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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마라케시에서 만난 이브 생로랑 Marrakech and Yves Saint Laurent (24+1)

Brett D.H. Lee 2021. 2.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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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마라케시 Marrakech (24/24)에서 연결...

 

[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마라케시 Marrakech (24/24)

이번 포스팅은 24번째 원래 마지막 회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여행 15일차 넘어서야 마지막 행선지인 마라케시로 오게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마라케시 2번째 날의 오후까지 일정을 올린 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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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여행 16일차. 계획이 늦어지는 바람에 17일째 되는 날이 되서야 암스테르담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2021년,  서울과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 곧 LA로 이사를 합니다. 저의 LA 뉴스/생활기는 여행기 말고 About에 현재 저의 상황으로 올리고 , 북미여행기를 미 동부, 서부, 남부, 캐나다 온타리오, 퀘벡,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

 

 

마라케시 시장을 둘러보고 택시를 타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입생로랑의 별장이자 현재 박물관 Yves Saint Laurent Museum 및 마조렐가든 Jardin Majorelle로 입장! 줄 대기시간이 무려 1시간 가까이나 있었다. 거의 대부분 유럽인들, 특히 프랑스어가 귀에 90퍼센트는 들렸다.  동양인은 아주 간혹 한두명 있었다.  신기하게도 2015년 즈음해서 남미와 중동지역 여행할 때 계속해서 나에게 사진같이 찍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는 이쪽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동아시아인이 그렇게 신기한 것인가? 종종 한국에서  배우나 가수냐고 묻더라... K-Pop, K-drama희 힘이 이 정도였던가.

 

티켓은 정원 입장은 70디르함, 저택건물은 30디르함해서 총 100디르함이고 한화로 약 12000원 정도이다. 근데 들어가면 막상 다 열려있어서 왜 굳이 따로해놓은건지;;; 처음부터 티켓 하나로 해도 될듯했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생각보다 대문은 작더라. 머리를 빳빳히 들고가면 머리카락이 닿을 듯 하다. 신비주의인가. 저 좁은문 너머로 놀라운 색채의 세계가 열린다니.

 

입구로 들어서면 이렇게 분수대가 있고 그 뒤로 바로 그 유명한 마조렐 가든이 시작된다. 건조한 사막기후의 마라케시에 대나무가 저렇게 많이 심어져 있을 줄이야. 깜짝놀랐다. 그리고 화분들이 모두 스스로 빛을 발광하듯 엄청난 채도를 지녔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본다.

 

마조렐 가든은 프랑스에서 건너온 예술가이자 조경가인 자크 마조렐 Jacques Majorelle (1886-1962) 이 설계하였다. 1923시작한 조경설치는 무려 40여년이나 걸려 1950년대 후반에 완료되었다. 원래는 마조렐과 그의 아내가 지내는 장소였는데 1950년대에 이혼을 하면서 빈집이 되었다. 1980년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로랑 Yves Saint Laurent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 Pierre Berges가 함께 구매하였다. (참고로 입생로랑은 하도 패션업계에서 그렇게 말을 해서인지 몰라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쓰는 중이다. 하지만 국어표기법에 따르면 이브 생로랑이 맞는 표기이다).

 

마조렐은 물론 이브 생로랑도 모로코 지역의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삶의 현장에 매료되어 이 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조렐이 정원을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다듬으면서 애착을 가져왔는데 그 중에 탄생한 것이 바로 마조렐블루 Majorelle Blue이다. 마조렐은 오리엔탈리즘에 푹 빠진 작가이기도 했는데 모로코의 다양한 계열의 푸른빛 도시, 하늘, 바다에 매료되어 이 푸른색을 연구하였다. **필자의 24편의 포스팅을 보면 알다시피 모로코는 파란색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마조렐은 파란 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코발트 블루를 조금 더 깊게 조정한 색으로 정원과 집을 채색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이 것을 '마조렐 블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참고로 그가 사망하기 전 이 색은 아예 특허를 받아냈고 지금도 마조렐 블루는 고유한 색으로 인정된다. 

 

이브 생로랑의 블루를 향한 애정 또한 유명하다.  위에 사진에서도 보듯 각 색상에서도 가장 채도가 높은 것으로 선택하여 배치하였다. 머리서 이 집을 추상화하여 바라본다면 마치 원색 물감이 집 여기저기 뿌려진 모양일 것이다. 그의 패션 작품들을 보면 정말 화려한 원색 계통의 스펙트럼이 많다.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립스틱의 빨간색, 주황색, 핑크색 등을 정말 다양하게도 만들어 냈다. (지금보면 놀라워보이지 않겠지만 그가 1980년대부터 만든 립스틱 색채의 수는 타브랜드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한다). 이브 생로랑의 립스틱과 틴트는 남자인 필자도 하도 많이 들어봐서  자세히 알게되었다. 미국의 화장품 편집샵인 세포라 Sephora나 울타뷰타 Ulta Beauty에 가면 YSL립스팁이 줄지어 있는 것을 매번 보아왔다. 아래에 그 유명한(?) YSL 립스틱 시리즈와 시그니처적인 블루 클러치백,  그리고 초창기에 많이 사용되었던 파란색 베일과 몬드리안의 회화를 차용한 드레스.

 

Image Source: Yves Saint Laurent

 

이브 생로랑은 사후 본인의 유골을 이곳에 뿌리라고 유언했다. 정원 한 켠에 그의 메모리얼이 이렇게 놓여있다. 어찌보면 유골이 흩뿌려진 그 자리에 관광객이 드나드는 것이 조금은 꺼림칙했다. 한 분야와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인물, 그것도 프랑스의 한 백인이 한 줌의 재가 되서 이 아프리카 대륙에 뿌려지고,그리고 그 개인의 장소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이 다 드나들 수 있다니. 어쨋든 이렇게 고인의 육신이 뿌려진 곳에서 잠시 묵념을 할 수 있는 것도 좋긴했다. 그나저나 이 핑크색 마라케시 석재위에 유럽식 기둥 일부분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뒤로는 마치 식물원처럼 싱그런 녹색이 가득한 것이 ... 초현실적이었다. 온 세계의 장소와 시간이 마구 뒤섞인, 혹 다 모여있는 알레프같은 장소이다. 이 곳에서는 세상의 모나드가 있는 것일까. 

 

저택치곤 엄청난 규모의 정원이지만 그렇다고 지도를 들고 찾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한 바퀴 빙 둘러보고 원점으로 돌아오니 반대편으로 또 하나의 큰 원이 있는 것을 알았다. 저쪽이 집이 있는 곳이군... 대나무가 너무 많아서 일본이나 중국 정원같기도 했다 (실제로 마조렐을 중국과 일본의 정원을 많이 차용하였다). 흑. 한국의 정원도 아름다운데... 이제라도 K-Gardening도 알려야겠다. 국내 조경인들 모두 화이팅 (혹시 독자분 중에 있다면)

 

마치 마그마를 풀어놓은듯이 빨갛게 불타고있는(?) 바닥. 반질반질해서 더욱 높은 채도가 광을 내고있다. 옆으로는 계속해서 마조렐 블루의 향연. 저 항아리/화분 하나 가지고 싶네. (실제로 비슷하게 판매하는 것이 있는데 너무 비싸다. 저 염료와 마라케시 점토로 제데로 만든 "진품" 중 큰 것은 500만원 이상. 차라리 클라인 블루 Klein Blue 책상하나를 작품으로서 구매하는 것이 나을 듯).

 

어쨋든 계속 걷다보니 저택의 모습이 나타난다. 커다란 선인장이 마치 수문장처럼 입구로 향하는 다리를 지키고 있다. 참고로 정원에 물이 가득있다. 도보길 옆으로는 다 물길이다.

 

집 앞 도착 ㅎㅎ 이게 말로만 듣던 마조렐 블루로 채색된 집이구나. 문과 캐노피 또한 너무 아름답다. 저렇게 옅고 부드러운 에메랄드 색은 간만에 본다. 나중에 설계하면서 색을 강하게 쓸 경우가 생긴다면 꼭 한번 이런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누구 집 지으실 분 있으신가요... 저 건축가인데...)

 

집 옆으로는 역시 다양한 조경공간이 있다. 각종 화분과 수경공간이다.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창문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다.

 

저런 창문. 이 뷰 하나만해도 여기서의 삶이 얼마나 로맨틱했을지, 또 풍요로움을 느꼈을지 상상이 간다. 

 

내 얼굴이 나오기 싫은 경우를 대비하여 주로 나의 분신으로 여행 때 매고다닌 가방을 대신 찍는다. 의자도 같은 에메랄드 색상이다. 블루와 에메랄드는 깨끗한 바다라면 볼 수 있듯이 천연 자연의 색 조합이다. 나의 안구가 정화되는 것 같다. (근데 계속 사진이 파릇파릇해서 이제 눈이 부시다...)

걸터앉아서 집 앞의 커다란 분수를 바라본다. 물이 페리에처럼 청량감이 가득하다.

 

그리고 집 한 켠에는 그가 패션업계에 있으면서 매년 제작했던 각종 포스터들이 전시되어있다.

 

가운데 사진에는 이 저택에서 찍은 그의 모습이 있다. 포스터가 부드러우면서도 명쾌하다.

 

그리고 이건 뮤지엄 샵. 너무 비싸서 .... 살 수는 없었다는. 대신 눈으로 보고 배운 것으로 나중에 꼭 디자인하면서 차용해봐야지 했다.

 

다시 집에서 나가는 길. 해가 한쪽으로 기울며 그림자를 만들어내는데, 실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루종일 이 집에 앉아서 시간에 따라 바뀌는 명암만 쳐다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정리된 다른 쪽 정원과는 다르게 여긴 커다랗고 가시돋친 선인장과 알로에가 이렇게 러프하게 놓여있다.  마치 미국 애리조나, 뉴멕시코에서 보았던 주택의 뒷뜰 같기도 하다.

 

슬렁슬렁 나가는 길.

 

다시 입구 앞으로 나왔다.

 

이제 여기서 걸어서 마라케시 중앙역을 거쳐 호텔로 걸어가볼까 한다. 지도 없이. 나는 여행다닐 때 핸드폰은 물론 어떠한 인터넷 연결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카메라만 들고 있다. 어딜가든 여행 시작 전에 지도를 미리 출력하여 모든 지역을 외운 후, 빈 종이에 다 그려본다. 그렇게 20년을 하다보니 어느새 세계지도와 다녀간 나라의 대략적 지형과 마을/도시의 지역만큼은 지도를 빈 종이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쓸데없는 취미인가하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건축과 도시디자인을 하면서 오히려 큰 도움이 되고있다. 일단 공간지각력 자체가 좋아지는 것 같다. 독자님들도 한 번 해보시길...

 

그런데 오늘은 조금 문제가 생겼다. 이브 생로랑 저택에서 호텔로 가는 부분은 택시탈거라고 외우질 않았다 ㅠㅠ 또 스마트폰을 반대하는 나로서는 이때 유럽에 1년 정도 거주한다고 2G폰만 가지고 있었다. 막상 택시타지 않고 걷다보니 계속 엉뚱한 길로 들어서며 온갖 고난(?)을 겪기 시작 ㅎㅎㅎ

 

그래도 호텔근처까지는 해 위치봐가며 대략 남서쪽을 향하면 된다... 하면서 마라케시 중앙역과 쇼핑센터로 도착!

 

16일전 도착했었던 마라케시 중앙역. 내일 여기서 다시 새벽기차타고 카사블랑카 공항으로 향한다.

 

쫄랑쫄랑 걸어서 주거지역의 한 플리마켓도 들러보고 (여기서 스카프 1개 장만하였다. 단돈 5천원인데 완전 질감좋고 문양도 뛰어난 것으로)

 

주거지역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다. 특이하게 공룡 모형들이 놀이터에 있다. 오아... 공룡을 타고 노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을 지경. 서울이나 뉴욕이나 놀이터가 구실만 대충 갖추고 아이들이 실제 재밌게 뛰놀수 있는 공간확보는 되지 않아서 아쉬운데, 여긴 놀이터가 평으로 치면 200평은 족히 넘는다. 공원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계속 이렇다.

 

그렇게 공원만 지나면 호텔이 나오겠거니하고 외우지 않은 길로 걸었다. 그런데 공원이 아주커서 방향 한번 틀어지자 한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사막에서 0.5도만 틀어져도 큰일나는 것처럼.

 

그래서 이런 황무지를 맞딱드리며 살짝 당황했다. 1시간 정도 다시 길 방향을 찾아서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그래도 오지여행을 하도 많이 해왔어서 그다지 무섭거나 하진 않았다. 걷다보면 어딘가 갈테고, 정 힘들면 도움청하면 되는 것이다.  덕분에 오만가지 이상한 동네는 다 돌아댕겼다.

 

이브 생로랑 저택을 나오고 딱 2시간반 지나서 호텔로 복귀. ㅎㅎ 불쌍한 내 두다리는 주인 잘못만나서 또 고생을 했다. 

이 호텔은 3.5성급인데 로비도 크고 방도 적당하고 뷰는 물론 좋고. 무엇보다 자마엘프나 광장까지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위치라서 추천한다. 5성급에서 굳이 머무르는 것이 필요치 않다면 이 호텔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아랍식 전통주택양식으로 설계된 호텔도 있는데 대부분 엄청 비싸거나 아니면 싸구려 민박으로 극명히 나뉜다. 나는 이 호텔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건물이 철저히 모더니즘에 의거하여 지어졌고 마라케시 핑크 석재/흙이 아름다워서이다.

여기 조식은 그냥 무난하다. 실은 조식은 빵, 커피, 주스, 과일, 계란... 이정도면 된 것아닌가? 그런데 모로코 호텔들은 2성급이어도 빵하나는 기가막히게 맛 좋다. 주스도 다 착즙주스이고.^^

 

호텔에서 샤워 후, 잠시 아틀라스 산맥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희끗희꼿 보이는 산이 너무 아름답다.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다시 자마엘프나 광장에서 보내기로 결정하고 출발 준비~ 다음 포스팅이  모로코 여정의 마지막이다. (이제껏 다녀온 100개의 나라 중 제데로 연재한 것은 모로코가 처음인데 그 다음은 필자가 거주했었고 마음 속으론 고향이라 부르는 8개의 도시 중 하나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준으로 베네룩스 3국을 연재해볼까 한다.)

 

[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마라케시 Marrakech (마지막화)에서 계속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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