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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 Auschwitz (오시비엥침 Oświęcim) 전쟁과 만행 (Ep. 5/9)

Brett D.H. Lee 2021. 5. 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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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폴란드 여행 - 바르샤바Warsaw, 크라쿠프 Krakow, 아우슈비츠 Auschwitz (오시비엥침 Oświęcim) 이동경로에서... (E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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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 Auschwitz (오시비엥침 Oświęcim) 전쟁과 만행 (Ep.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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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세계사 시간에 2차대전과 아우슈비츠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너무 놀랐고 슬펐고 무섭기도 했던 기억이다. 아마 캐나다라서 화끈하게 필터링없이 잔혹한 것도 다 보여줘서 그랬는지... 어쨋든 그 중에서도 거의 홀로코스트의 또 다른 고유명사처럼 자리하는 아우슈비츠에 드디어 직접 왔다. 두근대며 저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 라고 적힌 문을 통과한다... 노동이 자유를 보통 주지 않던데..

 

저 문이 시그니처로 우리 머릿속에 밖힌 여기는 제 1수용소 캠프이다. (기찻길로 유명한 곳은 제 2 수용소) 원래 1 수용소가 건립될 당시 유대인 학살 목적을 가지진 않았다. 1939년 폴란드 침공 후에 나치는 폴란드의 지식인을 제거하기 위해 무작위적으로 가두려했고, 여기는 정치범 노동 수용소의 성격을 띄며 시작이 되었다. 학살과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소련과의 서부전선에서 수 많은 전투를 벌인 나치는 소련군 포로들도 이곳으로 이송했는데 아무래도 자리가 부족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수용소에 자리 부족하다는 이유로 1941년 가을, 아우슈비츠에서 처음으로 감금된 포로와 지식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이때 단순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생체실험을 하며 대량으로 살상할 방법을 찾는다. 대표적으로 사람에게 치클론B Zyklon B를 투입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독가스' 학살의 전신인 살충제 화학물질이다. 어쨋든 여기서 아무리 대량학살을 해도 계속해서 잡아내는 유대인의 숫자가 증가하자 제 2 수용소,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캠프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2 수용소는 대지 면적만 여기에 2배가 넘고 건물에도 더 촘촘하게 사람을 "쌓아넣어서" 4~5배의 수용력을 가졌다. (거기에 더 빨리 많이 죽이기도 하고...) 나머지 설명은 사진과 함께 아래에서 하겠다.

 

20분 정도 밖에만 걸었다. 사진은 이전 포스팅에... 이제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본다. 여기저기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이 있다.

 

첫 전시관 입구벽에 이런 문구가 있다. 맞는 말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역사를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인류는 멍청한건지 계속 망각하는건지 매번 흑역사를 되풀이한다. 온갖 욕심이 끊이질 않으니 고대에서 현대까지 그 방식이나 형태만 바뀌었지 그 본질적 실수는 항상 같다. ㅠㅠ

 

수 많은 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았던 아우슈비츠로 향했던 유럽 각지의 사람들 (유대인, 나치가 degenerate으로 규정한 지식인과 예술인, 동성애자, 집시, 유럽 내에 있던 유색인종/타 대륙의 인종) 무슨 죽음 네트워크 지도같다... 

 

입구부터 강렬한 전시. 들어서면 디멘터같은 형상들이 줄지어 서있다. 유대인들이 입었던 옷. 실은 왜 줄무늬일까? 나도 몰랐다. 그 이유는 꽤 역사가 길다. 중세 교회에서 줄무늬는 악마의 무늬로 규정한 적이 있다. 이는 레위기 19장 19절에 '두 재료를 직조한 옷을 입지 말지며'라는 성서의 명령을 성직자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줄무늬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13세기 문학과 미술작품을 자세히 보면 유대인들이 이 줄무늬 옷을 입고있는 것으로 표현했다. 유대인은 병자, 창녀, 이단, 범죄자로 규정하며 이후 계속해서 이 줄무늬와 연관을 시킨 것이고, 결국 근대인 20세기에도 이 역사가 이어졌다.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정당화 했던 이유는 많지만 그 중이 옷에서도 유대인은 마치 악마의 집단이니 절멸해야한다는 뜻을 함축시켰다.

 

뒤에는 당시 희생되었던 사람들의 사진이 함께 있다. 슬프기도 하지만 실은 너무 무섭기도 하다. 

뭔지는 모를 이 기분나쁨과 분노, 절망이 무기력으로 몰아가서 그런걸까. 

 

적나라하게 생매장하거나 화형당하는 사진도 꽤 있었다. 머리잘라 매달아 놓은 것부터 총알이 신체를 관통하는 순간, 줄 세우고 총으로 죽이는 장면, 생체실험 사진... 등 현재 일상과는 거리가 매우 먼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나는 평소에 역사, 특히 강대국 외에 약소국들이 당했던 역사를 즐겨 찾아보는데 이런 장면을 매번 보게된다. 정말 많은 나라의 절망적인 장면을 보았는데 확실히 2차대전의 홀로코스트는 물론 ... 아직 제데로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은 압도적으로 가장 악마적인 것 같다. (사진이란게 남아서 그럴수도) 약하면 죽어나가야하는 것인가?

 

골똘히 생각 중인 친구.

 

각 건물의 벽, 문, 전등, 처마 등에 이렇게 번호가 다양한 방식으로 붙어있다.  실은 아우슈비츠와 나치라는 연관성이 없이 이 사진만 본다면 저 폰트와 디자인은 어디 것일까? 심플하고 예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은 외관에서 크롭샷 찍은 것은 대부분... 이쁘긴 하다.)

 

그 다음 전시실로 이동 중에 만난 보초가 서있던 감시타워.

저 안에서 총으로 마구 유대인을 쏘았다고 한다. 특히 2층 저 구멍에 기대 앉아서... 사람 죽이는게 게임인가? 씁쓸하구나.

 

선뜻 못 들어가고 있음... 몇 개는 전시관 아니고 그냥 텅 빈 건물인데 문이 열리긴 한다. 0.0!! 안 잠그나?

그런데 솔직히 무서워서 못 들어감.;;; 완전 어둡다. 저 창문에서 슬퍼하는 망령이 쳐다보는 것 같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여기는 슬라브족 출신의 유대인들에 대한 곳인가 보다. 흰색 벽에는 체코에서 끌려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전시실은 좀 절제된 디자인과 분위기이다. corten steel로 처리한 한쪽 벽과 중간에 전시대가 눈에 띄었다. 마치 녹슨 철의 느낌을 주는 코텐스틸. 내가 벽돌, 검은 스틸, 흰 회반죽과 함께 가장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하는 재료의 조합이다.  (응? 갑자기 건축이야기로 빠지는...)

 

스틸이 인테리어에 많았던 이유가 있다. 점점 벽이 어둡게 되더니 이렇게 기차길 혹 터널처럼 된 전시실이 나타난다. 천천히 걸으면 아래에 깔린 자갈고 나무 plank가 빠드득 빠드득 이가는 소리를 낸다. 실제 저 자갈이 자세히 보니 치아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헐.... 그 소리를 이제 정말 '이가 갈리는' 소리로 인지하며 걷게 되자 척수가 뽑혀나올 듯한 소름이 돋는다.

 

내리막길. 저 끝에 무언가가 놓여있다. 양 옆으로는 벽을 죽죽 찢은 듯이 열어놓아서 옆 전시관 내부와 조금씩 중첩되며 이중적인 경험을 준다. 

 

이렇게 전시품이 옆에 불쑥 불쑥 나타난다. 이전 전시장에서와는 다르게 '내가 그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 있고 그들이 나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저 부유하는 듯한 옷에서 몸의 형상이 나타나고 곧 저 옷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내 몸은 옆을 보는데 저들이 나를 정면으로 보고 있으니 이 좁은 터널에서 나도 가던 길 멈추고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해본다. 생각보다 전시실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꽤 집중도 되고 그래서 계속 소름은 돋고 있다. 

아우슈비츠는 단체로 보통 많이오는데 관광객들이 밖에서 사진찍고 전시는 앞에만 잠깐보고 나가버리더라. 2 수용소가 아무래도 스케일과 더 '유명한' 장면때문에 그 앞에만 북적북적댄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거면 굳이 왜 여길오나 싶다. 몇 시간이고 오롯이 참혹함 속에 빠져보는게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데...

 

그 다음 전시장에는 각종 그림이 있다. 실제 당시 현장에서 그린 그림부터 생존자들이 전쟁 직후 그린 것을 보여준다.

오른쪽에 탈출하려다가 감전되서 죽은 사람의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10분은 계속 쳐다보았다... 예전에 악몽에 자주 저렇게 생긴 형상과 모습이 나왔는데 알게 모르게 어릴때 보았던 것이 무의식에 남아있나보다. 

 

 

줄지어 수용소 건물앞에 서있는 유대인의 모습. 막 도착한 상태인가보다. 아직은 그들의 옷이 색색가지이고 모자쓴 여인도 보인다. 다들 밖에서는 잘나가는 지식인이었을텐데... 곧 저 옷을 다 뺏기고 줄무늬로 인해 탈개인화가 되겠지. 그리고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지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겠지.

 

나치 여성 감독관과 여성 수감자들.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박박 머리를 밀어버렸다.

 

희생자들의 사진과 그 앞에는 어린이 조형... 어딜가나 희생당한 '어린아이'는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전시를 보고 아까 보았던 보초들이 있던 타워의 반대편으로 나왔다. 이 철봉같은 것은 뭐에 사용했는지 보는 순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저 벽에 붙은 사진과 설명을 보니 역시나... 생각이 맞았다. 사람 죽이는 곳이다. 죽이기도 하고 저 구조물에 목매달아 놓기도 한다. 한번에 죽이지도 않고 정말 고통스럽게 매달려서 죽는 것이다. 보통 교수형은 확 떨어지는 그 순간의 모멘텀때문에 목이 빠져버려서 빨리 죽는데 그냥 "살포시" 매달면 사람이 빨리 죽지 않는다. 몇 분이고 계속... 음.. 설명 생략. 저기 사진에 매달려서 점점 혀가 앞으로 빠지면서 개거품 무는 얼굴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 괴기해서 무섭지만 또 분노케하고 짜증도 난다..

 

그 다음 건물의 전시를 보러 들어왔는데 여기도 아무도 없고 폐교의 느낌도 나서 무섭다. 폐교, 폐가...같은 공간 자체를 무서워해서 이런 복도만 봐도 무서운데 저 끝에 또 사람 죽어나가는 영상이 있다. 벽 아래엔 왜 불이 켜져있는지.. 지나가는데 뭐 놀래키는 '귀신의 집'같은건가... 조금 긴장하며 걸어갔다.

 

안타깝게도 이것보다 훨씬! 무서운 11번 건물은 열지를 않았다. 2수용소보다 먼저 지어진 이곳에서 1941년 9월에 최초로 가스실을 사용했다. 앞서 언급한 치클론B가 이용되었는데, 매우 치명적이라 조금만 들이마셔도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죽어가게 된다. 당시 나치 친위대SS는 이렇게 빨리 대량학살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고 한다. 사... 사람이냐? 하지만 위에 사진에서 보다시피 창문도 꽤 많고 제데로 갖춰진 몇 개의 건물만 있는 1수용소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 포스팅에 소개할 제2 수용소,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캠퍼스 건물은 비전문가가 봐도 정말 날림공사(?)했다는 느낌의 건물이 들어선 것을 알 수 있다. 빠른 학살을 위해 1942년부터 2 수용소에 벙커 1(빨간집)과 벙커 2(하얀 집)를 구축하였다. 

 

가스실 벽에 있는 손톱자국. 벽이 저렇게 패여나갈 정도로 긁었다면 손가락이 남아나겠는가. 살고자하는 몸부림, 처절함이 나의 눈물마저 사치로 만든다.

이 전시관은 당시 외부에서 잡혀들어가지 않았거나, 수용소에서 생존한 유대인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보여준다. 

 

그 반대편에는 나치의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엇다. 영상물은 나치의 각종 미친 연설들을 틀어놨다. 매우 시끄러움.

 

 

 

마치 미로 돌아다니는 것처럼 지그재그로 건물 사이 다 걸어다녀보는 중.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것은 제 2수용소, 비르케나우인가 보다.. 1수용소는 살상을 주목적으로 지은것이 아니라 확실히 건물이 단정한 교도소 같은 느낌이 있다못해 꽤 rustic한 것이 뉴욕 첼시의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 단지같다는;;; 이런 말하면 혼나려나. 사진 정리 중에 이 이미지만 따로 보았을 때 여기가 아우슈비츠인것을 모르고 잠시 보았을 때는 그랬다.

 

20번 건물로 입장.

 

여기 내부는 모던 화이트 큐브식 전시관이다. 뒤에 저 추상화같이 보이는 표면위에는

 

이렇게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아주 작은 폰트로 커다란 면을 채우니 그저 회색 추상화 같다. 사람의 죽음이 희미하게 아련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인가. 

이런저런 그림들을 감상은 아니고 관찰한다고 해야하나... 직시하는 중.

 

반 정도 혼이 나간상태로 다시 주차장 쪽으로 나왔다. 피오트르 아저씨가 괜찮냐고 하면서 잠시 뮤지엄샵에서 구경하고 쉬다가 제 2수용소로 가자고 했다. 왠지... 또 힘들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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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Auschwitz-Birkenau 절멸의 장소  (Ep. 6/9) 에서 계속됩니다.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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