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 아틀라스 고원 (18/24)에서 계속.
아틀라스 고원지대에서도 가장 복잡하게 길이 나있다는 구간을 지나서 이제 대서양 해안을 향해 달려간다. 까딱하다간 절벽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좁고 굽은 길을 계속 지나니까 차 탑승때문이 아니라 그 아찔한 고소공포증의 긴장으로 인해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나 뿐만 아니라 일행이 대부분 힘들어해서 중간에 작은 마을에 도달했을 때 구경하고 잠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물론 약국도 가야했다.
핑크, 노랑, 초록이 굉장히 조화롭다는 것을 매번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를 갈 때마다 느낀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빨강, 노랑, 초록이 들어간 국기가 대부분 이 두 대륙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역사적 배경과 상징성은 아예 따로 대륙별 국기 편으로 돌아오는 것이 낫겠다.
딱히 "안전히" 먹을 거리가 안 보여서 결국 또 까르푸 Carrefour에 들어왔다. 카사블랑카와 라바트 편에서도 올렸듯이 프랑스의 먹거리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기에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가 여기엔 참 많이도 있다. 한국에서는 망해서 나갔지만 (한국의 터줏대감 대기업들이 드세긴 드센가보다)
여기 Le Boulanger 섹션에서 각종 곡물 빵을 사고 그 다음 유제품을 찾으러 갔는데 깜짝 놀랬다.
정말 숨막히는 진열대. 실은 이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북미나 유럽의 대형마트가면이렇게 빽빽한 제품의 향연을 늘 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은 통에 들은 요거트가 저렇게 형형색색으로 가득하니 찍으면서 와 지구의 사람들같다.. 라고 즉각 반응을 했다. 다양한 인종의 전시장. 자본주의 체제아래에서 제품처럼 팔리는 사람들, 본인을 홍보, 즉 팔려는 사람들. 그리고 유통기한이 다 되기전 (잘 팔리는 나이와 경력대)에 소모가 되어야만 하는 것. 바코드찍힌 음식을 혐오하지만 먹고 사는 나. 등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항상 떠나지 않는다. 어쨋든 일상의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여행을 많이해도 낯선것은 그저 이상하게 보거나, 익숙한 것만 찾으며 그 익숙한 것에서도 낯선 것을 찾아 창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 불가한 사람도 있더라. 어쨋든 이 광경앞에서 나는 나머지 일행이 먹을 것 다 사들고 나갈 동안 한참을 멍 때리며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중이었다. 그리고 너무 안 나오니까 친구 하나가 너 거기서 뭐하냐며 부르기 전까지 나는 머리속에서 각종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 세상에서 나는 뭘 해야하나 고민을 했다.
갑자기 비교가 하고 싶었다. 사진의 해석은 각자 알아서... 댓글로 의견을 써주세요^^
대형마트의 비닐과 함께 바코드 찍혀서 제공되는 과일과 길거리 판자촌의 사람들이 텃밭에서 일구어낸 과일들
넓은 평지에서 각종 인프라를 통해 제공되는 대형마트 제품과 아틀라스 거주자들이 여기저기서 만든 공산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산 중턱의 마트.
자 이제 마을 건너 이 넓은 땅을 보면서 점심식사.
기껏 평론가 행세하며 바코드찍힌 음식 싫다 어쩐다 해놓고 이렇게 점심을 때우는 나는 위선자인가. 그런데 당장 그 마을에서 먹을 것 파는데가 여기밖에 없기에 살 수 밖에 없다. 아까 위에 찍은 판자촌을 다시 가려니 차를 돌려 20분은 가야했고 약국도 가야했기에 일단은 이렇게 먹기로. 실제로 도시에서 살면 어쩔 수가 없다. 대기업이 제공하는 무언가를 계속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주말 장터에 나가서 개개인이 가지고 나온 싱싱한 것들을 사두고 그 다음 주말이 되기 전에 소비하는 것 또한 우리 모두 해봐야 하는 것 같다 (적어도 그런 장이 열리는 곳에 산다면... 뉴욕에선 whole foods대신 그냥 지방의 farmers market을 애용하는 편이다. 최대한 바코드가 찍히지 않은 야채와 과일, 고기를 먹고 싶다.)
먹다가 햄을 하나 떨어뜨렸는데, 즉시 어디선가 새끼고양이가 출현하여 잽싸게 낚아채간다. 귀여워서 그저 쳐다만 보았다.
식사를 마친(?) 고양이. 너무 작아서 새끼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어른(?)이었네 ㅎㅎ
간단히 햄 샌드위치와 요거트로 점심을 때운 후 대서양 해변을 기대하며 빠르게 달린다. 지나가며 이런 가건물들을 보고... 다 빈 건물이랬다.
색을 어찌 이렇게 잘 사용할까. 핑크빛 벽에 녹색 문. 내가 미적쾌감을 꽤 강하게 느끼는 색 조합이다. 샤갈이나 클레의 몇 작품 중에 사람얼굴이 녹색이고 배경의 핑크인 것이 있었다. 작품명은 기억 안나는데 그 이미지는 머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흑. 볼때마다 가여운 노새. (왜 슬픈지는 10, 11편 미델트.를 참고)
많이 내려왔다. 조금만 더!
그러고 20~30분 내가 잠이 들었다. 덜컹덜컹거려서 깨어나니 어느새 마라케시를 지나고 평지이다. 야자수가 드디어 나오고...
도심에 낙타가 혼자서 왔다갔다... 마라케시에서 차와 함께 하는 낙타가 참 재밌었다. 마치 인도에서 소와 자동차가 한데 섞이는 것처럼. 차를 타고 가다가 좌회전을 하려는데 앞에 소가 좌회전 받으려고 대기하더라.
나뭇잎 몇개 따먹고 유유히 갈길을 가버리는 쿨한 낙타. 어디로 가는거지? 주인이 있는 집을 알아서 가는건가? 마치 동네 아주머니가 장보고 집에 가는 것 같다 ㅋㅋ (저기 파란색 표지판에 실제로 낙타가 "휴식"하도록 두는 공간인 것을 보여준다).
에사우이라 근교에 위치한 아르간 오일 공장으로 향했다.
흐읍. 들어서니 온갖 아르간 제품의 향이 진동을 한다. 평소에도 향수를 좋아하지 않았어서 들어가니 머리가 지끈했다. 아. 향수를 좋아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파는 스토어의 진한 향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마치 세상 모든 음식을 다 버무려놓고 내 입으로 때려넣는 폭행같다. 후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정말 고급진 향수가게에 가면 정말 절제된 몇 가지 향이 아주 희미하게 공기 중으로 퍼져나온다. 어쨋든 너무 어지러워서 나는 서둘러 생산라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관광상품이 된 것 같아 미안했지만 기록을 위해 몇 장 남겼다. 앞에서는 젊은 판매원이 열심히 어떻게 뭐로 만들고 등을 설명했다. 아르간 오일이 한 때 한국에서도 미용에 좋다고 광풍이 불었다고 들었다. 여기서 맛도 보고, 얼굴에 발라보고 하면서 나도 얼떨결에 3개 만원.같은 세트를 하나 구입해서 잘 쓰기는 했다.
열심히 아르간 콩에서 오일을 짜내고 찌꺼기를 분리하는 작업 중인 직원들.
갈아낸 콩을 빨래짜듯 계속 치대면 초콜렛 덩어리같은, 혹 메주같은 것이 나오고, 국물(?)은 따로 또 끓여서 제품을 만든다. 콩의 종류에 따라서 색이 다르다. 앞에 흰색에 가까운 것도 한 덩어리 놓여있다. 그런데 굉장히 특이한게 왜 여기서 만든것이 USDA Organic인증이 되야하지? 미국에 엄청 납품하나보다 싶었다. 아주머니 뒤에 붙은 3가지 로고가 있는데, 왼쪽부터 첫번째는 Maroc이라고 된 것을 보니 모로코 자체 인증서인데. 나머지 두개는 건축과 친환경 전문 LEED AP인 나도 아는 것이다. USDA야 누구나 다 알테고, EcoCert는 유럽에 베이스를 두고 80여개국에서 친환경 및 웰빙제품 인증을 해주는 기관이다. 뭐 제품이 다 인증되면 좋지하면서도 왠지 이 사진에 나오는 모로코에서 일단 몇천원 겨우 될까말까한 이 아주머니와 함께 저 국제적 기관의 인증이 함께 찍히니 씁쓸한 면이 있다. 이 아주머니도 결국 우리에게 소모되는 제품인 것인가. 이번 여행은 왜이리 숨막힐까. 다른 나라에서는 별 생각없이 마구 즐겼었는데 유난히 내가 숨막히게 힘들어 했던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모로코이고 그 작은 마을에서 만난 서민들이다. (실은 유럽도 대부분 여행아닌 고행을 했어서.. 구독자분들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인생 힘들게 사나 싶을 것 같지만, 나는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사람인지라... 괜찮습니다. 라고 답변하겠다)
아르간 제품 시식 시간. 올리브 오일과 거의 같은 원리. 그리고 잼도 만들 수 있다.
노랑, 빨강, 검정 색으로 각기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다. 맛 자체가 복숭아, 딸기, 초콜렛 이렇게 다른 것이 아니라 와인의 풍미가 다르듯이 미묘한 차이만을 가진다.
그리고 일행이 가장 궁금해했던 각종 미용제품들. 다들 찍어 바르고 손에 비비고, 세면하고 또 바르고. 난리... 나도 부모님을 위해 머드팩같이 쓸 수 있는 것을 샀다.
오일 공장 앞으로는 이런 허황벌판이 있고.
그 뒤로는 저멀리 대성양과 에사우이라가 보인다! 와. 진짜 30분이면 갈 거리가 되었다.
유난히 유럽인이 많은 이 곳은 북아프리카 연안에서 유명한 해변이다. 특히 지중해가 아니라 대서양을 바라보는 곳 중에서 유럽에서 가장 가깝고도 프랑스 식민시절 휴양으로 발달이 되었기 때문. (카사블랑카는 금융도시라 해변에서 놀거리가 딱히 없다, 백사장도 없고)
어쨋든 여기서는 2박3일의 일정으로 힘들었던 두 발을 쉬게 해줄 예정이다.
[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에사우이라 Essaouira 에서 계속 (20/24)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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