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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알도 로시 Aldo Rossi - 모더니즘에서의 탈피. 신합리주의

Brett D.H. Lee 2021. 3. 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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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한동안 건축가 시리즈를 못 올리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 그 12번째, 건축의 시인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린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 로시 Aldo Rossi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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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 - 스타건축가의 탄생

필립 존슨 - 미국 모더니즘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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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시 Aldo Rossi

 

 

알도 로시(Aldo Rossi, 1931~1997)는 1970년대 이후부터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영향력이 꽤 강한 이론가이며 건축가이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931년에 태어나, 1959년 밀라노 공대 건축학과 졸업하는데 1955년부터 1964년까지는 건축 잡지는 카사벨라 Casabella의 편집자로 일을 하였다.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 1904~1943)의 건축론에서 시작하여 발전한 이탈리아의 신합리주의 Italian Neo-rationalism를 더 발전시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시의 건축에는 장식이 없으며 공간 구성도 미니멀리즘적인데 종종 모더니즘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게 만들지만, 그가 주창한 시간의 지층strata 속 도시의 역사적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의 개념을 통해 모더니즘과는 확실히 구별짓는다. 단지 35세인 어린나이에 출간한 역작 '도시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the city, 1966)는 이 집단 기억은 물론 신합리주의, 나아가 미국의 것과 조금 다른 유럽 (이탈리아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어 낸다.. 도시의 역사성과 현재하는 도시맥락을 존중하는 유형typology의 건축을 따른다. 

 

주세페 테라니의 전통을 이어받은 로시는 건축가보다는 시인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유럽 전통도시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이론적으로 펼친 건축가이다. 미국의 로버트 벤츄리 만큼 모더니즘에 반론을 제기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의도를 떠나 그는 분명 포스트모더니즘의 열풍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1960년대 로버트벤츄리가 어머니를 위한 집 Vanna Venturi House과 1966년 저서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를 촉매제로 시작된 (건축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1970 년대 후반에  들어 전세계적으로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미국에 찰스 무어와 마이클 그레이브스, 영국에 제임스 스털링, 독일쪽에 리온과 롭 크리어 형제, 오스트리아에 한스 홀라인 등이 있었고, 이탈리아에는 알도 로시가 있었다.

이탈리아 합리주의의 전통위에 시작한 로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들과는 차이가 있다. 합리주의를 이어받아 기능면에서 모더니즘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신합리주의 neorationalism 이라 명칭되었다. 앞서 언급한 집단기억은 역사성과 도시 맥락을 짚어내며 이런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모더니즘을 공격한다. 새 건물형태를 창조하기보다 기존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는 개념의 유형학적 건축, 기억을 간직하는 기념비적 건축이 전면에 나타난다. 이는 이후 리온 크리어 등 낭만적고전주의 건축가들의 유럽 전통도시 재생 개념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1980년대 이후 베를린의 도시재생사업이 대표적이다.

 

 

그가 사용한 '도시형성물'이란 용어는 건물뿐 아니라 도로와 광장, 특정한 도시구역 등을 포괄한다. 건축이란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의 집합이고, 이는 각 도시마다 다른 조건에 따라 만들어진다. 책에 서술된 역사적 사례를 해체하며 보여준 그의 이론은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는 완벽함/idealism이나 새로움novel/new 에만 치중했던 혹 중독됐던 모더니즘의 허위를 정면으로 거부하였으며, 모더니즘의 핵심인 기능주의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다. 프랑스의 아를에는 로마시대의 (원형) 극장 용도로 지어진 구조물이 중세에는 원형 집합 주택의 벽체로 사용되었고 현대에는 역사적 관광지로 이용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능우선론의 모순을 드러낸다. 형태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형태 이전에 존재하고 형태를 성립시키는 논리적 원칙을 로시는 '유형'(type)으로 규정한다. 신전과 교회와 불당은 모두 다른 종교 건물이지만 중심형 공간이라는 유형이 된다. 유형이란 불변하는 건축의 본질이며 문화적 요소이고 역사의 축적물이다. 로시는 도시와 건축, 전체와 요소, 인문학과 기술, 개별성과 집단 등 대척적인 것들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하려는 강력한 도구로 '유형'을 등장시키고 있다.

 

1930년대 초 주세페 테라니는 육면체 박스 스타일의 모더니즘 건물을 설계한다. 그게 이탈리아 북부 코모 como)호수 지역에 지어진 카사 델 파시오casa del fascio다. 수학적인 모듈에 따라 제한되고 통제된 육면체의 볼륨 안에서 감정을 배제했다. 이탈리아 전통 궁정 palazzo 스타일의 중정courtyard을 둘러싸는 ㅁ자 형태의 공간만을 중첩시켰다.

테라니의 카사 델 파시오

유형의 건축은 기억 속에 잠재하는 이미지를 기하학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반복되는 사각형의 창, 규칙적으로 늘어선 기둥은 거리의 모습을 상징하고 ㄷ자나 ㅁ자형의 배치는 전통적인 유럽의 광장을 반영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로 추상적이면서도 어디에선가 본 듯하고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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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에서 기억을 제거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듯, 도시의 역사는 도시의 영혼이자 거주자의 집단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로쿠스(locus·궤적)이다."

 

 

San Cataldo Cemetery,  Modena, Italy,1971

산 카탈도 묘원, 모데나, 이탈리아

 

 

모데나의 산 카달도 묘원은 the cemetery at San Cataldo, Modena 알도 로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자신의 저서인 [과학적 자서전] A Scientific Autobiography에서 로시는 1971년 그의 자동차 사고가 산 카달도 묘지 프로젝트에 영감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병원에서 회복하는 동안 인생의 거대한 campaigne 야전지로서의 도시, 죽은 자의 도시로서의 묘지에 대해 생각했다.

 

기존의 전형적인 고전적 묘지를 하나의 작은 도시로 이해한 디자인은 공모에 당선되었고 단계적으로 건설되었다. 세 면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큰 뜰과 같은 형태로 설계되었다. 가운데는 기하학적 형태의 납골당이 자리하고 주변은 푸른 지붕의 기둥이 늘어서 있다. 프로젝트의 많은 부분이 미완성으로 남겨져 있다.

 

실제로 기능이나 형태적으로 미니멀리즘의 모더니즘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큐브 방향체의 건물, 사각형 창문과 기둥 등 "기억"을 찾아간다.

 

납골당 내부에서 보이는 외부

 

 

"우리는 기억할 뿐 창조해내지 않는다"

- 알도 로시

 

지붕이 뻥 뚫린 실은 외부공간이다.

로시는 콘크리트나 조적빌딩에 부분적으로 철골구조를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유형학은 기억 속의 익숙한 사각형 형태를 가지고 "기념비적인" monumental 형태나 공간을 만드는 것.

Memory and monumental

 

그가 그린 산카탈도 묘원의 마스터플랜. 물론 아직도 끝나지 않은 프로젝트인데 과연 끝이 날까... 

 

이탈리아의 초현실주의 작가 키리코 de Chirico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그의 건축물 뿐아니라 그가 남긴 스케치, 유화, 수채화 등에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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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판텐미술관 Bonnefanten Museum, 1995

 

네덜란드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 마스트리흐트 Maastricht 에 있는 보네판테 미술관 Bonnefanten Museum은 로켓 모양의 독특한 외관 덕에 도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되었다. 미술관은 ㄷ자 형태의 평면도를 따라 마스 강변으로 공간이 열려있다. 위에는 아연으로 만들어진 돔을 씌웠으며, 돔 옆에는 두 개의 강철 원형 계단이 있고, 테라스가 돔의 전체 원을 두르고 있다. 반대편 입구는 두 개의 탑 사이에 끼워져 있는 형태로, 이중 높이의 유리문으로 만들어졌다. 네덜란드 최초로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한 공장 홀도 미술관의 일부로 합쳐졌다.

 

알도 로시의 단면, 평면 스케치

 

마치 원래 있던 건물 사이를 이어놓은 듯한 로비에서 각 전시실로 향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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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라테세 공동주거단지, 밀라노, 이탈리아, 1973

Gallaratese Housing, Milan, Italy 1973

익숙한 건축 요소들이 있지만 그 스케일의 play로 인해 새로운 것같은 파사드의 리듬이 연출된다. 

 

어찌보면 음악에서의 기호를 보는 것 같기도한 평면, 단편, 입면도. 이렇게 늘어놓으니 운율, 리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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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strasse housing, Berlin, 1988

코흐스트라세 공동주택, 베를린, 독일

스케일이 평소 우리가 아는 기둥과는 다른, 매우 과장되게 표현된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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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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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 한시적으로 '떠다녔던' 극장

Teatro del Mondo, 1979

 

로시는 1979년 건축비엔날레 행사를 위한 극장 설계를 의뢰받고는 단서를 달았다. 행사가 끝나면 자신의 건축물을 해체시켜야 한다는 것. 이유는 '한 도시의 풍경을 이루던 기억이 상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로시는 이 프로젝트를 '건축이 종말을 고하고 상상력이 시작되는 곳'(a place where architecture ended and the world of the imagination began)이라고 묘사했다. 로시의 '세계의 극장'은 그의 제안대로 '자살하는 건축'이라는 별칭만 남기고 해체됐다.

 

그야말로 베니스에서 유유자적 흘러다닌 '기억의 형상' 

 

알도 로시의 물의의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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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Pallazzo Hotel, Fukuoka, Japan, 1989

일 팔라조 호텔, 후쿠오카, 일본, 1989

일본 후쿠오카 거주지역 내 일 팔라조 호텔창문이 폐쇄된 파사드가 가장 큰 특징으로는 매우 특이하게도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없다. 이 건축물은 붉은빛의 8개의 원형 기둥과 녹색 빛의 가로 기둥이 조화되어 현대 건축이지만 일본의 전통적 건축양식과 유사한 느낌을 자아낸다. 

 

정면 파사드를 보면 어디서 일본 건축의 양식이 기억되어 재창조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디테일하게는 유형학적 기본적인 형태의 사각형, 삼각형등 매우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 요소를 이용한다. 기둥과 콜로네이드 등을 보통 우리가 아는 '적절한' 스케일을 벗어나 기념비적, 즉 매우 확대하고 거대하게 만들어 다른 건물요소와 병치시킨다. 색상 또한 폴리크롬 및 키리코의 색상처럼 과감하게 원색이나 넓은 면을 단일색상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특히 녹색과 적색을 많이 이용한다. 또한 대체로 박스형태는 유지하지만 커다란 둥근 기둥이나 회랑colonnade을 이용하는데 이는 과거의 어떤 역사적인 요소가 휴먼스케일을 벗어나 초현실적 공간을 탄생시키는 동시에 기묘한 노스탤지어를 야기시킨다.

녹색의 철제 인방보 lintel 도 자주 사용하는데 이런 것 때문에 로시나 스털링, 그레이브스 등을  모더니스트 아닌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분류하는 것이다. 참고로 모더니즘에서는 초록색을 건물에 쓰는 것을 금기시했다고 한다. 바우하우스의 마르셀 브로이어가 이를 말했는데, 벤츄리는 이를 듣자마자 'Vanna Venturi House'에 녹색을 사용했다. ^^

 

호텔 로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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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시의 가구 디자인

 

알레시 Alessi와 함께 콜라보를 했던 알도 로시는 수많은 스케치와 제품디자인을 해왔다. 위는 La Cupola 에스프레소 머신을 위한 스케치. Cupola 큐폴라는 건물 가장 위에 돔과 같은 양식의 둥근 천장을 뜻한다. 왕관을 씌운 듯한 큰 지붕이나 돔 모양의 큐폴라는 실내에서의 전망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인데, 여기서 에스프레소를 증기로 올리는 기존의 Bialetti의 디자인에서 조금 더 '역사적' 형태, 메타포를 버무려냈다.

그리하여 우리가 현재 알레시에가면 구매할 수 있는 큐폴라 에스프레소 머신

 

La Conica 에스프레소 메이커. 역시 알레시 Alessi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이다. 말 그대로 Cone 원뿔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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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가 그린 스케치 하나를 더 올리며 자동차사고로 66세의 이른 나이에 별세한 그를 추모한다.

 

 

 

그 다음 포스팅에서는 로시와 함께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이끌어낸 미국의 건축가, 로버트 벤츄리 Robert Venturi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리츠커 건축상도 연달아 둘이서 받았네요. ^^

 

 <[Architect] 로버트 벤츄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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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가 따로 있는 사진 외의 모든 글과 사진은 직접 느낀 점을 쓰고 촬영한 것인 지적재산입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요약본이고 차후에 각 토픽마다 더 자세한 글과 사진들은 매체에 기고하거나 손스케치와 함께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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