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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아이트벤하두 Aït Benhaddou (17/24)

Brett D.H. Lee 2021. 2.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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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를 3편 나누어 올리고, 미술 포스팅에서는 박현주 회화적오브제, 김시현 보자기작가 두 분을 소개하느라 지난 1주일이 빨리 지나가버렸네요. 이제  모로코 여행기를 앞으로 휘리릭 마무리 짓고 다른 대륙의 나라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보고 싶은 나라 추천해주세요. *

없으면 그냥 네덜란드, 벨기에를 기점으로 유럽 조금 돌다가 남미로 가겠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모로코 여행 15일 - 아이트벤하두에서의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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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토드라 협곡 Todra Gorge 에서 맞이한 후 1월 1일 첫날부터 아틀라스 산맥넘어 아이트벤하두로 향한다. 쭉 뻗을 길의 끝에는 만년설의 아틀라스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운전수 아저씨의 친척집에도 들러서 브런치(?) 티타임을 잠시 가지며 형형색색의 벽을 가진 모로코의 전통 '점토건축'의 저택 구경도 하였고. (참고로 이 지방엔 점토로 건물을 지어서 마치 어릴 적 지점토로 만들었던 정육면체들의 느낌이 건물의 스케일에서도 그대로 느껴져서 재미나다. 저런 핑크빛 벽을 언젠가 나의 건축작업에도 써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마구 생긴다.

 

 

점심시간 조금 지나서 도착한 아이트벤하두 Aït Benhaddou.

 

 

글래디에이터 Gladiator,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 소돔과 고모라 Sodom and Gomorrah, 오이디푸스 렉스 Oedipus Rex, 나자렛의 예수 Jesus of Nazareth, 미이라 The Mummy, 킹덤오브헤븐 Kingdom of Heaven,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이 사진에서 그 영화의 장면들이 느껴지는가.  마치 지금이라도 저 성벽을 향해 적군이 몰려 갈 것 같기도 하고, 왕좌의 게임의 데너리스나 산사가 칼을 들고 무언가를 외칠 것 같다. 또 도시 모습 자체가 고전 명화의 한 장면 같아서 영화 세트장으로 성장한 도시 같기도 하다. 이 곳을 크사르 Ksar라고 하는데 뜻은 요새화 된 도시를 말한다. 무려 11세기부터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 이 도시는 대서양, 이베리아 반도, 사하라, 사하라 이남지역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상 많은 카라반 (아랍 상인단)들이 지나가기도 하고, 때론 외세의 침략이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로코 지역의 전통 건축방식 중 하나인 점토 건축으로 점점 요새화 되었고 현재의 모습처럼 도시 전체가 대지가 솟아오른 듯한 형상을 가지게 된다. 크사르 Ksar 아이트벤하두는 모로코 점토 건축의 전형적인 예시를 보여주며 1987년 이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Ksar는 종종 Kasbah와 함께 '성채', '성곽'으로 번역되어 여러 포스팅에 오역되어 있다. 굳이 따지자면 Kasbah가 성에서도 '요새'에 가까운 뜻을 가진 단어이며 High Atlas지역을 포함한 남부 모로코에서는 마치 커다란 성처럼 보이는 '부유층의 성채', '별장'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에 반해 Ksar는 주로 공동체 군락을 이룬 세대 단위 가구의 건축물인데 Kasbah처럼 '부유층'이란 뜻을 내포하진 않는다. 즉, 크사르는 흙을 높게 쌓아 올려 지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사하라 인들의 전통 주거지를 말한다. 이에 반해 Kasbah는 지역별로 각종 석재가 다양하게 쓰이므로 재료의 뜻이 딱히 포함은 되지 않고 형태와 기능적 면에서 규정된다. 어쨋든 Ksar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네 귀퉁이마다 망루를 세워 보강한 방어벽 안에 밀집해 있다. 방어벽 안쪽으로는 지그재그 모양의 거리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부분 소박하지만  흙벽돌로 치장한 높은 망루덕에 전체적 모습은 카스바의 것과 비슷하다. 

 

 

잠시 지식을 취하였으니 이제 다시 여행자의 눈으로 고고!! ^^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바로 아이트벤하두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건너편 언덕으로 올라갔다. 아침에는 토드라 협곡 정상에 오르고, 점심에는 또 이 언덕으로 내달렸다. 노을이 질 무렵 사진에 보이는 저 아이트벤하두의 정상에 또 올랐다. 하루 종일 다리가 주인을 잘못만나 고생 중.

 

이 언덕에도 이렇게 망루들이 꽤 있다. 마침 어떤 노부부가 나른한 오후를 이 언덕에서 이야기를 하며 보낸다. 내가 이 그늘에 30분을 넘게 앉아있었는데 그 시간 내내 손을 잡고 뽀뽀도 해가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노부부를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흐뭇했다.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찌보면 길어야 100년인 시한부적 인생을 사랑으로 채워나갔기에 저렇게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싶다.  치열한 도시의, 혹 '선진국'의 사람들은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만 가득한 것 같다. 어디까지가 맞는 답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매일 스스로 자문해야하는 부분이다. 

 

아이트 벤하두 전체적인 모습. 마치 건설 중 중단된 바벨탑을 연상시킨다. 점점 회오리치며 위로 계속 지어질 것 같은...

 

그 옆으로는 이렇게 탁 트인 뷰. 노을이 진 풍경을 아래에 올리겠지만, 저 언덕지대는 정말 파도 출렁이듯 작은 언덕의 군집이다. 그림자가 지면 온통 울퉁불퉁한 채색된 표면으로 가득하여 굉장히 아름답다.

 

이제 아이트벤하두 크사르Ksar로 들어가기 위해 가까이 근접한 마을로 이동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다시 출발.

아니 호텔도 크사르의 주택처럼 4개의 건물 모서리에 망루가 있다. 그 중 아이트벤하두를 바라보는 2곳을 방으로 개조하여 나름의 "옥탑방"겸 "펜트하우스"가 완성되었다. 나는 꼭 이 방에 머물고 싶었는데, 내 속마음을 어찌알았는지 이미 친구로서 온갖이야기 다 나눈 가이드가 "Brett은 이 방을 원할거 같아서, 이 방은 특별히 너에게 줄게"라고 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아래쪽 방이나 중정을 바라보는 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신경써줘서 더 고맙다. 호텔 창밖으로 저 도시를 밤에도 아침에도 바라보았다.

 

혼자 고요히있기에 딱 좋다. 창문이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이 곳의 건물들은 창을 크게 할 수가 없다. 다 점토라서 옆으로 길게 했다가는 그대로 무너질 터. 크기를 키울려면 차라리 좁고 길게 세로로 해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트벤하두의 망루나 공격/방어용 창호는 다 세로로 쭉쭉 찢어진 형태이다. 건축은 곧 그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실재료, 기후, 등 모든 생태적 요소를 담아낸다.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 잠시 뷰를 즐기는데 어느 집에서 불이 난듯이 연기가 활활. 무슨일인가 물었더니 밥하고 청소하면 워낙 건조해서 저렇게 수증기가 날리는 모래먼지때문에 더 잘 보인댄다. 집에 불 붙은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이트벤하두. 이 근방에는 3층에 위치한 나의 옥탑방, 아니 펜트하우스보다 더 높은 건물이 종교시설의 좁은 탑 하나빼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거 너무 호사를 누리는거 아닌가 싶다.

 

이제 마을길을 따라 30분정도 아이트벤하두로 걷기.

 

아이트벤하두는 마치 서울의 여의도처럼 협곡의 물줄기가 감싸고 있다. 천혜의 요새인 것이다. 고대부터 근대까지도 물이 불어서 완전하게 섬으로 변신하면 외적이 쳐들어가기 굉장히 까다로운 곳이었다. 물이 줄어도 질퍽대는 늪으로 되기 때문에 이 도시에서 화살과 돌을 퍼부으면 진입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이 철골구조 다리 하나로 입장가능하다.

 

역시 만만찮은 입구까지 "기어올라가기" 이미 아침부터 울퉁불퉁한 언덕을 3만보는 걸은터라 다들 발에 감각이 없었다. 호텔/현재 마을 쪽에서 바라보는 아이트벤하두는 이런 바위언덕 뿐이다. 이제 곧 노을질 것같아 어서 빨리 반대편의 모습을 다시 보자고 재촉 중.

 

마을 초입. Ksar Ait Ben Haddou라는 유네스코 팻말이 있다. 각종 금지행위를 설명해주며 유적의 보존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현재 실거주자는 거의 없다. 오로지 이 관광업을 위해 사는 10개정도의 가구만 있고 대부분은 도시로 빠져나가거나, 바로 내가 묶고있는 호텔이 있는 마을로 이주하였다. 

 

전형적인 순도 100%의 점토건축. 미델트 편 (10, 11편) 에서도 사진을 올렸는데, 마치 대지가 위로 쑥 올라와서 건축물이 된 형태이다. 땅과 건물의 이음매가 부드럽게 연결된다. 걷다보면 내가 인공물에 있는건지 자연물에 있는건지 헷갈리게 되며 진짜 건축이란, 사람이 만든 것이란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된다. 

 

아이트벤하두의 크사르는 이 지역의 다른 크사르와 비교했을 때 구성과 소재 측면에서 건축물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일단 건축물이 가장 잘 보존되었고, 점토 재료는 기후 조건에 가장 적절하며, 자연 및 당시 사회환경과 조화를 이루었다. 현재 마을 저지대의 대형 주택들과 잘 보존된 장식들은 정기적으로 유지 보수되고 있다.  여기서 지키는 철저한 원칙은 항상 흙과 목재만 건축 자재로 쓰며, 시멘트나 현대의 기술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재를 금속 자재로 대체하지 않도록 골목으로 난 문과 창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는 위법행위 감시 위원회(omité de contrôle des infractions (CERKAS)의 지속적인 감시 덕분이다. 물론 이것을 한국의 그린벨트처럼 개발 못하게 막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하더라. 역사적 가치로 인하여 보존하는 것이랑 비교를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 분명 진흙탕 말싸움이 되니까. 그런데 또 한편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제 편리함과 생존보장성을 위해 모로코의 대도시로 다 이주해버리면 여기는 그저 죽은 유적이 되는 것인가. 이 곳에 남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 것인가. 진정 중세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시간에 따라 생명이 다하는 것처럼 사회도 살고 죽고 다시 회생하고 한다. 소위 선진국에서 부르는 "제 3세계"의 나라를 많이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누구에 의해 죽었는지 의문이 든다. 너무 정치적인 발언인가. (참고로 필자는 아무 정치적, 종교적 견해가 1도 없는 어린 노마드입니다. 각종 현상에 의거한 건축, 예술적 담론만을 원합니다. 공격은 말아주세요^^)

 

크사르 언덕위에 다 올라서 아까 지나온 아랫쪽 주택을 내려다 본 모습.

 

아이트벤하두 크사르와 현재 주민들이 대부분 옮겨서 사는 곳을 연결하는 다리. 두 도시는 그래도 같은 점토건축으로 지어져서 색감이 비슷하다. 특히 저물어가는 태양속에서는 붉은 흙 특유의 핑크빛으로 야자수의 녹색과 조화를 이룬다. 푸른 하늘아래 녹지와 핑크/오렌지빛 건축, 그리고 그 곳에서 생산되는 오렌지와 각종 녹색채소류, 올리브. 어찌보면 도시에서 보는 각종 인공색이나, 먹어대는 인공적 음식보다는 이런 천지인의 원리가 이미 인간을 위해 부여해준 색의 조화를 섭취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는 우리 모두 다 장님이 되는 것 같다. 오가닉 샵에서 굳이 뭐 따져가며 먹는 것도 좋겠다만 "선진화"된 대도시에서는 어디까지가 진짜 오가닉이고 인공물인지 굉장히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에는 바코드가 있더라... 그래서 인간도 바코드밖힌 제품 취급하는건가.

 

이제 맨 꼭대기의 망루로...

 

제일 위로 올라오니 시야가 확실히 넓어지긴한다. 저 멀리서 적이 오는지 아닌지 한눈에 알수 있겠다.

 

저 두 사람은 다른 아랍국가에서 온 여행자였다. 

이제 우리 일행과 함께 노을을 이곳에 앉아서 감상하기로 한다.

 

크사르 아이트벤하두 (왼쪽아래)와 건너편의 새로 생긴 같은 모양의 마을 (오른쪽)

 

1월 1일의 첫 일몰이다.

 

더욱 붉어진 대지. 아이트벤하두 근방은 온통 이런 언덕의 지형이다. 사하라 사막의 사구처럼 올록볼록 대지가 엠보싱되어있다.  그래서 저 안으로 들어가면 미로처럼 길 잃기도 쉽다고 한다. 방향이 워낙 헷갈리기도 하고 높이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 각각 언덕이 평균 아파트 10층정도의 높이인데, 그 간격은 도로로 치면 2차선정도. 좁고 높다. 아이트벤하두로 침략하려면 이런 지형을 피해 몇 개 안되는 능선으로 들어와야하니 정말 이 곳은 자연 자체가 요새의 역할을 한다.

 

어두워지면 정말 손전등없이는 다닐 수 없기에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서둘러 다리를 건너 마을로 나온다. 그새 물이 많아진건가? 아까 낮보다는 물이 훨 높아진듯... 바다도 아닌 협곡인데 밀물 썰물이 있나? 그나저나 은빛 쟁반같은 둥근달은 역시 좋다. 

 

잠시 숙소에서 휴식하며 창밖을 바라본다. 아이트벤하두의 정면쪽은 아무것도 못 짓게하여 그 쪽에서 본 풍경은 아까 낮에서 본 것이고, 이 뒷편, 호텔쪽에서는 그 언덕의 모습과 오른쪽으로 삐쭉 나온 크사르의 입구 부분이 보인다. 마치 케이크 위에 초 하나가 꽂혀있듯이 홀로 서있는 꼭대기의 망루가 눈에 띈다.

 

잠시 씻고 나오는 10여분 만에 칠흑같은 밤이 되었다. 도시의 야간빛 공해가 없는 이곳은 이 호텔의 주변만 아주 작게 빛날 뿐 하늘이 정말 새카맣다. 건너편 아이트벤하두는 검정색위에 검정색 펜으로 그린 형상처럼 희미하게 보일락말락 한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고고! 그리고 어이없는 1월 1일의 생일파티를 맞이한다.^^

 

 

[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아틀라스 고원 High Atlas (18/24)에서 계속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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