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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주말여행 - 리히텐슈타인 Liechtenstein 작지만 재미난 유럽의 소국 (6/6)

Brett D.H. Lee 2022. 6. 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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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스위스 주말여행 - 테르메 발스 Thermae Vals. 초월적 시공간 속에서의 휴식 (5/6)

 

** 2022년 상반기동안 블로그에 글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겨운 일을 겪고 여러 방면의 회복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 5월 14일 글로 생존소식(?)은 간략히 전달했으며, 이제 다시 세계여행/해외생활기, 건축/미술 및 살아가는 이야기 업로드 재개합니다. 구독하신 분들 꼭 다 방문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에 한번은 경험하길 추천하는 Thermae Vals (스파) & 7132 호텔

주소: 7132 Vals, Switzerland (공식주소인데 초간단...)

 

1박 2일이라 너무 아쉬웠던 7132호텔... 실은 너무 비싸서 1박으로 만족해야했다.

나중에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온다면 기꺼이 오겠는데 혼자 이 사치를 누리기엔 아직 내가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처음 건축에 관심을 가진 2000년대 초반 당시 건축학도들도 잘 모르던 피터 줌터Peter Zumthor의 테르메 발스에 이렇게 찾아와서 보고 느낀 후 얻어가는 여러 아이디어는 인생자산이 되었다. (2009년에 프리츠커 상을 거머쥔 줌터는 지금은 건축계의 슈퍼스타로 급부상... 혼자 흠모했던 시절이 좋았다. 그리고 나처럼 줌터의 오피스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할덴스타인까지 가서 문 두드려본 사람이 있긴하겠지? ㅎ)

 

일란츠로 돌아가는 버스. 회사 동료들은 거기서 먼저 기차타고 바젤에 가서 암스테르담으로 복귀. 다음 날 일하는 우린 꿀벌들;;;

나는 혼자 조금 더 남아 늦은 오후, 리히텐슈타인을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지막 비행기로 복귀. (그러나 이를 놓쳐 아침 첫비행기로 갔다ㅠ)

 

다시 빙글빙글 한참을 내려가서...

 

일란츠에서 Sargans으로 이동한다. 거기서 리히텐슈타인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탄다.

 

선로 한두 개쯤은 스윽 넘어가 자유롭게 올라타는 스위스의 기차여행. 

 

기찻길 멍...

 

 

그리고 혼자 사르강에 내렸다. 두둥... 여기서 문제는 영어가 왠만해선 안 통했다는 것. 아.. 해외생활을 20년 넘게 했지만 독어나 로망슈어를 못하는 나는 갑자기 긴장을 했다;;; 너무 시골이라 자칫 이상한테 내리면 한참 헤메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으음 이것은 전부 스위스 기차들이고... (이때 인터넷도 불안정해서 길찾기 무척 힘겨웠음)

 

유령타운인가. 차는 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다. 10분 정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리히텐슈타인가는 버스를 찾는 중. 간혹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물어보니 독어로 대충 알려줌.

 

 

오케이. 파두츠 (리히텐슈타인 수도)까지 18km 가야하는데... 자전거로? ㅎㅎㅎ

처음엔 저 21, 35, 25 등 숫자가 버스 번호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ㅠ

사르강 역(종점)에서 파두츠로 가는 버스는 11번.

 

콘크리트를 들이부은 듯한 다소 삭막한 분위기의 플라자와 건물사이로 아주 밝은 라임색 버스가 보인다. 저게 리히텐슈타인 가는 11번 버스.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다 저안에 있네.

 

노마드 생활 오래해서 강단도 있고, 스위스는 초선진국이라 어디가서 길잃어 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우선 말이 안통하고 보이는건 전부 뜰과 산이어서 살짝 당황했다. 버스를 타고 여느 마을처럼 다시 사람들과 길을 가니 안심이 된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가.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구름 움직임이 매우 빨라서 화창함과 흐릿함이 계속 반복된다. 아래 Vaduz사진들을 보면 여러 날에 걸쳐 찍은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겨우 3시간 체류했음)

 

슬슬 건물들이 보인다. +_+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탑 10에 있는 초미니 국가. Principality of Liechtenstein 리히텐슈타인 공국

인구로는 8번째 (38,250명)로 작고, 면적으론 6번째(160제곱키로미터) 로 작다. 인구로는 서울의 '동'하나, 면적은 '구'하나인데 나라이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점처럼 보이는 나라. 재밌는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내륙국인데, 이렇게 내륙국안에 내륙국은 전 세계에 리히텐슈타인과 우즈베키스탄 뿐이다. 나라 이름은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다스려서 그렇고 오스트리아 계통의 성이다. 원래는 훨씬 커다란 땅을 가진 나라였지만 세계대전을 거치며 체코슬로바키아가 영토를 대부분 몰수하며 현재의 영토만 남았다. 이 작고 자원도 없는 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시 공가는 수집해왔던 미술품을 매도하며 돈을 벌어들였고, 이웃나라 스위스처럼 금융업 (이라 쓰고 돈세탁)을 하면서 현재 매우 부유해졌다. 1인당 GDP항상 톱5에 드는 국가. 그런데 자산이 많지만 이렇게 시골이고 다소 우울한 날씨에 내륙국에 자원도 없으면 이걸 부러워해야하나 싶긴하다. 어쨋든 언젠가는 가서 여권에 'Liechtenstein'찍어봐야지 했던 신비한 국가에 입성한다.

 

긴장해서 Vaduz 도심에 내리지 않고 Post Vaduz라고 한 정거장 앞에 내렸다. (그러나 어차피 도시가 걸어서 20분이면 끝날정도로 매우 작음)

 

저녁 늦게 출발하니 혹시나해서 버스 시간표와 루트를 찍어둔다.

헉.. 가장 메인인 11번 버스도 30분에 한 번 오는데 나중에 알게됬지만 8시 이후에 사람없으면 그냥 안 오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이때 1시간을 떨었구나 싶다. -_-

 

스위스 동남부 소도시 Sargans역에서 11번 버스(리히텐슈타인 소속)를 타면 이 작은 나라를 관통한다. 워낙 작아서 버스로도 1시간이면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충분. 그러나 다 농촌처럼 들판과 가뭄에 콩나듯 집들이 있고... 수도인 Vaduz에만 그나마 도시다운 모습이 보인다. 막차시간에 가까워졌을 때 잘못내리거나 필자처럼 13번버스 (초록라인, Sargans 가기전 중간쯤 벌판에서 멈춘다) 타면 오밤중에 불빛 하나도 없는 들판에 내려서 안올수도 있는 11번 버스를 기다리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1인당 GDP 가장 높은 축에 드는 선진국의 들판(?)에서 얼어죽는 경우가 있을까 싶었다 ㅎㅎㅎ

 

Vaduz Post 에서 Stadtle까지가 파두츠의 대부분이다. 그 바깥으론 주거지역, 밭, 산. 끝...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 1,46,49,22번에 관광정보센터(여기서 여권에 도장찍어줌) 및 박물관/미술관, 45번이 모던아트미술관, 18,78번 광장과 시청, 44번이 우표박물관, 77, 67번이 국회와 관련 정부기관들, 68번 음악학교 정도...

아 그리고 언덕위로 74번에 파두츠 성이 있다. 독일이나 북유럽처럼 5시쯤되면 죄다 문 닫고 영업하는 곳이 별로 없다. 여긴 수도지만 작은 마을 정도라서 (시민이 5천명정도) 카페나 바, 저녁외식 그런게 없다. 2곳정도 보였는데 그것도 호텔 아래층에 관광객을 주 상대로 하는 곳. 다행히 빠르게 정보센터에 들러 여권데 도장찍고 우표관련한 영상을 좀 시청하고 파두츠 성까지 때아닌 트래킹을 한다. * 참고로 리히텐슈타인은 아름답고 희귀한 우표를 생산/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 온 이유는 몇 가지 특이한 건축물과 성 보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이정도로만 만족 중. 

리히텐슈타인 국회. Landtag des Fürstentums Liechtenstein (건축관련 설명은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계속)

살짝 키리코의 그림같았다. 석양은 지고 나는 혼자 멜랑꼴리를 느끼며 아무도 없는 이 기하학적 광장 위에 놓여있다.

가끔 이럴 때는 음악도 들리고 이상하게도 쇠맛이 혀에 느껴진다.

 

정부기관 Regierungsgebäude

 

리히텐슈타인 관광정보센터. 우표와 각종 기념품도 구매가능하고 바로 편지를 써서 보낼 수도 있다. 

 

센터의 내부. 

 

이렇게 도장 쾅쾅~! 찍어준다 (참고로 필자의 여권을 찍기엔 좀 그래서 구글에서 따온 이미지.)

도장 비용은 2.5 스위스 프랑 or 3 유로.

 

어째 벌써 6시가 넘고 해가 곧 지려하니... 저 위로 보이는 파두츠 성으로 냅다 오르기로 한다.

 

헬로 리히텐슈타인. 곧 굿바이 ㅎㅎㅎ

 

이곳에선 가장 최신 건물인 리히텐슈타인 미술관. (주로 모던아트와 컨템포러리에 주력한다).

 

슬슬 걸어서 광장쪽으로.

종종 한 두명씩 사람이 보이긴 한다.

Image source: Wikimedia

시청인데, 이 때부터 카메라가 죽어서 아쉽게도 대부분 핸드폰으로 찍어 화질이 좋지 않다. 

시청은 위키사진으로 대체 ㅠㅠ 흑흑. 여행 중 이렇게 허술하게 다닌적 없었는데 이날 유난히 정신이 멍했다.

 

Image source: Wikimedia

우표박물관 외관.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 있다.

관람시간 10am-5pm

1,2층은 우표박물관이고 3층은 앞에 있는 미술관의 별관처럼 사용 중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세계는 편지로 소통했다. 그래서 우표가 발전할 수 밖에 없고 디자인 또한 아름답고 희귀할수록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는데, 이를 이용해 리히텐슈타인은 1912년부터 독자적인 우표발행에 박차를 가해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만들었다. 현대의 5G 데이터 비용을 독점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당시 사용되었던 우표들과 주고받았던 실제 편지와 그 봉투들까지 다 보관되어 있다. 특히 유명인의 서신이라든지, 몇 개 남지않은 특별제작된 우표들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Image source: joydellavita.com

우표 제도의 발달사, 배달 방법 등 다양한 자료들이 즐비하다.

 

Image source: joydellavita.com

 

 

으음 이제... 파두츠 성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돌아가볼까.. 

파두츠 Stadtle 슈테틀 거리에서 Schloss Vaduz라고 써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된다. 성안은 볼 수 없지만 그 앞에서 내려다보는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풍경이 아름답다. 

 

그냥 누구 집 뒷길로 가는 듯한? 느낌.

 

이때 이 길이 맞나싶었지만 일단 올라가는거니까 그냥 무작정 올라갔다.

 

카메라가 없어서 오히려 더 좋았던 등산길. 눈으로 많이 담았다. 이 1시간 가량의 등산/하산동안 눈에 알프스를 찍어내며 느낀 감정은 아직도 오묘하다. 풍경이 좋았다기보다는 '오묘했다'가 맞는 것 같다. 멜랑꼴리에서 오는 특이한 행복감이나 죽음과 동일한 자유에 던져진 것 같은 해방감이 있다.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 리히텐슈타인, 파두츠의 역사, 정치, 문화 등을 설명하는 판넬들이 있다.

 

생각보다 좁다. 사람이 없고 을씨년하니 영화 '반헬싱'이 떠오른다. ;;; 

 

이제 꽤 올라왔다. 20분 정도 경과.

 

원래 날씨가 좋으면 이렇답니다 (친구가 찍은 사진 참조)

 

파두츠 여행 사이트에서 참조. ㅎㅎ 실제론 엄청 밝고 아름답다. 그냥 내가 방문한 날이 춥고 어두운 날이었을 뿐. 하지만 그 느낌이 더 좋았다. 이런 화창한 하늘과 녹지, 유럽의 지붕은 너무 자주, 많이 봐왔기 때문에 감흥이 오히려 없었을 것이다.

벌써 해가 지려나... 태양이 건너편 산 뒤로 숨을 수록 그 산의 윤곽은 점점 어두워지며 더욱 또렷해진다.

 

30분만에 성 도착. 공작 요한 아담스 1세가 이 지역을 구입 후 14세기에 건축한 성이다. 현재는 이 곳의 공작인 한스 아담 2세가 거주 중.

무려 130개의 방이 있다는데 몇 군데라도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ㅠㅠ

 

아무도 없으니 그냥 혼자 핸폰 셀카. 힘들게 왔어서 그냥 흔적 남김.

 

Visit Vaduz에서 따온 이미지. 카메라로 찍으면 더욱 아름답게 담을 수는 있다. ㅎ

 

이제 점등되는 것을 보니 저녁이 되었군. 깜깜해지기 전에 내려가야한다. (등산길에 불빛 1도 없음!)

 

이쁘긴한데 사진이 아쉽다. ㅠ

 

그래도 흐릿한 사진도 매우 굿굿. 이 날의 감정을 오히려 더 잘 나타낸 것 같다. 흐릿하게 부유하며 존재를 아주 찰나의 순간에만 내보이는 잡을 수 없는 진선미같은 풍경이었다.

 

이제 해가 넘어가는데. 대지는 완전 깜깜한데 의외로 하늘이 너무 밝다.

 

완전 깜깜한 길을 내려오느라 진땀을 빼고 다시 아무도 없는 파두츠 시내를 걷는다. 버스는 어디에 있노?

 

지나가는데 왠 횡재? 대학원에서 너무 좋아해서 설계수업 2번이나 들었던 교수의 프로젝트가 여기있네? 언제 여기와서 이걸 만들고 갔지? ㅎㅎ 나중에 그 분과 나눌 이야깃거리 하나 득템.

 

버스 발견~! 그러나 11번 버스가 아니었고, 이 버스는 나를 허황벌판에 내려주고 자기는 집에 가야한다며 떠났다.

정말 아~~무도 없는 곳에서 11번 버스가 과연 오긴 올까. 하며 기다린 1시간. 불빛이 걸어서 30분 가야 있을 곳에 보여서 그냥 버스를 기다렸는데, 다행히 왔다. ㅠㅠ 흑흑 다음엔 좀 준비해서 오던가 1박해야지. * 이 지역 가시는 분들은 낮에 관광하고 밤엔 호텔에서 휴식하시던가, 밤 되기전에 스위스로 돌아가세요 ㅎㅎ 

 

늦게 공항에 도착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침 첫 비행기로 복귀해야한다.

 

그냥 적당히 아무데서나 노숙. 익숙해서 그다지 힘들지도 않음.

오히려 공항에서 씻고, 마실 물도 많고, 먹을 것 종류대로 다 나오는 벤딩머신있어서 재밌게 놀았다.

 

아침 6:50. to Amswerdam~!

 

암스테르담 도착!! 출근길 ㅎㅎ 아 놔. 비행기 놓치는 바람에 결국 이 날 오전 반차를 내야했다 ㅠ

 

암스테르담 중앙역. 출퇴근보다는 스키폴 공항 이용시 90%는 이곳에서 출도착했다. 미국에 살면 공항가는게 생각보다 너무 힘든데,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15분만에 공항갈 수 있는 엄청난 이점이 그립기도 하다. 특히나 암스테르담이 공항접근이 쉽고 유럽의 크고작은 도시로 직항이 잘 연결되어있어 1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유럽전체와 북아프리카, 소아시아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참고로 도쿄역이 이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벤치마킹해서 설계되었고, 그걸 또 벤치마킹해서 지어진 것이 (구) 서울역이다.

그래서 이 앞에 지날때마다 서울 생각이 자주 들었나 싶다.

 

완전 시골에서 길잃고 헤메다 비행기 놓쳐 밤새고... 힘겹게 집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암스테르담 운하 옆에 살던 시절. 오래되진 않았는데 그 사이에 벌써 사는곳이 5번 바뀌었더니 오래된 느낌이다.

이 역마살은 언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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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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