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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주말여행 - 바젤 바이엘러 미술관 Beyeler Museum & 취리히 Zurich 걷기 (3/6)

Brett D.H. Lee 2022. 2.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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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스위스 주말여행 - 바젤 현대미술관 Museum für Gegenwartskuns & St. Alban 운하 (2/6)

 

늦은 오후, 바젤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서둘러 바이엘러 미술관으로 향한다.

 

바이엘러 미술관 도착!

육중한 붉은 반암으로 이루어진 울타리(?)

 

잠시 미술관의 전체적인 플랜을 보고 들어가자. 입면도와 평면도가 함께 있는데 색으로 어디 말하는지 알도록 끄적댐. 바이엘러 미술관 입구임을 알리는 저 견고해보이는 외벽이 빨간 선이고 입구가 그 중간쯤 트램 내리는 위치에 있다. 들어서면 미술관 (청녹색이 전시실, 시안색은 오피스, 화장실, 뮤지엄샵 등)이 왼편으로 살짝 내리막길이다. 오른편 평원(?)으로 뮤지엄 레스토랑(주황)이 꽤 커다란 맨션같은 건물에 자리한다. 그 너머로는 넓은 들판과 산이 펼쳐진다.   

정원인지 평원인지 애매모호하게 넓고 날것의 미술관 대지위에 엘즈워스 켈리 Ellsworth Kelly의 White Curves, 2021 조각과 

 

칼더의 작품 The Tree, 1966 이 놓여있다. 

 

이제 그럼 미술관 입구로...

 

뉴욕 모마, 시카고 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서도 선보였던 눈사람이 여기에도 있다. 자코메티 이후 최고의 스위스 작가라고 평을 받고있는 피터 피슐리 Peter Fischli와 데이비드 바이스 David Weiss의 Snowman (2016)이다. 냉동고 박스안에 실제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눈사람이지만 이 눈사람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그러나 바깥 환경과 관계없이 존재한다. 극도의 단순함과 기술적 복잡성의 결합을 상징하며 실패할 운명의 시스템을 통해 기존 위계질서와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90년에도 두 작가는 독일 뢰머 브뤼크 자브뤼켄의 화력발전소 바로 앞에 이 눈사람을 설치하여, 화력으로 발전한 에너지로 인해 냉동고에 갇힌 이 눈사람이 지속되는 역설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참고로 197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난 두 작가는 이후 바이스가 세상을 떠난 2012년까지 함께 작품을 만들어왔고, 현재는 피슐리가 홀로서기 중이다.  

 

 

티켓은 내부로 들어가기 전 따로 이렇게 오피스가 있다. 평소엔 줄이 매우 길어서 저렇게 해놓았는데 오늘은 해도 저물어가고 고요하다.

입장료는 성인 25 스위스 프랑 (= 약 33,000원), 25세 이하/국제학생증/미술관 멤버, ICOM, 구겐하임 아트패스 소시자 등 (무료)

스위스 기차 3일권에서 포함된 Swiss Museum Pass를 이 미술관에선 받지 않는다. ㅠㅠ

 

- 관람시간 -
Monday to Sunday 10–18 
Wednesday 10–20 
365 days a year (incl. public holidays)

 

- 주소 -

Baselstrasse 101, CH-4125 Riehen/Basel
Phone +41 61 645 97 00

 

렌조 피아노스럽다. 라는 생각이 딱 보자마자 들었다. 특히 시그니처같은 저 루프. 

이 날은 해가 들어쳐서인지 내부가 하나도 안보이게 블라인드를 완전히 내려놓아서 렌조가 여기서 보여준 건축 특징이 덜 나타나서 아쉬웠다. 확 열어버리고 싶네 ㅋㅋ  조각이나 직사광선을 쬐도 상관없는 전시를 할 때에는 아래처럼 완전히 개방해 놓는다.

 

www.worldartfoundations.com

각종 설명회나 디스커션이 미술관을 배경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잔디밭의 내리막에 앉을 수 있도록 석재로 심플하게 마감하였다.

www.worldartfoundations.com

앞에 있는 수공간이 미술관 내부로 들어차기도 하고 유리를 통해 중간공간이 나오기도 하며 불투명한 블라인드를 내려서 견고한 매싱감을 주기도 한다.

 

스스륵. 안으로 들어와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 찍으면 안되는 것인지, 기획전때문인지는 몰라도 직원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했다. 그런데 '나는 건축가라서 작품을 찍는 것이 아니라 공간만 멀리서 찍겠다. 작품을 고화질로 찍지않는다.'라고 둘러대자 신기하게도 다들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으로 내용이 전달된 것인지 내가 어느 전시실에서건 촬영해도 가만두었다. 그래서 다른 관람객들이 '쟤는 왜 찍어도 되냐'는 소리를 주욱~ 들었다... -_-;;;  어쨋든 덕분에 꽤 괜찮은 내부사진 건져서 기분은 좋아짐. 천장+천창+지붕의 합창이 매우 좋다. 은은히 공간의 모든 곳에 난반사를 시켜 그림자가 거의 없다. 그래서 진정한 화이트 큐브이자 시공간이 정지된 듯한, 미술만을 향유하는 장소가 된다.

 

고요한 자코메티와 모네의 전시실. '침묵 속에 삼라만상이 있고, 공동이지만 가득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여기에 적용되나보다.

 

바이엘러에서 가장 좋았던 자코메티의 방.

 

또 눈에 띄었던 몬드리안과 브란쿠시의 방.

 

Source: Arup

유명 건축가들의 설계를 실현화시키는 엔지니어들. 그 중 Arup은 탑클래스이고 렌조와 오랜 인연을 맺고있다. 이 미술관에서는 구조 설계, 지붕 상세 설계, 서비스 엔지니어닐, 에너지 분석 및 자연광 설계 등을 담당하였다. 지붕은 경사진 불투명 유리로 된 태양광 차단막 opaque glass sun shading, 평평한 프릿 이중글래스 fritted & flat double-glazed glass roof, 자동 루버 operable louver, 그리고 실내의 천장을 구성하는 미세천공판 perforated metal으로 이루어져있다. 자연광을 적절히 차단과 투과시키며 난반사시켜 실내에 은은한 채광과 적절한 온도유지가 된다. 건축주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원하던 것을 위해 Arup은 유럽의 다른 전시실보다 약 2배높은 4%의 일광목표계수를 권장하고 각종 음영테스트를 하였다.

 

지붕 단면도.

 

 미술관 입구 쪽 수공간 위로 기술적 합창이 뚜렷히 드러나는 지붕 캔틸레버

 

붉은 화성암의 종류인 Red Porphyry에서 평행하게 달리는 유리창 storefront system이 이 '겨울정원'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일종의 열 완충공간 (쉽게 말하면 한국 아파트의 베란다 공간처럼).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불투명한 붉은 사암의 텍스쳐와 바깥공간으로 뻩어가는 투명한 유리창이 질주한다. 아래층에는 작은 영상 전시실이 있었다. 다시 전시실로 들어가 반대편으로 가본다.

 

여기에 앉아서 멍때리기. 해가 산 아래로 넘어갈 듯 한데 하늘은 계속 파랗다.

 

그냥 넓은 들판.

 

봄에 오면 이렇게 꽃이 만발하려나? 미술관 웹사이트에서 너무 아름다운 사진을 올려서 조경에 기대를 너무했나보다. 

 

나머지 전시도 계속 관람 중. 기분 좋게 거닐 수 있는.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

'카더라'통신에 의하면 독일계 미국인이자 복음주의 운동가였던 프란시스 쉐퍼 Francis A. Schaeffer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은 고갱이 자살하려고 시도하기 직전에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 대하여 쓴 것이라 주장하며 "온 곳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며, 갈 곳도 없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 전시실엔 사람이 꽤 많다 (기획전이라)

 

뮤지엄 샵. 뭐라도 사볼려고 했는데, 으음. 소박하게 엽서와 연필을 또 구매했다.

 

고갱의 포스터는 구매할만큼 나에겐 매력이 없어서 패스.

 

너무 좋았어서 다시 앉아보려고 온 복도 ㅎㅎ

점등이 되니 더 운치가 있다. 오히려 들판에서 건물을 바라다 보면 참 이쁘게 빛나겠다 싶다.

 

뮤지엄 레스토랑은 사람도 너무 많고 가격이 살인적이라... 주린배를 움켜잡고 다시 바젤시내로 돌아왔다. 친구가 여기서 따뜻하게 국물먹는게 어때?라고 해서 생각없이 스르륵 몸이 알아서 들어갔다.

 

스위스에서 먹는 일본식 라멘이라니 ㅎㅎ 자칫 잘못하면 육수 비린내가 심할 수 있는 라멘이라 걱정했는데 유럽인 입맛에 맞추었는지 오히려 맵지않은 산뜻한 해물탕처럼 시원했다. 맥주는 덤.

 

이제 숙소로 돌아가 뒤늦게 합류한 동료를 만난다. 중앙역을 다시 관통해서 YMCA호스텔로. 

벌써 9시반이구나. 하루종일 걷고 미술관 2개 관람하니 끝이나네.

 

일찍 취침하기는 커녕 셋이 뭉치자마자 바로 신나서 술집으로 달려갔다 ^^;;;

괜찮은데 찾다보니 이런 고요하고 음침해보이는(?) 텅 빈길의 speakeasy로 향했다.

 

가정집 혹 그냥 빈 상점같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또 뒤로 한참 들어간다.

이게 speakeasy의 맛이지 (speakeasy는 과거 미국의 금주령시절에 어떻게든 숨어서 음주하려 했던 사람들의 욕망의 산물인데, 단어 그대로 '쉬쉬하며 소문나지 않게 말하다'처럼 은밀한 바bar이다. 현재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특별하고 트렌디한' 술집의 아이콘이 되며 오히려 각광받는다. 미국에서의 문화가 역으로 유럽에 돌아온 꼴. 실제 길거리에서 알기 쉽게 들어가는 곳보다 입구가 어딘지도 모르게, 들어가도 뭔지도 모르게 꼭꼭 숨겨놓은 장소들이 아무래도 '우리만의 아지트'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하여 우리 셋은 맥주를 들이키며 다음 날 취리히와 테르메 발스 일정을 잠시 잊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여행의 설렘은 호텔이던 호스텔이던 조식을 먹는 순간부터 또 시작된다. 오늘은 또 뭘 해볼까.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그런 설렘. 인생이란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그런 느낌이다.  

5성급 호텔의 아침식사는 오히려 부담스럽다. 아침이라 많이 먹고 즐길 것도 아닌데, 뭐하러... 어차피 거기서도 오믈렛에 커피, 빵, 과일... 정도만 먹을텐데.  딱 이 정도가 좋다.

 

호스텔이라 오믈렛은 없지만 ㅎㅎ 평소 집에서도 먹는 아침 모양새.

저 치즈는 정말 굳굳.

 

조금 늦게일어나는 바람에 꾸역꾸역 입에 아침을 밀어넣고 재빠르게 출발!

 

굿바이 바젤. 이제 취리히로 떠난다.

 

기차에서 너무 수다떨고 멍때리고를 반복하다보니 사진이 없다. ㅎㅎ 바깥 풍경을 눈에만 담아두었다.

 

사뭇 설국열차의 유치원이 떠오른 놀이방 칸.  가족단위의 여행객을 위한 곳이다. 아예 이렇게 한 칸을 통째로 놀이동산을 해주다니, 역시 여유가 남다른 스위스의 재력과 자신감.

우째 취리히가는 도중에 찍은 풍경이 하필 원자력발전소 앞이래;;; 유럽에 원래 원자력 발전소가 많았는데 지금 거의 다 폐쇠했다고 들었다. 아마 몇 개 남지않은 곳 중에 하나인 듯. 그런데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스위스하면 떠오르는 청량감 넘치는 이미지가 아닌 진짜 현실이라서.

 

취리히 도착. 어우 여기 생각보다 회색도시네? 라고 생각함. 

 

취리히 역. 스위스에서 바젤과 함께 가장 붐비는 교통의 요충지로 공항 또한 두 도시가 가장 바쁘다.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가 마구 혼용되는 국경도시 바젤이나 프랑스어가 많이 쓰이지만 각종 국제기구 때문에 다양한 언어가 들리는 제네바와는 다르게 이 곳은 확실히 독일어만 들린다. 스위스에서 가장 많이쓰이는 언어는 독일어 (중부, 북부, 동부는 거의 독어권). 유럽에서 비엔나와 함께 종종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가진 도시로 손꼽히는 취리히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그저 테르메 발스 온천으로 가는 전초기지로 방문한 것이라 힘을 빼고 오전에 커피 한잔 및 산책을 하고 떠날 예정이다.

 

스위스의 대표 조각가 장 팅겔리 Jean Tinguely의 부인이자 본인도 유명 작가였던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작품이 맞이해주는 취리히. 특유의 색감과 그래픽 퀄리티때문에 한 번 알게되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취리히 중앙역.

 

물안개가 내려앉은건지. 그냥 대기가 흐리흐리한 것인지... 슬슬 걸어본다.

어쩌다 보니 취리히 걷기 부분은 4편에 살짝만 넣고 바로 스파로 고고...

 

 

스위스 주말여행 - 테르메 발스 Thermae Vals.  초월적 시공간 속에서의 휴식 (4/6)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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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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