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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에사우이라에서 마라케시로 Marrakech (23/24)

Brett 2021. 2.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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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에사우이라 3번째 Essaouira (22/24)에서 계속.

에사우이라는 그야말로 내겐 휴식이었다. 3일 중 하루 절반은 아예 카메라를 거의 들지 않고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길거리 공연을 들으며 카페에 앉아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있어봤다. (지난 3번의 에사우이라 사진을 보면 아마 그렇게 가만히 있어도 될 것 같음을 알게 된다).

 

오늘은 드디어 여행 15일차, 이미 원래 여정이었던 15일이 지나버렸다. 아틀라스에서 차가 멈추는 바람에 반나절 지연되고, 에사우이라에서는 하루를 더 지내게 되고, 사하라 사막에도 1박 더 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마라케시 Marrakech로 향한다. 아마 모로코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마 마라케시의 야시장 아닐까.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신밧드의 도전 등의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그 시장의 풍경은 중동 어느 지역보다 더욱 압도적이다. 실제로 모로코부터 이집트까지, 아랍에미리트, 터키, 레바논 등의 시장을 주욱 둘러보니 마라케시만큼 '화려하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곳이 잘 없다. 시장의 면적, 크기 등도 중요하겠지만 첫눈에 보이는 풍경, 그 브랜딩파워는 마라케시가 월등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오늘 아침은 에사우이라에서 혼자 골목을 누비며 현지인들이 눈을 떠서 빵을 사러 나오고, 모닝커피를 홀짝이며 앉아있는 모습, 아침에도 늘어져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찾았다.

 

이 해변에서 혼자 3일 뒹굴기.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아랍어, 베르베르어 등이 혼용되는 멋진 곳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저 중에서 3개 국어는 하는 듯하다.  덕분에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연습은 실컷 할 수 있었다.

 

아침에 다시 시장 쪽으로 향하는 길.

 

아침의 에사우이라 골목. 한적하다. 빵가게나 미용실, 카페를 제외하곤 다들 문을 열지 않았다.

 

아침에 이발 중이신 한 아저씨. 카메라로 찍자 나를 쳐다보며 웃어주신다. 손을 흔들어주니 같이 손을 흔들어주셨다. 다른 도시에선 카메라 들이밀면 화냈었는데 여긴 외지인에게도 여유 있게 대한다.

 

브런치 파는 한 가게. 이런데서 식사를 현지인도 하나? 궁금했는데 저 두 분 다 동네사람이다. 아. 여긴 그래도 관광객만 오는 식당은 아니구나.

 

그 주변에는 이런 빵가게가 있다. 마치 80년대에 머무른 듯한 디스플레이. 나는 가끔 80년대 한국의 '주공아파트'에 있던 상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편인데 (아마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새겨진 상가의 모습이 그랬어서...) 이런 '구멍가게'같은 정제되지 않았지만 정겨운 모습이 묘하게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오전 4시간 정도는 그냥 산책하듯 거닐고 빵사먹고 커피마시고...

글 읽는 독자분들도 이 포스팅을 볼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보아도 될 것 같다. 우린 게으를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혼자 부두를 거닐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약간 무섭게(?) 젤라바입으신 분이 스물스물 다가온다. 그저 바다를 찍은 평범한 사진이 저분의 존재로 인해 의미가 생겼다.

 

고양이는 여기저기 이렇게 늘어져있고

 

지난 2개의 포스팅에도 올렸었던 그 방파제이다. 광장 한편에 위치한 이 곳은 여전히 사람들이 바다 감상하기엔 최적의 장소가 된다. 

그렇게 에사우이라에서의 마지막 오전은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갈매기, 고양이, 눈을 비비며 커피마시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헤어졌다. 이제 마라케시로...

 

에사우이라에서 마라케시로 오는 3시간 정도의 버스에서 곯아떨어졌다. 눈을 뜨니 16일 전에 모로코의 첫날밤을 보냈던 그 호텔에 다시 와있더라. 그리고 왠지 집에 온 것 같은 나의 호텔 방. 16일 전의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마치 1년은 생활하다가 다시 마라케시로 온 것 같다. (글 쓰는 지금 시점에서도 24화로 나누다 보니 1달 넘게 모로코 여행글을 조금씩 쓰고 있어서, 시간여행을 하는 듯. 육체가 어디에 있던 정신이 그곳에 연결이 되면 곧 여행이 된다.)

 

창밖으로 쿠투비아 사원 Koutoubia Mosque가 마치 숲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 미나레트 Minaret (모스크에서 '타워'인 부분) 는 77미터의 높이로 자마엘프나 Jemaa el-Fna (시장광장)에서도 훤히 다 보인다. 오늘은 그냥 야시장 구경만 하러가면서 스쳐가는 걸로... (내일 마라케시 유적을 둘러볼 계획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 다들 호텔에서 휴식하다가 노을이 질 무렵 다시 길을 걷는다.

 

쿠투비아 사원 앞에 있는 공원. 시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길을 건너면 마치 숲이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라지며 그 끝에 자마엘프나 시장이 보인다. 사람은...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다. 저 안에 들어가는 순간 어깨와 어깨가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등장했던 자마엘프나에 도착! 물론 여기서 물건사는 것은 좋지 못하다. 워낙에 관광객이 많기에 점점 호객꾼만 늘어났고 가격은 모두 비싼 편이다. 혹시나 여기서 기념품이라도 구매한다면 처음 부른 가격의 절반으로 흥정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주거지역의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을 추천하며 여기서는 야시장에서 파는 각종 먹거리를 먹는 것이 그 핵심이다. 먹을 것이 너무 많고 저렴하다. 먹는 것만큼은 현지인들도 여기에 온다고 한다.

 

빽빽한 사람숲 사이로 길거리 공연이 진행되고 (실은 지금 여기서 누가 공연하는 사람인지 분간이 안됨;;;)

 

시장 깊숙이 들어오면 또 미로가 펼쳐진다. 좁고 꼬불꼬불한 길은 마치 신경이나 혈관처럼 엄청 복잡하고, 마치 림프절처럼 요런 pod 작은 square형태의 중정이 계속 있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물건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하나의 패턴, 혹 풍경으로만 보였다. 구매욕구나 자세히 들여다볼 욕구는 거의 제로가 된다. 넓은 대지의 지평선을 즐기는 것에서 나무 한그루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듯이 그저 멍하게 이 공간을 보게된다.

 

그렇게 내 친구와 둘이서 2시간가량 미로 속을 헤매다가 어느새 고요한 주거지역까지 와버렸다. 어찌 나가는 것인가.. 아무리 이젠 큰 길가나 광장 쪽으로 나가려 애를 써도 도무지 나갈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핑크핑크한 마라케시 특유의 핑크 회반석 건물은 초록색과 묘하게 어울린다. 마라케시는 핑크와 초록이다. 에사우이라, 셰프샤우엔은 블루와 화이트, 페즈는 골드, 메크네스는 브라운, 카사블랑카는 청록과 화이트 등. 나에겐 각각 도시를 컬러로 추상화한다면 이렇게 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나온 자마엘프나. 길을 잃었지만 다행히 인간에겐 청각이란 기능이 첨부되어 있다. 시끄러운 곳을 향해 계속 걷다 보니까 이렇게 광장으로 다시 나오게 되었다.

 

이제 슬슬 야시장에 등불이 켜지며 본격적인 먹방쇼가 시작되는 것을 알린다. 첫날이라 그냥 정신없이 서서 먹고 하느라 사진이 남진 않았는데, 내일은 그룹으로 나와서 제대로... 다시;;

 

여전히 진행중인 각종 길거리 공연 및 게임.

 

광장이 불타듯이 연기를 모락모락내는 것이 자마엘프나의 진풍경.

 

이제 저 멀리 달이 빛을 뿜어낸다. 

 

그리고 화르르르륵. 연기가 활활.

 

친구가 야시장에서 먹는 것은 내일하고 오늘은 레스토랑 가자고 해서 일단 근처 루프탑으로 향했다. 야시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 ㅠㅠ 내일은 저기 야시장 한복판에 있는 루프탑에 갈 예정이다. 그 규모가 아직 잘 느껴지지 않는데, 사진 오른쪽으로 2배 정도 되는 양의 시장이 더 있다.

 

아이고 오늘은 피곤해. 아직 이틀간 마라케시에 있으니까 투어 사진은 내일 다시~ 

모로코는 스페인과 비슷하게 저녁식사도 엄청 늦게 하고 (밤10시쯤) 잠도 새벽 4시는 돼야 자는 것 같다. 온통 시끌시끌! 다른 중동 나라들과는 대조적이다. 해만 떨어지면 대부분 쥐죽은 듯 고요했던 카이로나 튀니스, 두바이와는 다르게 여긴 바르셀로나 한복판 같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중. 16일 전에 마라케시 기차역에서 밤중에 혼자 걸어서 호텔까지 걸었던 데자뷰가.. ㅎㅎ

호텔이름은 Grand Hotel Imilchil. 1박에 약 7만원대인데 아마 지금은 10만원 가까이 될 것이다. 마라케시 유적은 다 걸어갈 거리에 위치해서 3성급정도로 만족할 여행객이면 적절한 호텔이다. 방도 넓고, 뷰도 위에 올렸다시피 꽤 좋다. 아침에 눈을 떠서 아틀라스 산맥뒤로 떠오르는 일출의 모습은 매우 수려하다. (그 다음 포스팅에)

 

들어와서 잠을 자기전에 또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아랍어 방송을 보는 중. 오늘은 마스터셰프같은 프로였다. 가만 들으니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반반이었다. 대충 아는 프랑스어 실력 동원해서 최대한 알아듣기 노력 중;;;

 

다음 포스팅에서는 마라케시 유적과 한국에도 엄청 유명한 디자이너 및 브랜드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의 저택으로 향한다. 특히 유럽인이 마라케시를 찾는 큰 이유 중하나가 이 이브 생 로랑의 집을 보기위해서이다.

 

[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마라케시 Marrakech (24/24)에서 계속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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