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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주말 힐링여행 & 오슬로 국립미술관 (1/6)

Brett D.H. Lee 2021. 12.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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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노르웨이의 수도이자 노벨평화상이 수상되는 도시로 유명한 오슬로에 다녀온 일지를 열어봅니다. 노르웨이는 덴마크와 스웨덴처럼 역사적으로 강했던 나라가 아니었고 번갈아가며 두 나라의 속국으로 지배를 당하고, 또 미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던 20세기초중반까지도 가난한 나라로 인식이 되었지요. 특히 배우 윤여정씨께서 비정상회담에 나오셨을 때 노르웨이에 다녀온 회상을 하며 당시에 주변사람들이 '그 가난한 나라를 왜 가냐'고 그녀에게 물었다고 했을 정도에요. 유전이 발견되기 전까진 정말 연어나 팔고 강추위속에서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나 영국에 의존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세계적인 복지국가이자 가장 편안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꿈의 나라가 되었지요. 최근까지도 핀란드와 함께 복지관련한 모든 순위에서 1, 2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지요.  노르웨이하면 떠오르는 멋진 피오르드fjord와 트롤퉁가Trolltunga에는 가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표현주의/상징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 Edvard Munch와 여름엔 해가 지지않는 백야,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대작들이 있는 오슬로의 여행일지 시작합니다.  (코로나 이전 여름)

 

금요일 퇴근 후 20분만에 도착한 스키폴 공항. 이번에도 혼자떠나는 주말여행이다. 다행히 오슬로에 맞이해 줄 친구 Björn이 있어서 늦은 밤에 도착해도 괜찮을 듯. 도착시간이 거의 자정이다. 언제나 심쿵하게 만드는 이륙 스케쥴에 나열된 각 나라 도시들. 세상이 좁아졌다하지만 실은 한 인간이 알아가기엔 너무나 크도다. 

 

노르웨이로 가는거니 노르웨이 항공. 북유럽 항공사가 좋은 이유는 대부분 무료 와이파이가 기내에 탑재되어 있다는 것. 가끔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SAS (스웨덴), FinnAir (핀란드), Icelandic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항공사는 발권할 때 항상 free wifi가 있는게 신기했다. 2021년 현재 기준으로는 없앴을 수도;;; ㅠㅠ

 

피곤했는지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들어버려서 바로 그 다음 사진은 착륙 후 ㅋㅋ

오슬로 공항은 작아서 출국장으로 나오니 바로 눈앞에 공항 리무진 버스 스케쥴이 보인다. 새벽 1시. 오슬로 시내로 가는 버스. 6분후 출발하는 막차이다!! 달려달려! 친구는 이 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따로 시내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버스타러 달리면서도 사진찍는 카메라감독 정신? 

복귀하는 날에 출국장과 면세점, 공항 부대시설은 따로 촬영했다. 4부에서 공개.

 

이래저래 달려와서 친구 집에 도착~!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바로 앞에 있더라. 친구 이름은 비욘Björn ('브'와 '비'의 중간쯤 발음으로 한다, 여기선 그냥 비욘이라고 표기. 그럼 여자면 비욘세? -_- 아.. 아재개그. 죄송)

2베드룸에 사는데 꼭대기 층이라 거실과 손님방 천장은 비스듬.

부엌쪽 벽은 석재타일로 마감해서 왠지 산장 오두막에 있는 chimney느낌.

 

소파에 앉아서 멍..하게 대화 중. 거의 새벽 2시. 

 

2박 4일간 지낼 나의 방. (왜냐면 도착한 이 밤은 뜬 눈이었다는) 

 

한밤 중인데 하늘이 파랗다. 실제로 더 밝았음. 잠은 안오고 비욘도 배고프다고해서 야식먹으러 출동. 새벽 2시에 ㅋㅋ

 

복지국가라서 왠만한 가게는 저녁 6시면 칼같이 닫는다. 그나마 MAX라는 햄버거가게는 노르웨이판 맥도날드처럼 항상 영업 중. 그런데 생각보다 고기도 매우 두껍고 야채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역시 노르웨이의 청정함을 패스트푸드에도 담은 것인가.

 

숙면이 안되는 이유는 바로 백야. 밤새도록 이 상태이다. 어두운 밤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때는 정말 칠흙같은 어둠이 절실해진다. 내가 이른 아침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다는 느낌때문인데 어둠이 없다면 아침의 의미도 미미해진다.

 

비욘이랑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3시간 잔 듯) 수다떨다가 갑자기 사진. 늦은 밤에 머리를 감고 대충말리고 잤더니 몸을 뒤척인 흔적이 머리카락에 그대로 남아있다. 얼떨결에 자동 파마. 유럽은 빛이 다른가. 게이블 루프 천창에서 떨어지는 백야의 빛 덕분에 아주 렘브란트 나셨다.

쉬고 싶어서 온 여행이라 천천히 움직이는 중. 슬로라이프가 지금은 매우 그립다. 미국이나 한국에선 참 하기 힘든 슬로라이프. 이것도 각종 여건이 다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마음먹기에 달렸을까.

 

집을 이제 나선다. 여기는 보기엔 그냥 길거리, 뜰? 같지만 나름 중정. courtyard 입주민만 사용가능하다 왜냐하면..

 

유럽의 많은 다가구 주택시설이 그렇듯이 이런 차고로 향할 것 같은 게이트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그 중정 안에서 각각의 건물 입구가 다시 나타난다. 그래서 길거리 에서 보면 어느 건물들이 실제 중정공간을 공유하는지 알기는 힘들다. 어떤 것은 중정이 정사각이고 어떤 것은 도시의 블록을 따라 매우 길고 구불구불해서 집에 가기위해 입구가 생각보다 많이 다른 위치에 있는 곳도 종종있다 (그런 것은 조금 더 저렴하더라. 라는 카더라 통신)

 

편의점 Deli de Luca. 심심찮게 보이는 이곳의 GS25나 eMart24. 둘러보니 역시 유럽답게 편의점이라도 빵이 따뜻하고 신선하다.

아침에 길거리 풍경은 어딜가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경험하진 않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정겨움.

 

오늘 날씨가 왜 이러나. 차가운 보슬비를 맞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 등교길을 맞이하는 노르웨이인.

 

그냥 찍어도 힙하네. 저 언니 멋져

 

노르웨이는 가난한 시기를 오랫동안, 아니 유전이 터진 1969년 전까지는 역사자체가 계속 가난했다. 베이비부머들에게 기억하는 노르웨이는 가난에 찌들어 미국으로, 서유럽으로 살고자 국민들이 탈출하는 나라에서 막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재밌게 한 고층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타 유럽국가와는 다르게 신축건물이 전체 건물량에 비해 많은 편이다. 물론 런던, 파리, 그리고 라인강을 따라 스위스, 서독, 네덜란드에도 고층빌딩이 많지만 그 곳엔 역사적으로 중요한 오래된 건물도 많은게 다른 점. 

그래서인지 역사적 건물이 있는 오슬로 다운타운 Sentrum이나 문화시설들이 있는 지역을 빼면 이런 길은 송도나 판교, 일산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 너무 희한해서 자꾸 돌아보게 되는 건물 디테일도 종종 보여서 건축가인 나에겐 지루하진 않았던 오슬로.

 

10분정도 걷다보니 금세 오슬로 중앙역 광장. 이 자리에서 북/동쪽을 보면 그냥 신도시 풍경같고 서/남쪽으로 살짝만 가면 그래도 역사적인 건물이 많다.

 

잉? 중앙역 바닥에 진짜 나비들이 있다. 허헉. 무슨 컨셉이지? 전부 다 색이 다른 나비들이 타일화되어 광장에 쫘악~ 있다. 뭐. 곤충박물관에서 보듯이 그저 그런가했긴한데. 왠지 외부 공간에, 그것도 광장바닥에 너무 많은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있으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밤에 이 나비가 들은 케이스들이 각각 나비 날개 색에 맞춰 점등된다. 왠지 이거 윤리적으로 이상하다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괘... 괜찮은거지? 

 

 

나비효과충격(?)에 기차역 안으로 빨리 들어왔음. 뭐 역은 그냥... 역같다. ㅋㅋㅋ (욕 아님)

 

Visitor Center에서 뭐 있나 구경도 해보고.

 

이제 광장에서 서쪽으로 뻗은 오슬로의 중심가. 칼 요한 거리. (한국의 종로, 워싱턴의 the Mall같은 개념)

명칭은 이 길 언덕끝에 위치한 왕궁을 건립한 칼 14세 요한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길을 따라서 명동거리처럼 관광객이 항상 있고, 각종 부띠끄샵에서 명품 브랜드, 레스토랑, 국회의사당, 국립극장, 오슬로대학, 국립박물관, 국립미술관, 부띠끄 호텔 등 그야말로 이 1.3km 정도의 길에 오슬로의 많은 것이 자리한다. 빠듯한 일정으로 여행을 온다해도 길 주변으로만 돌아다니면 오슬로는 커버가 가능하다.

 

물론 나는 조금 건축/미술/문화 콘텐츠 때문에 더 남쪽에 오슬로 항구에 있는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 Astrup Fearnley Museum of Modern Art와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Oslo Opera House, 노벨평화센터 Nobel Peace Center, 노르웨이 민속박물관 Norsk Folkemuseum등이 더 관심이 간다. + 이 칼 요한 거리에서 한 블록 위에 있는 국립미술관, 주택가 쪽에 숨어있는 뭉크미술관과 비겔란 공원, 또 좀 멀지만 교외 지역에 있는 JDS건축 사무소의 오슬로 스키점프대! 차례대로 3일간 둘러볼 예정. 음. 전혀 쉬러온 일정이 아닌듯. 완전 강행군.

 

칼 요한 거리 초입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오슬로 대성당 Oslo Domkirke Kirkeristen

칼 요한 거리 중간에 위치한 노르웨이 복음주의 루터파의 총본산이다. 1694년 착공 이후 여러 보수공사를 거쳐 현재 구릿빛 탑이 있는 고전양식 Neoclassical 으로 완공되었다. (현재는 저 첨탑이 시간이 지나서 녹색으로 변하였다 - pre-patina copper). 

 

여름이지만 겨울같은 느낌의 오슬로

 

내리막이 있고 다시 오르막. 언덕에 오슬로 왕궁이 자리한다.

유럽에 아직 존립하는 왕국으로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벨기에가 있다.

 

걷다보니 언급했던 박물관, 오슬로 대학교 그리고 뭉크의 동상도 보인다.

 

오슬로 대학 교정 어딘가. 

 

이제 국립미술관으로 향한다. 너무 추워서 다시 보이는 Deli de Luca에서 커피나 핫초코를 찾아본다.

건물 색이 아주 화려한 오슬로. 많은 집들이 초록, 주황, 노랑, 빨강, 파랑... 동심을 자극하는 듯하다. 날씨가 거지같아서(?) 건물이라도 밝게해야만 했던가. 

 

들어가서 괜히 이것저것 다 시음해보고 배불러서 나올땐 작은 커피로... -_-;;;

 

미술관 앞 노르웨이의 국민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Gustav Vigeland의 동상. 이 작가의 설명은 비겔란 공원 소개에 다시. 특징은 인체의 각종 자세를 마치 퍼즐맞추듯 쌓기도 하고 격한 포즈로 표현하는데 이는 삶과 그 안에 있는 각종 감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너무 마구 쌓인 인체를 보면 살짝 무서울 수도 있는데 이런 이유로 나치, 파시스트의 조각가라고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왜냐하면 시체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같기도하고 과장되게 큰 스케일의 기둥이 히틀러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 Albert Speer가 선보인 나치 건축 (신고전주의와 결합된 형식)의 크고 장대한 형태때문이었다. 

 

 

오슬로 국립미술관. Nasjonalmuseet for kunst, arkitektur og design

화려하지 않고 투박한 조적식 건물이 노르웨이의 역사답다. 밋밋한 형태만 보면 살짝 동유럽같기도 한데 커다란 석재가 아니라 붉은 벽돌이라 그들과는 다른 특징이 살아있다. 뒤에 나올 오슬로 시청도 그렇고 불에 탄듯한 검붉은 매싱은 엄숙함이 일품. 

월요일 휴관 / 화,수,금 10~18시 / 목 10~19시 / 토,일 11~17시

입장료: 100 크로네 (11달러 = 약 1만3천원)

 

내부도 간단하다. 직사각 박스형태. 1층의 2/3는 카페, 강당, 샵, 오피스 등이고 1/3이 전시실 시작. 2층은 전부 전시길인데 한바귀 스르륵 돌면 된다. 2층 한쪽 윙 중간 방 (빨간 점있는 곳)이 뭉크 작품 전시실이다.

 

스타트~~ 

역시 유럽은 중세부터 근대이전까지의 회화는 기본을 갖춰져 있고.

재밌는 것은 각 작품에 관련된 습작, 스케치, 판화 등이 전시실 중간이나 귀퉁이에 있는 캐비넷에 들어있다. 서랍 하나씩 꺼내보며 작품과 작가의 스토리를 더 얹어 관람하는 것이 매우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벽에는 긴 설명없이 깔끔한 핑크색 벽과 작품 캡션만 있다.

 

 미술책 열어보면 한 번은 보았을 쿠르베의 작품 <공포로 미친 남자> The Man Made by Fear, 1843-44

이게 여기 있는줄도 모르고 왔는데. 완전 감동.

공포에 질린 얼굴, 앞으로 뻗은 오른손, 머리를 부여잡은 왼손, 넘어지는 것 같은 다리포즈. 화면 아래쪽을 보면 페인팅을 하다가 중지한 것이 명확하다. 그리다가 붓을 던져버린 것인가? 작가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것일까?

 

국민 풍경화가 Dahl의 전시실.

 

디테일 보소...

트롤이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 뒤로는

 

곧 이어 나올 솔베르그와 뭉크의 전초전인가. 에리히 헤켈 Erich Heckel과 에밀 놀데Emile Nolde가 있고, 또 전시실엔 키르히너, 반동겐 등 독일의 표현주의Expressionism 및 다리파(브뤼케)의 작품들이 있다. 정신적인 것에 많은 모티브가 있었던 그룹. 이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멜랑콜리나 미쳐가는 감정, 억눌린 것이 좋다.

 

고급진 푸른계열의 퍼플이 인상적이었던 하랄드 솔베르그 Harald Sohlberg의 방. 여기 오기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작가인데 뭉크와 더불어 오슬로 국립미술관에서 가장 강렬히 각인된 작가이다. 캐나다의 그룹오브세븐의 풍경화와 살짝 겹치기도 하며 건물을 그린 그림은 실제 내가 오슬로를 걸어다니며 느낀 채도높은 건축물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 혹독한 노르웨이의 날씨와 대비되는 화려한 색채. 그의 그림에는 왠지 마술적 사실주의 Magical Realism와 상징주의Symbolism가 혼합된 느낌이다.  

 

Winter Night in the Mountains, 1914

북구의 별인가. 고요함과 엄청난 집중이 느껴진다. 소름돋게 추움이 온몸을 휘감으며 털이 쭈뼛 솓는다.

 

Street in Røros, 1902

오슬로에 있으면서 내 기억에도 남은 채도높은 건물들. 오슬로보다 제2의 도시인 베르겐에 가면 더욱 화려한 색채가 많다고 들었다. 다음엔 베르겐에도 가보리.

 

흑백논리같은 검은 하늘과 대지의 흰 눈. 그리고 그 사이생명이 실재함을 알리는 듯한 색상.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람객은 뭉크 작품에 집중하는데 이 날 나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됬다는 기쁨에 솔베르그 그림 앞에 더욱 오래있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뭉크 그림처럼 인물/인체가 나오지도 않는 landscape과 streetscape에서 사람 혹 뭔지 모를 존재가 느껴지는 것이 기묘하다. 

 

그리고 만나는 하이라이트. 뭉크의 방. 여기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딱 3~4점정도의 작품만 찍을 수 있고 지금 올린 작품사진은 원래 찍으면 안된다. 하지만 ... 죄송스럽게도 나는 몰래 촬영을 해버렸다. 작품을 바짝 줌인해서 찍지 않고 전시 전경만 좀 찍자고 했는데 계속 안 된다며 정 찍고 싶으면 옆의 방으로 나가서 멀리서 찍는 건 또 된단다.  

 

아픈아이 The Sick Child, 1885-86 (왼쪽) 

이 그림 왼쪽에는 병실에서의 죽픔 Death in the Sickroom, 1893 이 있는데 나란히 두 작품을 보면 어릴적 누이를 잃은 뭉크의 심정이 느껴진다.   

 

그 유명한 뭉크의 절규 Scream 1893. (총 4점이 있다.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있는 가장 잘 알려진 템페라로 된 1893년 버전 / 가장 덜 알려진 1893년 파스텔화, 뭉크미술관 소장 / 2012년 경매최고가를 올린 1895년 파슬텔화, 개인 소장 / 2004년 도난되었다 2006에 되찾는 1910년 템페라+유채화, 뭉크미술관 소장) 

원재는 Skrik인데 이는 영어로 Scream이 번역되었고 한국어로 '절규'가 되었다. 원래 단어의 뜻은 '아주 날카로운 비명같은 외침'인데 절규가 딱 맞는 번역은 아니라고 한다. 절규는 그저 소리지르는 뭉툭한 느낌의 단어인데 뭉크가 나타내고자 한 것은 선홍색 핏빛으로 물든 하늘과 칼이 폐부를 찌르는 듯한 외침, 더 동물적이고 날카로운 외침이라 한다. 그래서 종종 비명이냐 절규냐, 아니면 다른 표현을 써야하냐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뭐가 됬든 죽는게 나을 수도 있을듯한 공포와 고통은 인간의 언어로 규정될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나는 두 친구와 함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우울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변했다.

나는 멈춰서서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극도로 피곤해져서

불타는 구름이 피와 칼과 같은 형태로

짙은 푸른색의 피요르드와 도시 위에 

걸려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친구들은 계속 걸었다.

나는 그대로 서있었다. 불안으로 몸을 떨며

그 순간 거대한 , 무한한 비명이

자열을 꿰뚫는 것을 느꼈다.

 

- 뭉크의 1892 일기에서 -

뭉크는 노르웨이에서 국민화가로 칭송받는데 공항 명칭부터해서 1000크로네 지폐에도 그의 초상이 그려져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화가, 건축가, 음악가, 운동선수, 등 예체능쪽에서 나타난 위인들을 지폐와 공항, 도시 곳곳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유럽은 정말 문화자체에 높은 가치를 둔다는 것이 부럽다. 아무튼... 뭉크는 정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빈민가 생활을 하였고 어릴 때 어머니는 결핵으로 누나는 알지못하는 병으로 잃었으며 이후 가슴아픈 실연까지 겪으며 정신적으로 불안하게 생을 살고 마감했다. 그의 주제는 주로 죽음, 병, 광란, 성도착 등 매우 힘겨운 삶을 필터없이 대변하는데, 이는 당시 보수적인 사회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나치독일은 퇴폐예술degenerate art라는 이유로 작품들을 몰수하기도 했다. 

 

인생은 항상 밝고 꿈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버려진 자, 버려진 감정, 피하고픈 것, 공포, 역겨움, 고독, 질투, 불안 등 그 나름대로 표현하고 담론할 가치가 있다. 과연 뭉크의 그림은 미친 사람이라 그려진 것일까? 아니다. 우리가 덮어두고 말하지 않으려는 것이 실은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위선자이다. 쉽게 말해서 위드유 운동만해도 그것을 실제로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성적인 것 아니더라도 돈, 권력, 명예, 사랑 등을 위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위선을 행사하지 않을 용기가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술관에 있을 때도 지금 LA에서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저 뭉크의 절규는 지속적으로 내 삶에 공명하고 있다. 매일 반성해도 시원찮을 사람이란 존재와 그 사이의 역학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인데 오히려 이런 절망적인 것에서 희망이 보이더라. 그리고 나는 저녁에 노을이 질 무렵 뭉크가 서 있었다는 그 언덕으로 향했다. 나 또한 절규와 비명이 느껴질까 해서였다. 

 

관람을 마치고 뮤지엄샵 방문. 엽서와 미술관 컬렉션 책자를 하나 구입했다.

미술관을 다니면 피로감이 급증한다. 왜냐하면 계속 걷는 것이 관람이니까. 그런데 정신적으로 맞은 듯한 관람은 육체적 '힘듦'을 상쇄시킨다. 에너지가 갑자기 더 뿜어져 나오는 것은 무엇?

 

뮤지업 샵 한 켠, 더블도어 사이로 작은 공간이 있다. 연주회가 열린다는데 티켓은 미리 구매했어야 한데서 아쉽지만 샵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와중에 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느낄 수 있다.  여긴 노르웨이인데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음악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데 티켓이 없었음이 아쉬움.

 

뮤지엄 카페는 어떻게 생겼으려나.

 

카페치곤 되게 엄숙한 레스토랑같다. 자리에 앉아서 주문하면 어마어마한 가격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ㅎㅎㅎ 왠만한 5성급 호텔 커피보다 비싸서 음... 그냥 밖에 좋은 샵에 가는걸로. (아! 참고로 북유럽 중에서도 노르웨이 물가는 정말 욕이 나올만큼 높다. 길거리에서 파는 샌드위치랑 생수하나 집으면 3-4만원 정도는 기본)

 

솔베르그 그림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한 색의 길을 보며 다시 칼 요한 대로로 나간다. 이제 항구쪽으로 가서 시청보고 배타고 민속박물관이 있는 섬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국립극장도 만나고.

 

음악가 동상이 있는데 이름을 모른다 ㅠㅠ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오슬로 시청.

시의회와 행정부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시청 내부에 미술작가 작업실과 갤러리도 있다+_+ 역시 예술을 사랑하는 유럽인들. 노벨평화상이 바로 이곳 오슬로 시청에서 매년 12월 10일에 수여된다. 이제 그 내부로 고고!

 

 

노르웨이 오슬로 Oslo, Norway - 바이킹의 삶, 북구의 건축 (2/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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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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