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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번 에피소드는 9개의 폴란드 여행 포스팅 중 이동기간에 사진이 재밌는게 생각보다 많아서 이렇게 따로 묶어 올립니다. 바르샤바 국립미술관 두 곳을 관람하고 나오니 애매하게 저녁 7시라 바르샤바 기차역까지 쭐래쭐래 걸으며 둘러본 중앙광장과 바비칸, 그리고 크라쿠프에 도착하자마자 밤에 싸돌아다닌 것(?), 익일 새벽부터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려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하루 꽉 채운 일정처럼 길었습니다. (잠을 안 잤으니;;;)
저녁~아침으로의 3곳의 모습을 담아서 가장 잡다하지만 여행의 설레임을 안겨주는 이동경로의 모습이니 쉬엄쉬엄 봐주세요.
실은 ... 회사일로 미루다가 오늘에야 무엇을 써야할지 윤곽이 잡혔지요. 이번주 평일에 하나씩 올리면서 다음 여행 국가 준비하겠습니다.
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 Auschwitz (오시비엥침 Oświęcim) 전쟁과 만행 (Ep. 5/9)
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Auschwitz-Birkenau 절멸의 장소 (Ep.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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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Wieliczka & 바르샤바 쇼팽 공원 (Ep. 9/9)
혼자 여행한 것은 매일의 기록이 잘 되어있다보니 포스팅이 참 쉬운데 여럿이 가면 정신놓고 노느라(?) 바빠서 일기가 너무 난잡하네요 ㅠㅠ
어쨋든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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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르샤바에서의 꽤나 길었던 하루를 정리하고 더 늦기전에 폴란드의 옛 수도이자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는 크라쿠프Krakow로 향한다. 저녁 7시가 넘어갔지만 봄부터 가을까지의 유럽은 해가 무척이나 길다. 한여름에는 밤 10시쯤이 되야 노을이 질 정도... 전체적으로 위도가 높아서이다. (유럽대륙 전체가 만주보다도 조금 더 북쪽에 있다. 가끔 캐나다의 몬트리올과 만주벌판, 그리고 따뜻한 이미지의 남유럽이 거의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음. 다 10번이상씩 다 방문했지만 그렇게나 환경이 다른게 지금도 신기하다.)
크라쿠프 가려고 중앙역으로 걷는데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보자는 맘에 자헨타 국립미술관과 잠코비광장을 거쳐서 구시가지 중앙광장Old Town Market Square과 바르샤바 바비칸Warsaw Barbican에 눈도장찍고 간다.
바르샤바 구시가의 마켓 스퀘어/중앙광장Old Town Market Square
잠코비광장과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 봉기를 기점으로 나치독일에 의해 무참히 폭격되어 거의 사라져버린 곳이다. 이후 원래의 모습으로 모두 복원해서 현재에 이른다. 사진에 보다시피 꽤 다양한 디테일의 파사드가 있는데, 13세기 유럽의 길드문화가 성행하며 세워진 이 중앙광장의 건물들은 세월이 지나며 동유럽의 고딕양식, 후기르네상스양식, 그리고 바로크양식까지 절충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르샤바 도심의 동쪽 끝, 비스와 Vistula 강변에서 보았던 그 인어상이 여기에도 있다. 중세시절, 1390년대 바르샤바 문장에서 시작한 인어, 시렌카 Syrenka인데 칼과 방패를 들고 대항하는 모습이다. 실제 문장 coat of arms의 표어 contemnit procellas 는 '대항하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용의 꼬리를 가진 남성의 모습이었는데 점점 여성으로 바뀌어 16세기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인어 형상이 되었다.
확실히 발트3국이랑 폴란드의 중앙광장은 닮은 점이 무척 많다. 나는 여기에 앉아서 내가 탈린 Tallinn, 리가 Riga, 혹 빌니우스Vilnius에 있는줄 착각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당시 발트해와 동독을 포함한 동유럽권에서 활동한 길드guild의 성향이 강하게 묻어난 듯하다. 서독/네덜란드/오스트리아와는 확실히 다른 저 루프라인과 파사드 색감에서 문화권 차이를 드러낸다. 남폴란드의 브로츠와프와 크라쿠프는 실레지아 Upper Silesia 문화권에 있는데 체코의 모라비아Moravia/보헤미아Bohemia와 함께 그 남쪽과 북쪽의 지방색을 확실하게 짓는 경계선이 된다. 남서쪽으로는 프랑스와 견제하던 강대국 오스트리아가 오랫동안 있어왔고 그 북동쪽으로는 폴란드-리투아니아Poland-Lithuania Commonwealth가 16세기에 건국되기 이전에는 지역 영주들과 길드 상인들이 각자 활동하며 중세시절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있다. 물론 폴란드-리투아니아는 한 세기만에 붕괴되고 다시 이 지역은 주변 강대국에 의해 자주 쑥대밭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폴란드는 물론 발트 3국 또한 러시아와 프러시아/독일 사이에서 엄청 얻어맞던 역사가 있으니 왜 폴란드에서 발트3국의 정취를 느끼는지 알 것같다...
바르샤바 바비칸 Warsaw Barbican
바비칸은 적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 '요새화된 성문'을 말한다. 한국말로는 성벽의 '외보'와 '망루'를 말한다. 여행상품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런던의 바비칸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바비칸이 동유럽에 엄청 많이 또 잘 보존되어 있다.
그냥 긴 성벽을 따라서 기차역으로 향한다. 유럽에서 이렇게 운치있고 역사가 깃든 구조물을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문화재라고 다가가기도 힘들게 해놓는 ... 몇몇 나라보다의 정책보다야 나은 듯. 바르샤바 바비칸에는 저렇게 16세기 원래 모습부터 2차대전에 독일이 얼마나 박살냈는지 대놓고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독일은 폴란드에게 계속 사과했다. 이제는 공동으로 편찬한 역사 교과서가 출판되며 연세가 있는 폴란드 국민들도 독일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중이라 한다.
꼬마 병사. Mały Powstaniec. 2차 대전 당시 나라지키려고 스스로 열심히 싸운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동상이다. 설명을 읽어보니 역시 또 "바르샤바 봉기"가 언급된다. 1944년에 울분에 터진 폴란드인이 나치 독일에 대항해 군인들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이런 어린이부터 주부들까지 다 스스로 전투에 나온 민병대 조직에 전체에 대한 동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폴란드인.
아침에 버스검문사와 실랑이 벌이던 그 중앙역 앞으로 다시 왔다. ㅎㅎㅎ
두근두근. 어설픈 폴란드어 몇 문장으로 크라쿠프행 기차표 구매. 어쩌다보니 무려 밤 8시40분에 출발하게 되버렸다.
어디든 떠나기 전에 다른 목적지도 나온 전광판은 꼭 찍는거 나에겐 필수~ 이러다가 가끔 정말 아무데나! 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어차피 여행 중인데 서쪽으로 가던 동쪽으로 가던 무슨 상관이오...
PKP Intercity는 한국의 KTX같은 폴란드의 고속 열차이다. (Polskie Koleje Państwowe ). 이 회사 설립이 2001년이니 꽤 젊은 기차 시스템이다.
그리고 다른 동유럽에는 미안하지만 여기 기차가 ... 확실히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그중에 이 열차는 나름 최근 것이라 내부는 깔끔, 상쾌하다. 모든 좌석이 확실히 새것이라는 티가 난다.
밤 9신데도 대낮같은 하늘. 이제 천년의 고도 크라쿠프로 출발~
기차역에서 사온 오렌지주스로 일단 허기를 달래고... 하지만 저녁은 필요하니 식당칸에 가기로 한다.
참. 바르샤바-크라쿠프 기차 티켓 가격은 60즈워티, 약 2만원정도이고,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직행이라 더 빠르지만 가끔 몇 개 도시 더 거쳐가는 느린 것은 5시간도 걸린다. 그렇다고 가격이 확 저렴하진 않던데... 어쨋든 PKP IC를 타는 것 추천.
역시 기차여행의 꽃은 식당칸 아니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썰렁, 조촐해서 으음... 그래도 저 안에 있을 건 다 있더라. 단지 분위기가 조금 삭막했지만 먹을 것을 주문하고 자리번호 알려주면 아까 주스 가져다 준 직원분이 또 날라다 준다. 다른 동유럽 국가에서 기차여행 할때 너무 불친절한 직원과 마찰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여기는 서비스도 좋았고 직원들이 다 생글생글 웃어주었다.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니면 원래 이런건가?
고급진 피에로기는 아니지만 폴란드에 왔으니 폴란드 맥주와 피에로기Pierogi는 꼭 먹어줘야지. 실은 다문화 나라인 캐나다에서 10대~20대초반을 보낸 나는 이 피에로기는 물론 지구에 존재하는 나라의 음식은 죄다 먹어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학부 시절 했던 아르바이트 중에 한 식당에서 폴란드인 매니저와 일하며 피에로기, 비고스, 플라키, 차피엔칸키 등을 자주 만들어서 손님에게 대접했었다. 피에로기는 '만두'의 일종이다. 음식 분류학계(?)에 따르면 피에로기는 중국의 딤섬, 한국의 만두, 일본의 교자,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중남미의 엠파나다 등과 함께 dumpling의 일부라고 나와있다. 이는 물론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형태와 만드는 방식 등에 있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만두피에 각자 다른 소를 넣어서 찌거나, 굽거나, 삶는 것이다.
피에로기는 감자로만 하는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지금 사진에 나온 것처럼 안에 치즈와 고기, 야채를 넣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볶은 양파를 이 '만두'위에 얹어서 사워크림 sour cream이랑 함께 입에 넣으면 정말 맛있다. 20년 넘게 매일 다른 문화권의 음식을 번갈아가며 섭취한 나로서는 한국인에겐 느끼할 수도 있는 피에로기를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중의 하나로 여길정도이다. 정확히 말하면 피에로기와 폴란드 소시지, 동유럽의 '육개장'같은 플라키 및 굴라쉬는 주방에서 남은 그 음식을 모조리 담아서 1주내내 먹었던 학부시절의 헝그리 정신을 일깨워준다.
맥주때문인지 아니면 새벽 4시부터 일어난 탓인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기차 3시간반은 금세 흘렀고 어느새 크라쿠프 중앙역에 도착했다. Glowny는 직역하면 Main이란 뜻.
크라쿠프는 폴란드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라 고풍스런 역이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 신식이다. 여기저기 형광으로 되어있어서 더 특이한 크리쿠프 중앙역 인테리어. 언뜻 내가 일했던 UNStudio작품인줄....
밤 11시. 크라쿠프 역을 나와서... 그냥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호스텔까지 걸어간다.
내일 (다음 포스팅)에 또 나오겠지만, 기차역에서 도심으로 나가는 이 길은 참 이쁘다. 미술에서의 매직 리얼리즘같은 느낌이 든다. 초현실같지는 않고...
그 길 끝에는 이렇게 탁 트인 광장이 나타났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시끌벅쩍하다. 그 이유는...
스쿼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폴란드에서는 스쿼시가 꽤나 인기종목이라고 한다. 본의 아니게 경기 관람하면서 이 긴 터널(?)을 지나는 중. 광장 반대편에 구시가로 들어가야하는데 여기를 통과할 수 밖에 없었다. ;;; 다들 술마시며 응원하느라 우리가 지나가면 좀 비키라는 표정을 했다. 어서어서 지나가게~
크라쿠프도 역시 팻말하나는 기가막히게 잘해놓았다. 어딜가나 눈에 팍팍 띄게 큼지막한 폰트로 방향을 알려준다. 여행객에겐 너무 감사할 따름~
이제 크라쿠프 바비칸을 지나서 성문 안으로 들어간닷~! 야호! 드디어 천년의 고도, 크라쿠프 시내로 '입성'.
* 바비칸 Barbican은 성문 중에서도 특별히 방어를 위해 요새화된 망루, 성문이다. '외보'라고도 한다. (reminder)
구시가지 북쪽 중앙에 위치한 St. Florian Gate로 들어오면 바로 옆에 우리가 묶을 Brama 호스텔이 있다. 이 성문에서 3분만 걸으면 중앙광장이라 매우 입지가 좋다. 구시가지는 크지 않아서 중앙광장에서 이 기차역 쪽으로는 그 '두께'가 더 얇다. 즉 성벽, 기차역, 호스텔, 중앙광장까지 매우 가깝다. 반대쪽으로는 주거단지가 꽤 두툼하게 있어서 그 다음 성벽이 보일 때 까지는 꽤 걸어야한다 (그래봤자 15분).
어쨋든 호스텔은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 네모난 붉은 간판이 있는 곳이다. 3명이 여행해서 triple room, 3명이 쓰는 방을 예약했는데 당시에 1인당 하루 3만원으로 해결 (방이 하루에 미국 달러로 $80이다, 2021년 환율 기준) 조식도 포함.
근데 크라쿠프 중앙역에서 가까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북문(?)이 유난히 이쁜건지... 크라쿠스 성문하면 항상 이 St. Florian Gate만 나온다. 확실히 이쁘긴 하네.
12시가 다 되어 가지만 짐을 던져놓고 야경본다고 중앙광장Rynek Główny으로 가는 길.
크라쿠프에 있는 동안 수십번은 그 앞을 지나갔던 중앙광장에서도 중앙에 딱 자리한 Sukiennice (The Cloth Hall). 광장의 한 쪽 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빈 광장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라 360도 돌아가며 모든 파사드를 감상할 수 있는 이 건물은 1층은 상업시설들, 2,3층은 오피스와 나도 들어가기 전까지는 몰랐던 폴란드 역사관과 미술관이 자리한다. 내일 오후에 갈 예정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우슈비츠를 가야하니까 딱...한잔만??? 하기로.. (무슨 논리?ㅋㅋㅋ)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인파가 장난 아니다. 광장은 물론 주변 길에는 노천바가 바글바글...
혼자 여행이 아닌 친구와의 여행에서는 역시 끝없는 수다이지. 우리는 밤이 깊은지도 모르고 앉아있었다.
그렇게 크라쿠프에서의 우리의 첫날밤(?)은 재밌게 흘러갔다. 건축, 미술, 음악, 문학에 대한 수다로~!
홍등가 아님;;;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인데 더 야심한 밤이 되니까 여기저기가 다 붉어진다. 실은 지금보니 왜 왼편 창문은 저리 빨갛게 물들었는지... 아무튼 피곤에 쩔어서 호스텔로 후다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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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토요일 새벽 5시반. 나는 금세 잠에서 깨었다.
지못미 나의 친구들이여... 나는 여행을 가면 항상 5시간정도만 자고나면 깨버린다. 20년 인생이 거의 여행이었기에 실은 만성 수면부족이다. 이날도 6시가 채 안되어서 부스럭대면서 아침먹자고 깨우고 있다.^^ 아침인지 새벽인지...
여기는 호스텔이라 식사는 간단했다. 주스2가지, 커피, 우유, 시리얼, 햄, 소시지, 빵 서너가지, 요거트와 과일깎은 것들... 실은 이정도면 사람이 아침에 먹기에 딱 적당한 것 아닌가.
그리고... 깨우니까 10분도 안되서 식당으로 집결하는 친구들.^^ 나는 조금 먼저와서 커피 마시며 오늘의 일정을 보는 중. 실은 일정이라 할 것도 없다. 느슨한 스케쥴에서 볼 곳에 대한 설명 정도를 외우는 것이다. 오늘은 아우슈비츠를 오전에 다녀오고 오후엔 그저 발길이 닿는데로 주요 볼거리를 체크할 예정. 물론 다빈치의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은 꼭 봐야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 그 친구가 누구든간에 내 뜻을 잘 따라주어 고맙..기도 한데 신기하다(?). 항상 스케쥴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나를 믿어주어서 내가 제시하는 것에 바로 좋다고 한다. 사람은 바뀌는데 항상 그렇게 되더라... 그렇다고 내가 고집을 부리거나 힘든데 강행군을 요하진 않는데 처음 여행계획을 짜서 주면 누구든지 바로 '오 이렇게 하자'라고 해주는 것을 보니 나도 어느새 여행에 도가 텄나싶다. (실은 그렇게 준비해서 여행 내내 가이드처럼 가는 곳마다 역사적 배경이나 뭐 알아둘 점 요약해서 매번 말해주는 것은.... 힘들다 ㅎ)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다시 호스텔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 사이의 동네를 잠시 둘러보며 간다. 토요일 아침 6시반도 아직 안되었는데 사람들이 꽤 보인다. 빵사려고 가게 앞에 있는사람도 보이고 벌써 문을 연 카페도 있다.
왠지 한국의 80~90년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길거리 빵 장수(?). 그냥 예전에는 훨씬 많았던 길거리 붕어빵, 호두과자 등이 크라쿠프에서 그리운 이유는 뭔가;;;
저 쫀득쫀득한 폴란드의 빵, 오빠자넥 Obwarzanek 은 특히 크라쿠프에서 유래되어 Obwarzanek krakowski라고도 불린다. 유대인이 많았던 (현재도 꽤 많은) 폴란드에서는 유대인의 빵인 베이글 Bagel 만드는 것과 유사한 종류의 베이킹, 즉 오빠자넥, 프레첼처럼 "끓여서" 만든 빵이 많다. 실제로 폴란드어로 오빠자넥은 "끓이다"라는 뜻이다. 보통 1시간정도 1차 발효 후, 덩어리를 떼어 모양을 잡은 후40분 정도 2차 발효를 진행시키고, 이 2차 발효종료 몇 분전에 끓는 물에 20~30초 데쳐내는 빼는 방식이다. 그러고 나서 빵을 굽는다. (제빵의 과정의 시간, 순서, 효모넣는 법, 등 다 조금씩 다르므로 궁금하면 따로 찾아보실 것~)
빵하나를 사들고 마치 껌처럼 질겅질겅 불량배 마냥 씹으면서 여름이지만 시원한 크라쿠프의 아침 공기를 들이마신다. 역시 빵에는 커피보단 공기지...
바르샤바에 이어 역시 수 많은 표지판들. 폴란드어를 못해도 길 하나는 아주 잘찾게 되어있다.
어제 밤에 그 난리를 치던(?) 스쿼시 대회는 자취를 감추고 고요한 아침의 크라쿠프 중앙역. 여기 옆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구 아우슈비츠, 현 오시비엥침으로 향하려 한다. Auschwitz는 독일 발음이며 과거 나치의 수용소느낌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현재는 그 '수용소'를 지칭하는게 아니라 그 지역을 가고자 할때는 폴란드어인 '오시비엥침'으로 말한다. 어느 역에가도 Auschwitz라고 적혀있진 않고 Oświęcim으로 되어있지만 워낙에 관광객이 많이 오니까 직원에게 아우슈비츠.라고 하면 그냥 알려준다. 그러나 풍문으로 들은 소문에 의하면 폴란드인 직원에게 물어볼 때 그 단어를 말하지 않고 Oświęcim이라 하면 갑자기 친절해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도 여기서 써먹기로 한다.
* 실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에 대입해본다면 독도가려는 외국인이 한국인한테 '다케시마'가려면 어떻게 해요? 라고 물으면 기분 안 좋겠지...
꽤나 초현실적이었던 이 기차역 가는 길은 밤에도 무척 아름다웠는데 아침에 보니 또 새롭다. 보슬비가 내리는 물안개가득한 아침에 초록색으로 뒤덮인 나무 plank 지붕과 cast iron 주철 기둥, 그리고 부유하는 듯한 심플한 시계는 마치 키리코의 회랑을 걷는 느낌을 준다. 아무도 없어서 더 기묘함.
그리고 조금만 더 옆으로 걸어가면 바로 버스 터미널이 있다.
꽤 여유있게 풍경 즐기면서 걸었는데 아직 아침 6시50분밖에 안되었다. 최대한 빨리 오시비엥침으로 가려고 버스종류와 가격, 시간을 보는데... 한 아저씨가 우리를 멀뚱멀뚱 보더니 다가왔다.
자기의 차로 오시비엥침까지 왕복 운행을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가서 자기가 티켓 줄 없이 빨리 해주겠다고... 티켓은 원래 무료다. 그런데 줄이 문제니까 아저씨가 그건 자기가 빨리 살 수 있다고 하네. 이거 사기인가 아닌가... 친구들과 한국말로 3분정도 대화를 했고 아저씨가 제시한 가격이 버스에 비해 비싸지가 않아서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실은 버스 타려면 30분넘게 기다려야하는데 (버스로 1시간 반 걸림. 느리기도 하고), 이 아저씨 차로는 1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매우 좋은 것이었다. ^^ 앞에 앉아서 대화를 계속했던 나는 복귀하는 길에선 아저씨랑 실제로 많이 친해짐.
그래서 차로 일단 달리기 시작~!
어쩌다보니 크라쿠프 도심을 휘리리릭~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다시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중앙광장. 오후엔 해가 뜬다는데... 그때 보자규~
(비오는 날 달리는 차에서 찍은 것 치곤 잘 나와서 기분 업업)
이렇게 아침 7시에 골목을 계속 질주해서 고속도로쪽으로 빠져나갔다. 버스로는 가지 않을 길인데 작은 차로 다니니 이 한적한 크라쿠프 시내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냥... 이 오래된 문화유산의 도시의 건물을 온전히 다 보니까 좋다.
고속도로 진입 직전에 화장실도 들르고 먹을 것 사는 중. 방금 밥먹고 또 군것질 시전 ㅎㅎ
저기 운전해준 아저씨 피오트르 Piotr. 지금보니까 인상도 좋고 귀엽네. 깜찍하신 분. 실은 여기서 커피사면서 처음에 '사기치는 거 아냐?' 라며 긴장했던 것이 다 풀어졌다. 아저씨 말투나 인상, 행동을 살펴보니 그냥 좋았다. 여행하면서 조심은 해야하지만 너무 사람을 의심하면 생길 인연도 악연이 된다.
폴란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녹지평야를 내달린다. 유럽대륙을 위성으로 보면 알겠지만, 폴란드는 거의 녹지이다. 다른 나라의 녹색과도 다르게 "네모나게" 생긴 국토가 다 짙은 녹색이다. 예전 90년대에도 내가 보았던 세계지도에는 폴란드가 유독 녹색이라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내 머리속에는 폴란드와 동유럽 쪽은 녹지, 슾지가 많은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폴란드 북부인 자코파네나 남서부 브로츠와프는 물론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동부도 꽤 넓은 녹지와 슾지가 많은 편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폴란드처럼 자연의 이미지가 다소 '춥고 축축한' 자연이 나는 좋더라... 뭐지;;; Reverent찍을 기세;;;
뭐라는지 못 알아듣지만 폴란드 뉴스채널을 들으며 피오트르와 대화 중. 이분도 영어는 힘겨워 하더라...
내가 폴란드어를 좀 했다면 ㅎㅎ
역시 고속도로를 달릴때는 이런 광고판 보는 재미가 있다. 현지의 관심사, 미디어를 쉽게 알 수 있거덩.
휴게소에서부터 40분 정도 수다떨다보니까 금세 오시비엥침에 도착~! 아직 8시도 안되었다.
그리고 지나치는 오시비엥침 중앙역 - 버스나 기차로 오면 여기에서 출발해야하는데 수용소있는 곳까지 걸어서 20분 조금 넘게 걸린다. 어르신들은 보통 역 앞에있는 셔틀타고 가고 젊은 애들은 걸어서 간다더라.
역 바로 앞에 "Auschwitz-Birkenau State Museum"가는 버스가 운행된다. 이 버스는 무료 셔틀로 1수용소, 2수용소, 그리고 기차역을 오간다.
차창 밖으로 계속 여러가지 추모비, 기념비 등이 보인다.
이 곳을 설명하는 다양한 명칭이 온라인에 존재하기에 헷갈릴 수도 있다. 보통 영어든 한국어든 여기를 방문할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 Auschwitz Concentration Camp에 간다고 하지만 현재 공식 명칭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추모관과 박물관'이다. Auschwitz-Birkenau Memorial and Museum. '아우슈비츠'는 악명높았던 이 장소의 당시 독일어 명칭이기에 그대로 고유명사로 쓰일 뿐, 현재 이 지역을 가르킬 때는 오시비엥침이라 한다. 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곳이 완전하게 따로 있는 1번과 2번 캠프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와서도 한 수용소 캠퍼스가 매우 넓게 있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를 꽤 많이 보았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는 2개의 캠프가 있다. 위 사진이 보통 관광객들이 먼저 오는 1번 수용소의 주차장 및 입구이다. 구글 지도에 어설프게 찍찍그었지만, 어쨋든 아래 이미지를 보면 중앙역에서 20분 남쪽으로 걸어가면 조금 작은 규모의 1번 수용소, 그리고 서쪽으로 약 2배가 넘는 규모의 2번 수용소가 있다. 이 곳을 떠올리면 아마 가장 많이 떠올리는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문구가 적힌 곳이 1번 수용소 입구이고, 유대인을 나르던 기차선로의 끝에 '죽음'의 게이트가 있는 곳이 바로 2번 수용소 입구이다. 이제 오전의 4시간 정도, 이 곳에서 얼마나 슬퍼지고 먹먹할지... 살짝 두려움이 있지만 한 번 내딛어본다.
각 수용소에 대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에서 하겠다. 두 수용소의 명칭이 실은 살짝 다르고 건립한 원래 목적은 완전 다르다.
재빨리 폴란드어로 입장권 발급받는 피오트르 아저씨. 덕분에 줄없이 속전속결로 입장했고, 아저씨는 우리가 관람할 동안 그냥 쉰다고 했다. 다 보고 나오면 2번 수용소로 우리를 운반해준댄다^^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기다리고 할 것도 없으니 너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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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 1 수용소. 여기서 얼마나 많이 죽이고도 감당이 안됬는지 훨씬 커다랗고 시스템적으로 사람을 죽일 2 수용소까지 만들었는가. 저 줄지어진 벽돌 건물이 관으로 보일 지경이다.
어쨋든 지도 아래쪽으로 주차장과 입장할 문이 있다 (노란색 A) 그리고 입장이 가능한 건물은 노란색 표시가 된 곳이고 나머지는 그냥 빈 건물이다. 실은 저 빈 건물 사이를 걷는게 더 섬뜩하다. 텅 빈 죽음과 한이 서린 공간 사이를 거닌다면 안 그렇겠는가.
이제 그 악명높은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의 문을 직접 두 눈으로 본다. 이 문으로 줄지어 끌려들어온 유대인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며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공간에 서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그리고 이 유명한 판화를 설명하는 팻말이 옆에 있다. 들어오면 키에 맞춰 줄세워서 옷을 입히고 바로 강제노역을 시키는 모습.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의 모습이 중첩된다. 일본땅에서 이렇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한국땅에 아예 이런 것을 재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대문 형무소나 기타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찾아가보아도, 아우슈비츠처럼 슬프고 섬뜩하고 정말 사람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곳이 없었다.
텅 빈 거리. 언뜻보면 그냥 마을 같다. 사진만 맥락없이 딱 보면 여기가 무서운 곳인지 아니면 살고 싶은 타운하우스 전경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곳곳에 설치된 이 전류가 흐르던 철조망을 보는 순간 여기서 어떤 일이 자행됬는지가 암시된다. 옆으로는 샤워실이라 썼지만 가스실인 곳의 굴뚝들이 건물 사이즈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많다.
이제 이 무시무시한 건물들 안으로 하나씩 들어가본다. ! 0.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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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행 - 아우슈비츠 Auschwitz (오시비엥침 Oświęcim) 전쟁과 만행 (Ep. 5/9) 에서 계속됩니다.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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