적 관광지는 아니라서 띄엄띄엄 보는걸로...

미라플로레스에 도착. 여긴 확실히 나머지 리마 동네랑 다르게 고층빌딩이 많다. 럭셔리 콘도, 호텔, 오피스.

 

그리고 Larcomar 몰. 페루의 영등포 타임스퀘어+현대백화점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관, 오락실, 각종 맛집 (각 나라별로), 쇼핑가 등이 다 지하로 썽큰되어 있다. 그래서 지상에서 걸어오면 그냥 하늘만 보이는 평지인데 이렇게 해안쪽 끝까지 가서 내려온 후 뒤를 돌아보면 건물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평지에서 보면 그냥 공원 같다. 아무것도 안보임. 저기에 지하로 내려가는 것 같은 계단을 내려가면 위에 올린 사진처럼 뻥 뚫린 mall 공간이 나타나는 신기한 구조;;; 아마 20층 높이의 절벽에 위치해서 그런 것인듯. (이건 다음화에 ㅎㅎ)

 

mall말고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조금 초현실적인 분위기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총총 뛰어내려가는데 원근법이 무시된건가? 길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높이가 높은것 같다가 금방 내려갈 것 같다가... 아무튼 굉장히 높다. 15~20층 높이의 절벽. 거기에 걸쳐진 백화점과 미라플로레스의 럭셔리 콘도들.

 

다 내려오면 이렇게 서핑하고 스카이다이빙에 글라이딩에 레져활동하는 곳이 펼쳐진다.

 

 

 같이 놀사람은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