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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 리마 PREVI에서 위험천만했던 건축투어

Brett D.H. Lee 2021. 7.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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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 페루 - 잉카제국의 성스러운 계곡 Sacred Valley of the Incas]

 

안녕하세요 구독자, 티스토리 이웃 여러분. 지난 여행기 이후 거의 2주가까이 블로그를 들어오질 못해서 넘넘 죄송해요. 잠시 [새로운 도전]이란 제목하에 열심히 멘탈을 맞아가며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암시했지요 ㅎㅎㅎ 아직 애송이라 세상에 배울 것을 흡수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오늘 계속해서 저의 첫 남미여행이었던 페루-브라질 여정을 이어갑니다. 페루에서 브라질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리마 경유 반나절 동안 PREVI라는 동네에 60년대 건축적 실험 단지를 보려고 갔다가... 저세상 갈 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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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마치고 밤늦게 숙소로 돌아와서 3번째 밤을 지냈다. 그리고 이제 쿠스코를 떠나는 아침.

호스텔 정보는 한 번 더 올려본다:

 Av. Infancia 548

Casa de Mama

2호점도 생겼는데 거긴 조금더 호스텔 느낌이고 원래 민박집처럼 꾸며진 본점을 추천. 가격은 화장실+간이부엌있는 2인실 2명이 사용할 경우 $20~24 정도이다. Cruz del Sur가 있는 쿠스코 버스터미널에서 5분이면 걸어오고 쿠스코 중앙광장까지도 15분정도면 충분히 간다. 

가정집 분위기 물씬~

 

3박 4일간 무척이나 친해진 주인 아주머니께서 아쉬우셨는지 오늘은 아침을 저녁처럼 근사하게 내주셨다. 아침부터 고기 우적우적 씹으니 힘이 솟구치네. 이유는 모르지만 어릴 때 친할머니, 외할머니는 물론 몇몇 이웃이 해주었던 음식을 먹으며 '아이구 내새끼 잘먹네'라는 소리를 듣던게 생각이 나서일까. 여기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계속 자기 조카를 닮았다면서 각별히 대해주셔일까. 먹으면서 여기를 떠나는게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먹먹해졌다. 사람은 역시 얼마나 오랫동안 같이 있어만 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스치듯 짧게 만났어도 강렬한 인상, 숨막힐듯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을 더 기억하기 마련이다. 이제 21년정도 해외생활을 했는데 그렇게 짧게 만났지만 어떻게든 연락을 이어간 사람들이 옆에 주구장창 오랫동안 있던 사람들보다 더 챙겨주고 기회만 되면 만나러 비행기타고 어디든 오는 의리를 보여주더라. 세상은 역시 넓고 좋은 인연은 만들기 나름이다.

 

오늘은 쿠스코 공항에서 리마를 거쳐 브라질 상파울루로 간다. 오전에 시간이 남아서 중앙광장으로 향한다. 어젯밤에 춤, 행진 연습을 하던 사람들이 생각나서이다. 무슨 일이길래? 그나저나 저렇게 멋진 하늘과 산, 그리고 붉은 대지와 그 붉은 토양으로 만든 벽돌집이 이뤄내는 색 조합이 너무 아름답다. 원경이 전경보다 더 생생한 기묘한 사진.

 

광장까지 가는 길은 다양한데 오늘 아침 산책은 이 좁은길을 선택. 바닦에는 옛 잉카인들이 길하다고 믿은 숫자 3에서 비롯된 타일 디자인이 있다. 그 세가지는 hanan pacha (하늘/우주의 영역), ukhu pacha (대지 아래의 영역) 그리고 kay pacha (대지 위, 즉 인간의 영역)이다. 기독교의 Trinity와는 다른 trinity이다.

 

 

골목따라서 잉카제국의 시대에 있었던 돌담과 이후 파괴된 부분 위에 현대에 올린 돌담이 이렇게 이어진다. 예전 방식이 훨씬 더 정교하고 튼튼하고 과학적이다. 어떻게 각기 다른 돌을 반듯이 깎아서 물과 공기도 새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쌓았을까. 이전 2개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돌 사이에는 어떤 접착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중력에 의해 눌려지며 붙어있을 뿐. 실제로 현재 원주민들이 쌓은 저 엉성한 윗부분은 가끔 쓰러진다고한다. 

 

골목 돌담 너머로 보이는 쿠스코 도심 내에 있는 잉카 유적의 모습. 유럽의 르네상스 즈음, 즉 14~15세기부터 이어져온 워낙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 여기저기 유적이 흩어져 있다. 언뜻 유적인지 그냥 빈터인지 모를정도...

 

골목의 끝에 다다르자 광장 주변으로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있다. 스페인의 영향으로 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카톨릭 신자가 주를 이루는데, 그래서 그 관련 행사가 굉장히 많다. 부활절 이후 9번째 목요일에 진행하는 Corpus Christi는 식민지 시절 스페인이 잉카의 가장 큰 축제인 Inti Raymi를 대체하기 위해 강행한 것인데 쿠스코에서는 현재까지 그대로 그것을 이어왔다. 내가 방문한 때는 5월인데 이 Corpus Christi 바로 직전의 보름달이 뜨는 주말 (on the full moon weekend before the Corpus Christi)에 Q'oyoriti라는 축제를 연다. 뜻은 Snow/Ice Festival 눈/얼음축제이다. 왜!?  참고로 이곳은 해발 3000미터는 기본으로 넘는 안데스산맥 고원지대이다. 예전에는 만년설이 훨씬 두껍게 있어왔고 싸늘한 날씨였다. 예전 잉카인들은 쿠스코에서 해발 4600미터에 있는 Ausangate 빙하까지 노래부르고 춤을 추며 행진했다고 한다. 지금은 쿠스코 광장에서 다 같이 즐기는 축제. 학생, 직장인, 종교단체, 각종 사회단체, 예술인들 등 모두가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큰 볼거리가 있다니. 쿠스코에서 정말 알차게도 보내는 중.

 

몰려든 인파 뒤로 보이는 쿠스코 대성당. 저기가 명당이구나. 행진을 잘 보려고 계단을 따라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저 멀리 어린 학생들도 행진 차례를 대기 중.

그리고 시작. 

 

정말 사람 어마어마하게 많다. 코로나가 없던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고파...ㅠ

 

한참을 보는 중.

나는 이 수도원 계단에 올라서 행진을 내려다 보았다. 그냥 저 유럽식 crest와 폰트, 해진 벽이 이뻐서 찰칵.

 

청량한 하늘에 포도송이 올라가듯 두둥실 떠오르는 풍선 꾸러미. 

 

 

그리고 이제 진짜 굿바이 쿠스코. 리마로 돌아가는 LAN 항공의 비행기. 리마에서 오후를 보내고 TAM항공 야간비행으로 브라질리아 경유 1시간 후 상파울루로 아침 일찍 (8시쯤) 들어간다.

 

** 2010년부터 칠레항공인 LAN이 브라질항공 (남미 최대항공사) TAM에게 합병 체결이 되었고 2016년에서야 LATAM항공으로 정식출범하였다. 그리고 비행기 동체에 LATAM이라고 모두 바꾸는 것은 2018년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사태로 LATAM가 작년 5월에 파산을 했고 현재는 미국의 델타항공DELTA가 대주주로 있다. 남미 최대항공사 주인마저 미국이 될 기세다. **

 

늦은 점심은 공항에서 망고주스와 따뜻한 샌드위치로 해결. 생각보다 매우 푸짐한 사이즈와 내용물에 배가 터질듯.

 

LAN항공의 귀여운 스낵박스. 저건 달라면 한두개 더 준다. 나는 무려 3박스 먹음... 승무원이 왜 이렇게 잘 먹냐고 피식피식 웃으면서 3번쨰 박스를 주었다... 한참 클 나이라서.. 옆으로 ㅋㅋㅋ

 

내용은 뭐 그냥 크래커, 작은 파니니같은 짭쪼름한 샌드위치/롤, 초콜렛 정도.

근데 박스 광고가 삼성 갤럭시 ㅎㅎ 역시 남미는 삼성, LG, 현대, 기아가 도배를 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정말 걸어댕기면 그 4개 회사 광고와 물건이 끝없이 보인다. 살짝 국뽕을 느껴도 충분히 괜찮은 부분. (국뽕이란 말 최근에 배움;;;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무슨말하는지 실은 잘 몰라서ㅠㅠ 필자는 언어/사회/문화적으로 어디에 속하는지 현재 잘 모르겠음.)

 

 

오후 2시쯤 리마에 내려서 PREVI라는 리마의 한 마을로 향한다. PREVI (Proyecto Experimental de Vivienda)는  주거환경에서의 빈부격차, 도시 스프롤 urban sprawl 현상, 톱다운top-down 상의하달 방식의 도시기획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1960년대 페루 리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건축적 실험 프로젝트이다. 1965년 당시 페루의 대통령이자 건축가였던 페르난도 벨라운데 테리 Fernando Belaunde Terry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주택 프로그램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영국출신 건축가 피터 랜드 Peter Land의 도움으로 UN에서 펀딩을 받아 이 실험이 본격화 된다. 대지는 리마의 서북부의 07041 지구인데 이 실험이후 지금도 이 동네는 PREVI라고 불린다.

 

공항에서 걸어도 될 만큼 가까운데, 당연히 걸어다니면 매우 위험한 구역이다. 브라질로 넘어가기 전, 꽤 긴 경유시간때문에 뭣도 모르고 이 위대한 실험을 보겠다고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곧장 향했다.

 

택시를 타고 PREVI 깊숙히 들어가기 전에도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형형색색의 주택이 이뻤는데...그러나...너무나 위험한 것일까. 내려서 뭐 보려고 하는 순간 이미 살기가 가득했다. 한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손짓을 하시더니 '너희 뒤를 봐라'라고 하신다. 뒤를 돌아보니 불량배처럼 보이는 청년 대여섯이 아예 대놓고 칼을 보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무서워서 할아버지에게 나 지금 나가야하는데 어떻게 해요? 하자 자신 옆에 붙어있게하며 금세 택시를 잡아주셨다. 그리하여 후다닥 다시 리마의 도심으로 직행. 

 

PREVI로 들어가면서 점점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색을 잃어가고 건물도 굉장히 무섭게 생기기 시작하고... 공기의 질도 다른지 사진에 점점 노이즈가 생길 지경이었다.

 

내렸던 길인데... 정말 무서운 분위기 물씬. 언뜻보면 좀비영화 세트장 같기도 하다. 사진을 딱 3장 찍고 걸어가려고 하는 순간 그 살기가 느껴져서 카메라 끄고 바로 나를 부르던 할아버지 옆에 딱 붙어서 리마 도심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기다렸다. 절대!!! 워낙 정보가 없고 PREVI는 그저 예전 건축가들의 위대한 실험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만 알려져서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갔다. 특히 한국어로는 이 마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더라. 영어로도 잘 나오지 않고... 스페인어로 찾으면 PREVI의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구글에서 쉽게 나온다.

 

어쨋든. 이 위대한 실험은 자료로 잠시 짚고 넘어가기.

한번에 공부하려면 피터 랜드의 저서 The Experimental Housing Project (PREVI), Lima를 찾아보면 된다.

이 곳은 앞서 언급했듯 페루 대통령과 UN의 지원과 함께 저명한 교수들과 건축가들이 뛰어든 공공주택에 대한 실험이다. 1960년대 가장 왕성히 활동하던 일본의 메타볼리즘 건축가, 기요노리 기쿠타케 Kiyonori Kikutake + 구로가와 기쇼 Kurokawa Kisho + 후미히코 마키 Fumihiko Maki 팀, 낭만적 고전주의+하이테크의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인 제임스 스털링 James Stirling, '사이 영역'개념으로 유명한 구조주의의 선두주자 네덜란드 건축가 알도 반아이크 Aldo van Eyck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건축가 13인과 페루의 로컬건축가 13인들이 설계안을 내놓았다. 1500개의 주택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에 반응하고 성장하는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것이 주 목적인 것인데, 아무래도 일본의 메타볼리즘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행사했다. 실제 PREVI관련한 글을 찾으면 metabolist란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더라... (살짝 부러운 일본의 대단한 성과.)

 

PREVI 마스터플랜 모형

'변화를 위한 플랫폼'이란 표어 아래 시작된 프로젝트.

이 집들은 완공과 함께 "끝"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인 것이다. 계속해서 확장하고 성장하는 '태어남', '새 생명'이다. 대규모 주택이나 메가블록megablock의 마스터플랜은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입주민 고려, 모든 것의 치밀한 플래닝, 등 일단 유연성 자체가 떨어진다. 여기에 보여주는 마스터플랜은 그저 '틀'만 제공하고 대신 저렴한 가격에 입주하여 구조물과 함께 사람, 사회가 성장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일본 메타볼리즘 다이어그램과 비슷하다. 공간과 시간의 확장성, 성장과 지속가능성, 외부 요소에 대한 유연함. 알도 반 아이크의 '사이 공간'의 개념과 생물처럼 성장하는 메타볼리즘의 아이디어가 묘하게 병치되는 프로젝트.

벽돌에서 조립식 콘크리트 패널 등 24가지 저렴하며 효율적인 시공안을 실험하고 재현해냈다.

 

1960년대 당시 실험으로 지어진 프로토타입들. 언뜻 네덜란드에 지어진 반 아이크의 고아원과 학교 건물들이 생각난다 (이 건물은 차후 필자의 네덜란드 생활기 포스팅에 올릴 예정)

 

PREVI의 현재모습. 원래 단층이고 흰색으로만 빠르게 지어진 프로토타입인데, 세월이 흐르며 의도한 것처럼 사람들이 증축하고 customize 하면서 각기 다른 건물이 되었다. 이거를 볼려고 PREVI찾아갔다가 죽을뻔한;;;; 흐익 0.0 

 

일본 메타볼리즘과 프레비 단지 실험은 매우 비슷한 아이디어이다. 시간흐름에 따라 성장하고 변신하는 건축. 

이 부분은 필자의 메타볼리즘 건축 포스팅 참조

네오 도쿄 Neo-Tokyo. 도쿄만에 성장하는 미래도시를 제안한 메타볼리즘 건축. 이 이미지와 아이디어는 곧 수많은 SF영화와 만화에 차용되었다. 가장 직접적으로 이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아키라 Akira의 네오 도쿄.

 2016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냐 Alejandro Aravena의 작품도 이 맥락과 함께한다. 그의 주택 설계 중 한 번에 다 짓지 못하는 경제적 제약에 따라 건물을 절반만 지어준다. 옆은 일단 마당이든 공터이든 사용 가능하도록 비워 두는데, 입주민들은 각자 삶을 살면서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된다던지, 가족 구성원 수가 늘어간다든지, 아니면 취향이 바뀐다든지 어떤 이유에서든 증축이 가능하도록 구조설계가 끝난 빈 공간에 자신의 색을 담아 집을 확장해 나간다. 각종 제약이 오히려 기회로 바뀌며 건축 자체가 생명체처럼 그 안에 사는 인간과 생을 함께 한다. 

 

물론 이런 공공 주택, 사회 주택 social housing은 여러 문제점이 시작부터 잉태된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이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입주민의 자세가 몇 년은 지속되지만 수 십년은 불가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프레비는 원래 설계한 모든 부분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대통령이 서거하며 중단되버린 '실패작'으로 낙인찍혀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하여... 프레비를 도망치듯 나와서 리마의 쇼핑가에 도착. 역시 자본이 흐르고 활동이 있는 곳이 안전하기도 한 법인가 보다.

 

경유는 잠시 한거라 저녁만 먹고 다시 공항에 가야한다 (공항까지 택시타도 몇 천원이라 부담 없음!)

 

쇼핑가에서 2NE1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다. 티비만 나오는게 아니라 아예 전체 쇼핑가에 2NE1의 한국어 노래가 당당히 나오고 있다. 역시 한류. 그리고 한국제품의 힘. 남미도 접수.

 

저녁은 대충 버거킹 남미버전으로 먹고 공항으로 슝.

 

다시 이륙. 해가 뜨는건지 지는건지 알수 없는 구름 위에서의 선셋.

 

저녁이라고 고기가 잔뜩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받았다. 예전에 LAN과 TAM항공이 따로 있을 때 LAN이 조금 더 서비스가 좋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가. 점심 때 LAN의 기내에서 먹었던 샌드위치가 고기도 촉촉하고 소스도 적당히 있어서 맛이 더 있었다고 느끼는 중. 이건 정말 빵에 고기만 잔뜩이라 퍽퍽해서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없는 맛.

 

쿠스케냐. 페루 여행하며 10리터는 마신듯...

 

브라질리아 국제공항 Aeroporto Internacional de Brasília–Presidente Juscelino Kubitschek 에 도착. 아주 이른 새벽이다. 야간 비행으로 피곤한데 시뻘건 공항 내부를 보니 red eye가 더 빨개지는 기분...

 

현재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를 계획하고 진행시킨 전 대통령 주셀리누 쿠비체크의 이름에서 비롯된다. 브라질리아는 지리적으로 브라질 한 가운데, 아무것도 없던 아마존 변두리에 갑자기 천도하는 계획하에 다소 강압적으로 진행되어 평가가 매우 엇갈리는 도시이다. 순수하게 건축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 거대한 설계는 꿈만 같은 작업이겠지만 그 외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사회적인 논란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브라질 여행은 니마이어의 건축을 보러 온 것이 주 목적이기도 하다. 여행 섹션에는 조금 겉핡기 식으로 넘어가겠지만 좀 더 자세한 정보는 ->>> (더 자세히 알고싶다면 블로그 '건축가' 섹션에 오스카 니마이어를 참고)

 

 

위는 브라질리아 국회의사당. 전 세계에서 UFO가 가장 많이 출몰하는 곳이 브라질이라는데.. 이유가 이래서인가? 브라질에는 UFO닮은 건축물이 정말 심하게 많다 ㅎㅎㅎ 근데 그게 니마이어는 물론 남미 건축을 사랑하게 된 나의 어린 시절의 이유이다.

 

이번 여정엔 상파울루와 리오만있다. 그래서 지금은 브라질리아에서 바로 상파울루로 향한다. 거리는 리마에서 브라질리아가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여기서 상파울루까지는 2시간반 정도에 금세 가버린다. LAN항공과 TAM항공 비행속도가 많이 다른가? 

 

TAM 항공 간식 쩝쩝쩝... 아침식사. (오전 8시였다) 뭔가 이번 포스팅은 이륙-기내식-착륙의 연속인 듯.

저 빵 포장지를 뜯으면 알아서 샌드위치 만들어 먹게 되어있다. 신기방기 +_+

 

오후비행+야간비행+아침비행 총 9시간 비행 + 리마에서 오후 경유 11시간을 거쳐 드디어 상파울루 São Paulo에 착륙한다.

남미나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도시를 비행기에서 이렇게 내려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희미하게 깔린 스모그 뿐 아니라 사진에서 보다시피 가난한 동네와 부유하거나/중산층 동네사이의 확연히 다른 색과 볼륨이다. 앞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있는 곳은 리오의 파벨라Favela, 카이로의 만시야나세르 Masheya Nasir, 혹 다카의 사다갓 Sadarghat주변부처럼 빈곤한 지역이다. 뒤로 상파울루의 '테헤란로'인 파울리스타 대로 Avenida Paulista 주변에 즐비한 고층건물, 그러나 회색빛의 도시. 그 너머로는 뿌옇게 되어 보이진 않지만 도심에서 동쪽에 더 위험하다는 동네가 있다. 여행인데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했나? 어쨋든 여기도 멋진 삶이 있는 곳이다.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상파울루는 나에게 거의 건축투어였다. 마치 비행접시가 착륙한 듯한 이비라푸에라Parque do Ibirapuera 공원 내 전시관.

2012년 104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전까지 왕성한 건축활동을 한 브라질의 대표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니에예메르 Oscar Niemeyer가 1951년부터 상파울루시 400주년 기념 박람회의 종합계획과 건축을 담당하며 이비라푸에라 공원 내 모든 건축물을 설계하고 총괄하게 된다. 

 

"novo homem, Brasileiro e moderno" "새로운 인간, 브라질인, 그리고 현대성"

 

 

그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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