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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Auschwitz-Birkenau 절멸의 장소 (Ep. 6/9)

Brett 2021. 5. 2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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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제1수용소를 지난 포스팅에서 죽 둘러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조금 더 주변을 찍은 것이 있어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제2수용소로 이동전에 몇 장 더 올려본다. 

아마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1수용소 11번 건물, 가스실로 처음 사용한 곳이다. 벽에 선명한 손톱자국이 살고자 하는 처절함을 보여준다.

 

그 건물 앞으로는 1수용소의 건물들을 에워싸는 시멘트 벽과 2중으로 설치된 철조망. 전기도 흐른다.

 

당연히 저 높이의 철조망을 넘어갈 일반인은 없겠다. 그리고 2중 철조망에 그 뒤로는 더욱 높은 시멘트 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저기로 돌진하여 넘어가려다가 죽은 수감자들이 참 많았다고 한다. (지난 포스팅에 그 장면을 묘사한 것이 있다.)

 

RUSTIC한 그냥 일부분의 모습은 아름다운데...

 

조금씩 줌 아웃을 하면 점점 뭔가 이상해지고...

 

전체를 보면 무시무시한 수용소의 모습을 보게 되는 아이러니.

 

아무튼 이제 진짜 1수용소를 나서며 잠시 뮤지엄샵에 들렀다. 각종 잡화를 다 판매하는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여기는 대부분이 책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로 다 구비되어있다. 열심히 알리고자 하는 의지인가. 그런데 또 기분이 않좋았던 것이 중국어와 일본어로는 책이 있는데.... 한국어가 없다. 물어봤더니 아직 한국어판은 없다고 했다. 여기 한국인 많이 방문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 그 수가 부족한가 보다 ㅠㅠ

 

두 개의 캠퍼스를 연결하는 부분에는 유대인과 다른 인종청소 대상자들을 실어 날랐던 기찻길이 여러곳 엮여있다. 현재 기차역이 있는 곳으로도 어느 부분은 연결되어 있다. 정말 저기 보이는 짐칸같은 곳에 사람을 정말 빽빽하게 세워서 '운반'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몸을 구부리면 옆사람이 짓눌릴 정도로 마치 세로로 짐 적재하듯이...

 

실은 여기는 수용소 바깥이라 그냥 허황벌판이다. 여기저기 이렇게 놓여있는 삽화들이 재밌다. 그냥 길거리에.

 

수용소 캠프2 로 가는 길에 여기저기 들판에 여전히 남아있는 기차선로가 생각보다 더 강력하게 다가왔다. 마음의 준비 없이 그냥 멋진 풍경앞에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인 선로들이 더욱 더 난장판인 인간 군상에 대한 기의같았다. 그리고 사진찍는 것을 부끄러워하시는 아저씨 붙잡고 사진 찍자어서 나름의 기록사진 하나 생성.

 

3분 정도 차로 이동해서 내린 곳이 바로 이 앞이다. 정확히 아저씨가 이 선로 앞에 내려 주었다. 이 길의 끝에는 선로도 끝이 난다. 더이상 어디로 도망가지도 못하는 벼랑. 저 문으로 들어서면 '죽음'만이 기다린다.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 '그곳에서 어땠나, 무슨 생각을 했나, 무엇을 배웠나. 그 때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작용하나 등.... 그냥 이 곳에 대한 기억을 자꾸 묻는 것 자체'이다. 물론 역사적 기록을 위해 묻는 경우도 있지만 유대인이라고 갑자기 이런 질문했다간 아마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케이트 윈슬렛이 나치 친위대 Schutzstaffel로 주연한 The Reader영화에서도 마지막에 유대인 생존자가 말했다. 그 대사를 완전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른 생존자들이 말했던 것을 내가 기억한 것을 모두 나열하면 이렇다.

 

곳은 학교나 공연장이 아니다... 무얼 배우고 느껴서 나오겠는가.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없다. 죽음도 아닌 무無.

여기서 어땟는지 그렇게 궁금하면 문학 소설을 읽거나 공연장이나 가라...

 

 

Vernichtung. 절멸. 이 단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42년.

인간의 악마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예로 남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절멸수용소가 생겨난다.

명칭은 Auschwitz Birkenau German Nazi Concentration and Extermination Camp

폴란드어로는 Auschwitz-Birkenau, Konzentrationslager Auschwitz (KL Auschwitz(Stammlager), KL Birkenau (Auschwitz II) i KL Mniwitz(Auschwitz III)

셔틀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줄지어서 걸어오고 있다. 문득 줄지어 끌려오는 유대인의 행렬이 왜 보였는지... 마침 하늘이 맑아지는 중간에 커다란 구름이 묵직하게 대지를 누르는 것 같다.

 

제 2 수용소의 내부. 여기도 전류흐르는 철조망이 빙 둘러있다. 여기는 시작부터 '절멸'이란 단어를 쓰면서 건설되었기 때문에 규모도 크고 시스템적으로 학살이 쉽도록(?) 동선이 짜여있다... 미쳤다.

 

 

차를 타고 다시 이 캠퍼스의 가장 뒤쪽으로 이동해서 입구쪽으로 한번 걷기로 한다. 버스로 오거나 일반적으로는 입구로 보통 들어가는데 그러면 제일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힘드니까... 왕복보단 편도로;;; 머리가 어지러워서 걷기도 힘겨운 하루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넓은 부지를 돌아보려면 대중교통으로와서 한참 걸어 온 이 곳에서 또 입구부터 들어가서 들락날락하는 것보다는 이런 현지인 차 서비스(?)를 받아 볼 곳만 걸어서 보는 것도 좋다. 체력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까 좀 더 세세하게 둘러볼 수가 있었다.

 

가장 뒤쪽으로 와서 내렸다. 여기는 희생자를 기리는 메모리얼이 있다. International Monument to the Victims of the Camp

 

누군가 와서 초를 키고 추모식을 했나보다. 

여기서 저 앞에 보이는 게이트까지 걸어가면서 양 옆으로 있는 수용소의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정확히 수용소 내부까지만 있는 철도. 이 구간은 '죽음'이 있구나. 그런데 유대인 외에 또 가장 많이 학살당한 민족이 바로 독일의 이웃인 폴란드 국민이다. 마치 한국과 일본의 관계와 흡사하다. 유대인에 관한 것은 (아마 미국의 힘있는 유대인 덕분에) 워낙 많이 미디어에 노출되었지만, 생각보다 폴란드인이 역사시대 이래 독일과의 끝없는 싸움에 대한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한국인에게 물으면 폴란드가 그랬어? 라는 반응이 더 많이 나올 듯. 미국과 캐나다에 오래 살면서 주변 친구에게 물어봐도 '유대인 학살'로만 기억한다. 안티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내가 폴란드인이면 화가나서 미칠 것 같다. 마치 세상이 일본이 저지른 난징대학살 정도만 기억하고 한국의 피해는 그런게 있었나? 한다고 생각하니... 

 

여기서 확보한 당시 영상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폴란드인의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가득쌓인 풍경을 찍은 것이다. (물론 절멸수용소에서 사망한 것보다는 노동 수용소에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죽은 폴란드인 시체를 처리하지 못해 이곳으로 옮긴 것이 촬영된 것이지만, 죽음 앞에서 그것 따져서 뭐하리오) * 가끔 이걸 따지는 사람이 있더라... 물론 '정확도'의 측면에선 이해가지만. 어쨋든.

 

보초들이 서있던 망루가 여기저기 있다. 저 위에서 심심하면 사람들에게 총을 쐈다고 한다. 

 

철로에 잠시 앉아있는 중...

근데 가까워 보여도 모든 것이 너무 멀다... 굉장히 넓은 부지에 여기저기 가건물같은 구조가 잔뜩 있다. 제데로 된 감옥 건물이 아니라 그냥 빨리 노동시키고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했음을 보여준다.

 

파괴된 건물 잔해도 그대로 두었다. 1945년 이후 계속 이렇게 남아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전쟁 당시 의도적으로 부순 건물도 다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공간이 멈춘듯한 울타리 안쪽의 토양은 색도 다른가 보다. 이때 보슬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흙냄새가 기분때문인지 토양에 철분이 함유되서인지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중앙길을 중심으로 좌우에 이렇게 게이트가 있고 그 뒤로 보초의 망루가 저 끝에 보이고, 이 가지친 길 양 옆으로 수감자들이 있던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 뭣도 모르고 끌려온 아이들은 다소 신나보이는 얼굴과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있다. 그러나 어른들과 좀 나이가 있는 형제자매는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있다. 그래서 더 목이 메인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의 귀도 (로베르토 베니니)와 조슈에 (조르조 칸타리니)의 연기가 자연스레 회상되고

우리의 역사,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워낙 넓어서 위에 사진처럼 녹지화가 되어 푸르게 이뻐진(?) 곳도 있지만 이렇게 흙바닥이 그대로 있는 줄도 있다. 이게 더 그 당시의 느낌일 것이다. 양 옆으로 도망갈 수 없는 전깃줄 철조망. 저 끝에는 총을 든 나치 친위대들.

 

땅과 하늘의 상처를 봉합한 느낌의 철조망. 이 흉터는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

 

멍하게 앉아있기. 처음엔 그냥 벽처럼 수직인줄 알았더니 앉아서 보니까 꽤 많이 활처럼 휘었다. 거의 HALF ARCH반아치.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망루... 시그마 폴케 작품에서 많이 본 것같은데... Watchtower!! 1984년 작품. 내가 처음보고 놀라자빠져서 2년 내내 캔버스 재료로 실험해보도록 좋은 경험을 선사해준 작가이다. 여기 앉아서 바로 검색해보니 역시... 이 수용소의 타워와 연관성이 있냐 없냐에 대한 글이 수두룩있다. (참고로 폴케는 독일작가이고 유럽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팝아트, 개념미술로 대표된다)

 

왔다갔다하면서 이렇게 생긴 건물에 들락날락했다. 지금은 텅 비었지만 양쪽에 빽빽하게 3단으로 쌓인 벙크침대가 있었다. 짐짝처럼 누워서 겨우 눈을 붙이고 또 노동(하지만 고문인 것)을 당하고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으며 생존하길 바랬던 사람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친위대들이 먹나 남은 음식쓰레기를 다시 끓이고 상한 음식도 다 집어넣은 것이 식사였는데... 그마저도 건더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행운이었다. 라고 생존자들은 말한다. 또한 일하는 곳에서 생긴 톱밥이나 온갖 산업쓰레기가 섞인 빵을 먹기도 했고 조금 운이 좋으면 커피도 마실 수 있었는데, 그것은 실은 야채쓰레기가 타서 남은 잿가루를 물에 섞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생선이 나올때는 친위대가 먹다남은 가시만 잔뜩 있는 '가시수프'였다.

 

본의아니게 옆에 투어그룹의 설명을 엿들었다...

아... 너무 친절하게(?) 자세한 설명들으면서 속에서 계속 욱욱... 위산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터만 남은 부분. 여기에 가스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일부러 부숴버린게 꽤 있다.

 

다시 이 앞으로 나와서... 뭐라 할말이 없게 만드는 이 광경을 다시 본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이제 다시 크라쿠프 시내로 돌아왔다. 하늘이 점점 더 회색으로 변하더니 아예 비가 세차게 내린다. 아흑. 이제 크라쿠프 시내를 맘껏 돌아다닐랬더니... 하지만 괜찮다. 유럽에 살동안 비맞으며 사는 것은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다행히 이날은 우산도 있어서 일단 하려던 것은 다 하기로~

 

너무 힘들었는지... 배가 고파서 화가 났다. "hangry" 했다. ㅎㅎ

나는 다시 피에로기를 시켰다. (4편에서 폴란드의 대표적 음식이자 '만두'의 종류인 피에로기에 관한 설명을 해두었다)

신기하게도(?) 이 고소하고 따뜻한 피에로기는 한국인이지만 어려서부터 많이 먹었기에 comfort food이다. 

요즘 팬데믹이라 집에서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다 만들어 먹는걸 다시 시작했는데, 피에로기를 이 참에 만들어둬야겠다;;

꿀꺽....

 

그리고 디저트 타임. 정신노동(?)이 심했는지 원래는 단 것은 1개만 시켜서 나눠먹던 우리가 각자 1개씩 다 시켰다 ㅋㅋㅋ

 

 

여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꽤 많다. 아주 칭찬해. (솔직히 어딘지 기억안남... 그 다음 행선지가 크라쿠프 바벨 성인데, 바로 그 안에 꽤 넓은 부지로 박물관, 기념품샵, 은행, 잡화점이 작은 규모로 있는데, 거기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그저 배가고파서 성을 구경하기 전에 거의 청소기 흡입하듯 음식을 빨아들이고 배 두들기며 나온 것밖에 기억이 없다;;; ㅎㅎ 평소엔 그렇게 식사하거나 단기 기억상실증 걸리지 않음.

 

흠.. 다 먹었나.. 아니! 저건 또 뭐지? 누가 대량으로 저 음료를 주문했나보다. 그래서.... 우리도 또 주문해서 저 쉐이크마저 흡입.

 

잘 먹었으니 이제 바벨성 Wawel Royal Castle 으로 간다. 폴란드어로는 Zamek Królewski na Wawelu

중앙광장인 Rynek Główny , Main Market와 함께 크라쿠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곳은 시내에서 걷다보면 높은 성벽위에 있는 또 하나의 '마을'같은 대지 단차가 꽤 큰 곳이다. 10세기부터 17세기까지 폴란드의 수도였던 크라쿠프에서 폴란드 왕이 거주했던 성이다. (이후 바르샤바로 천도되었음). 1978년 크라쿠프 구시가 전체는 물론 이 성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제 이 바벨성과 성 주변의 많은 명소들을 둘러보겠다. 그리고 다빈치의 걸작, 동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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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크라쿠프 Krakow 구석구석 탐방 & 동유럽의 모나리자 (Ep. 7/9) 에서 계속됩니다.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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