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산책 중인 노마드

Art, Architecture, Travel & Life

여행 Travel/아프리카 Africa

[Travel] 모로코 여행 15일 - 아틀라스 고원 High Atlas (18/24)

Brett D.H. Lee 2021. 2. 10. 12:00
728x90

지난 포스팅 [Travel] 모로코 15일 여행 - 아이트벤하두 Aït Benhaddou (17/24)의 연장선으로 대서양 해변의 휴양도시 에사우이라 Essaouira 까지 가는 길에서의 일을 올려본다. 모로코는 생각보다 더욱 큰 나라이기에 로드트립에서 만나는 각종 작은 마을의 이야기가 마라케시나 카사블랑카같은 유명 여행지의 이야기 만큼 다채롭고 재미있다. 실은 그 마을들의 이야기가 곧 실제 서민들의 역사이고 이 블로그를 읽는 구독자들의 역사와 같은 맥락을 가진다. 커다란 역사의 흐름은 결국 누군가 위에서 획을 그어 규정해버리지만 실은 매일의 일상을 유지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를 이룬 것이다. 그래서 정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버려진 것 같은 마을의 모습을 보며 깨닫고 다시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필자의 세네갈이나 말라위 등 여러 곳에 micro-financing으로 기부를 몇 차례 하는 것의 시작이 바로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것같지만, 이제껏 올린 모로코 여행기의 앞 부분에도 지속적으로 고민을 올린 것을 읽어오신 구독자라면 동감할 것이다.

 

어쨋든 다시 아이트벤하두에서의 여정을 적어본다.

 

아이트벤하두의 평범한 길거리. 혼자 하도 이런 길을 헤메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점심먹고 들어간 이 작은 마을에서 서너시간 침묵하며 걸었다. 울퉁불퉁하고 오르락 내리락 계단이 많아서 저녁먹을 쯤에는 어느새 양말과 발이 물집을 통해 하나가 되어 있었다. 떼어내느라 아프... 지는 않았다. 왠만한 여행에서 나의 몸에는 물집이나 아픔이 동반되기에 생각보다 고통에 익숙해졌다. 인도에서 육체적 고통을 수행으로 삼는 것이 있듯이 어쩌다보니 나 또한 그런 수행을 모든 여행에서 하는 것같다. 어느순간 느낀 것이 아무리 유럽의 멋진 도시를 웃으며 돌아다녀도 항상 심연에는 고행의 자세가 있게된다. 그 이유는 2021년인 지금도 찾는 중...

 

크사르에서 나와서 꽤 오래 걸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는 호텔까지도 40분은 걷는다. 사막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메마른 곳은 밤이 되면 영하에 가까워지며 매우 춥다. 마을 여인이 별로 두껍지도 않은 옷을 입고, 아이를 업고 묵묵히 걷는다. 거의 나란히 호텔까지 걷게 되었다.

 

호텔 내부. 어제 토드라협곡에서처럼 외국인을 위한 시설에는 작더라도 수영장이 꼭 있었다. 추워서 물론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저 물을 차라리 밖에 마을 사람들이 쓰도록 했으면하고 "겨울인데 수영장에 물을 왜 채워놓나요? 유지하는데 비싸지 않나요?"라고 호텔 지배인에게 물었다. 그러니 그는 "간혹 사용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또는 미관상 수경공간이 있는 것이 좋아요"라고 답하였다. 뭐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어서 그렇게 넘어갔다.

 

저녁식사 시간! 민트티와 화로에서 구운 빵이 먼저 나왔다. 10~12화 쯤에 올려놓은 민트티와 디저트에 관한 팁을 올렸는데, 요약하자면 모로코는 물론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이 민트티를 받기 전에 꼭 "설탕은 없는 것으로 주세요." 해야한다. 안 그러면 설탕을 마시는건지 티를 마시는건지 알 수 없는 달콤한 액체가 나온다. 설탕이 아예 없는 것은 또 민트 특유의 역한 풀냄새때문에 먹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설탕량을 조절하도록 사이드에 각설탕을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아예 없이도 이제 잘 마시는 편. 익숙해지면 저 민트잎도 씹어먹을 기세.^^

 

역시 또 나온 타진요리. 촉촉한 쿠스쿠스위로푹 삶아진 야채와 렌팅콩소스가 있다.

 

이것은 약간 그라탕처럼 켜켜이 쌓은 곡물류와 치즈, 감자, 닭고기, 올리브, 당근 등이 있다. 어찌보면 프랑스와 모로코 음식이 혼합된 듯하다. - 실제로 French Moroccan이라는 정식 장르가 있다. 워낙 오랫동안 혼합이 잘 되어서일까.

 

 

그러고 그날 저녁의 하이라이트라고 갑자기 불 끄더니 나의 생일케이크가 나왔다!! 그리고 워낙에 갑자기 어디서 밴드가 직접와서 음악 연주해대고 춤추자고 다들 일어나고.. 정말 난리부르스라서 2시간 정도 무아지경으로 춤추고 노래부르며 술마시다보니 사진이나 영상 기록은 전혀없다. 아마 내 친구 중에 기록한 애가 있긴할텐데 사진 좀 보내라고 해야겠다. 어쨋든 난데없이 1월 1일에는 한국사람들 1살 더 먹는다는 괴소문(?)에 의하여 나는 강제로 생일인듯 생일아닌 생일같은 생일을 보내게 되었다. 다들 어제 새해맞이로 늦게 잠들은데가 오늘 언덕을 3개나 오르내려서 피곤에 찌들은 상태로 쥐죽은듯이 밥만 먹다가 갑자기 음악과 술에 의해 신나서 팔짝팔짝!!! 정말 디오니소스의 강림이라고 할까. 어디선가 엄청난 생명력이 불어들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  여기서부터의 사진들은 광적인 요소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보다시피 케잌도 내가 불을 끄자마자 바로 섭취(?)해버리며 남은 조각은 LEE 내 성이 한 조각과 30세를 맞이한 것을 축하한다는 초의 잔해. 너무 모두가 빠르게 케잌과 술을 마시며 음악에 자아도취되는 것은 조금.... 많이 충격을 주었다. 생일이 그렇게 좋은가 ^^ ㅋㅋㅋ 피곤했는데도 한 명도 빠짐없이 무려 2시간을 나를 에워싸고 춤을 추었다. 이런 격한!!! 생일축하는 20년넘게 해외 각지에서 생일 보내면서 처음 받는 환대(?)였다. - 거기에 진짜 생일도 아닌데;;;

 

그리고 희한한 모로코 전통음악에 몸을 맡긴 채 모두 둠칫둠칫.

 

따라해보라고 모로코식 율동을 알려주는 가이드 (이제는 친구)

 

그리고 정신 하나도 없이 각자 무아지경

 

누가 내 카메라로 대신 마구 찍은 듯한 사진들. 나도 모르는 새에 이렇게 카메라에 담겨있더라. 찍으려면 좀 제데로 찍지;;; 그러나 나는 이 어그러진 사진들이 너무나 좋다. 재현하는 사진이 아니라 그 당시 약간은 광적이었던 분위기와 역동성이 제데로 표현된 사진이 아닌가 싶다. 아마 찍는 친구녀석도 제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광란의 밤이 어찌끝난건지도 모른채 아침이 밝았다. 나의 '옥탑방'에서 눈을 떴다. 벽에 훌렁훌렁 벗어놓은 삼원색의 스카프가 눈에 들어온다. 어쩌다보니 저렇게... 

 

굿모닝!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창문밖에선 어제 만났던 아이트벤하두가 다시 인사를 건넨다. 아침 7시반쯤이었다. 막 해가 밝게 동쪽에서 빛나는 시간이다.

 

아침 식사하러 내려오니 어제 만났던 이 곳 직원들이 티를 마시고 있다. 1월 2일인지라, 다들 늦잠을 자는데 나는 조식을 많이 먹는 편이라 ㅋㅋ 일찍부터 내려와서 아침을 찾는다.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봐주며 식사를 바로 내어온다. 

 

내가 묶었던 호텔. LaRose Sable. 서비스와 방의 퀄리티가 매우 훌륭했다. 만약 간다면 레퍼런스를 꼭 받아가면 더욱 큰 혜택이 있을것이다. (언제 모로코의 아이트벤하두 간다면 문의해주세요~)

호텔 주변으로 그냥 걷다가 이쁜 벽 발견.

 

오늘은 조식 후 바로 대서양을 향해 달려가야해서 다들 옷입고 빨리 내려옴. 조식은 나 혼자 배터지게 먹었다...

다들 그냥 집어올만한 음식만 집어서 차에 탑승.

 

또 다시 시작된 아틀라스 고원 지나기. 이제 끝내자~ 대서양으로 가서 해변을 간만에 보고싶다.

 

오늘 지나는 길이 가장 높은 고원 중 하나랬다. 올라가는데 계속 귀가 멍해지며 그 높이를 체감했다.

 

높고 복잡한 능선때문에 길이 정말 난리였다. 180도로 돌아가는 커브를 1시간 넘게 계속 하다보니 멀미를 평소 하지않는 나도 어지럽기 시작했다. 저 사진의 길 3개는 평행해보인다, 즉 모든 길이 계속 180도 커브로 올라가야하는 초고난이도 코스이다. 옆으로는 바로 낭떠러지... 해발 2000미터 넘는데서 이러고 있다.

올라가다가 계속 중간에 내려서 멀미 심한 친구를 다독이며 가는 중. 나는 올라왔던 길을 조금씩 찍어보는 중.

이제 큰 원을 그리며 저 쪽에 보이는 가게로 향한다. 마치 공중에서 낙하한 듯이 있는 건물들. 아니... 여기 직원은 도데체 출퇴근을 어찌하지? 아니면 저기에 산다면 물자조달은 어찌하지? 온갖 궁금증이 폭발한다.

 

올라와보니 이렇게 아틀라스 산맥을 배경삼아 제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있다. 가게 인테리어, 아니 익스티리어 exterior design이 매우 수려하네. ^^ 흥정끝에 작은 타진 2개를 원래 불렀던 가격의 절반으로 구매했다. 지금 뉴욕에 있는 나의 집에서 브런치 먹을 때 잼이나 버터같은 것을 담는 그릇으로 자주 애용한다.

 

그리고 옆에서는 오렌지착즙을 바로바로 해서 내준다. 아니 이 꾸불꾸불한 산길의 중간, 즉 앞으로가나 뒤로가나 1시간은 걸리는 곳에 신선한 오렌지를 계속 가지고 올라와서 판매중이라니. 역시 장사하려면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한다. 덕분에 이 고지대에서 갈증이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비타민이 풍부한 오렌지 주스를 대부분 사먹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니까 그냥 도심에 있는 가게같다 - 사진은 역시 그 프레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대상을 왜곡한다. 

이 산등성이를 조금 더 가다보니 이렇게 앞으로 고꾸라질듯한 절벽 너머로 엄청난 채도의 산이 나타난다. 누렇던 바위 산이 끝이나고 다시 여행 처음에 보았던 붉은 대지가 나타난다. 저 멀리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이 보이는가? 이게 그만큼 높고 또 바다에 가까운 것이다. 내려가는 내내 저 수평선을 보일 때 마다 쳐다보았다. 신비했다. 지구의 둥그스름한 지평/수평선을 이 고지대에서 계속 내려다보며, 그 선이 육안으로도 보이는 파도의 세밀한 선들로 쪼개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던 것이다. 이래서 예전 사람들의 시력이 지금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좋았던 것일까. 차로 2시간은 걸리는 150km의 거리를 이렇게 눈으로 관찰하며 갈 수 있다니. 컴퓨터에서 보는 세상이 우리 존재를 규정짓는 현 시점에서 이는 꼭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그 지평선을 바라다 보는 곳에서 뒤를 보면 이렇다. 언뜻 낮은 산인지 높은 산인지 알수가 없다. 실은 산의 정상에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근접샷을 찍으면 누구나 그냥 집 뒷마당같네.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여기가 아틀라스의 고원지대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모든 블로그의 사진과 영상은 다 왜곡이다. 실제로 카메라의 시선은 왜곡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찍는 사람의 마음이 표출되는 것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나의 블로그 또한 어느정도 왜곡이 있을 수 있다. 내 눈으로 보았던 것과 다르다고 생각되면 이렇게 알려줄 예정이다. 구독자 분들이 나의 지난 모든 포스팅의 설명을 곱씹어보면 "어디서 어떻게 보였다. 이렇게 보인다. 색채가 시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나의 시선이 어디에.. " 등 최대한 왜곡되지 않은 시선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을 찍다보니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마치 셀카찍고 보정하는 것처럼)이 너무나 싫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삐뚤게 찍힌 사진을 수평 수직 맞춰보거나, 어둡게 나온 사진을 보기 좋게 밝기 정도는 수정한다.* 

마치 차로 드래그 쇼를 하는 것처럼 좌우로 몸을 마구 부딪혀가며 달렸다. 드디어 평지가 나타나며 마을이 시작된다. 여기는 마라케시에서 멀지 않은 곳. 멀미하는 친구를 위해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할 겸 여기에 정차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랜덤한 마을에 내려서 구경. 가이드도 여기 원래 멈출 생각이 없었다.

 

몸이 갑자기 안 좋은 친구가 생겨서 이 마을에서 약국을 찾아 이것저것 비상약을 구매중. 약국이 너무 초록초록하고 한쪽은 전면 거울이라 한 컷. 이제 고원을 지나왔지만 3시간은 더 대서양해안까지 달려야해서 점심을 이 곳에서 아예먹고 천천히 가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모로코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각종 예술가들이 머물다 간 에사우이라 Essaouira로 향한다. 

 

 

 

** 본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